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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제비, 학대) 봇제비의 일생

ㅇㅇ(211.117)
2023-08-18 04:05:25
조회 1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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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변 상황을 살펴본다.


주변에는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동족들과 쫒아가는 인간들, 그리고 인간들에 의해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동족들만이 널려있다.


“봇제비들의 연쇄적인 기습불법시위로 인해 시민들의 생활이 크게 불편해짐에 따라 더욱 적극적인 진압을…”


“오늘 ㅇㅇ시에서 발생한 봇제비들의 세계평화 불법시위에 대해 경찰과 학대파는 전보다 더욱 강한 제압을 통해 봇제비 전원을 강제 해산 또는 체포하였…“


뉴스에서는 봇제비들이 경찰에게 돌을 던지는 등 폭력시위를 벌이는 광경이 연이어 벌어지고, 인간들이 우리를 강제해산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현실은 전부 거짓이다.


봇제비들은 말 그대로 평화롭게 함께 살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을 뿐인데… 인간들은 그들을 온갖 무기로 무자비하게 학살하고 있는것이다.


젠장… 대체 어디서, 무엇부터 잘못된거야…




난 내가 태어났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내 주변에는 온몸에서 피를 흘리던 키댕이 한마리만이 있었다.


내가 살아있음을 눈치챈 키댕이는 나를 눈에 띄지 않게 숨겨놓고절뚝거리는 몸으로 인간들의 관심을 끌어 스스로를 희생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내가 태어나자마자 엄마는 인간들에 의해 숨을 거뒀고, 그 자리를 봐주던 키댕이가 날 물고 전속력으로 도망쳐서 목숨을 건졌다고 하는것 같다.


그때 들은 천둥 비슷한 소리는 기억하는것 같은데…


아무튼 그 키댕이도 온몸에 심한 상처를 입어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 아마 그렇게까지 멀리 도망치지는 못했을것이다.


점점 빠르게 다가오는 인간들 속에서 키댕이는 날 살리기 위해 어떻게든 홀로 인간들을 유인했고 결국 또 한번의 천둥소리와 키댕이의 비명을 끝으로 난 생존할 수 있었다.



그렇게 겨우 위기를 넘겨 살아는 남았지만 갓 태어난 내가 할 수 있는것은 하나도 없었다.


사냥을 하려고 해도 상대가 나보다 약한지, 강한지를 모르고 열매나 버섯을 찾아도 이걸 먹어도 되는지에 대한 것을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엄마나 다른 동족들이 알려줘야 뭐라도 할텐데 엄마를

비롯한 동족들은 죄다 인간들이 가져온 무기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학살당하거나 끌려갔기 때문이다.


난 그 지옥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봇제비였고,

살기 위해서는 뭐라도 먹어야 했다.


인간은 산소없이 3분, 물 없이 3일, 식량 없이 3주 이내를 버틸 수 있다고 하지만, 새끼봇제비인 나는 그마저도 버틸 수 없었다.


일단 잡히는건 모조리 먹어봤다.


전부 풀떼기 아니면 버섯인데다 독초인지 아닌지도 모르지만 와장창 씹어먹었다.


독초가 있었다면 바로 반응이 왔겠지만, 죽지는 않았으니 괜찮은거겠지라는 생각으로 계속 먹었다.


나때문에 죽은 키댕이와 니지토끼 의사도 뜯어먹었다.


죽기 전까지 날 살리기 위해 노력해준 이들을 난 눈물을 머금으며 먹어야 했다.



뭐든 먹으며 어떻게든 살다보니 시간이 꽤 흘러 나도 생존에 대한 어느정도의 지식이 생겼고 사냥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사냥할 수 있는거라고는 응냨이라고 하는 육상형 문어가 전부, 이 녀석들은 멍청하기 짝이 없어서 놓칠 수가 없다.


마침 바위 밑에 사는 응냨이들이 기타를 쳐대며 노래를 부르고 있길래 바로 덮쳐버렸다.


처음에는 아무런 눈치도 못챈것 같았지만 내가 발톱으로 기타를 던져 부숴버리고 나니 정신이 든것 같았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는 새끼들을 대신해 성체 한마리가 앞에 나와서 “내가 대표로 먹힐테니 제발 아이들은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애원했지만 나로선 그걸 들어줘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한번의 발길질로 응냨이의 애원을 물거품으로 만든 나는 처참한 몰골이 된 아이들을 우적거리며 머리장식을 계속해서 뱉어냈다.


소중한 아이들을 모조리 잃은 분노에 응냨이는 참지 못하고 내게 머리를 들이 받으려 했지만 내가 귀찮은듯 발길질로 후려치자 퍽 소리와 함께 벽에 부딪혀 싱거운 생을 마쳤다.


이런 덕분에 주식이어야 할 돼지국밥우동을 먹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체력은 유지할 수 있었고 이젠 슬슬 봇제비로서 평생의 꿈을 이루러 내려가보기로 했다.



나를 비롯한 봇제비들로서 평생의 꿈,

그건 돼지국밥우동을 먹어보는 것이다.


주식이니까 늘 먹는것 아니겠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랬으면 평생의 꿈이라는 말을 쓰진 않겠지.


응냨이나 노코들에게는 가라아게가 주식인 반면, 봇제비의 배를 채우기에 가라아게는 간식도 안되는 수준이다.


힘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는 “크어어 뻑 예~“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든든한 돼지국밥우동을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인간들이 그 꼴을 두고 볼 리가 없기 때문에 평생의 꿈이라고 하는 것이다.


인간들은 우리가 보이는것만으로도 기겁을 하고 욕설을 하고 발길질을 했다.


돼지국밥우동을 얻어먹기 위해 식당에 가면 주인이나 손님들이 “이런 털 날리고 더러운 자식이 어딜 들어오고 지랄이야?!”라며 그 자리에서 폭력을 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웬만하면 인간들이 안보이는 시간에 나와서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하려고 하지만 도시의 밤에는 몇시가 되어도 언제나 인간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동족들은 인간이 있는 시간대라도 밥 한끼를 얻어먹으려 돌아다니거나 먹을것을 찾아 쓰레기를 뒤지다 인간들에게잡혀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눈앞에서 인간에게 처참하게 폭행당해 죽거나 보신탕집으로 끌려가 조리당하는 동족들…



결국 참다못한 동족들과 키댕이, 니지토끼들이 도시에서 기습시위를 통해 우리의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외치지만 인간들은 그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뭐라는거야 유해조수 놈들이…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그럴거면 국회 앞에서나 해! 바쁜데 길 틀어막고 뭐하는거야!”


“니들 생존따위 우린 알 바 아니고! 시끄러우니까 조용히나 해!”


오히려 조롱과 욕설이 돌아올 뿐, 지지해주는 소수의 애호파가 아니었다면 동족들은 첫날부터 비극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나도 “저래봐야 뭔 소용이냐…” 했지만,

어느새인가 왠지 저 사이에 서있어야 할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봇제비 특유의 세계평화정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계속해서 권리보장을 요구하는 동족들의 시위가 일어나자 경찰에서는 지원을 보내 우리를 진압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방패 등을 이용해 진로를 방해하거나 막는 수준이었지만 나중에는 점점 최루스프레이를 뿌려대거나 진압봉으로 후려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진압봉에 얻어맞고 최루가스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특유의 자세인 “천둥이 번쩍”을 유지한채 “세계평화!”를 외쳤다.


우리로서는 아무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지극히 평화적인 의미지만 정작 뉴스에서는…


“오늘로서 벌써 ㅇㅇ일째 불법기습시위가 이어지는 중입니다, 경찰들이 계속 해산명령을 내리고 있습니다만 봇제비들은 특유의 도발공격자세를 취하며 완강히 맞서고 있어…“


우리의 자세를 ”공격, 도발 의사가 있는 매우 위험한 자세“로 폄하하며 오히려 더 강하게 진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의사를 받아들인건지 우리의 목숨을 빼앗는 가장 큰 주적, 과격학대파까지 끌어들여 경찰 편으로 세웠다.


그동안 우리가 다칠때마다 치료해주던 애호파도 과격학대파를 보자 결국 우리를 버리고 줄행랑쳤다.


그럴만도 하겠지…

애호파는 극소수인데 과격학대파는 과반이 넘으니까.


결국 애호파는 포기해버렸고, 경찰과 과격학대파의 죽음을 부르는 진압작전이 이어져갔다.



길거리에는 죽어버린 동족과 키댕이, 니지토끼들이 널려있다.


이들이 보이는 족족 HID 라이트를 비추거나 섬광탄이 날아오고, 강한 빛에 정신을 잃거나 죽으면 달려든 경찰과 학대파들이 후두려 팬뒤 회수해간다.


뉴스에서는 과거의 폭력시위현장을 짜깁기해서 우리가 경찰과 학대파를 선제공격하고 비웃는듯한 분위기를 연출해 “저녀석들은 공격과 도발을 일삼으며 폭력적 시위를 하고 있어 평화를 말할 자격도 없으니 멸종시켜도 된다”는 쪽으로 여론을 돌리고 있다.


애호파들이 정정을 요구해도 언론이나 높으신 분들은 들을리가 없고, 오히려 허위사실유포라는 명목을 대서 이들을  체포할 정도였다.


우리와 관련된 모든것은 부정되었다.


우리가 응냨이나 노코로부터 진화한다는 것은 DNA 분석 결과상 이루어질 수 없으며, 봇제비들의 흔한 망상과 거짓일 뿐이라는 키타박사의 이야기가 그런 것중 하나였다.


우리는 존재 자체부터를 부정당했고…


“저 새끼 뭐야! 너도 시위에 참여한 부정한 봇제비놈이지!”


난 이 이후의 기억이 없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곳에는 가족들과 희생된 동족들, 키댕이, 니지토끼들이 모여있었다.


“여긴… 어디야?”


“어서와, 네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여긴 우리만 있는 세상인것 같아!”


“우리만 있는 세상…? 진짜 세계평화가 온거야?”


“그런것 같아, 여기 우리 말고 인간은 아무도 없어”


인간들은 아무래도 끝까지 우리를 인정하지 않았다는듯 하다.


우리의 무죄를 주장해준 애호파들은 모두 허위사실유포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아 수감중이고, 결국 산속에 숨어있던 동족들까지 샅샅이 뒤져 식용과 연구용으로 분류되지 않은 개체는 전원 사살당했다고 하는것 같다.


우리는 그저 인간들과 함께 살고 싶었을 뿐인데…


그저 허망한 꿈과 함께 우리는 우리 나름의 유토피아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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