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단편 소설)Veil 1
이 글은 전 작 이후의 내용을 구상한 작품입니다
안 보셔도 무관합니다
3편작 예상 중인 작품입니다 더 길어질 수 있어요
노래는 작업하면서 들은 곡이에요 들으면서 보셔도 좋아요~
그럼, 즐감해주세요
일의 시작은, 키타씨의 예상치 못한 한 마디에서 시작되었다.
시모키타자와 거리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나름 홀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 또한 익숙해졌을 무렵. 히로이 언니가 라이브 하는 신주쿠에도 자주 방문할 정도로[료 선배에게 억지로 끌려 다니는 형식] 성장했다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무렵이었다.
어느 때와 같이 스태리의 라이브 하우스에서 합주 연습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무게가 느껴지는 기타 케이스를 등지고 집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올라가고 있자 뒤에서 날 붙잡는 청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토리. 전철역까지 같이 가도 될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지었다. 네. 같이가요. 오늘도 그렇게 전철역까지 걸어가며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키타씨는 늘 그렇듯 밝은 성격답게 자주 말을 걸어와 주며, 말 주변 없는 나를 배려하며 이야기 보따리를 펼쳐준다. 대학교 다니면서 요즘 재밌는 일이 많아졌어! 그런가요? 응! 요즘 결속 밴드 인지도가 꽤 높잖아? 그래서 최근 자주 물어봐준다니까! 그렇군요. 나중에 히토리도 우리 대학교에 한 번 놀러와 봐! 재밌을거야. 네 꼭 그럴게요.
대학교에서 있던 일들이나,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키타씨. 대학을 다니지는 않아 해줄 이야기도, 할 이야기가 따로 없는 나는 그저 들어주는 것 밖에 하지 못하지만, 그러한 관계임에도 어색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없으면 조금은 섭섭해질지도, 키타씨의 웃음에 자연스레 미소지어져버리고 만다.
‘키타씨는.. 역시 재밌어.’
그런 생각을 하며 키타씨를 바라보았으나 갑작스레 내 표정을 빤히 쳐다보다가도 키타씨는 고개를 돌려버리고 말았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조금 키타씨의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자 귓가가 빨갛게 달아오른 게 눈에 띌 정도로 보였기에 걱정의 한 마디를 건넸다.
“키타씨.. 열이 있으신가요? 괜찮아요?”
“으.. 응. 조금 있긴 했으니까.. 집 돌아가서 금방 쉴게. 약도 가져왔으니 괜찮을 거야.”
반응이 시원찮게 돌아 와 버렸기에 더더욱 걱정이 되었지만, 키타씨는 물어봐주지 말라는 분위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머리 끝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조금씩 돌리면 곤란하다고 말하는 제스쳐, 이런 상황엔 보통 말을 걸면 그만 물어보라는 일종의 신호였기에 소심한 나는 선을 최대한 넘지 않는다.
키타씨와 함께 지내며 기분에 따라 버릇처럼 나오는 행동들과, 여러 행동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 화가 났을 땐 책상 말이 달리는 것처럼 책상을 검지와 중지를 번갈아 두들기기도 하고, 즐거울 땐 미소 짓는 모습을 숨기기 위해 손등으로 입가를 필사적으로 숨기며, 가끔씩 벽을 바라보며 노려보더니 벽을 주먹으로 툭툭 치며 우는... 건 이해가 잘 안 돼지만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게 느껴지는 그녀만의 매력이 있다.
단적으로, 그녀가 좋다.
친구로서의 의미가 아닌, 그 너머의 감정.
요즘은 그녀를 바라봐야 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 지 고민이 될 때가 많았다. 친구 없이 홀로 지내왔기에 다른이의 시선을 신경 쓸 일이 없었지만. 이젠 오히려 자신 쪽에서 다른이의 시선을 신경 쓰게 될 줄 알게 되다니, 크나큰 성장이라고 해야 할 까?
분명 이런 감정은 그녀에게, 주변 사람들에게도 매우 실례되는 마음이었지만 라이브 이후 뒷풀이에서 건넨 그녀의 한 마디로로 인해 그녀를 의식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좋아해]
단편적이지만, 강렬했던 그녀의 한 마디에 무엇이라도 대답해주고, 너무나도 물어보고 싶었으나 그 한 마디 이후로 키타씨는 도망치듯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기에 결국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이후로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미소 지으며 나에게 다가오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며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형성됐기에 물어볼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말았다. 분위기에 휩쓸려 자신 주장도 못 내뱉다니, 결국 성장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고토 히토리는 그렇게 다시금 그녀의 대답을 막연하게 기다리려고 한다.
어둑어둑해진 시모키타자와 길거리에 어두운 감정 한 편을 숨기고, 분위기에 휩쓸려 키타씨와 함께 전철역을 향해 걸어간다. 한치 앞도 모를 세상에 한 걸음씩.
‘히토리의... 기타 히어로의 미소...! 너무멋져반칙이야세계제일세상뿌숴꺄아아아악!’
이런 망상을 가득 안고 있는 저는 히토리의 미소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리고 맙니다. 사진이라도 찍어서 배경화면에 한 가득 채우고 싶을 정도로 멋진, 저의 왕자.. 공주님이라고 해야 할까요..? 표현할 길이 없는 멍청한 키타 이쿠요는 결국 고개를 돌렸음을 후회해버리고 맙니다. 더 보고 싶은데도 예전 술기운에 내 뱉었던 말을 히토리에게 떠올리게 할 순 없었기에 저는 얼굴을 가리며 시선을 피해버리고 맙니다.
히토리가 저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나
저는 그녀를 이성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한마디로 다시금 알아버렸습니다.
친구로서의 의미가 아닌, 그 너머에 있는 감정.
이런 감정을 그녀에게 가져도 될까요? 세간의 인식은 저희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 바라볼까요? 겁이 많은 키타 이쿠요는 친구에게 불순한 감정을 품으면서도, 자연스럽게 가면을 쓰는 자신에게 배덕감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히토리도 최근 저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평소와는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제가 다가오면 무의식적으로 조금씩 거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라이브 뒷풀이 다음날이 되자마자 히토리가 저에게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챈 저는 가슴 한 편이 따끔거렸습니다.
어째서..?
막연히 저의 마음을 고백했음에도 그녀와 동 떨어져버린 느낌. 진심을 숨기지 않기로 다짐했음에도, 저는 두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관계가.. 무너져 버리면 어떡하지?
급작스러운 히토리의 변화에 덜컥 겁이 나 버리고 맙니다.
멀어지는 건.. 싫어.
그렇게 치사한 저는 라이브에 있던 일을 모르쇠하며 또 다시금 그녀에게 다가갑니다.
그 쪽에서 멀어지려하면, 제가 다가가는 꼴사나운 형태가 돼 버리지만 신경 쓰지 않고 다가갑니다.
가면을 쓰고, 평소와 다름없이. 치사한 키타 이쿠요는 일상을 연기합니다.
늘 그랬던 대로 저는 히토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도중 자연스레 다시금 입을 열었습니다.
“최근 대학 생활이랑 이런저런 재밌는 게 많아져서 밥 먹을 시간도 남아나질 않아.. 최근 이소스타에 밥 먹는 사진도 못 올리고.. 거울보고 정리하는 옷매무새 정리하는 시간도 남아나질 않고.. 이 이상 더 떨어지면 안 돼는 데..”
“그.. 그렇군요.”
“히토리도 유튜브 자주 하잖아? 그거랑 같이 연계해서 이소스타로 결속 밴드 계정 만든게 은근 주목도가 높아. 한 번 볼래?”
결속밴드 아티스트 사진, 굿즈에 관련된 이미지가 게시글 몇 십 개들을 보여주자 히토리는 생각외로 관심을 가지며 바라보았습니다. 생각보다 팔로워 수가 꽤 돼네요. 히토리의 머릿칼에서 레몬 향 샴푸가 코 끝에서 느껴집니다. 예전 선물로 제가 건네준 샴푸도 잘 쓰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저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각 멤버들에 대한 반응도 좋아.”
“정말 그렇네요. 으헤.. 헤헤헤.”
“...칭찬할 땐 꼭 얼굴이 무너진다니깐. 그러고 보니 최근에 라이브 할 때 사람들 반응이 더 좋아진 거 같지 않아?”
“아, 네 맞아요. 키타씨 최근에 목소리에 힘이 많이 실리는 걸 느껴요.”
“최근에 노래를 연기하는 걸 넘어 그 사람이 된 것 처럼 부르기도 하니깐! 겁이 나긴 했었지만.. 최근 들어선 밴드 활동이 너무 재밌어. 다들 제대로 된.. 나를 바라봐주는 거 같아서.”
“...알거 같아요. 최근 키타씨 주변에 많은 일이 있었으니까요. 최근 급격하게 성장했다고 느껴요. 전에 목소리에선 없던 몰입력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설명하기 어렵지만.. 분명 같은 곡을 부르고 있는데 지금은 다르게 느껴져요. 마치.. 감정이 확연해진 그 목소리가.”
“......”
저는 조용히 히토리의 말을 기다립니다. 이렇게 까지 말하는 히토리는 보기 힘들었고, 어떤 말을 할지 기대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차원적인 생각을 자주하긴 했으나, 입을 열 땐 항상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입을 여는 그녀였기에 조용히 대답을 기다립니다.
“이런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최근엔 그 목소리에서 조금은 애처로운 기분도 들었어요. 저는 히토리에 그 말을 들어버리자마자 속으로 감탄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맙니다. 알아버리는구나. 목소리만 들어도 저의 마음을 알아채는 히토리는 역시 기타 히어로였습니다. 히토리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저는 그 애처로운 감정선들도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숨김없이 툭툭 내 뱉어주는 그 감정들이 마치 한 순간 한순간의 일상들을 소중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강한 빛을 내는 별자리처럼.. 너무 반짝여서 계속 바라보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게 느껴져요. 그렇기에.. 이런 말 하기엔 좀 부끄럽지만.. 계속 동경해왔어요. 밝게 웃으면서 다가와주고. 같이 있으면 즐겁고. 음침하게 홀로 지내왔던 중학교 시절을 전부 잊어버릴 정도로 제 고등학교 생활은 정말 즐거웠어요. 편하다고 말할 수 있는 추억들을 만들어준 키타씨에겐.. 정말 감사한 마음 밖에 없었어요.”
그렇기에 궁금했어요. 그렇게 밝던 키타씨에게서... 어째서 그런 감정선을 느꼈는지.
어느덧 지하철 역 앞까지 도착해버린 저희는 그렇게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았습니다. 멀리, 지하철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덜컹거리며 다가오는 지하철과 함께 제 마음도 불안함으로 덜컹거리기 시작합니다. 조금은 서글픈 표정을 짓는 히토리는, 그렇게 입을 열었습니다.
“키타씨. 그때 했던, 그 말의 의미를.. 물어봐도 될까요?”
히토리의 그 한 마디에 저는 쓴 미소를 지어버리고 맙니다. 알고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대면해야 하고, 말해야 하는 이야기라는 걸. 관계가 무너질 걸 두려워하기는 커녕, 저를 위해 이번엔 히토리가 다가와줍니다. 예전, 병원에서 저에게 건네준 말들처럼.
저는 그렇게 환하게 미소 지으며, 그녀의 말에 대답합니다.
“히토리. 이번 주 휴일에 데이트하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