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학대) 세상이 날 잊어
ㅇㅇ(221.139)
2023-07-29 22:35:26
조회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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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쏟아지는 날, 새끼 봇제비는 눈물을 흘리며 동굴 틈새에 숨어있었다.
이미 다른 어른 봇제비들은 봇스코가 한창 쥐 잡듯이 잡아내는 중이었다.
이 봇제비라도 지키기 위해 모든 동족들이 희생하는 것이었다.
봇스코는 죽이고 있던 모든 봇제비들의 움직임이 멈춘것을 확인하고 돌아갔다.
정말 다행히도 새끼 봇제비의 존재는 끝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봇제비는 모든 사람들이 떠난 것을 확인하고 빗속으로 나왔다.
봇스코에 맞서다가 운명을 달리한 봇제비들의 피가 빗물과 함께 흐르고 있었다.
봇제비는 어미를 붙잡고 울었다.
그러자 어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새끼를 보았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세계... 평화...(네가 반드시... 세계 평화를...)"
그것이 어미의 유언이었다.
고아가 된 봇제비는 목이 터져라 통곡했다.
그리고 일족의 숙원을 꼭 이뤄주리라고 결심했다.
하룻밤만의 혼자가 된 봇제비의 여정은 참으로 막막했다.
먹을 것도 스스로 구해야 했고, 안전한 잠자리도 필요했다.
오늘도 간신히 열매를 찾아냈다가 원래 주인인 멧돼지에게 죽을 뻔했다.
맹수를 피해 도시로 가고 싶어도 인간들은 절대 봇제비를 편히 두지 않았다.
다른 봇제비들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과거에 애호파를 자칭하는 광신도들이 털갈이 시기에 봇제비들을 국밥집에 데려가 돼지국밥우동을 먹이면서 봇제비 털을 주방에 유출한 이후로 봇제비의 인식은 '24시간 털 날리고 돼지국밥우동만 먹고 살며 시끄러운 유해조수'가 되어버렸다고 한다.
그 영향으로 생긴 학대파들은 해당 괴소문을 사실이라고 선동한 이후로 봇제비는 인간들의 샌드백이 되어 지금도 끊임없이 사냥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애호파는 쓸데없이 봇제비를 이용해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떠올린 봇제비는 한숨을 쉬며 무작정 길을 걸었다.
봇제비는 음식물 쓰레기장을 뒤지며 필사적으로 먹을 것을 찾았다.
전부 썩고 문드러져 도저히 먹기 힘든 것 처지였다.
부패한 음식물 더미에서 그나마 멀쩡한 가라아게를 찾았다.
속설과 달리 봇제비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가라아게였다.
봇제비가 가라아게를 한 입 물려는 순간, 뒤에서 무슨 목소리가 들렸다.
"봇제비다, 봇제비!"
"아아, 저 귀여운 자태를 봐..."
봇제비가 뒤를 돌아보니, 분홍색 옷을 입고 분홍색 털을 온 몸에 얹은 사람들이 있었다.
"제비제비 봇제비야, 이리 오렴! 시원하고 든든-한 돼지국밥우동을 줄게!"
봇제비는 다가오지 말라는 뜻으로 앞발을 올렸다.
"저것은 '천둥이 번쩍!' 포즈!"
"이걸 눈앞에서 보다니, 너무 행복해!"
"어서 우리의 보금자리로 데려가자!"
이상한 사람들은 오히려 더 흥분하며 봇제비를 붙잡아 끌고 갔다.
그들의 손에 끌려간 곳은 다름 아닌 국밥집.
정말로 그들은 봇제비에게 돼지국밥우동을 먹이려고 하고 있었다.
"세계평화! 세계평화!(됐어! 그냥 날 풀어줘!)"
"여러분! 들리십니까? 세계 평화를 바라는 이 아름다운 목소리가!"
"자, 여러분도 봇제비를 아껴줍시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얹혀있던 털이 마구 날렸다.
손님들과 식당 주인은 털 때문에 기침을 했다.
"쿨럭쿨럭, 이 새끼들 뭐야?"
"세계평환지 뭔지 빨리 이 짐승이나 치워! 털 날리잖아!"
이것이 말로만 듣던 애호파의 만행이었다.
봇제비의 언어로는 직접 해명을 할 수도 없어 억울할 뿐이었다.
그 때, 손님 중 누군가 자리를 박차고 애호파들에게 다가왔다.
"야, 누가 이 짐승새끼 여기 데려오라고 했어? 출입 금지라고 쓴 거 못 봤어?"
그러고는 봇제비를 잡아 들어올린 뒤, 바닥에 그대로 내리쳤다.
"아악!"
"잘 한다, 총각!"
사람들은 그릇을 들어 봇제비를 구타하고 있는 남자를 응원했다.
"너 같은 새끼들은! 씨를! 말려서! 없애야 해!"
한 마디 한 마디마다 휘두르는 그릇에 맞은 봇제비는 만신창이가 되었다.
"아니, 이게 무슨 짓입니까? 봇제비를 이리 참혹하게 때리다니!"
"봇제비야, 여긴 우리한테 맡기고 도망가렴! 네 이놈!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
애호파들이 남자에게 덤비는 것을 시작으로 패싸움이 시작되었다.
봇제비는 아픈 몸을 이끌고 서둘러 식당을 벗어났다.
신고를 받고 온 봇스코가 국밥집에 있던 사람들에게만 신경쓴 덕에 미리 도망친 봇제비는 간신히 화를 면했다.
강제로 인간들의 구역에 들어와 억울하게 맞는 이런 현실이 봇제비는 원망스러웠다.
어미의 유언을 이루고자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지금의 봇제비는 절대 그것이 불가능했다.
봇제비는 숨죽여 울었다.
차라리 조금 전에 맞아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힘겨운 여정을 계속하던 봇제비는 맛이 간 것 같은 인간들이 어떤 여성의 조각상에 절을 하는 것을 보았다.
"오오, 망각의 여신이시여!"
"레테시여, 우리의 악몽을 잊게 하소서!"
봇제비는 호기심을 가지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흰 수염이 난 남자가 다른 인간들 앞에서 말했다.
"망각의 여신 레테를 따라야 합니다. 인간의 기억도, 세상의 기억도, 심지어 어떤 존재 자체도, 레테 여신이라면 모두 잊게 할 수 있습니다. 잊고 싶은 것을 모두 말해 봅시다!"
신도들은 앞다투어 잊고 싶거나 잊히고 싶은 것을 외쳤다.
누군가는 나쁜 기억을, 누군가는 과거의 죄를, 누군가는 세상이 자신의 존재를 잊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것을 보던 봇제비도 소원을 빌었다.
인간들이 모두 떠나고 깊은 밤이 되어도 빌고 또 빌었다.
피로와 허기에 지쳐 쓰러질 때까지 계속 빌었다.
봇제비가 눈을 뜨자, 눈앞에 모르는 여자가 서있었다.
"세계평화?"
여자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망각의 여신 레테다. 미물의 몸으로도 내게 아주 강렬한 열망을 품고 있더구나."
봇제비는 레테가 알아듣기를 바라며 대답했다.
"세계평화, 세계평화!(네, 맞아요. 여신님, 부디 세상이 봇제비의 존재를 잊게 해주세요!)"
다행히 레테는 봇제비의 언어를 이해하는 듯했다.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단순히 잊히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너는 물론이고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동족들이 소멸할 것이다. 너희 종족들이 관여한 모든 것이 세상의 기록과 기억에서 깔끔하게 지워지고 역사는 너희 종족이 없었던 범위 안에서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래도 괜찮겠느냐?"
봇제비는 그동안의 일을 떠올렸다.
봇제비로 태어나 부모를 잃고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해 떠난 여정, 애호파와 학대파의 봇제비 괴롭히기, 지금도 죽어가는 동족들...
이 모든 것은 세상에 봇제비들이 존재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세계평화!(부탁이에요. 이제 봇제비는 안전하게 살 수도, 세계 평화를 이룰 수도 없어요. 언제 어디서 인간들에게 죽을지도 몰라요. 더 이상 아무도 희생되지 않도록,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세상이 완전히 봇치과 봇치속 봇제비라는 동물을 잊어버리게 해주세요!"
레테 여신은 몸을 굽혀 봇제비를 쓰다듬었다.
"너의 소원을 이루어주마."
여신이 부드럽게 해준 말이 봇제비가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봇제비는 빛에 둘러싸이며 정신을 잃었다.
"이놈의 응냨이들! 썩 꺼져!"
"미이이~!"
가라아게집에서 군침을 흘리고 있던 응냨이들은 주인에게 발각되자마자 빗자루로 얻어맞고 멀리 날아갔다.
응냨이는 가라아게에 환장하는 것도 그렇고 시끄럽게 기타를 쳐대는 것도 그렇고 인간들의 미움을 사기 딱 좋은 생물이었다.
한때는 애완동물로도 길러졌으나, 하도 이기적이고 고집이 센 탓에 자주 얻어맞거나 버려지고 심지어는 봇치노코라는 동물의 먹이로 쓰이기도 했다.
약한 건 맞는데, 번식력도 좋고 생명력도 질겨 좀체 박멸이 어려웠다.
정부에서는 응냨이를 유해조수로 지정하고 꾸준히 구제사업을 하고 있지만, 응냨이를 보호하라는 애호파의 방해로 곤란을 겪고 있었다.
비참한 처지 속의 응냨이들은 지금도 세상에 질문한다.
자신들이 왜 태어났는지, 어째서 이런 위치에 서게 되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