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키타봇) 봇치가 좋아하는 게 다른 멤버인 경우
짤은 AI로 만듬.
꽤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담하고 싶은 게 있다고, 이쿠요를 불러내서 우물쭈물 꺼낸 말의 첫마디는.
"...히어로가 되고 싶어요."
"응?"
여느 때처럼 뜬금없는 히토리의 말에 이쿠요는 조금 웃었다.
"...저기, 봇치인 채로는 안 된다고 해야 할지."
그렇게 운을 뗀 히토리가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해도, 이쿠요는 재촉하지 않았다.
조용히, 제대로 된 문장을 히토리 자신이 완성할 때까지 기다릴 뿐.
제법 진지한 얘기를 하려나보네.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이쿠요는 음료에 손을 뻗었다.
달라붙어있던 얼음이 떨어지고, 컵을 두드려 달그락 소리를 내고, 음료도 반쯤 줄어들고.
그 후로도 조금 더 기다리고 나서야.
"...베이스, 너무 잘하니까."
"응."
"...언제까지고 이대로는 안 된다고 해야 할까."
"응."
"...더 잘하고 싶어요."
히토리는 입이 바짝 마른걸 느끼고, 그제서야 자신의 앞에 놓여있던 음료를 조금 마셨다.
그렇게 하고도 말을 잇기 힘들었는지 추가로, 조금 심호흡을 하고 나서.
"...기타 히어로가 되고 싶어요."
이미 히토리쨩은 히어로야, 라는 말을 해 주고 싶은 이쿠요였지만. 아마도 히토리가 원하는 히어로라는 건 이쿠요가 생각하는 의미와 조금 다르겠지.
지금까지 같이 노력해온 라이브, 언제부터인가 항상 어딘가로 향하던 히토리의 시선을 떠올리고 이쿠요는 입을 열었다.
"료 선배한테 잘 보이고 싶어?"
"...엑! 그, 저기."
쪼그라들었다. 비유같은 게 아니라 진짜 물리적으로.
이러다가 진짜로 작아지는 게 아닐까 하고 이쿠요가 조금 걱정할 정도로 몸을 웅크리고서야.
히토리는 네엣, 하고 어렵사리 반쯤 공기가 섞인 목소리를 뱉어냈다.
그런 히토리의 반응에, 이쿠요는 활짝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구나, 알고 있었지만."
"...에?"
이쿠요도 니지카도 어느 순간부터 눈치채고 있었다.
누가 먼저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료가 밴드에 그 무엇보다 진심이 된 것도, 언제부터인가 히토리가 더욱 전력을 다하게 된 것도.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히토리의 연주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어서.
그렇게 치고 나가는 히토리와의 간격을 어떻게든 메꿔주는 게 료 말고는 없어서.
이쿠요 자신은 겨우겨우, 어떻게든 뒤를 따라가는게 고작.
대학 생활과 병행해서 바빠진 니지카도 정확하게 비트를 쪼개주는 메트로놈 역할이 한계.
언제부턴가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서 이쪽은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다고 투덜거리던 니지카의 말을 떠올리며 이쿠요는 작게 웃었다.
괜찮아, 난 처음부터 히토리의 '서브' 같은 거니까.
이쿠요는 웃었다.
기타는 언제나, 항상 뒤를 쫓아가는 입장이었으니까 아무래도 좋았다.
하지만, 히어로가 되고 싶다는 그 마음만큼은 이쪽에서 이끌어주고 싶다고, 이쿠요는 생각했다.
조금은, 조금은 분하지만. 그래도, 이쿠요는 '둘 다' 정말 좋아하니까.
기분전환을 위해, 평소보다 조금 더 밝은 목소리로.
"그럼, 일단 옷부터 사러 갈까?"
"...흐엑?"
밝게 웃는 이쿠요와는 반대로, 단숨에 후회하는 얼굴이 되는 히토리.
곧바로 "앗, 네..." 라는 답변이 돌아온 게 아니라, 싫어하는 표정을 보여줘서.
오히려 그런 걸로 사이가 더 가까워졌다는 걸 느낀 이쿠요는, 정말로 밝게 웃었다.
그날을 시작으로, 히토리 기준에서는 정말 피도 눈물도 없는 철저한 훈련이 시작됐다.
히토리의 표현을 조금 빌리자면 '인싸화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이 옷 귀엽다! 히토리쨩! 이거랑 이거랑 요거랑 저거랑 이거. 마지막으로 요거. 입고 나와볼래?"
"앗, 네..."
"아,이건힐이더잘어울릴것같으니까이거랑이거랑저거랑요거랑그거한번씩신어보자아여기에는아까그거랑요거랑저거랑."
"..."
"일단 처음엔 내걸 빌려줄 테니까 코스메 용품도 히토리쨩한테 맞는 걸 전부 찾아볼까? 화장수미용액유액크림선크림은어떤거써? 기본적인 스킨케어는 하고 있어?"
"앗, 아뇨..."
"정말?그럼새로살까?크림밀크젤리퀴드오일중에뭐가더좋을까?"
"..."
"히토리쨩은 햇빛을 안 봐서 피부 엄청 좋은 데다 귀여우니까, 메이크는 가볍게만 해도 충분해. 화장 처음이지?"
"앗, 하이..."
나중에 혼자서 할 수 있게 도와줄 테니까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한 번 해보자! BB말고 CC가 좋으려나, 이번에는조금신경써서가볍게프라이머랑판데페이스파우더아이브로아이섀도아이라이너마스카라치크틴트만해볼까?"
"..."
"가능하면 우리 밴드 내에서라도 경어를 최대한 줄여볼까? 니지카도 몇 번이고 편하게 부르라고 했잖아. 료 선배? 아마 뭐라고 불러도 별로 신경 안 쓸걸? 나는 료 선배라고 부르는 게 입에 굳어서. 음... 정 어려우면 나한테라도 편하게 말해볼래?"
"앗, 이... 이이... 이큐요...?"
"으히이익?! 뭐, 뭐야... 등골이 간질간질... 미, 미안! 히토리쨩은 이쿠요라 부르는 거 금지! 그대로 키타 양으로 부탁할게! 미안해!"
"항상 바른 자세로 허리를 쭉 펴고! 응! 가슴을 펴고! 언제 봐도 스타일 좋네, 히토리쨩... 이런거 물어봐서 미안한데, 정말 미안한데... D야?"
"앗, 아뇨..."
"아니야? 서, 설마... E?!"
"..."
"힘없이 아무렇게나 발성하지 말고, 배에 힘을 주고 하이톤을 의식해서! 정확하게!"
"앗, 녜엣!"
"그렇게 말하면 음 이탈이 나잖아!"
"..."
"이거, '인기 있는 커리어우먼' 이라는 책이길래 한 번 사 와 봤어. 내일까지 다 읽어봐. 특별한 내용이 적혀 있는 것 같진 않은데, 일단 형태부터 갖춰볼까 해서."
"으, ㅇㅏㅅ, ㄴ,ㅔ..."
"특히 멋진 여성은 '항상 일정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데."
"으으으ㅡㅇ어ㅏ어아ㅏ아ㅣㅇ니ㅣ고곡고가각가이ㅣ락."
그렇게 견디다 못해 과부하가 걸린 히토리는 그만 푸스슥 가루처럼 부서지고.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흩날려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
지금까지 읽어 주신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혹시나 또 기회가 된다면
"핫."
"아, 일어났어 히토리쨩? 그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까?"
"아ㅣㅣ암ㄴ런ㅁ."
그렇게 뼈를 깎는 노력으로 발성을, 표정을, 말투를, 자세를. 주변에 항상 접하는 동료들에게도 좀 더 자신 있게 보이도록. STARRY에서 아르바이트할 때도, 라이브 무대 위에서도.
히토리는 '봇치'로 보일만한 모습을 고쳐나갔다.
하나하나 천천히 시간을 들여 옆에서 도와준 이쿠요는 알 수 있었다.
히토리쨩, 어느새 새로운 목표가 생겼구나.
고개를 푹 숙인 채 연주에만 몰두하는 것 같아도, 항상 어딘가로 향하던 그 시선. 이를 악물고 겉모습만이라도 바뀌려고 안간힘을 쓰며 노력하는 그 모습.
누구라도 자신과 똑같은 기분이 될 거라고, 이쿠요는 생각했다.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는 게 당연하잖아.
어느새 가슴속을 가득 채운 간질간질한 기분에 이쿠요는 밝게 웃었다.
히토리와 함께하는 순간이 더할나위 없이 달콤해서. 나중에 있을 씁쓸한 뒷맛은 생각조차 할 수가 없어서.
이쿠요는 항상 히토리와 함께했다.
그리고 기타 말고도, 함께 있을 수 있는 방법을 공부했다.
프로모션, 광고, 영상, 연출, 편집, 분석, 회계, 경영, 세무 등.
평소에 눈에 보이진 않아도 없어지면 불편해질 그런 자질구레한 것들을 잔뜩.
기타 히어로의 '서브'로, 히토리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남아있기 위해서.
금방 배우지만 달인은 될 수 없는, 어중간한 만능형 인간이지만. 그게 오히려 형편이 좋았다.
프로 레벨까지는 아니더라도 중간에서 대화할 수 있는 레벨까지, 가능한 범위를 넓히고 넓혀서.
눈치챘을 때는 이미 잔뜩 수식을 붙일 수 있게 된 이쿠요였다.
그렇게 이쿠요가 옆에 붙어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수록.
히토리도 조금씩, 겉모습 만큼은 변하기 시작했다.
기타 히어로라는 이상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그걸 연기하는 느낌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히토리는 변했다.
이쿠요나 니지카 앞에서는 금세 무너져 내리는 가면이지만.
료 앞에서는, 기타를 들고 있을 때 만큼은.
어떻게든 발버둥쳐서, 이상적인 모습을 유지하려는 게 보여서.
...생각보다 많이 아프구나.
달콤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씁쓸한 뒷맛도 길었지만.
그래도, 그게 이쿠요가 바랐던 결과라는 건 틀림없었다.
그렇게, 이쿠요가 조금만 거리를 두자고 생각해서.
히토리가 료를 위해 노력해서.
료가 히토리를 보고 노력해서.
니지카의 부재가 너무나도 커서.
서로의 마음이 이렇게나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 작은 엇갈림이 이렇게까지 큰 균열을 만드리라고는.
이 시점에서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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쟌넨 실은 료x봇 2차창작 도입부였습니다!
혹시나 재미있었음 보러와줘.
https://novelpia.com/novel/197735
료x봇 먹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
국내 파이가 너무 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