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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제비) 세기의 대결, 봇제비vs봇제비

ㅇㅇ(220.118)
2023-07-25 21: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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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박사 연구소가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낸 털이 날리지 않는 봇제비는 원종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을 듣고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의 수요가 높아진 신종 봇제비는 자연스레 더 많은 개체수가 필요해졌다.

이에 따라 암암리에 연구소에 후원을 해준 전국봇제비애호가협회, 줄여서 전제협은 새로 개량된 봇제비들을 야생에서 번식시켜 생태계의 구성원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무리하게 재정을 소모하기보다 자연에서 키워내고 공급을 받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그렇게 늘어난 신종 봇제비가 원종 봇제비를 생태계 내에서 대체한다면 생태계도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연구소는 야생 응냨이들과 니지토끼와 키댕이들이 비교적 많이 서식하는 공터에 시범적으로 봇제비 몇 마리를 방생했다.

이윽고 분양이 되었다가 여러 사정으로 버려진 신종 봇제비들이 흘러들어와 증식에 기여했으며 공터의 동물들은 사라졌던 봇제비들과 모습이 같은 이 동물들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였다.



한편, 겨우겨우 연명하고 있는 한 줌의 원종 봇제비들은 전국을 떠돌며 남아있는 동족들을 최대한 많이 흡수했다.

이들은 인간들의 구제를 피할 수 있는 땅을 필사적으로 찾아다녔다.

오랜 방랑생활 중에 이들은 어느 야생 응냨이들로부터 이런 소문을 듣게 된다.

"미미미미?(자유의 땅에 봇제비들이 돌아왔다고?)

"미이이!(그렇다니까! 이제 거기 가면 잡아먹힐 수도 있어!)

"미이?(이제 봇제비는 다 사냥당했잖아? 남은 건 우리를 먹지 않는 키댕이하고 니지토끼밖에 없지 않았어?)

"미미미! 미이이이!(그랬었지! 근데 어디선가 놈들이 다시 돌아왔어. 걔네들이 놈들한테 살아도 된다고 허락했겠지! 아무튼 이제 거긴 자유의 땅이 아니야!)

봇제비들은 우선 이 응냨이들을 나눠먹어 배를 채웠다.

간에 기별도 안 가고 돼지국밥우동만도 못했지만 최소한 죽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런 다음 잡아먹은 응냨이들의 소문에 따라 자유의 땅을 찾아갔다.



맹수와 인간의 손에 죽거나 굶주림이나 빛으로 인해 사망한 봇제비들을 제외하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봇제비들은 소문으로 들은 응냨이 서식지에 도착했다.

정말로 이곳에는 봇제비들이 서식하고 있었다. 봇제비들은 오랜만에 만난 동족들에게 반가움을 표했다.

"세계평화!"

신종 봇제비들은 자신들과 똑같이 생긴 손님들을 환영했다.

이들과 다른 동물들의 배려 덕분에 원종 봇제비들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인간도 오지 않는 외진 곳에서 봇제비들과 동물들은 간만의 평화를 누렸다.

그토록 부르짖었던 세계평화가 드디어 온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평화는 원종 봇제비들이 신종 봇제비들이 가진 이상한 점을 눈치채면서 깨지고 말았다.

원래 신종 봇제비는 원종과 동일하게 생겼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구별할 수 없었다.

가장 큰 특징인 털이 날리지 않는다는 점도 원종과 섞여서 사는 곳에선 작정하고 관찰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연구소에서 방생되었든 키워지다가 버려지든 인간의 손때가 묻어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봇제비들은 갈등하기에 충분했다.



갈등이 폭발한 시기는 신종 봇제비들과 공터의 동물들이 섞여사는지도 1달이 되던 날이었다.

한 봇제비가 봇제비 사이즈의 일렉기타를 발견했다.

크기가 절대로 응냨이가 치는 기타일리는 없었다.

그러면 외부에서 들어온 것이어야 하는데 봇제비한테 기타나 만들어줄 존재는 사실상 없기에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기타를 발견한 봇제비는 기타를 원래 있던 자리에 두고 누가 그걸 가져가는지 숨어서 지켜보기로 했다.

잠시 후, 한 봇제비가 어기적어기적 기어다니다 기타를 발견했다.

그리고는 마치 제 물건인 양 소중하게 품에 안고 가져갔다.

숨어있던 봇제비는 자연스럽게 기타를 든 봇제비에게 접근해서 물었다.

"세계평화?(그거 네 기타야?)"

"앗, 하이!(응, 주인님이 헤어질 때 주셨는데, 잃어버렸다 찾았어.)"

"세계평화?!(주인님?!)"

"세계평화! 세계평화?(응! 사정이 있다고 나하고 헤어졌어. 이상해?)"

"세계평화!(봇제비가 어떻게 주인이 있어? 우린 털이 많이 날려서 인간들이 싫어해!)"

"세계평화...?(털이...날려? 어떻게?)"

기타의 출처를 알아낸 순간, 봇제비는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 인간들은 줄곧 봇제비를 벌레만도 못하게 여겼다.

당연히 봇제비를 기르는 일도, 버려지더라도 선물까지 받는 일도 있을 수 없었다.

처음 진실을 알아낸 봇제비는 곧장 모든 동물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소문은 금세 퍼졌고 공터는 난리가 났다.



니지토끼와 키댕이들이 보는 앞에서 원종 봇제비들은 신종 봇제비들에게서 알아낸 점들을 공개했다.

그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거의 다 인간들이 관리하는 연구실에서 태어났으며 대부분 연구실에서 바로 방생이 되었지만 일반 가정에서 살다 방생되어 온 경우도 있었다.

야생에서 사는 개체들은 인간들이 풀어준 개체 한정이고 나머지는 인간들에 의해 태어나고 살아가고 있었다.

또한 봇제비가 유해조수라는 것을 몰랐으며 인간들에게 그 사실을 들은 바가 없었다고 한다.

원종 봇제비들은 자신들이 받은 피해와 처음부터 인간들의 노리개로 살아가기 위함이었던 이들의 존재의의를 거론하며 이들을 추방하고 공터의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종 봇제비들도 억울함을 토로하며 자신들도 다른 동물들처럼 살 권리가 있음을 호소했다.

두 봇제비 무리는 계속해서 대화를 했으나 대화를 하면 할 수록 서로를 '실험실에서 태어난 괴물'이나 '털이나 뿌리는 침입자'라고 매도할 뿐이었다.

다른 동물들의 최선을 다한 중재에도 불구하고, 결국 두 봇제비는 공터에서의 생활권을 건 전쟁을 선포하고 말았다.



전운의 기운이 감도는 공터,

이곳에서는 곧 봇제비와 봇제비 간의 전쟁이 시작될 예정이다.

응냨이와 봇치노코조차 이곳의 분위기를 읽은 듯이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았다.

니지토끼와 키댕이들은 봇제비들을 다치게 할까봐 낄 수가 없었다.

극성 애호파들은 어떻게든 개입하고 싶어했으나, 조금이라도 개입하면 수적 우세를 이용해 봇제비들과 함께 공터째로 날려버리겠다는 학대파들의 협박이 있어서 전전긍긍할 뿐이었다.

신종 봇제비를 창조한 키타박사와 전제협의 회장은 숨어서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오랜 대치로 양 측은 모두 예민해졌다.

그러다가 원종 봇제비의 리더가 취한 '천둥이 번쩍!' 자세를 신호탄으로 원종의 선제공격이 시작되었다.

신종 봇제비들도 질세라 달려오는 봇제비들에게 돌진했고, 그렇게 각자가 생각하는 세계평화를 위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격돌한 봇제비들은 서로를 때리고, 물고, 할퀴었다.

이들의 신체능력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기에 최대한 먼저 피해를 입히는 쪽이 이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신종 봇제비들은 인간들로부터 길러진 영향으로 다져진 기본 체력으로 원종들의 공격을 막아내었다.

그러나 원종들이 날려대던, 그들의 가장 큰 단점이자 유해조수 지정의 원인인 털이 신종들의 얼굴로 날아가 움직임을 방해했고, 역전의 기회가 만들어졌다.

신종들은 오랜 공터 생활을 통해 알게 된 위치에서 털을 피하고 다시 원종들에게 발톱을 휘둘렀다.

봇제비들은 세계평화와는 거리가 먼 격렬한 싸움을 하며 서로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을 주고받았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리더끼리도 각 무리의 생존권을 위해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

더 강한 동물들이 보기엔 하찮아 보이는 일기토였지만 두 봇제비의 분홍색 털은 점차 붉게 물들고 있었다.

한 무리가 다른 무리를 죽일수록, 리더들도 발톱 자국과 이빨 자국이 늘어갔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치열한 싸움은 기진맥진한 신종의 리더가 방심한 틈을 타 원종의 리더가 마무리 일격을 먹이며 판도가 기울었다.

"세계평화!"

"앗, 하이!"

원종들은 사기가 크게 올라 공세를 퍼부었다.

신종들은 리더를 잃은 것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무참히 베이고 물어뜯겼다.

순식간에 몇 마리만 남아버린 신종들은 끝을 직감했다.



바로 그 때, 강렬한 빛이 공터 전체에 비쳤다.

빛에 취약한 봇제비들은 눈에 빛이 들어오자마자 그대로 쓰러지며 발작을 일으켰다.

모든 봇제비가 괴로워하며 눈을 가리고 발버둥을 쳤다.

빛이 꺼지자, 모든 봇제비가 움직임을 멈춘 것이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공터는 아직도 쓰러진 봇제비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니지토끼, 키댕이,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애호가들은 모두 눈물을 흘렸다.

너무 많은 생명이 죽은 이곳의 공기는 너무 무거웠다.

동물들이 눈물을 흘리며 시체들을 수습하려고 하자, 몇몇 시체가 꿈틀거렸다.

"우우..."

놀랍게도, 아직 죽지 않은 두 마리의 봇제비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세계... 평화..."

신종 봇제비는 유전자 편집 기술로 개량된 품종이기에, 털 빠짐이 고쳐진 것 말고도 빛에 대한 저항력이 소폭 늘어났다는 특징이 있었다.

따라서 신종의 수가 얼마나 남았던 간에 난데없이 빛이 번쩍였을 때 이미 승부가 정해진 것이었다.

저항력이 늘어났다고는 해도 그저 죽지 않는 정도로만 생겼기에 신종 봇제비들은 빛을 쬔 충격으로 아직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동물들은 최후의 생존자들을 부축하고 공터 옆 숲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다.



"보시다시피 살아남은 개량형 봇제비는 두 마리입니다."

"생각보다 조금밖에 안 살아남았군요."

"네, 저도 봇제비가 정도로 격렬하게 싸울 줄은 몰랐습니다."

전제협의 회장과 키타박사는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셨죠?"

"간단합니다. 야생에 동족들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당연히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죠. 봇제비가 그나마 편하게 대하는 동물은 동족 뿐이니까요. 이 전쟁 또한 계산에 포함되었습니다. 동족들이 무언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원종들에게 신종은 동족의 탈을 쓴 무언가로 전락하게 됩니다. 남은 건 두 종족이 싸워 한 쪽만이 살아남기를 기다리는 것뿐이고요."

"하지만 우리가 개입하지 안핬다면 결국 원종이 이길 뻔했습니다."

회장이 서치라이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신종을 잃은 것은 저도 유감입니다. 하지만 이게 봇스코의 방법보다 더 확실하지 않나요? 야생에 풀린 신종 봇제비 회수도 용이한데다 환경에도 좋고요. 응냨이들도 아마 인간들이 최소한으로 개입한다면서 더 좋아할 겁니다."

"역시 응냨이 챙기는 건 세계 제일이군요. 어쨌든 당신네들은 응냨이를 지킬 수 있어서 좋고, 우린 학대받지 않아도 되는 신종만 남길 수 있어서 좋으니 괜찮은 협업이었습니다."

"그럼 슬슬 가시죠. 저 녀석들이 번식하면 분양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은 살아남은 봇제비들을 놔두고 공터를 떠났다.

이들의 계획 덕분에 사람들은 원종 봇제비의 피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응냨이들은 잡아먹힐 염려가 필요 없어졌다.

적어도 다른 원종 봇제비들이 찾아와서 다시 전쟁을 일으켜야 할 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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