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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제비, 학대) 인기애완동물 봇제비와 그 이면

ㅇㅇ(211.117)
2023-07-18 02:50:33
조회 1843
추천 85

“여기 봇제비 한마리 주세요!”


“저도 한마리요!”


“한마리 주세요!”


사람들이 앞다투어 분홍색의 나무늘보 비슷한 생물을 달라고 소리쳤다.


“와, 저 사람들 미쳤나봐… 저런걸 왜 사는거야??”


“몰라, 귀엽다고 산다는데 왜 인기인지 알다가도 모르겠어 (쿨럭쿨럭)”


주변 상인들의 이상한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평화! 세계평화!”라며 버둥거리는 괴상한 분홍색 생물들이 한마리씩 케이스에 담겨 사람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털복숭이의 이상한 생물들은 모조리 팔려나갔고 가게에는 “매진”이라는 종이가 붙었다.


“오늘의 봇제비들은 모두 판매되었습니다, 이후 통신판매를 받을테니 그쪽에서 주문해주세요”


가게 셔터가 내려지자 봇제비를 사려던 사람들은 실망하며 돌아섰다.


가끔씩 주변 가게에서 응냨이나 봇치노코를 대신 사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바로 그 자리를 떠났다.




한편, 어느 시골의 산속.


“세계평화?”


봇제비 한마리가 수상한 기척을 느꼈다.


혼자 조용히 생활하는 것이 습관이다보니 작은 소리도 민첩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민첩하게 이상반응을 감지해도 몸이 둔해서 빠르게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발톱이 날카롭긴 해도 쉽게 저항하지 못해서 그저 양 팔을 들고 찡그리는 표정을 짓는것이 전부.


주로 뇌우가 있을 때 이 모습을 주로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천둥이 번쩍!”이라는 괴상한 애칭을 붙여주기도 했다.


봇제비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펴보려고 수풀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가 그 때를 노리던 인간들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오~ 쓸만 한 녀석이네, 꽤 받을 수 있겠는걸?”


봇제비는 “세계평화~! 세계평화~!” 하며 허우적대면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소리를 지르자 인간들에게 입을 틀어막히고는 전용 케이스에 억지로 우겨넣어졌다.


“조용히 해, 안그러면 널 봇제비탕 집으로 보내버릴거야. 적어도 목숨은 건지는게 낫지 않겠어?”


봇제비는 먼저 잡혀간 자신의 동족들이 봇제비탕 집으로 팔려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적어도 목숨만은 부지하고 싶었다.


결국에는 운명을 받아들이고 조용히 숨을 죽여야 했다.


“좋아, 역시 멍청할 정도로 착한 놈이군… 뭐야 이건?”


수풀에서 또다른 봇제비가 나왔다.

지금 붙잡힌 녀석의 새끼였다.


“오호라… 후타리봇제비잖아? 이거 귀한 놈인데?”


봇제비들 사이에서는 아주 극소수의 확률로 새끼봇제비 중 후타리봇제비라는 녀석이 태어난다고 한다.


봇제비는 바보털이 한쪽만 나있는데 비해 후타리봇제비는 양쪽으로 나있고 덩치도 훨씬 작다.


후타리봇제비는 봇제비를 언니로 대하는데 자신의 엄마라도 언니라고 부르며 따르는 특성이 있다.


워낙 소수인 개체라서 후타리봇제비를 가져다 팔면 돈이 된다는 것을 안 인간들은 저항하지 못하는 후타리봇제비도 잡아서 케이스에 격리한 후 산을 내려갔다.




산에서 잡혀온 봇제비들은 바로 애완동물가게에서 팔릴 준비를 하기 위해 격리된다.


먼저 예방접종을 해서 혹시 모를 질병 감염을 예방하고, 털이 심하게 날리는 종이기 때문에 세척하고 빗질을 해서 털도최대한 골라낸다.


그와 함께 이라던가 기생충에 대한 약을 먹이고는 개인케이스에서 절대 나올 수 없도록 한다.


밥을 먹는것도, 자는것도, 생활하는것도 좁은 자신의 케이스 안에서 전부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봇제비들로서는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특히 헤어진 가족이나 동료를 찾는것은 금지행위에 속하고, 혹여나 한마리라도 그런짓을 하면 연대책임으로 그날 모든봇제비의 식사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참아야 했다.


봇제비와 후타리봇제비도 완전히 다른 케이스에 분리된채 떨어져 생활하고 있다.


“자, 밥먹을 시간이다. 먹어라”


“세계평화…?”


밥시간이 되어 인간들이 봇제비들에게 밥을 내주지만 봇제비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봇제비들이 가장 원하는 돼지국밥우동은 하나도 없고 잡초와 사료, 그마저도 배를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그 와중에 후타리봇제비는 봇제비의 1/5 정도만 배급받았기 때문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안돼, 더 먹으면 버릇 나빠져”


후타리봇제비가 배고프다며 조금만 더 달라고 했지만 인간들은 가차없이 거부했다.


오히려 투정을 부린다며 줬던 사료마저도 빼앗아가려고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것만 먹어야 했다.


쉽게 잠들지 못하게 24시간 감시할 목적으로 밤에도 라이트를 환하게 비춰둬서 봇제비들은 죽을맛이었지만, 그나마 후타리봇제비는 빛에 대한 면역이 있었기 때문에 인간들에게 별종으로 취급받아 나중엔 간식으로 가라아게까지 받아먹고먹이 양도 조금 늘었다.




며칠 뒤, 후타리봇제비가 먼저 통신판매를 통한 사전주문예약자에게 팔려갔다.


봇제비가 목놓아 울면서 먼저 떠나버린 자기 딸을 찾는 바람에 그날은 가뜩이나 양도 적은 먹이마저도 먹지 못한데다 연대책임까지 물어서 모든 봇제비들의 적개심이 극에 달했다.


아마 개인케이스가 아니었다면 벌써 린치당했겠지…


봇제비는 모든것을 잃은 표정으로 케이스에 쳐박혔다.


자신이 처음 붙잡혔던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이 전부 혐오스러웠다.


차라리 그때 봇제비탕 집으로 가서 바로 최후를 맞았으면 딸이 팔려가거나 이런 수모를 당할 일도 없었겠지 (현실은 가족이 와해된것 빼고는 수모라고 말할 것도 없지만…)


그렇게 봇제비가 웅크려 있으니 갑자기 케이스가 들려서 어딘가로 실렸다.


봇제비가 팔릴 준비를 마치고 출하된 것이었다.




탑차에 실려 한두시간 정도 지나 도착한 곳은 어느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행사장.


오늘은 여기서 봇제비들이 팔려나가는 날이다.


이미 현장에는 봇제비를 사려는 사람들이 가득했고 홍보용 책이나 인형들을 벌써부터 사서 껴안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봇제비는 밖을 내다보지 않고 더욱 웅크렸다.

이미 자신의 운명을 알고 체념한것이다.


“지금부터 봇제비 판매를 시작하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이 나오기 무섭게 최전열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와 바로 돈을 내고 봇제비가 든 케이스를 받았다.


봇제비들은 아직 상황파악을 못했는지 “세계평화!”를 외쳐대지만 이미 이들은 주인들의 손에 쥐어져 현장을 떠난다.


봇제비는 웅크려서 귀를 틀어막고 현실도피를 시도했지만 그러기도 잠시, 순식간에 어떤 여성에게 팔려갔다.


“이게 봇제비라는 녀석이구나… 샘플 구하기도 힘들었는데 그래도 구해서 다행이야”


봇제비를 사간 사람은 세계적인 응냨노코학의 연구자, 키타박사로 봇제비가 응냨이나 노코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연구하기 위한 샘플이었다.


이미 봇제비를 사기 위해 몇차례나 시도를 해봤지만 이상할 정도로 인기가 너무 많아서 수차례의 시도 끝에 겨우 이 녀석 한마리를 구했다.


“흠… 기운이 없어보이네, 병이라도 걸린걸까?”


키타박사는 풀죽은 봇제비를 걱정하며 연구소로 향했다.




연구소에 도착한 키타박사는 봇제비를 케이스에서 나오도록 하기 위해 갖은 수를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푹신한 방석, 가라아게와 콜라, 완숙망고 박스…


써볼 수 있는 방법은 죄다 써봤지만 봇제비는 거들떠도 안봤다.


차라리 다른 샘플을 다시 구하는게 나을까?

키타박사는 마음이 착잡했다.


기껏 구해온 봇제비가 죽어버리면 구해온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봇제비는 끝까지 나올 생각을 안해서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방치해두기로 했다.


“하아아… 아직도 안먹었어?”


이틀 뒤, 봇제비는 아직도 케이스에서 나오지를 않았다.

키타박사와 사육사가 놓아둔 가라아게도 그대로.


아무래도 이대로 계속 둘 수는 없기에 키타박사는 어쩔 수 없이 케이스를 억지로 기울여 봇제비를 꺼낸 후 케이스를 눈앞에서 부숴버렸다.


바로 직전까지 살고 있던 자기 집이 눈앞에서 부서지는 것을 보면서도 봇제비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저 눈물만이 고여있을 뿐…


이상을 느낀 키타박사는 혹시? 하는 생각에 잠시 뭔가를 가지러 갔다.





잠시 후, 키타박사는 봇제비의 눈앞에 뭔가를 내려놓았다.


“세계… 평… 화?”


“언니!”


키타박사가 내려놓은건 다름아닌 봇제비의 딸인 후타리봇제비였다.


전에 통신판매에서 구매예약을 걸어 샀던 봇제비였는데 생긴것이 특이해서 연구목적으로 놔뒀다가 몇시간 차이로 끌려온 엄마와 의문의 가족상봉을 이룬것이다.


이미 마를대로 마른 봇제비는 숨이 곧이라도 넘어갈 것 같았지만 드디어 딸을 다시 만났다는 기쁨에 울부짖었다.


“뭐야, 이 둘이 가족이었어?“


키타박사도 연구진과 사육사들도 믿기지 않아서 DNA 검사를 하며 봇제비에게 영양제 수액을 꽂았다.


몇달이 지나 이들은 충격적인 결과를 맞이했다.


“친자가 아냐?? 그리고 응냨이나 노코들의 DNA와도 관계가 전혀 없어??“


분명 봇제비의 딸인 후타리봇제비는 친자가 아닌것으로 밝혀졌고, 이들이 응냨이나 노코와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사를 해봤지만 일치하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다.


대신 다른 결과로 ”털이 날리지 않는 품종개량형 봇제비를 만들 수 있음“이라는 결론은 얻었지만 현실적으로 쓸모가 없었기 때문에 폐기했다.


한편에서는 애완동물로 봇제비들을 기르던 사람들이 털 관리 미흡으로 인한 호흡기질환과 알러지 등으로 고통받다가 녀석들을 버리는 바람에 봇제비탕이나 봇제비야끼 등의 음식점들이 이런 봇제비들을 주워가는 일이 벌어져 사회문제가 되었다.


덕분에 기존에 애완동물이던 봇제비들은 ”유해조수“로 지정되었고, 봇제비들을 잡아 애완동물가게에 넘겨주던 사람들은 유해조수 구제지원사업으로 전환했다.


연구소에서도 키타박사와 연구진이 이젠 쓸모가 없어진 봇제비 두마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를 의논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봇제비는 그런 자신의 운명도 모른채 후타리봇제비를 쓰다듬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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