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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제비, 학대) 후타리봇제비의 울음

ㅇㅇ(211.117)
2023-08-13 05:28:19
조회 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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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평화?”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천적을 피해 혼비백산 도망쳐 곳곳에 숨는 봇제비들.


버려진지 오래된 건물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어딜 가나 천대받아 갈 곳이 없던 이들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보금자리였다.


이들은 외부의 적과 마주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뭔가 기척만 느껴져도 숨곤 하는데, 이때 상대를 도발하는 위협자세를 취한다.


자기들 딴에야 평화롭게 해결하자는 의미겠지만 그걸 보는 상대로서는 절대 그렇게 생각할 이유가 없다.


후다닥 건물 방과 벽, 기둥 뒤에 숨어서 특유의 도발자세인 “천둥이 번쩍”을 취하는 봇제비들.


일단은 외적의 동태를 살피고 공격당하지 않기 위해 숨을 죽인다.


봇제비들이 조용히 지켜보는 가운데, 건물 앞에 정차한 것은 재건축사업을 위해 철거작업을 하러 온 어느 철거업체 소속의 중장비와 인부들이었다.


감독으로 보이는 남자가 중장비 기사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하는 것을 지켜보는 사이…


“세계평화!”


어딘가 숨어있던 후타리봇제비 한마리가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후타리봇제비의 입을 서둘러 틀어막고 깊숙한 곳으로 숨기는 봇제비들.


하지만 밖에 있던 인부들은 그 소리를 전부 들은 뒤였다.


“세계평화…? 저거 분명…”


“그래, 대표적인 유해조수인 봇제비야. 아마 이 건물 안에서 몰래 살고 있었겠지”


“그럼 저 놈들을 먼저 몰아내야 하니 작업이 지연되는거 아닙니까?”


“아니, 작업은 예정대로 진행한다. 어차피 살려둬봐야 머릿수만 자꾸 늘어나고 사회에 전혀 도움 안돼, 그리고 유해 외래종이라 만약 나와도 그대로 밀어버리라고 환경청 지시도 나왔어”


그러는 사이에도 후타리봇제비는 마구 날뛰고, 봇제비들은 녀석의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사실 봇제비들에게 후타리봇제비는 일종의 트롤이다.


평소에 언니라 부르고 잘 따르는건 좋지만 정작 중요하거나 위험한 순간에 그 기회를 망쳐버리기 때문이다.


후타리봇제비는 봇제비들 사이에서 극소수의 확률로 태어나는 특이개체로, 성체가 되어도 어린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는데다 어린아이 같은 특성이 있어서 봇제비들에게 장난을 치거나 외부자극에 호기심을 크게 보이곤 한다.


하지만 그 점이 봇제비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적이 있거나 먹이를 사냥하는 등 최대한 조용함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서 장난을 치거나 큰 소리를 내 들키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봇제비들은 후타리봇제비를 가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내버리지 않았고, 결국 인간이나 외적에게 일방적으로 공격당하게 된다… 지금처럼.




봇제비들이 아직 건물 안에 있다는걸 아는 상황에서 즉시 철거작업이 시작된다.


중장비들은 제일 먼저 녀석들이 나가지 못하게 출입문이 있는 곳부터 빠르게 부숴나가기 시작했다.


이 건물은 뒷문이 없고, 지하에는 물이 가득 차있기 때문에 출입구가 무너지면 나갈 곳이 전혀 없다.


상황을 눈치챈 몇마리가 서둘러 출입구를 통해 빠져나가 주변 숲으로 숨는다.


“쳇, 이미 들켜서 도망치는건가? 뭐 됐어, 도망친 놈은 알아서 살게 놔두라지”


감독과 인부들은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녀석들을 싸늘한 표정으로 보며 작업을 이어갔다.


녀석들의 눈에는 동족들을 살리지 못한 죄책감의 눈물이 고여있었고, 그중 한두마리는 발이 걸려 넘어지기도 했다.


그 사이 건물 안에서는 출입구쪽이 무너져버려 도망칠 수 없게 된 녀석들이 어떻게든 숨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녀석들은 외적과 직접적인 마찰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창밖으로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최대한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빠르고 조용히 움직이려 했다.


일단 뭔가 협상을 하면 살려주지 않을까라는 헛된 희망 속에 아래는 위험할것 같으니 위로 가자는 녀석들도 있었다.


하지만 봇제비들 몇마리가 힘겹게 옥상으로 올라서고 있으니 중장비들은 이미 거침없이 옥상을 부숴버리고 있었다.


순식간에 구멍이 나고 외벽이 뜯기며 협상을 시도하러 온 봇제비들은 “세계평화~!”라는 비명과 함께 잔해더미 위로 떨어졌다.


조금씩, 또 조금씩 건물이 철거되고 무너져가면서 봇제비들이 숨어있을 공간이 점점 없어져간다.




봇제비들의 보호를 받아 어떻게든 숨어있는 후타리봇제비는 계속해서 큰 소리로 울고 있다.


결국에는 봇제비들도 지쳐버린건지 입을 틀어막는걸 포기하고는, 녀석을 버리고 각자 살 방법을 찾기 위해 흩어지기 시작한다.


건물 밖으로는 나갈 수 없다.


출입구에 외벽에 온갖 잔해더미가 다 무너져내린데다 천적중 하나인 인간들이 바글바글하고, 중장비들은 라이트를 환하게 켜고 작업중이기 때문이다.


햇빛만 봐도 치명상인 봇제비들에게 중장비의 헤드라이트는 보기만 해도 즉사다.


게다가 이젠 이들을 은엄폐시켜줄 것도 거의 없어서 이들이 이동하는 과정은 인간들에게 드러나있다.


일단은 비어있는 방이나 벽을 이용해 숨어보지만 중장비들이 계속해서 건물을 뜯어버렸기 때문에 숨는것도 더이상 의미가 없다.


너무 많은 봇제비들이 죽었다.


그때 후타리봇제비가 울지 않았으면… 이라며 원망하는 녀석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상황은 돌이킬 수 없다.




몇시간만에 건물은 완전히 사라졌다.


잔해더미 속에서 “세계… 평화…” 하는 신음소리가 새어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중장비의 작업소음에 묻혀 듣는 사람은아무도 없었다.


무너진 잔해는 굴삭기와 로더가 덤프트럭에 통째로 옮겨 실어 폐기장으로 향했다.


출입문이 무너지기 전에 도망쳤던 녀석들은 그저 흐느껴 울면서 동족들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세계… 평화?”


후타리봇제비는 눈을 떴다.

거기에는 수많은 봇제비들이 모여있었다.


“언니~!”


후타리봇제비는 신이 나서 그들에게 달려갔지만 봇제비들은 싸늘한 시선으로 매몰차게 돌아섰다.


어째서 날 피하는거야? 라고 묻지만 거기에 있는 그 어떤 봇제비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그저 말 없이 후타리봇제비를 피할 뿐이다.

말을 걸지도, 그 어떤것도 도와주지 않았다.


일부러라도 더 가까이 지내보기 위해 힘써봤지만

봇제비들은 애써 후타리봇제비를 무시했다.


“뭐야, 너 때문에 여기 있는 봇제비들이 다 죽었는데 다시 친하게 지내자고?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어디선가 들려온 소리에 뒤를 들어보니 악마가 삼지창을 들고 서있었다.


“뭐… 너도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네가 우는 바람에 인간들에게 너희가 있다는걸 들켰으니 네 잘못으로 모두가 죽은건 사실이잖아? 아마 안들켰으면 더 많은 녀석이 살 수 있었겠지…”


후타리봇제비가 ??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악마는 후타리봇제비와 봇제비들을 끌고 지옥으로 향했다.


“아무튼 지옥에 온걸 환영해, 너흰 그동안 사람들을 털스라이팅하고 응냨이와 노코들의 생태계를 망친 벌로 여기 오게 된거야. 너희같은 유해조수따위에게 천국이라는 유토피아는 어울리지 않거든 으하하하~!“


살아남은 녀석들이 죽은 봇제비들의 명복을 빌어주는 사이, 지옥에서 이들이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알고 있는 것이 없다.


그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지 못한 죄책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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