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선로위에서의 죽음
“여러분께 잠시 안내말씀 드립니다. ㅇ시 ㅇㅇ분에 ㅁㅁ으로 가는 열차는 현재 선로상에서 봇제비, 니지토끼와 접촉한 관계로 안전확인을 위해 운행이 지연되고 있습…”
“하아아, 또야?”
“요즘들어 이게 몇번째야? 예전엔 응냨인지 뭔지를 쳐서 늦는 일 많더니 요즘엔 자꾸 뭘 치는건데?”
“에휴… 오늘도 20분 이상은 늦겠네, 표 바꾸거나 환불해야겠어”
역 구내에서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요즘들어 운행중인 열차가 봇제비를 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 전국적으로 큰 피해를 보는 중이다.
예전에는 응냨이들이 무단으로 선로를 건너거나 철도시설물(터널, 교량 등)에 멋대로 살다가 치여죽는 일이 많았지만, 응냨이는 이제 치여도 아예 비상정차를 하거나 보고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일상화되었다.
대신 새로 늘어난 사고가 봇제비, 니지토끼, 키댕이와의 접촉사고인데, 작고 말랑해서 터져버리기만 하는 응냨이와 달리 체구도 커지고 뼈도 있기 때문에 둔탁한 굉음을 내는것이 특징이다.
물론… 어쨌든 엔딩은 응냨이와 똑같지만.
지금 역에 들어왔어야 하는 열차도 선로를 뛰어가던 봇제비와 니지토끼를 그대로 들이받는 사고가 나서 안전점검을 위해 정차중이었다.
“휴… 살아있으면 더 골치아픈데 죽어줘서 고맙다”
봇제비와 니지토끼는 열차 하부의 스커트와 연결기에 치인 뒤 몇바퀴를 굴러 즉사한 상태였다.
철도회사에선 웬만하면 이들이 살아있지 않기를 바란다.
도망친 녀석들이 나중에 또 돌아와 사고를 내거나 인근에서 죽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는 ㅇㅇㅇㅇ 열차 운전사, 예… 즉사했구요, 편성 전체 제동관이나 에어컴프, 연결기 등에 문제 없어서 이후 조치 안하겠습니다. 여기로 사람 몇명 보내서 시체만 치워주세요”
차량의 상태를 살핀 운전사는 봇제비들의 상태 따윈 살펴보지도 않고 그대로 탑승한 뒤, 차장에게 사과방송을 요청하며 그대로 출발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봇제비들이 현장으로 내려와 죽은 동료의 상태를 살피고는 떠나버린 전동차를 향해 “세계평화! 세계평화!”라며 돌아올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떠나버린 열차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열차는 예정보다 28분 늦게 역에 도착했다.
타고 있던 승객이나 기다리던 승객이나 짜증만이 가득하다.
그래도 이만하면 상당한 선방이다.
고속선이었으면 100분 넘게 지연될 일이었으니.
비록 지연은 지연인지라 운임 중 일부를 환급해줘야 하지만 전액 환급이 아닌 시점에서 역무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쉰다.
한편, 운전사의 보고에 따라 현장에 봇제비와 니지토끼의 시신을 회수하러 간 시설보수팀.
전기울타리도 높게 쳐져있고, 경고문구도 붙어있고, 대놓고 10여분마다 한대씩 열차도 지나가는데 왜 자꾸 치이는건지 이들은 전혀 이해를 못한다.
“하여간 멍청한 놈들… 못들어오게 무슨 짓을 해놔도 꼭 치여서 귀찮게 한단 말이야”
“어이, 무라노! 저게 그건가 본데?”
“어이쿠야… 아주 싸그리 죽으려고 작정을 했나 동네 잔치네 잔치”
죽은 봇제비와 니지토끼 주변에 수십마리의 봇제비들이 몰려들어 일어나라며 몸을 흔들거나 뺨을 후려보거나 호흡을 확인했다.
하지만 이미 죽은 녀석들이 그런다고 살아날 리가 없지.
그와 동시에 뒤에서 특급열차가 경적을 울리며 빠른 속도로 지나간다.
비록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임시제한속도 60이 걸려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빠른건 매한가지라 근처에 서있던 봇제비 몇마리를 볼링핀처럼 날려버리며 지나간다.
그나마도 친 것이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했는지 이젠 정차도 안하고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현재 1분이라도 지연된것을 회복하기 위해 사활을 건 모양이다.
봇제비들은 눈앞에서 빨간색 전동차가 자신의 친구이자 동료이자 가족들을 순식간에 날려버리고 사라지는 광경을 보며 분노를 품었다.
시체 회수를 위해 시설보수원들이 다가오자 이들은 위협하며 발톱으로 할퀴려 들었다.
“워, 워… 여기 있으면 위험해, 여기 들어오면 안된다고 울타리 쳐져있고 경고 써있잖아?“
”세계평화!“
”아니, 이건 멋대로 들어온 너희 과실이지… 그게 왜 우리 잘못이 되는건데? 애초에 너희가 안 들어오면 그럴 일…“
”야 마츠다, 빨리 처리해야 돼! 곧 화물 지나간다고!“
”이 놈들이 비켜야 시체를 치우는데 비킬 생각을 안하잖아! 일단 화물 지나가고 치워야겠네“
아무리 봐도 협력적이지 않은 봇제비들의 모습에 시설보수직원들은 일단 화물열차의 접근을 대비해 안전한 곳으로 물러섰다.
잠시 후, 귀를 찢는 경적을 내며 디젤기관차가 견인하는 압연코일 화물열차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직도 동료를 깨우려는 봇제비들과 분노한 녀석들이 다가오는 화물열차를 막아보겠다고 나섰지만…
당연히 60km/h로 다가오는 128톤짜리의 금속덩어리를 막아낼 수 있을리가 없었다.
시설보수직원들은 작업중이라는 의미로 한 팔을 들어 표시했고 코일이 실린 화물열차는 그대로 조심스럽게 현장을 지나 정차하지 않고 사라진다.
결국 현장은 아비규환이 되어버렸다.
”에휴… 그러니까 빨리 비켜줬으면 이런 일은 안 생기지“
”태생부터 이런게 위험한줄도 모르는 멍청한 놈들이 뭘 알겠냐… 요즘은 응냨이들이 더 똑똑하다더라, 얼마 전에 PC 다루는 놈 봤는데 프로그래밍 잘하던데?“
”그러고 보니 요새 응냨이들 거의 치이지도 않는다며? 전에는 응냨이들이 멍청한줄 알았는데 더한놈들이 있었네 이거…“
결국 시설보수직원들은 현장에서 죽어버린 수십마리의 봇제비들을 자루에 담아 역으로 돌아왔다.
당연히 치고 가버린 열차들의 승무원들은 관제에 사고보고도 간략히 해버렸다.
봇제비를 치긴 했지만 정차할 정도의 문제는 없었고 지연이 더 늘어봐야 승객들만 불편한데다 시간표도 꼬이니 그냥 정상적으로 회복운전하겠다는 뜻이었다.
관제도 어차피 작업자나 다른 사람을 친것이 아닌데다 봇제비들은 유해동물로 지정되어 있으니 상관없다 싶어 이들의 요구를 그대로 승인했다.
결국 동료를 구하겠다며 선로로 뛰어들었던 봇제비들은 중상을 입은 몇마리를 제외하곤 모조리 즉사해버렸다.
그나마 살아남은 놈들도 몇시간을 채 버티지 못했으니…
이들은 헛된 사투를 벌였다고도 볼 수 있겠다.
처리가 끝나 임시제한속도 해제와 빠른 회복운전으로 점점 열차들의 지연도 줄어들고, 아마 곧 정상시간표 대로 돌릴 수 있을것 같다.
그리고 이후 철도회사에선 “이젠 봇제비, 니지토끼, 키댕이를 치더라도 현장에 정차후 보고하지 말고 인접역까지 그대로 운전, 역에 정차 후 차량상태 확인 및 조치할것”으로 지침을 변경했다.
지침이 변경된 후부터는 열차 지연시간이 대폭 줄어서 지연배상금으로 낭비되던 돈도 쓸일이 줄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봇제비, 키댕이, 니지토끼들이 선로 주변에서 놀거나 먹이를 구하러 가다 열차에 치여 죽지만, 이젠 아무도 그들을 신경쓰지 않는다.
안전시설도 되어있고, 경고도 해놨지만 스스로 치이는 것을 막을 이유를 더이상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도 열차들은 죽어가는 봇제비들을 뒤로하고 정상운전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