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학대) 한여름의 추억, 봇제비탕

ㅇㅇ(211.117)
2023-06-29 01:52:50
조회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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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도 고장난 연구소 안에서 서류작업을 하던 내게 키타박사가 좋은 음식이 있으니 함께 가자고 제안해 왔다.


보통 키타박사의 입맛이면 레스토랑이나 디저트류일것 같은데… 하는 생각으로 차를 얻어타고 출발은 했지만 어째 가도가도 금방 도착할것 같진 않았다.


“어디까지 가시는 겁니까?”


내가 묻자 키타박사는 뜬금없이 “여름에 좋은 보양식”이라는 말만 남기고는 조용히 차를 끌고 시골을 향했다.




거의 2시간 이상을 달려 시골의 어느 허름한 식당 앞에 주차를 한 키타박사.


“다 왔어, 여기야”


“으… 응? 봇… 제비 탕? 이건 뭡니까?”


거의 다 낡아 잘 보이지 않는 간판에서 보이는 부분이라고는 “봇제비탕”이라고 적힌 것 뿐이었다.


“이거 먹으러 온거야”


“그러니까 이게 뭔지 설명을 좀 해주시면…”


다짜고짜 밥 한끼 먹자더니 2시간을 달려 생전 처음 보는 이상한 메뉴를 먹자고?


아무래도 키타박사도 더워서 순간 어떻게 된게 아닌가 싶었다.


키타박사가 오늘의 메뉴에 대해 설명해주려고 하니…


”세계평화~! 세계평화~!“


식당 뒷편에서 어떤 정신나간 놈이 계속 세계평화를 외쳐댔다.


아무래도 내가 더워서 진짜 정신이 어떻게 된건가 싶은데 키타박사가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거기엔 뭔 분홍색 나무늘보 비슷하게 생긴 놈이 계속해서 세계평화를 외쳐대며 날뛰고 있었다.


”저걸 먹을거야“


”에… 에? 저건 또 뭔데 먹는겁니까? 자꾸 세계평화 이 지랄을 하는데요?“


”그게 저 봇제비라는 놈의 울음소리입니다“


순간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소름이 끼쳤다.

뒤를 돌아보니 손도끼를 들고 있는 요리사 복장의 중년남자가 있었다.


“죄송한데 잠시만 비켜주시겠습니까? 재료를 손질해야 해서…”


서슬퍼런 눈빛에 나와 키타박사는 말 없이 길을 비켜주었다.


남자는 도끼 뒷날의 평평한 부분을 이용해 자꾸 버둥거리며 세계평화를 외쳐대는 이상한 생물의 머리를 후려쳐 잠잠하게 만든 뒤 그대로 들고 사라졌다.


“아무리 봐도… 저 지금 잘못 온것 같은데요?”


“아냐, 제대로 본것 맞아. 저게 요즘 가장 유명한 보양식인 봇제비라는 녀석이야”


“봇제비…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연구소 ㅇㅇ분원 밭을 털었던 그놈들 아닙니까?”


“응, 맞아. 저게 여름에 그렇게 보양식이라고 해서 맛보여주려고 온거지, 우리가 나와있는 사이에 에어컨 수리도 해야 하니까”


다시 봐도… 지금 내가 뭘 보고 있는건지 이해를 못하겠다.





한참을 머뭇거리다 식당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식당 안의 대부분은 보양식으로 봇제비탕을 먹으러 온 중년들이었고, 가끔씩 가족이나 젊은 사람도 있긴 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아주머니가 시작부터 수육을 내주었다.


“이건… 뭐죠?”


“니지토끼라는 놈을 푹 삶아서 만든 수육, 쫀득하고 부드러워서 맛있어. 함 잡숴봐”


흠… 니지토끼라는 놈은 또 뭔 종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토끼라는건가?


토끼고기는 어릴때 아버지가 가끔 잡아주셨기 때문에 대충 무슨 느낌인지 알고는 있다.


근데, 키타박사는 이미 몇번 와봤는지 자연스럽게 한입 하고 있네… 그럼 괜찮겠지.


수육을 한입 넣으니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

부드럽고 쫄깃한데 고기 잡내가 하나도 나지 않았다.


토끼고기는 잡내가 심하게 나는 경우가 많아 조리하기 쉽지 않다고 하던데 여기는 좀 치는 모양이다.


“어때, 괜찮지?”


키타박사는 자신이 삶은것처럼 질문을 해왔다.

처음 와본 식당이고 분위기도 좀 그렇지만…


맛있는건 확실히 맛있네.


“확실히 괜찮네요, 처음와본 곳이라 솔직히 좀 불안했는데… 근데 이런 곳은 어떻게 알게 되신겁니까?”


“전에 ㅁㅁ지역 학회 갔을 때 거기 분들이 추천해주셔서 다 함께 왔던 적이 있거든, 특히 그분들이 여름에 추천하는 보양식이라고 하셔서 특별히 데리고 온거야. 요즘 에어컨도 안되어서 많이 힘들었잖아?”


요새 에어컨도 없는 곳에서 땀 쭉쭉 흘리며 일했던걸 생각하면 확실히 시골에서 시원한 피서에 보양식까지…


키타박사도 은근히 부하를 챙겨주는 사람이다.


”자, 여기 봇제비 두마리 나왔수“


잠시 후 뚝배기에 담긴 봇제비탕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게 아까전에 그렇게 울어제끼던 녀석이라는건가…


봇제비탕이라고 해봐야 우리가 흔히 먹는 보양탕 아니면 뼈다귀해장국과 비슷한 비주얼이었다.


물론… 뭔 발 하나를 발톱도 안 자르고 통째로 넣었나 싶지만.




그러는 사이 주방에선 아까 전 도끼를 들고 있던 남자가 봇제비를 끓는물에 산채로 집어넣었다.


봇제비는 세계평화! 세계평화!하고 필사적으로 울부짖지만 그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 옆 냄비에선 이미 한번 익은 봇제비를 꺼내 물을 따라버리고 털을 민 후 고깃덩어리로 만든 뒤 다시 한번 끓여냈다.


아마 여러번 삶아내면서 도중에 잡내를 제거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 등 뒤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세히 알 방법은 없었고, 나와 키타박사는 비주얼은 좀 그렇지만 맛은 괜찮은 보양식을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봇제비란 녀석을 처음 봤을 땐 “뭐 저런 녀석을 먹어?” 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막상 먹어보니 가끔은 생각해볼만 한 맛이었다.


이 정도면 연구소에서 키우는 응냨이들에게도 보양식으로 줘볼까 싶을 정도였다. (물론 입도 안대겠지만…)




계산을 마치고 나올 때에도 뒤에서는 쉼없이 “세계평화!” 하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들의 울부짖음은 여름을 버티려는 손님들의 배를 채워주며 허무하게 사라져 갈 것이다.


아마 다음에도 시간이 나면 이 식당을 또 찾을것 같았다.


처음 들었을 때 뭔가 싶고, 비주얼도 좀 그렇지만 막상 먹어봤을 때의 부드럽고 쫀득한 고기맛은 잊지 못할 것 같았다.


이제 괜찮은 보양식을 알게 되었고, 에어컨도 고쳐졌으니 여름 보내기도 조금은 편해졌겠지…


가는 길에 커피와 후식을 내가 사기로 하고 나와 키타박사가 탄 차는 식당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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