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응냨) 키타박사와 응냨이들의 마지막 여행
시골의 2차선 도로를 달리고 있는 고속버스,
그 안에는 한 여자와 응냨이들이 가득 타고 있었다.
그 여자는 응냨이연구의 1인자로 불리는 키타박사.
인간들의 학대로부터 응냨이들을 지키고 다양성보존을 위해 힘쓰고 있는 선한 사람이지만, 정작 사람들로부터는 “그런유해동물 따위를 왜 지키냐?” 등의 비아냥을 들으며 서글픈 삶을 살고 있다.
사실 처음 발견된 응냨이들은 유해동물이 아니었지만, 단위생식으로도 한번에 4~5마리는 낳는 미친 번식력과 태어날 때 함께 생성되는 기타를 치는 지능,
그리고 야행성이라는 특성 탓에 밤마다 소음공해를 일으키고 버려진 개체나 야생개체들이 먹을것을 찾기 위해 쓰레기를 파헤치는 등 환경문제까지 일으키면서 유해동물 취급을 받아 박해받는다.
지금 버스에 타고 있는 응냨이들도 그렇게 유해동물로 취급받아 버려진 개체들로,
연구소 본원에서 키우다 요양휴가 겸 해서 어느 시골에 있는 키타박사의 응냨응냨연구소 ㅇㅇ분원으로 함께 가는 길이었다.
최근 봇제비라는 신종 생물에 의해 연구소 내에서 기르던 특정 작물들이 절도당하는 사건이 자주 벌어져 실태파악을 할겸, 이 응냨이들을 보살펴달라고 잠시 맡길 예정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응냨이는 4마리의 새끼를 꼭 껴안고 있었는데 새근새근 자고 있는 새끼들이 유독 귀여웠다.
”귀엽네… 이제 거의 다 왔는데“
시간을 보니 거의 다 왔다.
이제 커브 몇개만 돌면 터미널이 나올것이고,
거기서부터 분원 소속의 버스가 마중을 나와 그걸 타고 들어갈 것이다.
슬쩍 뒤를 돌아보는 키타박사, 응냨이들은 다들 자고 있었다.
“슬슬 깨우는게 좋겠지?”라고 생각하던 순간,
갑자기 쾅하는 굉음과 함께 키타박사의 의식이 끊어졌다.
“미…?”
난 응냨이, 그리고 이쪽은 내 아이들.
키우고 있던 주인이 “야, 밤마다 조용히 해달라고 몇번을 말하는데 매번 무시하는거야! 사람 말이 말 같지 않냐? 이렇게말 안듣는 애완동물 따위 필요없어!” 라며 집 근처 쓰레기장에 내다버렸다.
어떻게든 집 앞까지 가서 히잉 히잉 울어봤지만,
주인은 발길질을 하고 날 집어던졌다.
결국 집을 잃은 우리는 정처없이 떠돌아다녔다.
물도 못마실 때가 많고, 밥은 음식물쓰레기나 먹으면 다행이었다.
집 잃은 다른 응냨이들과의 먹이다툼 때문에 귀여운 내 아이들 대다수가 죽기도 했다.
녀석들은 죽은 내 아이들까지 잘근잘근 씹어먹었다.
아마 그만큼 먹을것 구하기가 어려웠다는 뜻이겠지.
그렇게 한달? 정도 떠돌다보니 누군가가 피투성이가 된채 쓰러져가던 나와, 내 품에 안겨있던 유일한 아이를 안아주었다.
그게 우리에게 있어 구원자인 키타박사였다.
키타박사는 우리를 정성껏 키워주었다.
매일 따끈따끈해서 화상을 입을 정도의 가라아게를 산처럼 쌓아주고, 다친 곳에 약도 발라주고, 씻겨주고, 아이도 보살펴줬다.
심지어 부서져서 내다 버려야 했던 기타도 새로 사줘서 난 감사의 의미를 담아 혼신의 연주를 했다.
키타박사와 함께 지내는 다른 응냨이들도 크게 기뻐해줬다.
키타박사는 우리를 “히토리”라고 부르며 챙겨줬다.
어느날 키타박사가 우릴 모아놓고 말했다.
“여기만 있기도 지루하고 힘들지 히토리?
그래서 ㅇㅇ일부터 요양휴가로 ㅇㅇ에 있는 분원에 놀러 가기로 했어! 거기선 시원한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고 신선한 수박과 야채도 먹을 수 있고 편히 쉴 수 있을거야!“
일단 뭐라고 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편히 쉴수 있다니 그저 기뻤다.
”미~? 미이이!“
”기뻐해주니 다행인걸? 그럼 즐겁게 놀자 히토리!“
그리고 그날이 되어, 우린 버스에 탔다.
보통 버스기사들은 우릴 싫어한다.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듯 사소한 것에도 찡찡대고 소란스러우며 차내 매너 따윈 아랑곳 안한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그것도 반 정도만 맞는게,
우린 환경변화에 지나칠 정도로 예민하다.
조용하고 음침한 조용한 환경에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버스나 전차는 너무 흔들리고 소음도 크다.
당연히 적응되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어 있으니 울 수 밖에 없는데 사람들은 그런걸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키타박사의 요청으로 우리만을 위한 버스회사가 설립되기도 했는데 지금 타고 있는 버스가 그 회사 소속이다.
이 버스는 우리같은 응냨이와 그 보호자가 아니면 탑승이 금지되어 있어 학대와 멸시로부터 보호받는다.
기타는 타기 전에 기사에게 맡겨서 차 아래에 있는 뭐더라… 트렁크? 그거 비슷한 것에 넣어야 하지만 기타를 못치는게아쉬울 뿐 목적지까지 친절하게 데려다준다.
푹신한 시트, 안전하고 친절한 운전기사, 차폐재를 더 많이 써서 엔진 소음을 줄이고 개인모니터까지 달린 우리에게 좋은버스까지.
덕분에 아무리 먼 거리를 가도 우리에게는 천국이다.
그동안 연구소에서 더 낳았던 아이들을 안아주며 우린 그렇게 즐거운 여행을 떠났다.
키타박사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반대편에서 운전중 갑자기 의식을 잃은 대형 화물차가 중앙선을 넘어오면서 커브를 막 돌아 나오던 버스를 그대로 밀어버리며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아수라장이 된 버스 안에서 그나마 살아남은 응냨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세게 밀렸는지 버스는 거의 반이 사라져버렸고, 절벽에서 구르며 이곳저곳이 종잇장마냥 구겨지고 찢어졌다.
“미… 미…”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살려달라고 신음하는 응냨이들.
하지만 이곳은 인적이 매우 드문 시골이라 구조를 하려고 해도 가장 가까운 소방서가 무려 1시간 거리에 있었다.
곳곳에는 깨진 알과 신음하는 응냨이들,
그리고 버스와 화물차의 잔해와 파편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살아남은 응냨이들은 어떻게든 소리를 질러가며 현장을 벗어나려 했다.
주변에 있던 야생 응냨이들이 이들의 비명을 듣고 찾아왔다.
이들은 동료의식이 강한 생물이다.
물론 애완동물로서 길러지던 개체들에게는 배신자 낙인을 찍고 린치하기도 하지만,
일단 지금 상황에서는 한마리라도 구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곳곳에 튕겨져 나간 응냨이들 중 숨이 붙어있는 녀석들을 끌어서 현장에서 벗어나게 한다.
기절하거나 의식이 없는 녀석들은 뺨을 후려보거나 호흡을 확인하고 살아있어 보이면 구호를 하고, 아닌 녀석들은 다시고이 놓아주었다.
필사적인 응냨이들의 구조활동이 이어지지만 상황이 너무 나쁘다.
지형이 너무 나빠서 절벽을 올라갈 수가 없다.
올라갈만한 곳을 찾아 돌아가다가는 시간이 지체된다.
사고를 당한 응냨이들의 상황은 시시각각 나빠져갔다.
게다가…
갑자기 밝은 빛이 이들을 향해 다가오더니 빠아아아앙! 하는 굉음을 냈다.
하필 사고가 난 지점이 주변이 잘 보이지 않는 커브 선로 근처였기 때문이다.
전차운전사는 커브를 돌다가 갑자기 나타난 사고현장을 보고는 경적을 울리고 비상제동을 걸었다.
그렇게 빠르지 않은 속도였지만 현장 시야가 좋지 않아 발견이 늦었기 때문에 최대한 노력해봤지만 충돌을 피하지는 못했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잔해더미가 밀려갔다.
충격에 전차가 선로를 약간 벗어나긴 했어도 다행히 전차 안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없었다.
전차운전사와 승객들이 무슨일인지 확인하거나 사상자 구호를 위해 차에서 내렸다.
결국 키타박사와 80% 정도의 응냨이가 목숨을 잃었다.
구호를 위해 힘써줬던 야생응냨이도 전차에 치이면서 수십마리가 죽었다.
전차운전사는 즉각적으로 관제에 상황을 알려 추가사고를 막으며 구호에 나섰고, 승객들도 앞다퉈 구조에 나섰지만 안타깝게도 살아남은 응냨이는 많지 않았다.
구조대는 거리가 먼데다 구조요청 신고도 늦어서 사고가 난지 거의 2시간이 지나서야 왔고 그 사이 대부분의 응냨이가죽었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 새끼들을 품고 있던 응냨이는 행복한듯 미소지으며 눈물 한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아마도 살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꿈꾸고 있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