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학대) 봇제비들이 사라진 세상
어느날, 봇제비라는 생물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췄다.
사람들은 봇제비를 보기만 해도 “불결하고 재수없는것이 어디서 털을 날려!” 라며 멸시의 눈빛을 보내거나 보신탕집, 건강원 등으로 갖다주거나, 마구잡이로 폭행하고 걷어차는 등의 학대를 이어갔다.
봇제비라는 생물은 그동안 사람들이 봐온 응냨이나 노코와 달리 알을 낳지 않고, 단위생식도 불가능하다.
키댕이나 니지토끼 같은 녀석들과도 종이 달라서 번식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동종간 번식을 해야 하는데다 임신기간도길다.
그런데 봇제비들이 사람들에게 보양식으로 유명해진데다 남자에게 좋다는 소식까지 들려서, 사냥꾼들에게 마구잡이로 포획되거나 장난감 표적으로서 사살당한다.
결국 잡히거나 죽는 속도에 비해 태어나는 개체수는 극도로 적은데다 그마저도 태어나자마자 사냥이나 학대로 인해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봇제비들은 그렇게 자취를 감추게 된 것이다.
특히 봇제비는 연구 또는 생태 다양성 보존을 위해 보호하고 있는 개체도 전혀 없었다.
어차피 사방에서 “세계평화! 세계평화!” 하고 큰 소리로 울어제끼고 돼지국밥우동만 주면 몇마리가 우르르 몰려와서 배를 채우고 실험용으로 쓰였으니까.
그렇다보니 아무도 봇제비가 멸종할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고, 그래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날 당일, 소중한 친구이자 동료인 봇제비들을 모조리 잃은 키댕이와 니지토끼들이 거리에 나와 울부짖었다.
한편에서는 응냨이들이 짧디 짧은 양 팔을 번쩍 들며 환호하고 있었다.
봇제비들은 먹이를 찾아다니면서 돼지국밥우동을 찾지 못하면 야생응냨이나 버려진 응냨이들을 잡아먹으며 배를 채우곤했는데 이젠 더이상 그런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의 기쁨이었던 것이다.
사람들도 버려진 야생응냨이가 일으키던 소음이나 쓰레기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봇제비나 키댕이, 니지토끼가 날리던 털에 의한 심한 호흡기 질환과 알러지에 비하자면 차라리 소음이 나았다.
특히 녀석들은 승인욕구몬스터로 진화해야 할 애완노코들의 DNA를 변형시켜 봇제비로 진화시키는 퍼리바이러스의 주매개체였기 때문에 노코를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 대상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노코를 키우는 사람들에게 욕을 먹긴 했지만 그나마 키댕이나 니지토끼는 봇제비에 비해 이미지가 나쁘지는 않았다.
시끄럽게 “세계평화! 세계평화!” 하며 날뛰지도 않았고, 돼지국밥우동을 먹겠다는 이유로 어떻게든 식당을 들락거리지도 않았으며, 사람들이 요구를 거부하며 “안돼, 저리 가”라고 해도 순순히 지시에 따라 행동했기 때문에 거부감이 덜했던 것이다.
먹이도 주는것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데다 사람들에게 친숙한 외모이기도 해서 봇제비만 보면 마구 후려치며 쫒아내던 사람들도 니지토끼나 키댕이에게는 먹이를 주는 경우가 있었다.
시위를 본 사람들은 키댕이들을 애완견이나 자택경비견 등의 목적으로 끌고 가고, 니지토끼들도 애완용으로 끌고 가면서 그렇게 거리는 봇제비가 사라진지 며칠도 안되어 다시 고요해졌다.
뜬금없이 자택이나 공장의 경비견이 되어버린 키댕이들은 바뀐 상황에 전혀 적응하지 못했다.
애초에 키댕이는 늑대,
거기에 특이하게도 공격성이 전혀 없는 늑대다.
당연히 봇제비나 니지토끼 등 약소종과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다보니 공격해야 하는 본능을 완전히 잃어버린것 같았다.
경비견이면 낮선 사람이 접근할 때 분명히 짖으면서 경고를 하거나, 그럼에도 계속 접근할 때는 공격을 하는 것이 정상.
하지만 키댕이는 낮선 사람이 와도 짖지를 않고, 공격도 하려 하지 않으며 그저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봇제비를 그리워하며 괴로워할 뿐이었다.
“뭐하는거야! 낮선 사람이 오면 짖어야지! 너 때문에 지금 우리 집이 다 털린거 몰라?!”
“히이잉…”
“에휴, 귀여워도 기가 세보여서 주워왔더니 집이 다 털리도록 쳐 짖지를 않아… 꺼져, 너 같은건 쓸모 없어”
집이 털리거나, 경비견으로서 쓸모가 없다고 판단한 사람들은 키댕이를 다시 길에 버리거나 보신탕집으로 갖다주었다.
애완견으로서 주워간 키댕이들도 급속도로 나빠졌다.
봇제비와의 즐거운 추억에 지나치게 빠져서 주인이 아무리 잘 챙겨주려 해도 전혀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고, 개중에는 건강상태가 악화되거나 아예 주인에게 반항하는 녀석들도 있었다.
처음에야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 주인들도 계속해서 나빠지는 건강상태를 보거나 극도로 분노해 반항하는 키댕이를 보고 있으니 화가 치밀었다.
결국 그동안 키댕이에게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하나 둘 참지 못하고 반항하는 키댕이에게 욕설을 내뱉거나 물건을 던지거나 발길질과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고, 키댕이도 쌓여있던 스트레스로 인해서 주인과 진심으로 싸우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베란다에서 키댕이를 던져버리거나, 키댕이가 전력으로 싸워 주인을 죽인 사례들도 나올 정도였다.
전에는 유해조수에 해당되지 않았던 키댕이들이 이 사건들 이후로 유해조수로 지정되었고, 대다수의 키댕이들은 봇제비와의 추억을 잊지 못해 길바닥이나 집에서 병사하거나 반항하며 전력으로 주인과 맞서 싸우다 경찰이나 봇스코 직원들에 의해 사살당하는 운명을 맞았다.
그나마 둘 중 많이 살아남은건 니지토끼였다.
니지토끼들은 키댕이와 달리 멘탈은 좀 약했지만 그렇게까지 심하게 망가지진 않은것 같았다.
물론 동료이자 친구였던 봇제비들이 모두 사라지거나 죽은건 안타까워했지만…
그래도 일단은 주인이 주는것을 먹고 시키는대로 하며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제 와서 사라지거나 죽은 봇제비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는걸 니지토끼들은 살아오면서 알고 있으니까.
니지토끼는 새끼를 출산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죽는다.
지금 살아있는 녀석들은 자신의 엄마가 누구인지, 어떤 니지토끼였는지 전혀 모른채 살아간다.
그저 죽은 니지토끼들의 DNA가 이어져 내려오기 때문에 니지토끼로서 착실하게 살아가는것 뿐이다.
그런 와중에 소중한 동료이자 친구인 봇제비들을 만나고, 키댕이들과도 추억을 쌓으며 지금까지 버텨왔다.
봇제비 키댕이들과의 즐거웠던 시간들, 인간들에 의해 사살당하거나 짓밟힌 수많은 봇제비들의 모습, 살아남기 위해 도망쳐온 나날, 그리고… 지금.
마지막 봇제비가 무슨 모습이었을지 니지토끼는 상상할 수 없다. 워낙 갑자기 멸종해 버렸으니까.
그나마 작별을 할거면 이별인사할 시간이라도 주지 그랬냐며 그저 속으로 흐르는 눈물을 삭힐 뿐이다.
추억에 잠겨 시름시름 앓던 니지토끼들도 점점 하나 둘 몸이 망가져 병사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새끼를 낳지도 않았고, 낳으려 하지도 않았다.
우리 대에서 생긴 문제는 여기서 끝내야겠다는 심산이었나 보다.
한편… 1년이 넘도록 쉬지않은 복원노력 끝에 어느 연구진이 멸종해버린 봇제비들 중 후타리봇제비 딱 한마리만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비록 번식할 짝이 없고, 봇제비로서는 유전자 장애가 있는 녀석이기 때문에 그리 오래 살 순 없어보이지만…
”세계평화?“
뉴스를 보면서 눈을 감는 니지토끼에게는 그윽한 미소가 지어져있고, 후타리봇제비는 그저 자신에게 쏟아지는 무수한 관심이 어리둥절한 눈빛이었다.
연구진은 밝은 빛을 쬐면 즉사하는 봇제비의 특성을 고려해 절대 플래시를 터뜨리지 말것을 요구했다.
“플래시 터뜨리지 마세요! 봇제비는 플래시에 약…”
하지만 취재진은 쉴새없이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어 뉴스에 올리기 위해 바빴고…
“세계평…” (철퍼덕)
결국 그렇게 겨우 복원시킨 후타리봇제비마저 태어난지 1시간도 안되어서 다시 영원한 봇제비들의 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