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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제비) 자유의 섬

ㅇㅇ(106.246)
2023-07-07 16: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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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열차 안,

도색은 다 갈라져있고 차체엔 녹이 가득한데다 내부 전등도 반 정도는 나가버린 폐차 직전의 객차들이 잔뜩 물려 내려가는 중이다.


안에서는 “세계평화~ 세계평화~!” 노래를 부르는 봇제비들과 한가로이 놀고 있는 니지토끼, 키댕이들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인간들에게 잡혔을 때 보신탕집으로 팔려가거나 유해조수로서 살해당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인간들은 “너희에게 자유를 주도록 하지” 라면서 봇제비 일행을 이 열차에 태워보냈다.


인간들이 붙인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너희에게 자유를 줄것이다,

이제 너희는 무인도로 가서 너희만의 생활권을 만들고 먹고 자고 가족을 만들어 살면 된다.

입도할 때 딱 한번 돼지국밥우동을 줄것이며 이후부터는 너희가 직접 개척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한다.

낚시를 하든 농사를 짓든 다양한 도구를 만들든 우린 절대 개입하지 않을 것이지만 섬을 탈출하는것 만큼은 용납하지 않는다.

한마리라도 섬을 탈출하면 그때는 절대 가만 두지 않을것이다“


마지막이 뭔가 꺼림칙하긴 했지만 일단 목숨을 부지하게 해준다는게 어디야…


봇제비들은 멸시와 학대를 피한것 만으로도 신이 난 모양이었다.




열차에서 내려 배로 환승해 몇시간을 내달렸더니 어느새 한밤중, 봇제비 일족은 이제부터 살아나가야 할 무인도에 발을디뎠다.


달빛이 반사되어 비치는 해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었지만 나무는 거의 없는것 같았다.


주변에는 돌이 가득하고 도구로 쓸만 한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을 데려다 준 사람들은 약속한 돼지국밥우동도 주지 않고 봇제비 일족들을 섬에 던지듯 내려놓고는 서둘러 뱃머리를돌려 사라졌다.


“세계평화…?”


“히토리…”


이들은 자유를 주겠다는 인간들에게 완전히 속았다.


정확히는 약속대로의 자유를 받긴 했지만…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에서 이들이 뭘 할 수 있을까?


일단은 밤이 늦었으니 자고나서 뒷일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눈부신 햇살이 봇제비 일행을 깨운다.


이미 먼저 일어난 니지토끼와 키댕이 몇마리가 지형탐색을 다녀왔지만 표정이 썩 좋진 않았다.


이들이 살라고 데려다놓은 무인도는 나무도, 식수로 쓸 물도 여의치 않은 황량한 돌 섬이었기 때문이다.


나무라던가 열매라도 구할 수 있었으면 그나마 도구를 만들거나 배고픔이라도 축이겠지만 그런걸 할 수 있는 희망이 아예 없었다.


몇마리는 아예 섬 반대편으로 가봤다.


떠밀려온 쓰레기 중 녹이 가득한 작은 깡통 하나와 다 삭아버린 낚시용 그물을 발견하긴 했지만 그 이외에 쓸모 있는 물건은 없었고, 대신 건너편 멀리에 나무가 울창하게 자란 다른 섬이 있음을 발견했다.


“적어도 저기까지 건너만 갈 수 있다면…”


무작정 헤엄쳐 가볼까 생각도 해본 키댕이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거리가 너무 멀어서 포기하기로 했다.


돌산 꼭대기에 올라가본 녀석들은 주변을 확인해봤다.


바다 위엔 아무것도 없었고,

그나마 보이는 유일한 섬이 반대편을 정찰하던 녀석들이 발견한 나무 섬 뿐…


일단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먹을것이라도 찾아본다.




“이것밖에 없네…”


니지토끼 몇마리가 한숨을 쉬었다.


나무의 흔적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인간들이 모조리 잘라버렸는지 밑둥도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먹을것도 해안가를 돌아다니며 고둥과 조개 몇개, 그리고 키댕이가 물에 뛰어들어 할퀴어서 잡아온 물고기 몇마리가 전부.


키댕이는 젖은 털을 말리기 위해 몸을 탈탈 털며 돌 위에서 뒹굴고 있고, 봇제비들은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던 시절에 비해서야 상황은 낫다지만 그래도 돼지국밥우동을 먹어야 힘을 제대로 쓰기 때문.


게다가 먹이는 죄다 니지토끼와 키댕이들이 구해줬기 때문에 미안해서라도 제대로 못먹는 것도 있었다.


대신 뭐라도 하기 위해 집으로 쓸 공간을 만들려 했지만 단단한 돌 투성이인 이 섬에서 봇제비들의 발톱으로는 어림도 없었고, 그나마 부드러운 모래사장을 파헤쳐 아래로 파고 들려고 했더니 거기도 죄다 돌…


결국에는 애꿎은 발톱만 망가져버린데다 힘만 빼버렸다.


봇제비들은 니지토끼와 키댕이들에게 식사를 양보하고는 퍼질러져서 힘을 비축했다.


한편, 이 모든 과정은 실시간으로 감시당하고 있었다.


자유를 주겠다고 말했던 이들은 사실 봇제비 일족을 몰아내기 위해 일부러 무인도를 돌섬으로 만들어버린 뒤 이들을 회유해서 내다 버린 것이었다.


돌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섬에다 나무가 있는 섬까지는 절대 헤엄쳐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기에 고립시키기에는 이보다 좋은 조건이 없기 때문.


이들은 나무섬에 베이스캠프를 차려놓고 봇제비 일행의 모습을 감시했다.




결국 사실상 아무것도 못한 채 낮이 찾아왔다.


“더워…”


“그늘이 없어서 죽을것 같아…”


“앗, 하이…”


동굴이고 뭐고 없는 돌덩어리와 모래사장이 전부인 섬,

뜨거운 햇빛을 막아줄 것은 사실상 거의 없다.


가뜩이나 식수로 마실만 한 물도 없는 곳에서 뜨거운 낮의 햇빛을 직격으로 맞다보니 탈수증상이 나타났다.


반대편으로 가면 그나마 그림자가 생겨서 좀 낫긴 하지만 거기까지 갈 체력도 충분해보이지는 않았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엄마… 더워, 뜨거워…”


새끼들은 계속해서 엄마에게 뜨겁다, 덥다, 목마르다 등 다양한 불만을 제기하며 칭얼거리지만 정작 엄마로서도  여기서할 수 있는것이 없다.


그나마 바닷물에서 수영이라도 하면 좀 시원할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체력이 빠지는 일이니 얌전히 퍼질러지는것이 답이긴 한데…


녀석들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칭얼대던 새끼들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누워있었다.


피곤해져서 자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탈수증상과 일사병으로 인해 버티지 못한 것.


하지만 자기 아이들이 죽었다는 사실도 모른채 “새근새근 잘도 자네…” 하면서 다들 저녁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의논을시작했다.




저녁이 찾아왔지만 이번에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다.


불을 피울 수 있는 도구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 야간 사냥을 다니기에는 리스크도 크다.


그나마 달빛이라도 비치면 그 부분은 돌아다닐 수 있는데 오늘 저녁은 흐리기까지 해서 결국 이어서 휴식을 취한다.


다음날 오전, 비가 오기 시작했다.


니지토끼가 서둘러 녹슨 깡통을 들고 와 물을 받고, 목이 말랐던 이들은 전부 입을 벌려 한방울이라도 더 마셔보려고 애를 썼다.


아이들이 아직도 자고 있길래 흔들어 깨워서 물을 마시라고 해보지만 반응이 전혀 없었다.


“세계… 평화?”


이상함을 느낀 봇제비가 서둘러 다른 동료들을 불렀다.


서둘러 달려온 봇제비와 니지토끼들이 아이들의 상태를 살폈지만 이미 싸늘한데다 맥박도 호흡도 없었다.


아이들이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일사병으로 죽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었다.


아이들을 잃은 봇제비와 니지토끼, 키댕이들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 통곡했다.


그리고 이들이 통곡하던 사이, 시원하게 내리던 비도 빠르게 그쳐버리고 다시 뜨거운 햇살이 섬을 덮쳐온다.


“남은 물은 아이들용이야! 우린 마시지 말자!”


이들은 깡통에 받아놓은 물을 아이들만 마시게 하는 것으로 정해놓고 다시 먹이와 식수를 구하는데 전념해보기로 한다.


죽은 아이들은 모래사장 한구석에 묻어주려 했지만 도저히 팔 수가 없어서 수장을 시켜주기로 하고 반대편에서 나무섬방향을 향해 보내주었다.


눈물을 훔치면서 잘가라며 손을 흔든 봇제비 일행은 주변에서 먹을것을 주워가며 뒤를 몇번이고 돌아봤다.


한편, 나무섬에서는…


“놈들이 뭔가를 물에 띄웠습니다, 자세히 보니… 새끼같은데요? 죽었는지 반응이 없습니다”


“그래도 분명 섬에서 한마리라도 나오면 가만 안둔다고 미리 경고하지 않았나, 저건 그 경고를 무시한 것이니 나중에 대가를 치루게 해줘야지, 마침 좋은 방법이 있는데…”




섬 생활을 시작한지 일주일 쯤이 되어 약간은 익숙해진 봇제비 일행, 비록 매일같이 버티지 못하고 죽은 녀석들이 나왔지만 그래도 꽤 묵묵히 살아가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빗물을 받아둔 식수를 조금씩 나눠주면서 버텼지만 결국 탈수증상으로 인해서 쇠약한 아이들이 반을 넘었다.


하필이면 그날 이후로 한번도 비가 오지 않았다.


꾀죄죄한 몸이야 바닷물에서 시원하게 뒹굴면 씻겨졌다지만 마실 물이 없다는것은 심각한 문제.


일단은 뗀석기마냥 돌을 내리쳐서 만든 도구를 이용해 사냥은 할 수 있게 되어서 물고기로 배는 채울 수 있었다는게 불행중 다행이었다.


매일같이 바위를 조금씩 부숴가며 더위를 피할 곳도 만들어놓아 낮이 되면 이곳으로 아이들을 피난시키고, 새벽에 온도차가 심해지면 물방울도 맺혔기 때문에 깡통에 한모금 정도의 물도 받을 수 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려고 하니 다시 인간들의 배가 찾아왔다.


“세계평화?”


“미안하게 되었군, 전에 약속한 돼지국밥우동 주는걸 깜빡해서 말이야. 여기 놓아두고 갈거고, 니지토끼와 키댕이는 돼지국밥우동을 안먹으니 대신 프렌치프라이와 나폴리탄을 주고 가도록 하지. 그 사이 꽤 멋진 섬이 되었는데?“


인간들은 그말만을 남기고는 음식들이 든 포장용기들을 내려놓고 바로 뱃머리를 돌려 사라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하긴 했지만 전에 약속했던 것을 주는거라고 하니 의심을 하지도 않는 봇제비, 포장용기 뚜껑을 열어보니 따끈한 돼지국밥우동의 향이 진하게 올라왔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돼지국밥우동의 향을 맡자마자 봇제비들이 우르르 달려나와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다대기도 듬뿍 풀어져 있어 얼큰하게 속이 풀리는 돼지국밥우동, 분명 맛은 있지만 덥고 칼칼하고 목이 마르다.


인간들이 노리는 것이 식수 부족과 탈수 유도라는 점을 녀석들은 모르고 어느새 돼지국밥우동이 들어있던 포장용기들은완전히 바닥을 드러냈다.


니지토끼와 키댕이들도 이상함은 느꼈지만 오랜만에 먹는 인간다운 음식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음미하며 식사를 즐겼다.


한번에 모든 용기를 비워버린 봇제비들과 달리 이들은 추후를 대비해 조금씩만 먹으며 식량을 비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했다.


역시 니지토끼와 키댕이들이 봇제비보다 지능은 나은 모양이다.




식사 후, 봇제비들이 집단으로 목마름을 호소했다.


돼지국밥우동을 허겁지겁 먹은 후 발생한 탈수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마실 물은 없어진지 오래, 뭔가 마시고 싶어도 마실거라고는 바닷물 뿐이고 깡통에도 이미 한방울의 물도 남아있지 않았다.


결국 못참은 봇제비들이 서둘러 바다로 뛰어가 바닷물을 마시며 갈증을 풀려 했다가 오히려 둥둥 떠다니는 신세가 되고말았다.


니지토끼와 키댕이들이 뛰어가 봇제비들을 모래사장으로 끌고 온 뒤 CPR을 해보자 물을 토하기는 하는데 반응은 없다.


뺨을 후려보고, CPR을 이어가보고, 자극을 줘봐도 움직이지 않는 녀석들이 점점 늘었다.


당황한 니지토끼와 키댕이들이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필사적으로 나서지만 다시 인간들의 배가 와서는 뭐하는 짓이냐며이들을 걷어차기 시작했다.


“뭐야, 어째서 아직도 살아있는거야? 분명 탈수를 유도하려고 조미료를 훨씬 많이 넣고 짜게 조리했는데 너흰 왜 살아있는거지?”


이 말을 들은 니지토끼와 키댕이들은 드디어 이들의 속셈을 이해한 모양이었다.


“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하는거야? 분명 자유를 주겠다고 했잖아! 이런 섬에서 어떻게…”


니지토끼와 키댕이가 항의했지만 인간들은 이들을 봇제비들이 파준 동굴 비슷한 곳에 몰아넣고 입구에 불을 질렀다.


“그래, 자유를 주긴 했지. 아무것도 없는 돌섬에서 평화롭게 죽을 자유 말이야. 너흰 우리 인간들에게 좋은 식량이자 장난감인데, 그놈의 애호파라는 인간들이 그걸 자꾸만 막아선단 말이지… 그래서 너희를 이런 곳으로 보낸거야. 눈에 안 띄니까 어떻게 죽어도 상관없잖아?”


“저 ㅈ만한 깡통으로 그 많은 애들을 잘도 먹여 살렸더군, 이젠 쓸모 없지만”


인간은 아이들용 식수통으로 쓰이던 깡통을 찌그러뜨린 뒤 불속에 던져버렸고 버둥거리며 탈출하는 녀석들을 붙잡아 다시 안으로 집어던졌다.


“일주일 이상 버틸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어떤 의미로 대단했어, 이젠 잘가고… 아마 아이들도 기뻐할거야?”


불타고 있는 동굴을 보며 인간들은 빠르게 배에 올라타 자유의 섬을 완전히 떠났다.


안에서 한동안 살려달라는 소리와 버둥거리며 탈출하려는 녀석들이 보였지만 이윽고 섬은 영원히 고요와 평온을 유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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