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단편 소설)어둠 속으로 1
이 선곡은 작품을 쓰면서 들었던 곡이에요
내용과는 관계 없으니 들으면서 보셔도 돼고, 그냥 읽으셔도 됍니다
1,2편 예정 작품입니다. 그럼 즐감해주세요~
“기타 히어로는, 이 밴드에 어울리지 않아요.”
알고 있잖아요, 기타 히어로. 한 마디에 굳은 바위마냥 무게를 지닌 것처럼, 선언해오는 작은 소녀 야미에게서 기타 히어로, 고토 히토리는 그저 초점을 잃어버리고 만다.
기자, 포이즌 야미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기자라고는 하나 히토리 자신은 그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알 턱이 있는가, 그녀를 본 건 오늘이 처음이었으니깐. 멤버들은 그녀의 반응에 차가움을 보내고 히토리 또한 그녀의 발언이 너무나도 마음에 걸리고야 만다.
‘메..멤버들에 대해 그렇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을 꺼내는 건...!’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며 변명을 늘어놓고 싶었던 히토리였으나 결속 밴드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걸 그녀 또한 잘 알고 있다.
아직 발전 도중이지만 밴드에 제일 경험이 없고 실력 또한 미숙한 키타, 메트로놈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하지만 감정에 따라 실력 기복이 심한 니지카, 그나마 칠 수 있다고 한다면 료이기는 하나, 자신의 개성이 너무 강해 밴드 자체가 흔들리는 음정이 들리면 그저 묵직하게 자기 할 일만 해버리는 료.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히토리 본인 또한, 자신은 이 멤버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다. 어울리지 않는다. 이 밴드 멤버들은, 너무나도 밝은 성향을 띄고 있었으니까.
히토리 본인과는 너무나도 다른, 빛나는 사람들.
포이즌 야미는 분명 유x브 업로드 영상으로만 판단했기에 잘 하는 것으로 알고 있겠다만 그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건 히토리 본인이었다. 문화제에서도, 첫 라이브 때도 그저 운이 좋았을 기우였을 뿐이라는 걸.
히토리 자신은 밴드를 하기엔 너무 이른 시기에 나온 것이 아닌가 고민해버리고 만다. 그녀들을 최고로 만들기엔, 너무나도 부족했다. 최고의 밴드를 만들겠다고 예전 니지카에게 선언했던 말과는 달리 정비 부족으로 현을 끊어먹지 않나, 심지어는 밴드 광고를 위해 한 곡을 더 진행할 수 있었음에도 다이브로 날려버린 본인이었기에 연신 사과를 해봤지만 괜찮다며 쓴 웃음 지는 그녀들. 그 웃음에, 히토리는 괴리감을 느끼고, 의심의 싹을 피우기 시작했다.
“봇치.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응, 그렇다고 봇치쨩! 어차피 너희 무대였으니까 신경쓰지 마!”
“히토리쨩, 몸은 괜찮아? 오히려 그 쪽이 더 걱정인데..”
실수를 저질렀음에도 상냥하게 말을 걸어오는 그녀들. 정말 그녀들의 웃음이, 진정으로 히토리를 한 밴드 멤버로서 받아주는 웃음이었는지. 그저, 자신을 이용하기 위해 지어내는 거짓된 웃음인지.
마음속에서, 의심의 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그런 감정조차 그녀들에게 해버린 것조차 실례인 것임을 알아도, 그녀들과의 평온한 일상 속에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최대한 없애 보려해도,불안감,의심들은 계속해서 자라나고 있었다. 문화제 때부터, 계속해서.
그런 멤버들에겐 말할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가지고 일상을 지내고 있던 찰나, 그렇게 야미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탈퇴하라고 당당하게 권유하는 그녀를, 히토리는 스태리에서 만나게 된다.
야미의 만남은 거기서 끝나질 않았다. 스태리 안에서 라이브를 시작하려하면 서투른 변장으로 어떡하든 말을 걸려는 야미, 스태리 정문의 작은 틈으로 귀와 눈빛을 기울이며 히토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적어 내려가는 야미. 심지어는 스태리 화장실 천장에 딱 달라붙어 히토리가 오기까지 기다리다 천장에서 말을 건네 기절까지 시켜버린 경력까지. 그녀는 집요하게 히토리를 포기하지 않는다. 결국 세이카에게 목덜미를 붙잡히고 스태리 강제 출입 금지 명령까지 떨어지고 며칠이 지난다.
그렇게 오늘도 스태리의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늘 그렇듯 문 앞을 나서자 검은 소녀가 스태리 앞을 기웃거리는 것이 보여 슬금슬금 피하려다 결국 히토리는 덜미를 붙잡히고 만다.
“아! 기타 히어로! 기다리고 있었어요!”
오늘도 어김없이 히토리를 찾아온 그녀에게서 무시한 채 멀어지려하자 야미는 이번에는 반드시 잡을 기세로 히토리에게 죽어라 쫒아가기 시작한다.
“힉..!”
“아! 또 도망치려고!! 절대 안 놓쳐요!!!”
미쳐버린 소마냥 성큼성큼 다가오며 콧김을 내뿜는 야미에게서 전력질주로 도망하기 시작한 히토리. 이이 질세라 야미도 이를 바득바득 갈며 쫒아간다. 집안에서 기타만을 치던 히토리의 체력은 두 말 할 것 없이 약했고, 야미 또한 기나긴 직장 생활로 인한 체력 저하로 결국엔 둘다 몇 백 미터 못가고 지쳐버리고 만다.
“흐엑.. 후에엑.. 그.. 그만 쫓아와요..”
“이야기.. 흐억.. 안 들어주잖아요.. 기타 히어로.. 저녁 안 드셨죠? 제가 쏠테니깐.. 가계에서.. 헤엑.. 숨좀 돌리시죠?”
“그.. 그그런 대접 안 받아도..!!”
“가라..아게..”
“...!”
“콜..라..”
“.....!!”
“마셔도... 되니깐.”
가라아게와 콜라를 매우 좋아하는 히토리에겐 너무나도 솔깃한 제안이었기에 눈빛이 급격하게 좌우로 흔들리고야 만다. 어떻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들을 알고 있는지는 모르나, 아직은 어리숙한 히토리는 좋아하는 음식 앞에 침을 고여 버리고 만다.
‘안 돼 안 돼..! 이런 얄팍한 수엔 절대 안 속아..!’
“저기..!!”
고개를 가로 저으며 본능에 거스르려고 해보는 히토리는 또 다시 입을 열으려 했으나 야미의 한 마디에 말 문이 막히고 만다.
“장래.. 기타 히어로의 채널.. 앞으로의 일에 대해.. 중요한 제안을.. 하려 왔어요.. 그러니까.. 꼭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탈퇴하라고 권유했을 때보다도, 더욱 진지한 표정으로 히토리를 바라보는 눈빛.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건네 오는 그녀는 계속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그저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으니깐, 그 말을 듣고 판단해주세요. 식사는 그저 대접일 뿐이니깐.. 신경 안 쓰셔도 돼구요.. 그러니깐..”
이야기할 시간을.. 좀 주세요. 야미의 간절한 부탁에, 히토리는 마음이 약해져버릴 수 밖에 없었다.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시선을 돌리며 입술을 깨무는 히토리는 부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지금껏 만나지 못했던,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찢으려 했던 분한 존재임에도 야미의 간절한 부탁에 히토리는,
상냥한 그녀는 결국 고개를 끄덕인다.
전통적인 일식집. 그곳에서 콜라 한 잔이 놓이고, 가라아게가 나오자마자 히토리는 활짝 웃으며 두 눈을 빛낼 수밖에 없었다.
‘가라아게...! 좋아!’
“마음껏 먹으세요~ 더 시키셔도 돼구요!”
미소 지으며 말을 건네 오는 야미에게서 1m 정도 거리를 더 두는 히토리. 야미는 섭섭한 듯 말을 건네온다.
“저기.. 싫어하시는 건 알겠는데...”
말 없이 얼굴을 부풀리며 시선을 피하고는 가라아게 한 입을 베어먹는 히토리. 한 껏 고집을 피우는 히토리의 모습에 결국엔 야미가 자연스레 다가온다. 그렇게 조용히 저녁 식사를 만끽하던 히토리와 야미. 가라아게 한 입을 베어물자, 히토리는 미소 지으며 맛있게 먹는다.
“여기 가라아게 정말 맛있어요. 특히 여기 가라아게는 시중에 파는 거랑은 다른 재료를 쓰거든요.”
“..잘 아시네요.”
“네. 기타 히.. 앞으론 고토씨라고 부를게요. 고토씨 때문에 조사했다구요? 가라아게랑 콜라 좋아한다니깐 가게 수소문해서.”
“그... 그런다고 바뀌는 건 없어요.”
내심 자신을 위해 가게까지 알아봐줬다는 사실에 기뻤으나 감정을 숨기기 위해 입술을 삐죽 내미는 히토리.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야미는 말을 이어나간다.
“뭘 바꾼다는 그런 거창한 말을 할려고 하는 건 아니라구요~ 그저. 도움이 될 이야기를 가져와서 그 이야기를 한 번 들어줬으면..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니까요.”
“.......”
아무 말 없이 가라아게를 다시 한 입 베어물며 우물거리는 히토리, 그 모습이 재밌는지 계속해서 지긋이 바라보는 야미.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히토리는 식은땀을 흘리며 시선을 야미의 반대편으로 돌려버리고 만다.
“그.. 그래서.. 하.. 할 이야기는.. 뭐죠..?”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두 눈빛을 빛내는 야미는 말을 건네온다. 드디어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이 생기셨군요! 히토리는 야미의 행동에 당황해버리고 만다. 빠.. 빨리 말해주세요! 시시간 없으니깐..! 히토리의 뻔한 거짓말에도 야미는 좋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네! 기타 히어로시니깐 많이 바쁘시겠죠! 두 손 바닥을 합장하듯 치더니 진지한 표정을 짓는 야미. 젓가락질을 하며 자신도 가라아게 한 개를 베어 물더니, 진득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어느 음반 기획사 직원 분을 통해서 기타 히어로 계정을 중심으로 밴드를 만들자는 실력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쪽에서 먼저 조언해주셨고, 실제로 인디밴드에서도 매우 유망한 인물들이죠.”
xx밴드라고 아시나요? 이름을 듣자마자 알 만큼 인디에서 이름을 떨치는 멤버들이였다. 일본 전국에서 음악을 한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 그렇기에 히토리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그런 밴드 멤버들이 저를..?”
“이해관계가 잘 맞아 떨어진 거죠. 그 쪽 멤버들은 유x브 계정을 키운 적은 없지만 인디에선 이름 날리는 사람들. 유x브 계정을 키웠지만 인디에선 아직 이름을 날리지 못한 밴드 멤버. 인터넷 게시판에선 기타 히어로는 이미 많은 이들이 실력을 인정하고 있어요. 인디에선 탑을 달리고 있을 정도로의 인지도와 실력. 이런 제안은 당연한 거라구요?”
그래서 한 명의 팬이였던 저에겐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이런 인디에 기타 히어로의 재능이 썩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히토리는 그 말을 듣자마자 야미를 노려보며 반박했다. 결속밴드에 대해 뭘 아신다는 거에요. 야미 또한 눈빛을 날카롭게 뜨며 히토리의 말을 잘라낸다.
“그럼, 그 곳에 있으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 건가요? 실력에 맞지 않는 멤버들과 자신을 억지로 맞춰가면서? 라이브 봤어요. 기타 한 명만이 어떡해서든 빛내려는 그 무대를. 속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기타리스트가 썩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까웠어요. 일본 밴드 시장이 얼마나 성공하기 어려운지 알고 있잖아요. 매일 밀려오는 할당량에 자신의 돈을 써가도 뜨지 않는 밴드가 태반, 그렇게 인디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리고 프로의 벽에 수 천명이 도전했음에도, 몇 명만이 기억에 남고 그 마저도 사라지는 밴드. 저는 수 없이 봐 왔어요.”
그 치열한 경쟁에, 이길 자신 있으세요? 이름 없는 인디 밴드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자신이? 오히려 결속 밴드 멤버들은 그걸 바랄까요? 자신들과는 너무 동 떨어져 있고, 버겁고 이름 있는 실력자가 인디 밴드에 있는데? 야미의 올 곧은 눈빛과 대답에 히토리는 눈빛이 흔들리고 만다.
당연했다. 그녀의 말은 틀린 게 없으니까. 현실에 대해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가장 간단한 방법을 제시한다. 차갑고도, 냉정하게.
자신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야미는 히토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기타로 살려하는 프로를 지망한다는 사실을. 어둡고도 깊은 눈빛엔 말 그대로 깊은 어둠(야미)을 직시한다. 그리고 그걸 피하라고, 히토리에게 구원의 손을 건넨다.
그럼에도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히토리는 쉽사리 결정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