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학대) 인형만드는 봇제비들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공장지대 속 어느 낡은 공장 안,
창문도 거의 없는 좁은 작업장에선 봇제비 수백마리가 응냨이 인형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다.
조금이라도 쉬려고 허리를 펴면 바로 뒤에서 작업하는 다른 봇제비를 쳐버릴 정도로 좁은 작업대 간격에다, 인간들은 봇제비들이 쉬는 꼴을 죽어도 못본다.
이들이 쉬는 시간이라고는 밥을 먹는 단 10분.
당연히 이들이 좋아하는 돼지국밥우동은 꿈도 못 꾸고, 주변 도시에서 학대당해 죽은 응냨이들로 만든 가라아게에 핫소스 범벅을 한 뒤 한마리당 딱 4조각씩만 준다.
공장의 경비는 아무런 작업에도 쓸모가 없는 키댕이들을 대신 세우며 외부인이 오는데도 짖지 않거나 졸거나 집중하지않고 딴짓을 하면 바로 보신탕집으로 사라져버린다.
그나마 착실한 편에 속하는 니지토끼들은 1~2층에 있는 번식장에서 태어난 봇제비들과 키댕이들을 작업용과 애완용, 폐기용으로 분류하는 일을 떠맡고 있는데 그중 극소수의 확률로 태어나는 돌연변이 생물인 세이카여우나 후타리봇제비를 주로 분류해야 한다.
세이카여우는 봇제비들에게 구애를 하며 작업을 방해하기 때문에 반드시 폐기해야 하는 쪽이고, 후타리봇제비는 반대인 애완용으로 분류되어 애완동물가게로 팔려간다.
키댕이들도 경비용으로 쓸 만큼의 지능이 없으면 바로 폐기로 분류되고, 봇제비는 지능이 있든 없든 작업용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니지토끼는 새끼를 낳으면 죽기 때문에 최대한 마지막까지 번식을 하지 못하도록 최대한 늙은 상태에서 번식을 시킨뒤 새끼가 태어나자마자 교대로 생을 마감하는 사이클로 이 공장은 돌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언제나처럼 응냨이 인형을 만들고 있는 봇제비들의 작업장.
봇제비들은 악기를 다룰 수 없는 대신 손재주는 좋은데다 응냨이 인형을 주로 만들기 때문에 이곳에 갇혀지내고 있다.
자기들 딴엔 연주를 잘한다고 하지만 응냨이들마냥 기타를 들고 다니지도 않고, 연습을 하거나 칠 시간 따위도 주어지지않기 때문에 그저 허황된 말일 뿐.
그저 늘 그래왔듯 묵묵히 응냨이 인형을 만들 뿐이다.
한때 사람들 사이에서 이들이 응냨이에게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키타박사와 연구진들이 확인해본 결과 사실이 아니었으며 그저 털뭉치를 뭉쳐 응냨이모양 인형을 만들 뿐이었다.
그 점이 인형 제조공장들의 마음에 들어서 산단 내에 있는 인형공장들은 전부 봇제비를 대신 세우고 있으며, 이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창문을 틀어막고 작업대 공간을 최대한 좁힌데다, 웬만하면 높은 층에 작업장을 몰아넣는 방식을 택하고있었다.
나름 화재대응설비를 갖추고 있다고는 했지만 사실은 봇제비나 니지토끼들을 속이기 위한 블러핑으로 실질적으로 작동되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스프링쿨러와 화재감지기는 그저 모형에, 소화전도 소방검사를 받을 때만 동작하게 만들었고 화재경고벨은 눌러도 아무소리를 내지 않는다.
안에 이들의 털과 작업용 털뭉치 또는 솜뭉치라는 가연성 물질이 가득한 작업현장에다 전기시설도 노후화된 공장에서는최악의 상황.
게다가 인간이 거의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밥을 줄 때가 아닌 이상 모든 층의 문은 “잠겨있다”
방금 전 점심으로 나온 핫소스 가라아게를 먹고 다시 일해야 하는 봇제비가 자리로 돌아와 일을 시작하려던 순간,
“세계평화??”
갑자기 퍽 소리가 나더니 불꽃이 일며 불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전등이 합선되면서 스파크가 튀었고, 그것이 털뭉치에 옮겨붙어버린 것이었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세계평화~!”
불이 난 것을 본 봇제비들이 불이 났다고 외치며 서둘러 문앞으로 몰려들지만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문은 이미 잠겨버린 뒤였다.
작업장 안에 소화기가 있기는 했지만 봇제비들은 쓰는법을 모르는데다 빠른속도로 번져가는 불을 끄기에는 너무 늦었다.
한편 밖에서 화재가 발생함을 눈치챈 키댕이들은 재빨리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봇제비들이 있던 작업장들은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탈출하려는 봇제비들이 문 앞에 쌓여갔지만 이미 잠긴데다 쉽게 나오지 못하게 하려고 문 앞에 파이프를 박아둬서 이들이 아무리 밀어도 열리지 않았다.
창문쪽으로 다가간 봇제비들도 있었지만 창문도 열 수 없도록 막혀있었기 때문에 그저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것이 전부였다.
키댕이들은 일단 번식장에 있는 생물들을 대피시키려다 무슨 일인지 모르던 인간들에게 걷어차였다.
“뭐하는거야! 이 녀석들이… 여기 문은 왜 열려고 난리인데?”
“부, 불이 났어! 불이 났다고!”
“불은 뭔 얼어죽을 불이야? 당장 안 나가?!”
인간들은 키댕이들이 아무리 사정을 설명해도 듣지 않았고, 오히려 이들을 걷어차버리며 쫒아냈다.
그럼에도 키댕이들은 다친 몸을 이끌고 봇제비들이 있는 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고, 그걸 본 인간들은 키댕이들을 미쳤다고 생각하며 그들이 올라간 비상계단 출입구를 막아버렸다.
키댕이들은 점점 숨이 막혀오고 뜨거움을 느꼈지만 봇제비들을 한마리라도 살리기 위해 작업장으로 달렸다.
작업장은 이미 화염에 완전히 뒤덮였고 봇제비들은 전부 의식을 잃거나 숨을 거둔 상황이었지만 키댕이들은 이 사실을모르고 있었다.
작업장 문앞에 도착해 파이프를 치우여던 키댕이는 고온으로 달궈진 문과 파이프에 심한 화상을 입었지만 어떻게든 문을여는데 성공했다.
한편, 번식장에도 밥을 다 준 인간들은 번식장과 건물 출입구를 전부 잠근 뒤에야 화재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아무도 경찰과 소방서에 신고하지 않았다.
어차피 사람이 다치는 일이 아니니까.
인간들은 유유히 차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갔고 건물은 점점 불길에 휩싸여갔다.
문을 여는 바람에 엄청난 화염이 구조하러 온 키댕이들을 덮치면서 그대로 쓰러져버렸고, 결과적으로 건물 전체에 화재를 퍼뜨리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키댕이들은 마구 구르며 털에 붙은 불을 꺼보려 했지만 가면 갈 수록 번지기만 할뿐 꺼지지 않았다.
이들로서 유일한 탈출구였던 비상계단은 인간들이 잠가버렸고 번식장에 있는 니지토끼와 번식중인 생물들은 불이 났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점점 더워지는 느낌과 함께 전등이 모조리 나가버렸기 때문에 정전으로 인해 냉방장치가 고장났겠거니 하고 있을 뿐이었다.
“정전인가보네… 곧 인간들이 와서 고쳐주겠지?”
니지토끼는 헛된 희망을 품은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다른 생물들을 진정시켰다.
한편에서는 화재로 인해 건물의 전반적인 구조가 급속도로 약해지고 있었고, 특히 위에 무거운 물건들이 많았기 때문에 점점 내려앉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물들은 그런 상황을 예측하지도 못했고 알았다 해도 피할 곳이 없었다.
화재가 발생한지 20분 이상이 되어서야 겨우 관할 소방서에 화재신고가 접수되었고, 진압팀이 현장에 도착할 쯤에는 이미 건물이 무너져버렸다.
니지토끼들은 어떻게든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져봤지만 잔해더미에 깔리면서 오히려 새끼들을 짓눌러버리는 역효과를 낳으며 죽어버렸다.
바로 옆건물에도 불이 옮겨붙어 갇혀있던 봇제비들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러댔다.
하지만 창문이 막혀있는건 매한가지여서 사다리차를 지원받느라 시간이 더 소요되었고 그 사이에도 많은 봇제비들이 화마에 휩싸였다.
결국 화재는 8시간만에 겨우 진화되었고 건물 1동이 붕괴, 3개동이 전소에 가까운 피해를 입고나서야 상황이 종료되었다.
이 사고 이후로 인간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고, 인형을 만드는데 봇제비를 쓰는 일은 없어졌으며, 모든 봇제비는 식용으로만 사용한다는 조례가 새로 신설되었다나 뭐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