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응냨, 학대?) 어느 크루즈에서의 탈출

ㅇㅇ(211.117)
2023-06-23 22:34:26
조회 1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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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이이이잉~! 실제상황! 실제상황! 현재 기상악화로 인한 선체 변형으로 침몰중입니다! 최대한 빨리 구명조끼를 입고 구명보트가 있는곳으로 이동하십시오! 반복합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폭풍속의 여객선.


한밤중에 한참 자고 있던 승객들은 갑작스러운 승무원들의 방송과 호통에 비몽사몽 눈을 떴다.


“빨리 구명조끼 입고 나가요! 지금 침몰하고 있다고!”


“에… 에?? 침몰?!“


겨우 눈을 뜬 사람들이 서둘러 구명조끼를 입고 비명을 질러대며 탈출을 시작한다.


나도 구명조끼를 입은 뒤 내 애완응냨이를 끌어안고 복도를 질주한다.


곳곳에서 미~! 미~! 응냐앜! 하는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복도에는 필사적으로 움직이려 하지만 몸이 굼뜨고 느려서움직이지 못하거나 아예 포기하고 울부짖는 응냨이들이 가득했다.


보다못한 승무원과 피난가던 승객들 일부가 그들을 껴안고, 옆구리에 끼고, 손을 붙잡아 억지로 끌고 대피한다.


겨우 거친 숨을 몰아쉬며 구명보트에 도착하니 응냨이들을 데리고 피난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고, 겨우 데리고 온 응냨이들도 죄다 뒤섞여 누가 누구의 응냨이인지 구분도 안되었다.


한편에서는 함께 타고 있던 봇제비들도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며 구명보트를 향해 뛰어오거나 ”세계평화! 세계평화!“ 하며 태워달라고 요구했다.


승무원들은 단호하게 ”구명보트는 승객들과 응냨이들을 위한것이니 자리가 남는 보트가 생길 때까지 얌전히 대기하라“며 봇제비들의 애원을 거부했다.


일단은 나와 내 응냨이, 자신의 응냨이들을 잃어버린 몇명의 승객과 마구 뒤섞인 응냨이 몇마리가 함께 탄 구명보트가 폭풍우 치는 바다에 내려졌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며칠 전, 나와 응냨이는 여행이벤트에 당첨되었다.


”결속 크루즈/페리 라인 그룹“이라는 곳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세계 최초로 응냨이들에 맞춘 호화여객선을 타고 느긋하게 홍콩으로 간 뒤 거기서 며칠간 놀고 다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응냨이는 한번 응모해봐도 되겠냐고 내게 물어보며 동의를 구했고, 나도 밑져야 본전이지 하는 생각에 해보라고 했는데 바로 당첨되었다.


뭐야… 난 모바일 게임 가챠운도 없는데 이 녀석 대단하잖아?


흥분한 응냨이를 쓰다듬으며 확인해보니 준비물은 여권, 입을 옷, 해외결제 대응 카드 정도만 있으면 되며 나머지 출입국수속이나 비자 같은건 회사가 지원해줄테니 걱정말라고 적혀있었다.


“결속 크루즈/페리 라인 그룹”이라는 회사는 지금까지 들어본적이 없는 회사이긴 했지만 유일하게 응냨이들을 위한 “컴포트 응냨 서비스”라는것을 운영하는 회사였다.


수영 못하는 문어인 응냨이들을 위해 선내에 수영장이 없고, 문어 요리도 안나오는데다, 전문의사가 대동하는건 기본에,

가라아게와 콜라를 무한으로 제공하는 무료 룸서비스,


응냨이 연구계의 1인자인 키타박사라는 사람이 설계에 참여해 응냨이들의 몸에 최적화된 안마의자와 노래방, 기타를 원하는대로 즐길 수 있는 전용 개인룸까지 제공된다고 적혀있었다.


우리도 바다를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오션뷰 카페나 레스토랑, 게임이나 영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아케이드, 바와 클럽까지 있는 등 즐길거리가 가득했다.


우리가 탈 배는 “메가 빅토리 응냨”이라고 해서 그룹 내에서 가장 크고 시설이 좋으며 얼마 전에 운항을 시작한 최신형크루즈라고 했다.


방 수가 무려 6000개… 라고 하는데 대부분이 응냨이들을 위한 개인실 구획이라 실제로는 2000개 정도라고 한다.


그중에서 나와 응냨이는 스위트룸 하나를 쓰게 된다고 하는데… 스위트? 내가? 이런걸 써도 돼…?


뭔가 엄청난 기대감과 불안감 속에 나와 응냨이들은 여행준비를 시작했다.



출항 당일,

나와 응냨이는 이벤트 당첨자를 위해 선사에서 준비해준 모범택시를 타고 국제여객터미널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지나가면서 본 메가 빅토리 응냨호는 엄청나게 거대했다.


“저런걸 타고 간단 말인가… (응냨…)”


거의 바다 위에 성이 하나 떠있는데 저런게 움직인다고…? 진짜 상상이 안될 크기였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직원들이 달려와선 나와 응냨이의 탑승수속을 도와주었다.


한편에서는 선장과 항해사들이 죄다 나와서 승객들에게 경례를 하고 있었다.


항해가 길어서인지 선장만 두명에 항해사들이 주르륵 서있는데… 응? 잠깐 견장에 달린 저 별은 뭐지?


선장과 항해사들에게는 견장에 비행기 조종사마냥 줄이 그어져 있는데 선장옷을 입은 어떤 젊은 여자는 견장에 별도 새겨져 있었다.


저분은 누구냐고 직원에게 물으니


”저분은 총괄책임선장인 유우기리 사야카씨입니다, 이번 항해에서 전체적인 운항관리와 지도를 하실 분인데 메가 빅토리 응냨호의 첫 항해도 담당하신 저명한 분이시죠“ 라고 답했다.


흠~ 그렇구나?


왠지 다른사람들에 비해 더욱 카리스마가 있어보이는 인상이었다.


견장에 별 하나만 추가되었는데도 뭔가 박력있어보인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승무원들의 인사를 받으면서 직원의 안내에 따라 13층에 있는 내 방으로 향했다.


“여기 있는 물건들은 마음껏 쓰셔도 되고, 룸서비스도 언제든 가능합니다. 응냨이 전용 룸 카드키도 함께 제공되니 출항하고 나서 응냨이가 원할때 마음껏 쓰게 하시면 되구요. 키를 분실하신 경우에는 프론트에 말씀해주시면 재발급 바로 해드리겠습니다.”


방이 이렇게 좋아도 되는건가…


스위트룸이라는 말 답게 방 자체가 너무 호화스러워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중후해보이는 고급 가구와 푹신하고 넓은 침대,

바다가 잘 보이는 뷰에다 아예 욕실엔 오션뷰 욕조까지 딸려있고, 언제나 사용가능한 무료 와이파이에 인터넷과 초고사양게임 플레이가 가능한 PC가 나와 응냨이용으로 두대나 놓여있다.


심지어는 방에서 안나가도 된다는건지 콘솔과 게임패드도 종류별로 나열되어 있을 정도였다.


이게… 스위트?

이번에는 이벤트라 공짜였지만 언젠가 한번쯤은 사치 부려도 되겠는데?


테이블에는 룸서비스 메뉴와 와이파이 사용법,

그리고 비상탈출 경로가 적힌 가이드가 놓여있었다.


“아, 출항 전에는 늘 안전을 위한 승객 전원 비상탈출 훈련이 있습니다. 구명보트가 있는 갑판으로 가셔야 해요, 한분이라도 빠지시면 출항 안되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아… 이런게 있지?


장거리를 운항하는 여객선들은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출항 전에 비상탈출 훈련을 한다고 안내받았다.


혹시나 위험한 상황이 생겼을때 배 안에서 피난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안될테니까.


그래도 한명이라도 비면 출항이 안된다는건 좀 너무한것 아닌가 싶은 마음도 살짝은 들었다.


잠시 짐을 내려놓고 평화롭게 내 방과 연안부두를 둘러보고 있으니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다.


“위이이이이이잉~! 훈련상황, 훈련상황! 선내에 계신 모든 승객은 구명보트가 있는 갑판으로 이동해주십시오! 긴급상황을 대비한 피난훈련입니다, 빨리 이동해주십시오! 한분이라도 안 계시면 출항할 수 없습니다!”


귀를 울리는 싸이렌 소리에 응냨이는 양 팔을 휘저으며 울부짖었다.


난 그런 응냨이를 붙들고 나와 응냨이가 타야 할 구명보트가 있는 갑판으로 내려갔다.


훈련을 꽤나 리얼하게 하는지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도 못타게 해서 고역이나 다름이 없었다.


문이란 문은 죄다 열려있고 승무원들이 이쪽입니다! 빨리 와요! 하며 각양각색으로 손짓하며 외쳐댔다.


이렇게 완벽히 대비하는 배라면 적어도 침몰해도 죽진 않겠네… 라는 생각과 함께 구명보트가 있는 갑판에 도착했다.




2시간 정도의 대피훈련이 무사히 끝나고, 메가 빅토리 응냨호는 무사히 정시에 부두를 떠날 수 있었다.


고작 갑판 한번 뛰어서 내려갔다 왔다고 다리가 녹초가 되어버렸다.


서비스도 좋고 승무원도 친절하고 다 좋은데 스위트룸이 구명보트에서 너무 멀어…


내가 이 배에 타서 내린 첫번째 결론이었다.


몸이 완전히 기진맥진한 나는 심심해하는 응냨이에게 전용룸 키를 주며 “놀고 싶어했으니까 맘껏 놀고 와” 라고 한 뒤 한동안 기억이 없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이미 저녁식사 시간,

배는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를 유유히 항해하고 있었다.


배는 고픈데 레스토랑까지 가긴 또 귀찮다.


특히 오늘의 선내 드레스코드는 정장,

식사와 함께 사교회를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도 응냨이도 사람만나기를 귀찮아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그냥 안가기로 했다.


어차피 배 안에서 며칠간 쭉 볼 사람들이니까.


내 응냨이는 이미 밖에서 뭔가를 잔뜩 먹고 왔는지 트림을 하며 PC를 켠 뒤 너튜브를 보고 있었다.


네가 나보다 팔자는 좋구나?


난 룸서비스 메뉴를 뒤적거리며 인터폰으로 와규스테이크와 모둠 과일을 주문했다.


주문을 받은 지배인은

“알겠습니다, 약간 시간이 걸릴 수는 있으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라고 하더니…


10분도 안되어서 카트를 끌고 방에 들어와 하나하나 정성껏 차려주었다.


와규스테이크(미디엄 레어)와 신선한 과일들이 한가득 들어오길래 처음엔 뭔가 싶을 정도였다.


“그럼 즐거운 식사되십시오 ㅇㅇ님, 필요하신 것이 있으시면 바로 인터폰만 들어주시면 됩니다”


지배인은 절도있는 정중한 인사까지 하고는 바로 방을 나섰다.


대체 이 회사의 서비스는 어느정도인거야…


일단 지글거리고 있는 와규스테이크를 썰어 입에 넣어보았다.


오… 부드러워.

육즙이 흘러나오는 스테이크의 질감이 입안에 확 돈다.


육지에서 가끔 먹는 맛이라 사실 거기서 거기이긴 한데

그래도 이런 바다 위에서 먹는건 또 다른 맛이지.


미식가가 아닌지라 별로 맛 설명할 처지는 안되어서

바로바로 해치워버리고는 과일세트를 바라본다.


사과, 포도, 멜론,

이건… 뭐지? 처음보는 과일도 몇개 있었다.


뭔가 특이해서 먹어보는데, 이게 두리안인가 뭔가인가?


과일에 대해서도 뭘 알아야지…

처음보는 녀석들의 처음보는 맛에 살짝 어지럽다.


아무래도 나중엔 응냨이 데리고 미식여행도 좀 다녀야겠네…




항해 첫날밤은 맑고 쾌청했다.

슬슬 정신이 좀 든 나는 선내 산책을 좀 하기로 했다.


영화관도 있고, 게임 아케이드도 있고…

한쪽에는 “청소년 출입금지”라고 적힌 의문의 구역도 있었다.


저긴 또 뭐하는 곳이야…


난 갑판 근처에 있는 카페로 가서 카페라떼를 시켰다.


비록 밤이라 보이는건 없었지만 그래도 파도소리 들으면서 마시는 커피 맛이 괜찮게 느껴진다.


가끔 주변을 지나가는 다른 여객선들과 경적으로 인사도 나누는것 같았다.


마침 같은 선사의 “히토리봇치 도쿄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배는 특이하게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싱글과 솔로룸만 있는 크루즈로, 사람들이 다중으로 모이는 사교성 시설이 아예 없고 식사도 룸서비스로만 주문받아 제공해서 공용레스토랑도 없는 모양이다.


참… 어떤 의미로 특이한 해운회사네 여기도.


커피를 마시고 일어나려 하니 오늘의 이벤트로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기 시작했다.


우리가 쏘기 시작하니 히토리봇치 도쿄호에서도 폭죽을 쏘기 시작했다.


두 거대 크루즈에서 쏘아올리는 불꽃들이 한동안 하늘에 엄청난 장관을 선사했다.


불꽃은 아름다웠지만, 갑작스러운 폭음에 응냨이가 놀랄것을 우려해 난 서둘러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배는 아직 망망대해 상… 인데 움직이지 않고 멈춰있다.


총괄책임선장인 유우기리씨의 방송에 의하면 지금 항로상에 폭풍우가 있기 때문에 우선 안전한 장소로 우회할 생각이며, 그 항로와 피난처가 정해질 때 까지는 잠시 이곳에 멈춰서 대기하겠다고 했다.


어차피 우리로선 급할게 없으니 상관없는 일이다.

오히려 하루라도 더 있고 싶을 정도였다.


난 전부터 보고싶었던 영화를 보고, 레스토랑에서 즐겁게 밥도 먹은 뒤 내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응냨이도 함께 밥을 먹고난 뒤 기타를 챙겨 전용 룸으로 가서는 한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아직 하늘은 맑고 쾌청해서 태풍같은게 올것 같지 않았다.


그래도 배에 대해 잘 아는 선장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일단은 좀 잤다가 이따 매점 가서 간식거리나 좀 사야겠다.


몇시간이 지나 배가 어딘가로 움직이고, 매점에서 과자와 음료수 몇개를 사서 돌아왔을 때쯤, 다시 방송이 나왔다.


“승객여러분, 총괄책임선장인 유우기리 사야카입니다. 현재 본선은 항로상에 발생된 폭풍을 피하기 위해 상하이로 긴급피난중에 있습니다. 예정되어 있던 여행일정이 지연됨에 따라 대단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또한 기상변화로 인해파도가 강해져 배가 심하게 흔들릴 수 있으니 가급적이면 손잡이를 잡아주시고, 승무원의 대피지시가 나오는 상황 이외에 방에서 나오는 것은 최대한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원래 이 배는 홍콩까지 다이렉트로 갈 예정이었지만, 도중에 폭풍이 몰아치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원래는 정박할 예정에 없던 상하이로 가고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에 비해서 하늘이 좀 어두워지기도 했다, 파도도 좀 세지기 시작한걸 봐선 상황이 안좋긴 한 모양이다.


나야 뭐 방에서 나갈 일이 잘 없으니 그걸로 된거지만…


한편 내 응냨이는 밖에서 놀며 얼마나 잘 먹어댔는지

몸이 거의 두배는 부풀어서 돌아왔다.


아이고… 트림을 할 때마다 조금씩 작아는 지는데

대체 얼마나 먹어댄거냐…


응냨이는 PC를 켜고는 바로 또다시 가라아게맛 과자로 뛰어들었다.


그래 그래… 너 다 먹어라.

아무래도 저거 다이어트 시키려면 꽤나 고생하겠네…


밖에서 할 수 있는것이 없어진 이상,

나도 너튜브를 보면서 시간을 때운다.


마침 기상특보가 올라왔길래 확인해보는데…


“현재 XX호 태풍은 북상하면서 점점 오키나와와 상하이를 향해 올라가고 있으며…”


으… 응? 잠깐만, 방금 우리 상하이로 간다고 하지 않았어?


태풍과 현재 배의 GPS 위치를 보니 슬슬 영향권에 들어가고 있었다.


일단 최대속력을 내서 떨쳐보려 하는것 같긴 한데 아까 멈춰있었을 때 바로 항로를 바꿨어도 아마 이걸 피하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침 특이하게 선박간 무선통신을 들을 수 있는 기능이 있길래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


“여긴 셀러브리티 키땅, 메가 빅토리 응냨은 지금 상하이로 피난중입니까?“


”셀러브리티 키땅, 여긴 메가 빅토리 응냨. 그렇습니다. 현재 최대속도로 올라가곤 있는데 뒤에서 점점 잡혀요“


“메가 빅토리 응냨, 보고 감사합니다… 우린 어쩔 수 없이 그냥 투묘하고 대기타기로 했습니다. 파도가 세긴 한데…”


아무래도 셀러브리티 키땅은 아예 폭풍 속에 갇힌 모양이다.


피난할만한 곳도 없고 가기에도 위험하니 그냥 그 자리에서 시동 끄고 존버하겠다는 의미로 보였다.


하지만… 우리도 그랬어야 할것 같다는걸 그때의 난 알지 못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상하이를 향해 올라가고 있다.


사실 대만과 오키나와 사이에 있었기 때문에 대만으로 그냥 갔어도 될것 같은데…


아마 그쪽에서 태풍이 올라오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 사이 상황은 갈수록 안좋아져서 비바람에 파도까지 몰아치는 등 극한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미 선내 서비스는 죄다 중단된지 오래,

워낙 심하게 흔들려서인지 응냨이는 멀미를 했고…


나도 어지간하면 멀미를 안하는데 화장실로 기어가야 했을 정도다.


출렁출렁거리는 엄청난 진동이 그대로 느껴진다.

무슨 로데오를 하는 기분이다.


결국 선장도 상하이까지 가는걸 포기하고 지금 위치에서 존버를 택했는지 GPS가 움직이지 않는다.


뭐라고 방송을 하는데도 잘 들리지 않을만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다시 눈을 떴을때는 승무원들이 돌아다니며 구명조끼를 입고 빨리 대피하라며 소리를 지를 때였다.


아무래도 배에 문제가 생겨 침몰하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위이이이이이이잉~! 실제상황! 실제상황! 현재 기상악화로 인한 선체변형으로 침몰중입니다! 최대한 빨리 구명조끼를입고 구명보트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십시오! 반복합니다…!“


싸이렌과 함께 유우기리 선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선내 전체에 울려퍼졌다.


방송마이크 끄는것도 잊을 정도로 급박했는지 항해사들에게 승객 피난을 돕고 주변 선박에 구조요청을 하라며 윽박지르는 소리까지 그대로 들렸다.


”여기는 메가 빅토리 응냨!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현재 선체의 급속변형으로 인한 침수중! 방호격벽은 닫았지만 손상이 너무 심해 오래 버틸 수 없으니 최대한 빨리 구조를 요합니다! 위치는…“


그와 동시에 지배인이 방으로 뛰쳐들어와 구명조끼를 던지며 외쳤다.


“빨리 구명조끼 입고 나가요! 지금 침몰하고 있다고!“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미친듯이 파도가 치고 있는 한밤중의 폭풍 속.


하지만 일단은 빠르게 구명조끼를 입고 멀미때문에 빌빌거리는 내 응냨이를 대충 안고는 복도를 질주하기 시작한다.


지배인과 다른 승무원들이 방마다 문이 부서져라 쳐대고 방송을 하며 “침몰하고 있으니 빨리 피난하라!”는 경고를 한다.


비몽사몽하던 승객들은 승무원들의 호통에 뒤늦게 구명조끼를 입고 비명을 질러대며 구명보트가 있는 갑판을 향해 뛰기시작했다.


곳곳에서 주인들에게 버려진 응냨이들이 울부짖고, 필사적으로 갑판을 향해 가려고 하지만 몸이 워낙 느리고 둔해서 멈춰있는 것이나 거의 다름이 없었다.


아예 탈출 자체를 포기하고 울부짖는 응냨이들도 있었다.


승무원과 탈출하던 승객들이 그런 응냨이들을 붙잡고, 껴안고, 옆구리에 끼고는 한마리라도 살려보겠다며 전력으로 달렸다.


한편… 멀미로 쓰러져있던 봇제비 몇마리도 침몰하고 있다는 말에 “세계평화! 앗, 하이!”를 외쳐대며 동료들을 깨웠다.


원래 이 배는 응냨이와 주인들, 승무원 이외에는 탑승할 수 없는 응냨이 전용 크루즈지만, 이번에 시범운영으로 봇제비들에게도 탈 기회를 줬던 것이다.


봇제비들은 아예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금지되었는데 이번 크루즈 여행이 이들에게 있어 최초의 교통수단 이용이자, 최초의 해외여행이었다.


담당 사육사는 이미 구명조끼를 입고 나가려는 상태,

빨리 와서 자고있는 동료들을 깨워달라고 보채지만 사육사는 주변에 보이던 봇제비 몇마리만을 데리고 도망칠 뿐이었다.





한참을 뛰어 내가 타야 할 구명보트 앞에 섰다.

이미 먼저 대피한 사람들이 각자의 구명보트에 타고 있었다.


자신들의 애완 응냨이를 데리고 나온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고, 대신 승무원과 대피하던 승객들이 데리고 나온 응냨이들이 죄다 뒤섞여 누가 누구의 응냨이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일단은 승무원들이 보이는 족족 구명보트 안에 응냨이들을 던져넣었다.


다행히 자신의 응냨이를 찾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응냨이들은 결국 원래 주인과 헤어지고 말았다.


한편 봇제비들도 구명보트를 타기 위해 달려와서는 “세계평화! 세계평화!” 하며 태워달라고 보챘다.


사육사는 후타리봇제비 두세마리와 함께 구명보트에 탈 수 있었지만, 봇제비들은 원래 승객과 응냨이들을 위한 것이니자리가 비는 보트가 나올 때까진 못탄다며 승무원들에게 단호하게 거부당했다.


사육사와 후타리봇제비, 뒤섞인 응냨이들과 승객들이 탄 구명보트가 먼저 내려지기 시작했다.


뒤이어 나와 내 응냨이, 응냨이를 잃어버린 승객들과 뒤섞인 응냨이 몇마리가 탄 구명보트도 폭풍우 치는 바다에 내려졌다.


구명보트들이 계속 내려지는 배에서는 쉬지않고 구조요청을 보내며 경고등을 켜거나 빨간 폭죽을 이따금씩 쏴올렸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여기는 메가 빅토리 응냨, 현재 승객들을 피난시키기 위한 구명보트를 내리고 있음! 위치는… (중략) 빠른 구조를 요함!”


“선장님, 현재 승객들은 승무원과 항해사들의 지시에 따라 안전하게 피난하고 있습니다. 슬슬 선장님도 피난을 시작하시는게…“


”저는 됐으니 대피하십시오, 저는 이 사고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이 있습니다. 무리한 피난시도로 인해 선체에 심한 부하를 가했고 그로 인해 균열이 생겨 침몰하게 된 것이니… 저는 마지막까지 책임을 져야 하니 여러분만이라도 대피하세요, 아무도 없는것을 확인하고 구조선이 오면 그때 탈출하겠습니다“


유우기리 선장은 탈출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어 보였다.


다른 선장과 항해사 몇명이 억지로라도 끌고 피난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된통 얻어맞고 쫒겨났다.


“선장은… 배와 운명을 함께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여러분은 한명이라도 더 많은 생명을 구하십시오. 책임총괄선장으로서 내리는 제 마지막 명령입니다”


한편 아직도 탈출하지 못한 응냨이들을 찾아 피난시키는 승무원들이 곳곳에 있었다.


원래의 자기 방이 아니라 응냨이용 개인실로 놀러갔던 녀석들 때문이다.


다행히 잠기기 전에 금방금방 찾은 녀석들은 구명보트가 있는 쪽으로 넘겨져 바로 실어서 내려보냈지만 이제부터는 그럴수도 없게 되었다.


봇제비들이 있던 섹터와 남은 응냨이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개인룸 섹터가 거의 잠겼기 때문이다.


더이상 수색을 하기엔 승무원들도 위험했기 때문에 항해사들이 수색중단 명령을 내리고, 대신 남아서 움직이지 못하던응냨이들을 주워다 빠르게 구명보트에 태워 내려보냈다.


봇제비들은 어느정도 수영을 할줄 알기에 수영을 해서 올라온 뒤 구명보트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기어갔다.


하지만 아직도 승객들과 응냨이들이 한참 실리는 중이라 자리가 나지 않아서 막상 보트에는 탈 수 없었다.


그 사이에도 배는 점점 기울어지고 있었다.




시간이 꽤 지나 승무원들이 인원체크를 해봤더니 일단 사람은 다 있었지만 구명보트에 탄 응냨이들의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었다.


보이는 족족 보트에 마구 던져넣었으니 알 수 있을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만하면 거의 다 살았겠거니 한 승무원들은 조타실에 홀로 남은 유우기리 선장에게 “승객 전원 무사히 대피 끝났습니다! 이제 대피하시죠!”라고 무전을 날렸다.


책임을 지고 침몰하는 배와 함께 쓸쓸히 사라지려던 유우기리 선장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금 문 열린 객실들을 살펴보며 아직 피난하지 못한 승객이나 응냨이들이 있는지 살피며 내려왔다.


선장이 내려왔을 땐 이제 승무원과 항해사들만 타고 있는 마지막 보트를 내리려던 순간이었다.


“빨리 타십쇼! 전원 무사히 탈출했습니다!“


하지만 유우기리 선장은 결국 고개를 저으며 구명조끼를 벗어던지고는 쓸쓸히 경례를 올리면서 끝내 구명보트에 타지 않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크루즈선은 폭풍우 치는 바닷속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태풍이 완전히 지나가기까지는 이틀 정도가 걸렸다.


다행히 구명보트 안에 비상식량도 충분했고 물이 차거나 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무사히 버틸 수 있었다.


응냨이들도 생각보다는 기운이 넘쳤는지 아예 알까지 낳는 녀석들도 나왔다.


녀석들도 참…


미~ 미~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치는 응냨이들.

녀석들 덕분에 왠지 몰라도 흥이 났다.


생존상황이 되면 사소한 것에도 짜증이 나고, 행복을 느낀다는데 무슨 의미인지 약간은 알것 같았다.


우리가 탄 구명보트들은 태풍과 난류에 한동안 흘러갔지만, 필사적인 구조요청과 수색활동 덕분이었는지 3일만에 지나가던 컨테이너 화물선에 의해 구조되었다.


다른 구명보트들도 이어서 구조되었는데, 개인실에서 놀거나 멀미로 기절해있던 응냨이들중 상당수는 결국 탈출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봇제비들도 사육사가 데리고 나온 후타리봇제비들과 스스로 구명보트를 타기 위해 올라온 녀석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나오지 못했다고 이후에 선사에서 밝혔다.


그나마 내 응냨이를 포함한 40% 정도의 응냨이들은 살았다고 하고, 유일한 인명피해는 끝까지 구명보트 탑승을 거부하며 메가 빅토리 응냨호와 운명을 함께한 유우기리 선장 뿐이었다고 한다.


너무 강한 파도 사이를 고속으로 헤치고 나오려다 배가 너울 사이에 걸려 균열이 생기면서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방수격벽을 빨리 닫았음에도 생각보다 균열이 커서 침수를 막지 못했다는 설명은 덤이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선사에서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태워줬다.

원래라면 침몰해서 사라져버린 메가 빅토리 응냨호를 타고 돌아갈 예정이었다.


하긴 배 타고 가다가 그런 일을 당했는데 또 배를 타라고 하면…


그래도 승무원들의 필사적인 노력과 피난훈련 덕분에 그나마 목숨이라도 건졌으니 그저 감사할 일이다.


난 주인잃은 응냨이 한마리를 덤으로 얹어서 데려왔다.

아마 내 응냨이도 이젠 외롭진 않을 것이다.


아… 잠깐,

생각해보니 응냨이는 몸 구조상 비행기 못타잖아?


어쩐지 자꾸 칭얼거리고 울어서 일단 가라아게 먹였는데 괜찮겠지?


하아아… 비록 크루즈 여행은 배가 침몰하면서 아쉽게 날아갔지만 그래도 평생 못해볼 경험을 해봤으니 이 녀석에게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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