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단편 소설)검은 밴드
내용이 긴 편이므로 시간 없는 봇붕이들은 뒤로가기
도중에 보플이 껴 있으므로 들어도 좋고, 빛속으로를 들어도 좋아
그럼 즐감~
고토 히토리 스물 넷.
이제는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었다고 주변 사람은 말하지만 고토 히토리 자신은 자기 자신이 어른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여전히 공적인 장소, 예를 들어 스태리의 회식자리에서도 방송에서의 뒷풀이에서도 말 주변이 서툴고 다가가기 힘들다. 사람은 그리 쉽사리 변하지 않는다고 늘 그렇듯 구석진 자리에 앉은 히토리는 현실을 탓하기 바쁘다.
지난 몇 년간 히토리에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앨범을 만들고 나서 조금씩 인지도가 오르고, 여러 호평들을 받으며 결속밴드는 성장해 나갔으며 여름 락 페스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결속밴드를 알게 되고, 무도관에서 공연하고, 일본 전역에 이름을 날리게 되었고, 이제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결속밴드이신가요? 라고 물어와 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어머니, 아버지, 어느 정도 성장한 후타리, 심지어 과거에 반 친구였던 사람들도 히토리와 밴드 멤버들에게 지금껏 고생했다며 칭찬 세례를 날려주어 실실 웃기도 했다.
결속 밴드가 각 매체에서 화제가 되었고, 각 멤버들의 인지도 또한 높아졌다. 니지카 선배는 서툴렀던 MC를 고치고, 한 TV 방송에서 고정적으로 MC자리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고, 료 선배는 카리스마성과 좋아하던 영화에 깊게 빠져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반 친구인 키타씨 또한 사진이 잘 맞고, 옷을 잘 입는 걸 계기로 모델의 길을 걸었다.
결속 밴드 멤버 모두가 성공 가도를 걷고 있는 상황, 이제 남은 건 히토리 혼자 뿐이었다. 다른 멤버들은 모두 방송을 타거나 다른 예체능으로 빠지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펼치고 있었으나 자신만은 남겨져버린 그런 상황. 기획사 쪽에서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해 히토리는 초조해질 수 밖에 없었다.
‘다른 분들이 성공가도에 오른 건 좋지만.. 이러면 나만 초라해져 보이잖아..’
히토리는 허탈감에 빠질 수 없었다. 무엇이든 해야하고, 보여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 멤버들은 괜찮다하지만 히토리 본인은 자신에게서 무력감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 감정을 가지고 기타 연습을 하며 일상생활을 보내던 찰나, 휴대폰 진동이 울려 휴대폰을 집었다. 기획사쪽에서 온 라인이었기에 조심스레 내용을 보자 기획사에서 방송 일감을 잡았다는 좋은 소식을 가진 고마운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히토리는 그 라인을 보자마자 자신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이제 성공 가도 뿐이야.. 기획사 쪽도 결속 밴드 생각 잘 해주니깐.. 믿을 수 있어..! 가자! 무도관... 아니 무도관은 갔으니깐 이젠 어디로 가야하지? 음.. 어쨌든 가는 거야!! 슈퍼 아레나!!”
으헤.. 으헤헤.. 그렇게 기획사쪽에서 보낸 라인에 안심하며 방 안에 홀로 돌아와 인터넷 칭찬글을 바라보며 웃고 있던 고토 히토리는 그렇게 다음 날.
한 예능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문화제에서 했던 다이브를 재연하려는 상황이 오게 되었다.
“엑?”
현실적이고도, 외부적인 활동이 많은 예능 프로그램. 네가 하면 나도 한다가 모토인 열혈 예능 프로그램. 인기가 매우 많은 프로그램이지만 복불복을 하는 둥, 일하는 사람 입장에선 밥도 안 먹이면서 일을 시키냐는 등 인식이 좋지 않았다. 스태프와 출연자가 싸우는 케미로 많은 재미를 선사했기에 인상 깊었던 그 프로그램. 마침 그 멤버들 중 1명이 일이 생겨 6명을 이루던 6명 체제가 무너져 기획사에서 곤란하고 있던 찰나, 새로운 멤버로 고토 히토리가 그렇게 지목됐던 것이었다.
굶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으나 카메라가 24시간 돌아가는 리얼 버라이어티 방송. 그렇기에 고토 히토리는 불안감이 앞섰다. 음침했던 내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을까? 본인조차도 우울하고 음침한 사람이고, 활동적이지 않았으며, 사람과 대하는게 어려운 성격이라는 걸 잘 알았기에 기획사의 판단에 이번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본인이 뭐든 하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했던 기억이 떠올랐기에, 이젠 뒤를 돌아볼 여유 따윈 없었기에.
그렇게, 히토리는 각오를 다지고 예능계에 발을 담그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방송 첫 날부터 이이이이이이입수라니!!!!’
여름 날씨였기에 덜 추운 날씨이지만 역시 예능 프로그램답게 자연스러운 가위바위보 뒷 공작(?)으로 인해 히토리는 자연스럽게 입수 당첨자가 되었다.
‘그 싸인이 그 싸인이였던 건가?’
방송으로도 익히 봐왔던 조작 싸인(?)들이 몇 개 주고 날아가는 걸 보았으나 고토 히토리는 방송 고인물들에게 낚여 결국엔 울며 겨자먹기로 입수 당첨자가 되고 만다. 촬영 장소 바로 뒷 쪽이 바다였기에 히토리는 조심스레 발을 한 번 넣어본다.
‘흐아아악 차가워어!!!!’
여름이었음에도 차가운 바닷물에 눈물이 찔끔 나오기 바쁜 히토리. 옆에 다가와주는 방송 멤버인 여성 한 분이 다가와 상냥하게 말했다.
“역시 많이 차가우시죠?”
한 마디에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는 히토리는 미소를 짓는 여성분에게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거 같은 희망을 보았다. 니지카 선배가 강림했나? 뒤에 후광까지 비치는 걸 보아하니 분명 천사임이 분명했다. 가까이 다가와 저의 팔을 잡는 여성분의 배려에 감동 받아 감사 인사를 건네려했다.
“가.. 감사합니..”
팔을 잡는 그 순간, 순식간에 몰려드는 여성 출연자들. 그리고 한 명씩 한 쪽 다리와 팔을 잡고, 히토리를 들어올린다. 그리고 히토리는 본능적으로 깨달아 버리고 만다.
‘아 맞다. 여기..’
예능프로그램이었지?
그렇게 히토리는 첫 신고식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었다.
코디네이터 한 분이 옷을 갈아 입혀주고, 몸을 식힌 뒤 자연스럽게 차 안으로 이동했다. 리더격인 여성 멤버 한 분이 운전대를 잡고 히토리는 그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다른 멤버도 뒷자석에서 자연스레 물어왔다. 히토리쨩이랑 방송하게 되다니 신기해요. 그러니까. 기타 히어로 유튜x 잘 보고 있었는데. 기타 정말 잘 치더라. 히토리는 관심을 가져줬기에 실 없는 웃음을 지었다. 아하하.. 감사합니다. 자연스럽게 히토리쨩이라고 말을 걸어주는 멤버들에게 경외감을 느낀 히토리였다.
버스로 운행도 가끔 했으나 오늘은 새 멤버도 들어왔겠다, 자유여행이라는 테마를 달고 있었기에 출연자가 운전을 하는 꼴이 되었으나 그 자체에 별 감흥은 없었다. 전국 순회공연 때도 니지카 선배와 료 선배가 운전하며 돌아다녔으니깐. 조금은 씁쓸한 감정이 돋아 표정이 어두워지자 운전을 하고 있던 리더격 선배가 말을 걸어왔다.
“어때. 방송은 할 만 해? 첫 날 입수가 우리 관례니.”
“아.. 아하하.. 그러고 보니 이 방송은 늘 그랬었죠. 실제로 당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요..”
“전통 테마니까. 긴 인기의 비결이지. 여긴 출연자도 스태프도 다르지 않아. 출연자한테 운전이나 시키고 말이야.”
키득키득 거리며 미친 듯 웃는 리더의 모습에 고단함의 단편을 본 히토리는 자연스레 자신의 행동에 후회해버리고 만다. 유리창 쪽으로 작게 고개를 돌려보자 창문 앞에 설치된 카메라가 보였다.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에 몸이 뻣뻣 굳어버리는 히토리였으나 그 모습을 본 리더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무 그렇게 긴장 안 해도 돼.
“계속 돌아가긴 해도 결국 보고 싶은 건 너의 자연스러운 모습이니깐. 그리고 재미없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은 대부분 삭제되니깐. 또 예민한 이야기가 있다고 하면 제작진 쪽에서 자연스럽게 잘라줄 거야.”
“그런.. 가요?”
“보통은 그렇지. 24시간 카메라 돌아가는 건데 다른 모습도 있을 수 있고, 2시간 짜리 분량 채우려면 편집이 있을 수 밖에 없으니깐. 너무 생각 없는 것도 그렇긴 하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해주면 돼. 씨익 웃는 리더의 모습에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진 히토리는 어깨에 힘을 풀었다.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도로와 배경들, 아직 어딜 갈지 정하진 않았지만 조금은 가벼워진 분위기에 안심이 된 히토리는 좌석에 깊게 등을 대고 있었다.
“있지 히토리쨩. 혹시 노래도 잘해?”
“...네에..?”
뒷 자석에서 멤버 한 명이 말을 걸자 옆에 있던 멤버도 기대에 찬 눈빛으로 히토리에게 시선을 보냈다.
“맞아. 나도 물어보고 싶었어. 기타도 잘 치잖아. 불러 줘!”
“저.. 저는 노래를 잘 못 부르는.. 편.. 인데..!”
“불러줘! 심심해에~!”
눈빛을 빛내며 뒷 자석에서부터 기대의 시선을 보내는 멤버들. 머리가 복잡해져버리고, 부담이 된 히토리는 녹아버리고 만다.
“으악! 뭐야! 히토리쨩! 왜 녹는 거야?”
“어.. 어?! 녹지 마 히토리?! 니들 히토리한테 부담감 주지 말라고 했지!! 가뜩이나 예민한데.. 정신 차려봐..! 히토리..!”
“인싸력.. 너무 밝아요...”
녹아내렸음에도 의식을 잃지 않고 할 말은 할 수 있게 된 히토리는 그렇게 점점 예능계와 현실에 차근차근 적응해나가기 시작했다.
생각외로 예능계 생활에 빠르게 적응해 나아가는 히토리. 밝은 인싸 주제나 게임 같은 경우에는 많이 약했기에 식재료를 여러 번 뺏기거나 굶는 등 멤버들의 원한을 자주 사는 지뢰 멤버이기도 했으나 같이 있으면 놀리는 반응이 재밌다, 남성적인 측면도 많이 보인다는 등 멤버들 사이에선 같이 있고 싶은 사람 1위로 잡히게 되기도 했다. 그렇기에 히토리는 여성 멤버들과 같이 붙이 있는 모습이 방송에서 많이 타는 경우가 늘었는데, 방송을 본 키타쨩이 라인을 보내곤 했다. 처음엔 뭔가 살벌한 내용의 라인이 날아왔던 거 같은데 그 글을 보기도 전에 금방 지워지고 방송 잘 봤어. 히토리쨩. 오늘도 멋있더라등으로 내용이 바뀌어 있었다. 키타쨩, 분명 뭘 이야기 하고 싶었던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방송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로 좋았다. 천친난만한 히토리의 리얼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기타를 쳤을 땐 정말 멋졌는데, 그 와 반대되는 빡통짓이 귀엽다는 등의 반응들에 조금씩 미소가 지어지는 히토리는 일을 끝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가족들과 함께 히토리가 출연하는 방송을 보는 일이 보내는 게 그들의 일과가 되었다.
그리고 방송을 시작한지 어느덧 몇 개월이 지나고, 방송에서 자신의 장기를 뽐낼 수 있는 일이 생겼다. 날씨가 추웠기에 잠시 실내에 머무르던 멤버들은 자연스럽게 히토리에게 어쿠스틱 기타를 건넸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기타 선물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어보자 한 멤버가 웃으며 말했다
“히토리쨩, 오늘 생일이지! 축하해!”
본인도 있고 있던 생일을 축하해주는 멤버들. 바쁜 방송 일정 때문에 모르고 있었는데 생일까지도 챙겨준 멤버들에게 고마운 감정이 올라왔다. 히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요, 굳이 안 챙겨주셔도 되는데.. 이거.. 비싼 기타 아닌가요..?”
“굳이 비싼 기타를 챙겨준 이유가 있지.. 오늘이야 말로 기타를 쳐줘야겠어..! 히토리쨩!”
“맞아! 기타 치는 히토리쨩 보고 싶었다구!”
이번에야 말로 꼭 치게 만들겠다며 기대에 찬 눈빛을 보내는 멤버들. 그냥 쳐달라고 하면 해줄텐데. 미소 지으며 생각한 히토리는 기타를 자연스럽게 집고는 조정을 위해 한 번 현을 튕긴다. 조정만 하는데도 오오, 하는 탄성이 흘러나온다. 스태프, 출연진들 모두 히토리에게 시선이 모인 가운데, 이제는 이 시선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히토리는 자연스럽게 기타의 현을 울리기 시작했다.
결국 게임에 약한 히토리는 야외취침이 확정되고 텐트 안에 들어가 취침을 청하려던 무렵, 리더인 여성분이 히토리의 옆에 누우며 말을 걸어왔다.
“어느 정도 적응 된 거 같아 보기 좋네. 히토리.”
“이 추위는 여전히 적응 안 돼지만요. 제가 봤을 땐 이건 스태프 사람들도 한 번 눕혀 봐야 돼요.”
무덤덤하게 불만을 내 뱉는 히토리의 모습에 피식하고 미친 듯 웃어버리는 리더는 말했다.
“나중에 눕힐 계획도 세워볼까? 전원 야외취침 걸고. 한 번 쯤 해볼 만 하잖아? 맨날 멤버들 사이 이간질하게 만들고 말이야.”
“그러니까요. 전에는 xx쨩이랑 싸웠을 땐 정말 섭섭했는데.”
“아, 그 기분 알지. 그래도.. 방송이니깐 이해할거야. 다들 어느 정도 잔뼈가 있으니깐. 진짜 많이 성장했네. 히토리. 처음 들어왔을 땐 걱정뿐이었는데.”
“...그런가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이게 제가 바라던 일인 건지.”
“바라던.. 일..이라.”
리더의 혼잣말에 텐트안은 정적이 흘렀다. 바람 소리가 조금씩 들리고, 입김이 새어나오는 추위. 그럼에도 잊어지지 않는 그 따뜻한 소리들이 귓가를 울리고 있었다.
어쿠스틱 기타의 현을 집었을 때 히토리는 깨달았다. 바쁜 방송 일정과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잠시 놓았던 기타.
그 기타를 여전히 좋아하는 자신을 대면하고 그 감정을 담아 멤버들과 스태프들에게 보여줬던 소리들은 아직도 히토리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진심으로 미소 지으며 좋다고 말해주는 멤버들과 스태프들의 웃음 속에서,
추억 속에 남겨져 있는 결속 멤버들과의 미소가 떠올랐다.
“히토리.”
“네.”
히토리에게 작게 말을 건넨 리더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작게 속삭였다.
“이 일, 왜 시작한 거야?”
리더의 질문에 히토리는 말문이 막히고 만다. 일에 대해 의미를 둔 적은 없었지만 리더의 한 마디에는 작은 의심의 싹을 틔우게 했다. 큰 의미를 가지고 던진 말은 아니었겠지만, 꾸밈없이 솔직하게 말 했다.
“일 하는 데 이유가 필요한가요? 이왕 돈 번다고 하면 쉽게 돈 벌려고 하는 거죠.”
“와, 생각보다 현실적인 답변이네. 물론 쉽지는 않지만? 큭큭.”
“네, 진짜로.”
첫 만남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마음을 터놓은 히토리. 잠시 또 정적이 찾아왔다. 잠을 청하기 위해 눈을 감은 히토리. 잠기운이 밀려와 의식이 몽롱해지는 가운데에서 멤버들의 얼굴이 다시금 아른거렸다. 결속 밴드 멤버들과도 함께 왔었으면. 외부 활동을 좋아하지 않았던 히토리이긴 했으나 이런 추억으로 남는 일들을 멤버들과 함께.
“멤버들과 함께.... 어라.”
눈가에 무언가 흘러내리는 게 느껴져 눈가를 짚은 히토리, 작게 흘린 눈물이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히토리의 마음속에 잠시 피어오른다.
최근 멤버들과 만난 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던 걸까. 손가락으로 시간을 새어보니 벌써 6개월을 넘어가고 있었다.
늘 세상과 주변 환경은 변하고 있었으나 히토리 본인은 달라지지 않는다. 성장하질 않는다. 대인관계에 대해서는 늘 그랬던 것 같았다. 누군가 다가와주지 않으면 간단하게 그 선의를 잊어버리는 그런 사람. 그렇게 놓쳤던 수 많은 인연들이 분명 있었다. 히토리는 그러한 노력에 너무 서툴렀기에 그렇게 점점 인연을 놓쳐간다. 분명 소중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인연들조차.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던 주제에.
멤버들에게선 받기만 했던 주제에.
오만한 고토 히토리는 또 다시 과오를 저지르고 말았다.
“끅..”
헤어짐이라는 걸 깨닫게 된 뒤엔 이미..
“안 늦었어.”
어느 한 마디에 놀라 히토리는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등을 지고 있던 리더. 어떤 말을 건네지 않았어도, 그녀는 알고 있다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히토리가 사람 관계에 서투른 건 알아. 많은 사람을 봐 왔고, 너와는 방송을 하면서 같이 지내왔으니까. 너는 정말 상냥하고 우직해. 지금껏 만난 사람들 그 누구보다도 처해진 상황에 노력하고, 파고들고, 올 곧아. 그렇기에 지금 너는 여기에 있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해. 이 방송 적응하기 이래뵈도 진짜 쉽지 않다고? 포기하는 녀석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실은 방송에서 티는 안 냈지만, 나도 결속밴드 광팬이거든. 리더는 몸을 히토리쪽으로 돌리더니 작게 웃음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 그 추억을 만들어준 너희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 그렇기에 널 만났을땐 정말 기뻤지만.. 반면으로는 지금 상황을 난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그 빛나던 결속밴드를, 보기 어려워졌다는 지금 상황이.”
너는 어떻게 하고 싶어? 다시, 기타를 치고 싶어? 리더의 물음에, 히토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더는 환하게 웃더니 대답했다. 그럴 줄 알았어.
“기대하고 있어. 히토리. 그럼, 이곳을 떠나서 결속밴드 멤버들과 다시 만나고.”
이곳으로 돌아와서, 우리와 다시 만나자.
기다리고 있을 게. 우리 막내.
결속밴드 멤버들과 헤어진지 1년이 지나고, 약속의 날이 다가왔다. 히토리의 집에서 오랜만에 모여서 놀고, 이야기하자고 히토리 본인이 결속밴드 라인에 메시지를 남겼다. 처음 라인이 올라왔을 땐 너는 누구냐며 히토리를 데려오라는 둥 믿을 수 없는 반응을 보내길래 히토리는 나름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런 면에선 정말 신뢰 받지 못하는 히토리였다.
처음 시간대에 맞춰 온 건 니지카와 함께 온 료였다. 반가움 마음에 차를 내오자, 곧 이어 초인종이 울렸다, 현관 밖을 나가보니 키타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조금은 갸름해진 얼굴과 피곤해 보이는 안색. 일의 고단함이 조금은 엿보였던 것 같아 히토리는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지만 미소 뒤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멤버들을 환영했다.
각자의 이야기꽃이 피기 시작했다. 지난 MC는 어땠냐는 히토리의 질문에 니지카는 손사래치며 어려웠다고 이야기한다. 니지카 또한 키타에게 모델 생활은 어떠냐고 물어오고, 료 또한 히토리에게 잘 지내고 있었냐고 물어온다.
겉으로는 이야기가 통하는 척 말을 하고 있지만, 바로 일 이야기부터 꺼낼 정도로 서로에게 어떤 말을 건네야 할 지, 결속 밴드 멤버들은 어찌 해야할 지 본인들조차도 모른다.
정녕 자신들이 정말 친하게 지내왔던 멤버들이 맞는 지 의심이 들 정도로 너무 많이 변해버린 관계와 모습, 성격.
이미 지나가버린 사람 마냥, 지나쳐온 사람 마냥, 과거의 추억으로 남겨진 사람들.
그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는 가운데.
오로지 히토리만이, 지난 추억을 언급한다.
“저기.. 예전처럼.. 다시.. 밴드 하지 않을래요? 최근에도 일정 맞추기 어려워서 겨우겨우 하루 뺄수 있었던 거지만.. 지금이라도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내서..”
히토리의 한 마디에 다들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벼웠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는다.
추억이라는 감성 팔이 한마디로, 해결 될 사실이 아니라는 걸 멤버들 모두가 알고 있기에. 키타는 입을 열었다.
“히토리쨩... 마음은.. 잘 아는데.. 미안해. 요즘 많이 바쁘잖아. 니지카 선배도, 료 선배도. 여기 모이는데도 다들 힘들었는데.”
“.....”
모두가 입을 닫는다. 멤버들 모두가. 그리고 동시에 멤버들은 서로 똑같은 생각에 다다르고 만다.
어디서부터 잘 못 되었던 걸까.
분명 각자의 삶을 살기 위해 나아갔던 길이였지만, 남은 건 각자의 생활 밖에 없는 세계.
멤버들이 없는 생활을 보내며, 늘 곁에 있던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허전한 감정을 숨기기 어려웠지만 이제 다시 옛 관계로 돌아가기엔 그 길은 너무나도 어렵고,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니지카 또한 입을 열었다.
“봇치쨩의 의견은 잘 알겠어.. 하지만 지금 당장은 무리일 것 같아. 지금 다들 많이 바쁘니깐.. 조금씩 일정을 빼서.. 료는 그런 거 어려워하긴 하지만 매니저 시켜서 어떻게든 조율 시켜보면 되고.. 응. 그게 괜찮을 거야. 응.. 그렇지? 료..”
“그런 어중간한 대답 지껄이지 마. 그러고도 결속밴드 리더야?”
지금껏 서로 친했다고 생각하기엔 믿을 수 없이 니지카에게 차갑게 한 마디 내 뱉는 료. 순식간에 분위기가 냉랭해져버리고 만다. 니지카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차가운 표정으로 료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지금 뭐라 했어?”
“어중간한 대답 지껄이지 말라고 했어. 그런 확연하지 않는 대답이 봇치한테, 모두에게 상처를 준다는 걸 모르는 거야?”
“나는 잘 조율 해보려고 하잖아. 근데 왜 갑자기 방관하고 있던 료, 왜 너가 나서는데?”
“방관? 나는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야.”
“서.. 선배들..! 싸우지 마세요..!”
니지카와 료 사이에 끼어 싸움을 말리기 시작하는 키타. 험악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밝은 관계가 장점이었던 결속 밴드가 틀어지려 하는 상황. 히토리는 자신이 바라지 않던 전개로 흘러가버리자 부정하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저는... 싸움을 원한 게..
히토리에겐 그저 한 가지 바램이 있었다.
이기적이지만 혼자선 이룰 수 없는 바램이.
히토리는 그런 발언들이 용서될리 없다고 지난 몇 개월 간 고민하고, 고민했다. 대인관계에 약한 자신은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하는지 모르는 어린 아이이다. 변하질 않는다. 오만한 고토 히토리는, 그렇게 또 다시 소중한 사람들을 놓쳐 버리려고 한다.
또 다시 떠나고 말아.
그렇게, 또 다시.
바쁜 직장에서 돌아와 가사를 쓰고, 작곡을 배우고, 기타로 녹음해도.
결국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데.
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바라는 일이 어떤 건지.
아니.
알고 있어. 히토리.
히토리,
저는...
나는.
다시금, 좋아하는 멤버들과 함께.
“저는.. 아직도 서툴러요.”
히토리의 한 마디에, 멤버들의 시선이 히토리에게 몰리고, 히토리는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이 품고 있던 감정을, 마음을 토해냈다.
"사람을 붙잡는 법을 모르고, 말 주변이 많은 것도 아니에요.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기타를 쳐줄 뿐인 기타리스트. 료 선배처럼 작곡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키타쨩처럼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이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니지카쨩처럼 밝게 진행해줄 수도 없어요."
저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모두하고 만나면서 이뤄내고, 지내왔던 시간들이 저는...
"너무.. 그리웠어요."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그 시간들이 지나면서 깨달아 버렸어요
"분명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게 바뀌었어요.. 니지카 선배는 스태리를 비추는 별이 됐고, 료 선배는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어서 만족했고, 키타씨는 모델로서의 특별한 자신을 찾았어요."
밴드 따위는 이제 분명.. 의미 없는 행동일지도 몰라요. 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고. 다들 만족하셔서 이젠 밴드 따위 할 필요도 없을지 몰라요..
"이제는 서로 만나기 어려울 지도 모를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일을 하면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야 할지 몰라요. 그렇게.. 그렇게 해서.. 모두와도 헤어질지도 몰라요. 그래도.. 그래도.."
그 시간들 자체가, 저에겐 너무나 밝은.. 꿈이고, 기적이었어요.
결속 밴드 멤버 전원.. 모두가 없으면 절대 성립할 수 없는.. 저의 꿈이에요.
다시.. 저에게 그 꿈들을 보여주세요.
다시.. 저에게 그 기적을 다시 보여주세요.
"다시.. 저에게 추억이라 불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지금껏 응석 한 번 부리지 않았던 히토리의 애절한 호소.
결국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리는 히토리를 품는 니지카와, 키타 또한 울음을 터뜨린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료 마저도 눈물을 흘리며 지금껏 잊고 있었던
자신들의 추억들을, 서서히 찾아가기 시작한다.
한 달간의 모든 스케쥴을 비우기 시작한 멤버들. 갑작스러운 스케쥴 변경에 방송 업계 사람들은 노발대발하며 기획사 말단 직원들을 찌르기 바쁘고, 말단 직원들은 결속 밴드 멤버들을 어떡하든 설득해보려 했으나 일보다는 감정이 먼저 앞서는 그녀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어린아이임을 자처한다.
[일하기 싫어요! 밴드 할 거에요!]
[가끔은 밴드하면서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매니저]
[뭐, 모델이 안 돼면 밴드로 먹고 살면 돼죠?]
[결속밴드, 다시 부활합니다! 모두들 응원 부탁 드려요!]
기획사 직원들이 뭐라 하든 복귀 발언을 게시한 결속밴드 어카운트의 여론은 매우 긍정적이었으나 입장 표명 문에 기획사 직원들은 뒷수습에 속이 뒤집히기 마련이었다. 어디서 공연을 진행하냐에서 부터, 똑바로 기획이나 한 거냐등 예산 문제를 다시 짜야하는 상황까지 이르렀기에 손해배상 청구까지 해야 되는 거 아니냐며 직원들은 한숨을 쉬며 일을 해도.
일하던 직원들조차도, 그녀들이 무대로 복귀하기를 진심으로 기다리고 있다.
즉석으로 일정에 끼어들었음에도, 아레나에서 결속 밴드가 공연을 한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결국에는 아레나 마지막 순번에 특별 게스트로 끼어드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마지막 순번이 끝나고, 결속 밴드 멤버가 들어서자마자 아레나는 함성으로 가득차고 다시금, 칠수 없을 것 만 같았던, 기타의 현이 무대를 울리기 시작한다. 진득하게 울리는 베이스, 경쾌하게 앞질러 나가는 기타의 현 소리, 드럼의 소리, 그리고 여전히 빛나는 보컬.
잊어지지 않는 그 소리들이 다시 울리자 히토리는 진심으로 미소가 지어지고 만다.
이 꿈을 더 이어갈 수 있을까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저 추억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같이 있어줄 수 있는 멤버들이 있는 걸로 족해.
그러니, 이 순간이 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전력으로 기대에 부응해주고, 치는 거야.
해줄 수 있는 건 그것 뿐이고
이기적인 자신의 마음은
이제 지우고, 잊어버리자.
그렇게 모든 곡들이 끝나고, 이제는 관객과의 이별이 점점 다가오는 그 시기에서, 니지카는 자리에 일어나 무대 앞, 히토리에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니지카는 히토리의 손 목에 무언가를 걸어주었다.
“에? 니지카쨩?”
검은 밴드. 리더의 상징을 의미하는 밴드.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어 니지카를 바라보았으나, 니지카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히토리의 손 목 하나를 잡고 들어올리며, 관객 모두에게 선언했다.
“저희들의 첫 공연은, 시모키타자와에 있는 작은 라이브에서 시작 됐어요.”
“지금은 많은 매체를 통해 누구나 알고 있는 그곳에서.”
첫 곡을 연주 했을 땐 다들 긴장을 많이 하고 실수했어요. 지금은 이런 큰 공연에서도 실수 하지 않고 제대로 칠 수 있지만. 그 때는 모든 게 서투르고, 막연하고, 절망스러울 정도로 못했어요.
“그렇게 첫 곡에서 저희들의 무대가 무너지려고 했던 찰나. 히어로가 나타났어요. 칼 같은 스트로크로 그저 작은 밴드에서, 잊어질 위기에서 구해주었던 한 소녀의 소리가. 그녀의 소리가 저희 밴드를 지금 여기까지 오게 만들어주었어요. 지금 있는 이 공연도 다르지 않아요. 처음 이 공연을 제안했던 것도. 그녀가 먼저 제안했으니까요.”
저희는 지금껏..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울음 섞인 니지카의 목소리. 저는 리더가 아니에요. 진정한 리더는..
“밴드의 위기를 계속해서 구해준, 저희의 기타 히어로, 고토 히토리에요!”
모든 관객이 니지카의 반응에 박수를 보내고, 히토리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홀로 벽장 안에 남겨져서 기타를 쳤을 땐, 이룰 수 없는 막연한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친구를 사귀기 위한 그 고독한 여정의 끝에서.
이제는 둘도 없는 소중한 것을 찾은 히토리는 다시금 이 인연을 놓치고 싶지 않다고.
홀로는 울릴 수 없는 소리를 이어나간다.
그렇게, 그녀의 꿈은 계속해서 살아가기 시작한다.
아직 끝을 말하기엔 이른, 자신들의 무대에서.
드디어 완성했네
도중에 낀 보플은 커버분에게 허락 맡고 올린 피아노 커버에요
커버 맛집이니 빨리 이 글보다 먼저 커버에 개추 누르러 가셈
항상 재미없는글 봐줘서 고마워 봇붕이들
1차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