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새끼봇제비의 탄생과 의로운 죽음
어느 고요한 밤의 숲속…
한마리의 봇제비가 신음을 참으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소리가 새어나가면 사냥꾼이나 다른 천적들이 노리러 올 수도 있었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소리를 내지 않으며 필사적으로애쓰는 봇제비.
지금 이 봇제비에게선 새로운 새끼봇제비가 태어나려 하고 있었다.
무무무무무무무무…!
입을 꽉 다물고 힘을 주는 봇제비,
얼마 후 새끼봇제비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봇제비는 태어나더라도 소리내서 울지 않는다.
평소의 울음소리인 “세계평화~!”도 어느 정도 자라서 성대를 제대로 쓸 수 있을 때까진 내지 않고, 그 전까지는 필사적으로 바둥거리며 원하는걸 바디랭귀지로 표현한다.
그래서 봇제비를 처음 키우는 사람들은 새끼가 울지 않기 때문에 죽었거나 몸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한다.
새끼봇제비도 갓 세상에 태어난 기쁨을 표현하고 싶어하지만 엄마봇제비는 워낙 힘을 많이 써서 그걸 받아줄 여력이 없었다.
새끼가 태어난 뒤, 엄마봇제비는 더욱 바빠졌다.
전에야 며칠 정도는 굶어도 괜찮았다고 치지만 이젠 새끼를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천적인 인간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면서 먹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곳곳에 파진 봇제비용 함정들을 피해 마을에 있는 밭이나 쓰레기장을 털어 먹을것을 적당히 구한 후 돌아와서 아이에게먹여야 하고, 아이가 울거나 어그로를 끌어서 다치지 않도록 데리고 다니기까지 해야 했기 때문이다.
가까운 마을까지 가는것도 인적이 거의 없는 한밤중에나 가능한 일.
엄마봇제비는 혹여나 새끼봇제비가 뒤쳐지거나 떨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먹을것을 찾아다녀야 했다.
“세계평화… (틀렸어, 여기에도 더는 없어)”
근처 마을의 쓰레기장들을 돌아다녀봤지만 먹을만한 것이 없었다.
”최근 봇제비들이 마을 쓰레기장을 뒤지는 일이 많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수거차량이 오는 ㅇㅇ시에 맞춰 내주십시오. 봇제비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공공안전을 위협하는 엄연한 불법입니다“ 라는 경고문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이에게 뭐라도 먹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이었다.
한편 새끼봇제비는 엄마를 따라다니는게 재밌었고, 쓰레기봉투마다 신기한 물건들 투성이였다.
발톱을 휙 그어봤더니 봉투가 찢어지고 안에 들어있던 것들이 우르르 쏟아져버렸다.
물건 쏟아지는 소리를 들은 엄마봇제비는 순간적으로 놀람과 동시에 화를 참지 못하고 새끼봇제비의 뺨을 후려쳤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봉투를 찢어버리면 어떻게 해! 잘못하면 인간들에게 잡혀서 끔찍한 일을 당할 수도 있는데! 장난으로라도 그런짓 하지마, 알았어?!)
엄마에게 진심으로 얻어맞은 새끼봇제비는 그저 숨죽이고 울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날 먹이수확은 빈털터리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며칠이 지나 드디어 새끼봇제비도 “세계평화!”라는 울음소리를 얻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새끼봇제비도 엄연한 봇제비들의 일원이 된것이다.
아직까지 엄마봇제비는 새끼봇제비를 과보호하고 있긴 했지만 새끼봇제비는 슬슬 혼자서 먹이를 구하러 다녀도 될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엄마를 설득해 하루는 홀로 먹이를 구해보기로 했다.
엄마와 늘 다녔던 근처 마을들을 순차적으로 돌고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루틴으로, 먹이를 구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엄마와 매일 다녔음에도 실제로 먹이를 구한건 일주일 중 이틀 정도, 나머지 날은 주변 밭을 털어 해결했지만 이젠 전기울타리와 CCTV 때문에 불가능하게 되었다.
조심해서 다녀오겠다는 인사와 함께 새끼봇제비는 처음으로 혼자서 먹이를 구하러 떠났다.
첫번째 마을 쓰레기장,
오늘은 유독 쓰레기봉투도 거의 안나왔고 당연히 음식물쓰레기통도 비어있었다.
대신 대형폐기물인 냉장고가 버려져있어 안을 슬쩍 열어보니, 썩어 문드러진 과일 몇개가 있어서 바로 챙겼다.
원래라면 거들떠도 안봐야 할 과일이지만, 이들에게는 이런 썩은 과일마저 소중한 식량이다.
이미 첫 마을부터 제대로 수확을 해버린 새끼봇제비, 양손 가득 과일을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젠 새끼봇제비도 먹이를 찾는데 익숙해졌다.
마을을 돌아다니고, 쓰레기를 안정적으로 뒤지고, 먹을 수 있는것과 없는것을 철저히 구분하기 시작했다.
엄마봇제비도 안심하고 먹이조달을 맡기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늘 불안하기에 자신도 따로 수확루트를 마련해 장거리 수확을 다니기 시작했다.
하루는 이제 새 루트도 알려주기 위해 새끼봇제비를 데리고 신루트로 수확을 나섰다.
새 루트는 시골길의 2차선도로를 건너서 있는 다른 마을의 쓰레기 처리장, 기존 루트에 있던 마을의 쓰레기들이 전부 이처리장으로 집결되어 처리된다.
비록 차량통행이 많긴 하지만 수확이 더 쉽다는 특성 때문에 새끼봇제비가 홀로서기를 하기 시작할 쯤부터 엄마봇제비는매일 여기로 다녔다.
루트에 익숙한 엄마봇제비가 시범을 보여주겠다며 의기양양하게 도로를 건너기 시작하는데…
제한속도에 맞춰 정상적으로 달리고 있던 우편물 운송트럭이 엄마봇제비를 그대로 쳐버리며 급제동했다.
운전자는 갑작스런 충격음에 혹여나 실수로 사람이라도 친게 아닌가 싶어 서둘러 차를 세우고 현장으로 뛰어왔다.
“하아아… 하아아… 뭐야, 봇제비잖아? 휴, 괜히 걱정했네”
운전자는 사람이 치인게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워낙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에 시야에서 보이지도 않았고, 엄마봇제비가 좌우조차 살피지도 않고 뛰어들었기 때문에과실을 잡을 껀덕지조차 없었다.
하지만 새끼봇제비가 화를 내며 뛰쳐나와 “세계평화! 세계평화~!”라며 엄마를 살려내라고 무턱대고 항의했다.
“무슨 소리야? 이 녀석이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어서 치인건데 그게 왜 내 잘못이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세계평화! (변명은 듣기 싫어! 엄마를 살려내!)“
”하여간… 이래서 봇제비들은 상종을 하면 안된다는건가? 아무튼 난 잘못 없어, 잘못은 지들이 해놓고…“
운전자는 달려들려는 새끼봇제비를 들어 옆의 논두렁에 던져놓고는 현장을 떠났다.
그 사이에도 엄마봇제비는 지나가던 수많은 차량들에 의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새끼봇제비는 엄마의 시체라도 가져가기 위해 도로로 다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새끼봇제비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엄마와 판박이였다.
새끼봇제비를 쳐버린건 만취상태의 덤프트럭이었다.
그나마 새끼봇제비를 치면서 바퀴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가로수와 전신주를 들이받아서 다른 사람들이 다치는건 막아줬다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
쓰레기봉투를 뒤지다 잡혀서 비참한 최후를 맞는것보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을 구하고 최후를 맞은 새끼봇제비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할 작은 영웅이 되어 엄마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