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봇제비 유전공학 프로젝트

ㅇㅇ(221.139)
2023-07-19 10:50:51
조회 900
추천 44

키타박사의 연구소에서는 오늘도 실험이 한창이었다.

매일같이 잡아온 봇제비들을 인공적으로 번식시키고 어렵사리 후타리봇제비에게서 얻어낸 유전자를 배아에 삽입해 형질을 편집하는 것, 그것이 최근 연구소의 주요 업무였다.

태어난 새끼는 유전자 조작으로 인한 병으로 죽어가거나, 기형이 되어 죽느니만도 못한 상태가 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연구진들은 실패작이 나오면 가차없이 폐기했고, 더 이상 번식이 힘들어진 봇제비들은 비밀리에 음식점에 판 뒤 다른 봇제비를 입수해 연구를 계속했다.



이 모든 것은 키타박사가 후타리봇제비에게서 발견한 유전자에서 비롯되었다.

봇제비에게서 아주 드물게 태어나는 이 변종은 모체를 포함한 모든 기존 봇제비를 언니로 인식하며 빛에 대한 면역이나 좀 더 폭넓은 식성, 그리고 기존 봇제비보다 털이 잘 날리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었다.

때문에 후타리봇제비가 가진 유전자를 이용한다면 봇제비 최대 단점인 털빠짐을 해결할 가능성이 존재했고, 한때 애완용이었다가 털로 인해 유해조수로 전락한 봇제비의 인식 또한 개선되어 무차별적인 학살에서도 해방될 희망이 있었다.

어디까지나 연구가 성공한다는 경우에만 그랬다.

본래 응냨이와 봇치노코를 주로 연구하던 키타박사 연구소는 봇제비를 연구한 경력이 그리 길지 않았던 데다 유전자 편집 기술도 현재로선 만능이 아니기에 원하는 개체를 얻어내는 일은 좀처럼 성공하는 일이 없었다.

그나마 원래 목적에 거의 근접한 개체들도 건강하지 못하게 태어나 빠르게 죽는 일이 다반사였으며 실험에 필수적인 후타리봇제비가 매우 희귀한 탓에 실험 자원도 무제한은 아니었다.

반복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성공하기만 한다면 과학계에도, 봇제비의 인식에도, 반려동물 업계에도 거대한 획을 그을 수 있기에 키타박사 연구소는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또 실패네요. 왜 이리 병에 잘 걸리는 걸까요?"

"억지로 원래 있던 유전자를 자르고 다른 유전자를 붙이니까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거의 다 왔어."

"그런가요, 이것들은 어떻게 하죠?"

"평소처럼 버려야지. 그냥 적당히 처리해. 오는 길에 번식용 봇제비라도 구해오면 좋고."

연구원은 케이스에 살아있는 실패작과 시체가 된 실패작을 모두 몰아넣었다.

그리고 연구소 뒤의 숲에 가서 전부 쏟아버렸다.

"세계평화~!"

숨이 붙어있는 실패작들이 날아가면서 외쳤다.

쿠션이 되어준 시체들 덕분에 당장 목숨은 건졌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연사하거나 맹수들에게 잡아먹힐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차피 유전자 조작된 유해조수라는 신분상 인간의 도움을 받지도 못했다.



연구원은 피조물들이 우는 소리를 무시하고 새로 번식에 쓸 봇제비를 찾아 숲을 수색했다.

하루 종일 탐사를 한 끝에 운 좋게 어미와 같이 있는 후타리봇제비 딱 한 마리를 찾아내었다.

봇제비는 다가오는 수상한 기척을 감지하고 후타리봇제비를 보호하기 위해 품에 안았다.

그 노력이 무색하게 연구원은 손쉽게 둘을 낚아채 케이스에 넣고 문을 잠갔다.

"세계평화?!"

갑작스러운 납치에 봇제비와 새끼는 저항 한 번 못하고 그대로 끌려가고 말았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너무 그러지 마. 다 너희를 위해서니까."

봇제비 모녀는 연구소에 도착할 때까지 케이스 속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들이 케이스에서 나와 본 것은 마치 가축마냥 출산을 준비하는 봇제비들과 다른 우리에서 채혈을 기다리고 있는 후타리봇제비 한 마리, 그리고 그것들을 관리하는 인간들이었다.

"오, 새 봇제비구나! 후타리봇제비도 찾아왔네? 잘 했어! 이제 생산 속도를 높일 수 있겠어!"

키타박사는 흡족해하며 새 봇제비가 들어갈 우리를 준비했다.

"으으, 언니..."

"세계평화..."

떨어지기 직전 어미 봇제비는 불안해하는 후타리봇제비를 위로했고, 각자의 우리가 배정되면서 실험체로서의 그들의 삶이 시작되었다.



시간이 흘러서 프로젝트가 진행된지도 어느덧 3년, 그 날도 어미 봇제비는 키타박사가 보는 앞에서 새끼를 낳고 있었다.

당연히 후타리봇제비를 다시 낳지는 않았지만, 연구진은 그동안 이 개체가 낳은 실패작들에게서 유의미한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었기에 은근한 기대를 품고 있었다.

유전자가 개량되기는 했지만 일단은 평범해보이는 봇제비의 새끼가 태어났다.

"이번에는 제발 성공했으면 좋겠다..."

키타박사는 오랜 연구가 결실을 맺기를 바라며 직접 새끼를 키웠다.

새끼는 부작용 없이 자라서 털과 발톱을 갖춘 봇제비가 되어갔다.

유전자가 조작되어 태어난 뒤 여기까지 온 봇제비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얘는 되게 오래 버티네요. 이번에는 성공하는 거 아니에요?"

"확실히 별 탈 없이 자라는 녀석은 얘 말고는 없었지. 이제 다 자라서 털이 많이 빠지는지만 보면 돼."

모두의 기대 혹은 걱정을 품어가며 봇제비는 자라나고 있었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어느 여름 날, 연구진은 연구소에 들어오는 햇빛을 차단했다.

오늘같이 강한 햇빛은 봇제비들에게 치명적이기에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었다.

모든 우리에 암막을 쳤으나, 딱 한 가지 빼놓은 우리가 있었다.

바로 키타박사가 직접 키우며 관찰 중인 요주의 봇제비가 사는 방이었다.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은 키타박사와 연구원들은 황급히 그 봇제비가 사는 방의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그러나 빛을 차단하고 보니 분명 햇빛을 쬔 봇제비는 괴로워만 할 뿐 죽어있지 않았다.

이 정도 햇빛이라면 보는 즉시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지는게 정상이었다.

이 광경을 본 연구진은 빠르게 눈빛을 교환했다.

"박사님, 이녀석 설마...?"

"맞아. 확실해."

키타박사는 봇제비가 살던 방을 빗자루로 쓸어보았다.

나온 털을 한 자리에 모아보니 기존 봇제비 한 마리가 날리는 털에 한참 미치지 않았다.

이번엔 봇제비의 몸 구석구석에서 털을 모았다.

온몸을 손으로 헤집어서 반 줌이 나왔다.

"이 녀석이 다 자라고 마지막으로 방을 청소한 지가 일주일이니까, 이 정도 수치면...!"

"성공입니다! 박사님! 우리가 해냈어요!"

"드디어 털 안 날리는 봇제비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너나 할 것 없이 얼싸안고 기뻐했다.

아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봇제비는 키타박사에게 안겨 들어올려진 채 버둥거리고 있었다.



이후의 일은 순조로웠다.

처음으로 실험에 성공한 개체의 유전자를 기반으로 털이 날리지 않는 봇제비가 양산되었다.

키타박사 연구소가 세상에 자신들의 작품을 내놓자, 세상은 발칵 뒤집어졌다.

이제 마음 놓고 봇제비를 기를 수 있어서 좋아하게 된 사람들과 다시 봇제비 열풍이 불 것을 기대하는 반려동물 업계, 인간이 신의 영역에 가까워졌다며 키타박사의 업적을 칭송하는 과학계까지, 털 안 날리는 봇제비의 존재는 그야말로 혁명 그 자체였다.

자세히 밝혀지지 않은 탄생 과정을 의심하며 동물 윤리를 운운하는 애호파와 봇제비의 존재 자체를 제거하려던 학대파, 섭리를 거스르는 행동에 반대하는 종교계는 처음으로 뜻이 맞아 이들의 탄생을 반기지 않았지만, 유해조수의 권리나 개인적 쾌락 따위는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사소한 문제였다.

사람들은 여전히 겁이 많고 돼지국밥우동을 찾지만 적어도 털이 안 날리는 봇제비를 환영했다.

키타박사는 해당 공로로 노벨 생물학상과 평화상을 받고 여러 기업에서 앞다투어 모셔가려고 하는 인재가 되었다.

심지어는 '승인욕구 없는 응냨이'나 '마른 봇치노코'같은 터무니없는 생물을 만들어달라는 요청도 들어올 정도였다.

그렇게 '털이 날리지 않는 봇제비 창조 프로젝트'는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보이지 않는 희생과 노고는 들춰지지 않았다.
An error has occurred. This application may no longer respond until reloaded. Reloa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