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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제비, 학대) 봇제비가 나타나면 소염진통제를

ㅇㅇ(106.246)
2023-06-30 13:5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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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또 죽어있네…”


집 근처에 분홍색 나무늘보 비슷한 것이 입에 거품을 문채 죽어있었다.


요즘들어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아마 굶주림에 먹이를 찾아 왔다가 누군가 고양이나 다른 동물을 쫒아낸다고 함정으로 파둔걸 좋다고 쳐먹고는 뒤져버린거겠지.


난 한숨을 쉬며 어차피 죽어버린 그 녀석을 “유해동물 전용폐기함”에 패대기쳐버리고는 밭을 살펴보기 위해 이동한다.



내 밭은 집에서 10분 정도 걸어가야 있다.


곳곳에 “야생응냨이와 봇제비들에게 먹이를 주지 마십시오” 라는 경고문구가 붙어있었지만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어차피 그들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멍청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도 하고 건드릴 이유도 딱히 없다.


분홍색 나무늘보(봇제비)는 덩치도 어느정도 있고 발톱이 날카로워서 위협적이지만, 분홍색 문어(응냨이)는 크기도 작고 공격이나 방어를 할 수단조차 없으며, 심지어 미미 삐삐 소리를 내서 대놓고 나 여기 있어요라고 광고까지 하니까.


한때는 응냨이들이 소음이나 쓰레기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탄압받고 학살당하기도 했지만…


응냨이들은 그래도 인간을 무서워하며 피하려는 본능적 지능은 갖고 있었고, 어느덧 살다보니 인간의 룰에도 적응되어서인지 마을 내에서 애완응냨이를 키우는 집들도 조금씩 생길 정도였다.


쓰레기장을 파헤치던 야생 녀석들도 쓰레기를 꺼낸 뒤에는 봉투를 원래대로 묶어놓고 조용히 사라졌으며, 기타도 웬만하면 작은 소리로 연습했기 때문에 마을 잔치에서 응냨이들의 연주시간을 따로 주기도 했다.


그렇게 응냨이들이 마을에 적응하며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니… 더한놈들이 나타났다.




“젠장, 또 다 헤집어놨네… 봇제비 이 새끼들을 그냥…”


밭에 도착하니 이미 밤 사이에 봇제비들이 깽판을 치며 헤집어놓은 뒤였다.


애써 키운 고추, 양파, 마늘, 부추가 전부 엉망이 되어 뽑히고 쓰러지고 파헤쳐져 있었다.


응냨이들은 야채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토마토나 과일류 위주를 가져가곤 하지만, 이 녀석들은 우리가 주로 먹어야 할것들 위주로 훔쳐간다.


그래놓고 정작 울음소리는 “세계평화~!” 이 지랄을 하며 울어제끼니 세계평화는 무슨 얼어죽을 세계평화야?


지들이 마을 밭을 헤집어 놓고 난장판 내서 세계평화를 파괴하는데…


잠시 엉망이 되어버린 밭을 보며 망연자실할 쯤,


“미! 미이이~! 히이이잉!”


닭이나 응냨이들을 키우는 농막에서 응냨이들의 비명이 들려 서둘러 달려갔다.


안에서는 새끼 봇제비 한마리가 철망을 부수고 그 안에 있던 응냨이를 잡아먹으려 하고 있었다.


겁먹은 응냨이들이 구석에 들러붙어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러대고, 옆칸에 키우던 닭도 세마리나 사라져 있었다.


아무래도 이 자식과 일당들이 털어간거겠지.


난 밭을 파헤치고 닭과 응냨이들을 공격한 이 상황을 가만 둘 수 없어 괭이를 들고 진심으로 녀석의 머리를 후려버렸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닥쳐! 빨리 안 꺼져? 남의 밭에서 깽판이나 치고 가축이나 털어먹는게 무슨 세계평화를 논하고 자빠졌어! 개소리 집어치우고, 뒤지기 싫으면 빨리 꺼져!”


“세계평화!”


“아오… 콱 그냥, 죽여버리기 전에 빨리 꺼져!“


저항하려는 녀석이 버둥거리며 살려달라고 세계평화를 외치지만 난 아랑곳않고 그대로 들어서 저수지에 있는 힘껏 던져버렸다.


봇제비들은 기본적으로 수영을 할 줄 알기에 아마 살아서 나올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미 머리를 얻어맞은 놈이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 모습을 본 엄마봇제비가 서둘러 저수지로 달려가 허우적대며 죽어가는 아이를 보며 세계평화!를 외치고 도움을 요구하며 발만 동동 구른다.


자기가 직접 들어가서 구하면 되겠지만,

사람도 물에 빠진 사람 구조하러 들어갔다 죽는 판인데 그런게 위험하다는건 아는 모양이다.


나라 잃은 표정으로 서럽게 울며 세계평화를 외쳐대지만 주변에서 일하는 그 누구도 엄마봇제비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다.


그동안 나도 그렇고 녀석들에게 당해서 화가 치밀어오른 밭 주인들이 얼마나 많은데… 바랄걸 바라야지, 멍청하긴.


젠장, 철망 새로 때우고 밭도 새로 갈고 작물도 새로 심어야 하잖아. 이 새끼들 때문에 드는 돈이 얼마야…




몇시간에 걸쳐 밭을 다시 갈고 부서진 농막을 보수하니 이미 해가 저물어간다.


저수지에는 봇제비가 뒤집어져서 둥둥 떠있는걸 보니 아마 나오지 못하고 죽은 모양이다.


그 녀석이 했던 짓을 생각해보면 쌤통이지 뭐.


혹시 몰라서 농막에는 봇제비들이 쉽게 열지 못하도록 철문을 추가로 달고, 며칠 전 업체에 부탁해둔 전기울타리 까는 공사도 마침 인부들이 왔길래 함께 처리했다.


“이야… 꽤나 심하게도 파헤쳤네”


“이것들 진짜 죽여버려야 하는거 아냐?”


“그래서 유해동물로 지정된거잖아, 보이면 신고하거나 죽이라고”


현장을 본 인부들도 이렇게 말할 정도면 말은 다한거겠지.


아예 혹시 몰라 구제전문업체인 “봇스코”에도 요청을 해서 피해상황을 직접 보여주고 설명하기도 했다.


봇스코 직원은 한참 이야기를 듣고 나선 물었다.


“혹시 마을에 돼지국밥우동을 파는 집이 있습니까?”


“아뇨… 슈퍼에서 돼지국밥을 팔긴 하는데 말입니다”


“아마 그 냄새 때문에 몰려오는것 같습니다. 당연히 그렇다고 갑자기 가게 문을 닫게 할 순 없으니 웬만하면 다른 방법을좀 쓰는게 좋겠는데 말이죠.”


“그러고보니 요즘 봇제비 그놈들이 동네에서 가끔씩 거품 물고 죽어있던데 그건 어떻게 하는겁니까?”


“예?? 혹시 봇제비용 독을 사용하신겁니까?”


“저야 모르죠, 오늘 아침에도 길바닥에 하나 죽어있길래 버리긴 했는데 어떻게 된건지는 잘…”


“흠… 그럼 하나 알려드릴게요…”




그날 밤의 골목,

봇제비들이 어슬렁거리며 내려올 시간에 맞춰 뜬금없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국밥우동들이 놓여있었다.


이것은 봇스코 직원들이나 마을 주민들이 파놓은 함정으로, 이 안엔 봇제비용 맹독이 아닌 ”소염진통제 한알“이 섞여있었다.


봇스코 직원들은 봇제비들이 죽는 이유로 누군가 소염진통제를 섞어 녀석들에게 먹이를 줬고, 그걸 좋다고 먹은 봇제비의 몸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켜 독살한 것 같다고 알려주었다.


이건 봇제비용 독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손쉽게 봇제비들을 영구적으로 쫒아낼 수 있다는 말.


이후 봇스코 직원들이 봇제비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마을 회관으로 불러 ”돼지국밥우동에 소염진통제를 한알씩 넣고 마을 곳곳에 놓되, 인간이나 응냨이들은 절대 손대지 말것“이라는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야생응냨이들이 걱정이긴 하지만 녀석들은 가라아게를 더 선호하기도 하고, 소염진통제를 응냨이에게 먹여도 몸에 해는없다고 하니 아마 괜찮을거다.


봇스코 직원들은 회관에 임시로 베이스캠프를 차려놓고 봇제비들이 나타나면 중점감시에 들어간다.


때마침 슬슬 봇제비들이 어슬렁거리며 마을 곳곳을 돌아다닌다.


하루종일 굶었을테니 배도 많이 고플것이다.


봇제비들은 곳곳에서 풍겨오는 돼지국밥우동 냄새에 신나서 달려들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밭에서 훔쳐간 작물들을 가져와 반찬삼아 같이 먹는 놈들도 있었다.


우리가 키워놓은 작물들을 저런 식으로 쓰고 있었다는건가? 기가 막혀서 말도 안나오는군.


몇마리는 순식간에 뚝배기 하나를 비우고는 기분 좋다는듯 배를 두드리며 “세계평화~” 이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기뻐하는 것도 잠시,

배도 잘 채웠으니 슬슬 집으로 돌아가볼까 하는데… 몸이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


머리가 깨질것 같고 온몸이 경련하면서, 평소의 울음소리인 “세계평화” 마저도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


한발짝 딛으려 해도 균형이 잡히지 않고 다리가 제멋대로 움직여서 쓰러져버린다.


봇스코 직원들이 “독을 사용하지 않고도 봇제비를 효과적으로 처단하는법”이라고 설명한데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말도 못하고 어버버대며 펄떡거리던 녀석들은 그렇게 밤새도록 방치되었다.




다음날 아침, 동네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동네 골목마다 죽어버린 봇제비들의 시체가 쌓여있었다.


“이 많은 놈들이 어젯밤 한번에 다 죽은거야?”


“진짜 더럽게도 많네, 이러니 밭에 뭘 심어도 심어도 다 털리지”


“이런 놈들이 세계평화는 무슨 빌어먹을 세계평화 지껄이고 있어? 잘 됐구만, 지들이 죽어서 평화를 만들어줬으니…“


마을 사람들은 예상보다 훨씬 많았던 봇제비들을 보며 후련함과 비난을 퍼부었다.


아마 자기들 딴에야 인간들과 어울려서 평화롭게 사는 세상을 망상했겠지만 현실은 정작 피해만 일으키고 지들 멋대로날뛰어댔으니 이런 결과는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다.


봇스코 직원들과 조사를 나온 환경청 직원들도 경악을 하며 시체들을 소각처리하기 위해 모조리 회수해 갔다.


그 뒤로 봇스코에서는 전기울타리 설치 지원과 함께 밭에 봇제비용 독을 풀어두라고 설명했고, 봇제비들이 밭을 털어가는 일은 더이상 없었다.


닭과 응냨이들이 살던 농막도 이젠 평화로워져서 응냨이들이 해맑게 반겨주며 기타를 치고 닭들도 계란을 잘 낳는다.


그나저나 누가 처음에 봇제비들에게 독이나 소염진통제를 풀었는지는 결국 밝혀지지 않았지만, 뭐 어때?


이제 더이상 세계평화 어쩌고 하는 빌어먹을 울음소리가 안 들리는것 만으로도 동네의 평화는 이어진다.


아마 봇제비들은 다신 이 동네에 발을 들이지 못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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