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학대) 봇제비의 괴로운 하늘여행
짜르르르르르르릉~!
“기내 화재 대응 체크리스트, 빨리!”
“기내 화재… 목차의 5.04, 5.04…”
11km 상공에서 순항중이던 결속익스프레스 소속 화물기에 갑자기 위기가 닥쳐왔다.
운항관리컴퓨터에 기내 메인 화물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경고가 떴기에,
조종사들은 서둘러 산소마스크를 착용하며대응 매뉴얼을 살폈다.
“즉시 비상착륙을 고려할것! 일단은 화재진압을 위해 소화기 1을 분사, 10분 정도 기다린 후…”
한편 화물실은 불도, 연기도 없는 고요한 상황.
40년이나 된 낡은 비행기의 단순한 화재감지기 오작동이었지만
조종사들은 실제상황일 수도 있음을 고려해 비상착륙 준비를 하며 객실에 소화기를 터뜨렸다.
”… 으, 응? 쿨럭쿨럭! 세, 세계평화?!“
컨테이너에 실려있던 분홍색… 나무늘보? 개미핥기? 비슷한 생물들은 갑자기 뿌려지는 하얀 가루에 정신없이 쿨럭거렸다.
이미 지칠대로 지쳐 컨테이너 벽과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마당에
난데없는 소화기 분말까지 얻어맞아 괴롭고 서러웠다.
’우리는 어째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는거지…?‘
몇시간 전, ㅇㅇ국 ㅇㅇ국제공항 화물터미널
결속익스프레스 소속의 화물기 한대가 한참 화물 적재를 마치고 문을 닫으려던 참이었다.
“기장님! 잠깐만요! 지금 막 검역 마친 동물들 추가로 실어야 합니다!”
화물담당직원 몇명이 조종실로 급하게 뛰어왔다.
이들은 몇시간 전에 나갔어야 하지만
검역서류에서 문제가 발생해 발송하지 못했던 동물들을 지금 출발하는 화물기에 대신 적재하려고 했다.
나무늘보인지 개미핥기인지 모를 분홍색 동물
최근 ㅇㅇ국에서도 많이 보이기 시작해서 연구에는 들어갔지만
이 나라의 유전공학기술로는 파헤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관련 연구기술을 가지고 있는 키타박사에게 보내 자문을 구하고 공동연구를 하려던 것이었다.
한참 기체에 대한 세팅 확인과 이륙, 긴급상황시 대응 브리핑을 하던 기장은 한숨을 쉬었다.
비행기에서는 무게중심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인데
앞이 무거우면 이륙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뒤가 무거우면 기수를 들어버리기 때문에 제어불능으로 추락할 위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물을 추가로 적재하기 위해서는 전체 화물에 대한 무게중심을 다시 잡아야 하고,
위치를 바꾸거나 빼야하는 경우도 있어서 시간도 많이 잡아먹는다.
“그래서… 추가되는 무게 얼마인데요?”
”0.XX톤 추가, 변동되는 CG값은 0.XX니까 그대로 가셔도 됩니다. 적재위치는…“
다행히 그 위치대로 적재만 한 뒤 그대로 출발할 수 있다는 말에 조종사들은 승낙을 하고 적재를 시작한다.
리프트에 올라 화물기에 실리는 동물운송용 컨테이너 안에는 분홍색 동물들이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에 당황하고 있었다.
숲에서 살다 인간들에게 붙잡혀 털과 피를 뽑히는 등의 수모를 겪은것도 고생이었는데
이번에는 처음보는 낮선 금속덩어리에 실리고 있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앞발을 번쩍 들거나 서로를 껴안고 바들거리던 동물들이었지만
화물실 문이 잠기고 불이 꺼지자 드디어 익숙한 환경이 되었는지 조금은 여유를 찾은듯 했다.
결국 동물들을 실으면서 예정보다 20여분 늦게 결속익스프레스 835편 화물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동물들은 갑자기 들려오는 제트엔진의 굉음에 놀라 서로를 껴안고 바들거렸다.
창문없이 폐쇄된 환경에 컨테이너와 파렛트들이 진동하면서 나는 소음에, 외부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와 제트엔진의 굉음까지…
아무리 어두운 곳에서 혼자 사는걸 좋아하는 동물들이라지만 이런 상황에서 침착하게 있기는 어려운 모양이다.
그나마 여압장치 덕분에 숨이라도 편하게 쉴 수 있는건 다행이라고 볼 수 있겠지.
조종실에서는 이런 상황을 모른채 일상적인 교신을 이어간다.
”ㅇㅇ관제소, 결속익스프레스 835. KITAN3 출발경로 이용해서 1400에서 35000까지 상승중“
”결속익스프레스 835, ㅇㅇ관제소. NZIKA로 직행하고 고도제한 해제합니다“
”NZIKA 직행, 고도제한 해제. 결속익스프레스 835“
관제사는 이들을 위해 출발항로를 가로질러 가도록 지시한다.
이러면 정해진 구간을 따라 돌아갈 필요 없이 지정한 곳으로 바로 가면 되기 때문에 시간을 아낄 수 있다.
“NZIKA면… 7분 세이브인가?”
“인심 조금만 더 써줬으면 좋겠는데 근처에 군사구역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이만 하면 됐지 뭐…”
어느덧 835편은 순항고도에 거의 다 왔다.
조종사들은 규정에 따라 다른 메뉴로 교대식사를 준비중이다.
식중독으로 인한 신체이상을 대비해 이들은 서로 다른 제조사에서 만든 다른 메뉴를 서로 다른 시간에 취식해야 한다.
먼저 기장이 갤리로 나와 가라아게 도시락을 데운 뒤 조종실로 가지고 가서는 후방 보조석에 앉아서 먹는다.
신체이상이나 이상행동시 대응을 위해 조종사는 조종실에 혼자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835편은 교대조종사가 타지 않는 2인승무 항공기이기 때문에
서로 자리를 비우더라도 시간을 최대한 짧게 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장이 식사를 마치고 정리를 한 뒤 돌아와 자리에 앉으면 그땐 부기장이 나가서 조리를 하고 돌아와 식사를 한다.
한편… 동물들은 지끈거리는 머리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기압차 때문이다.
지금 835편이 순항하는 35000ft 상공은 지상을 1기압으로 봤을 때의 1/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호흡유지를 위한 여압장치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0.8기압 정도가 유지되고 있지만.
하지만 이런 상황을 처음 경험하는 분홍색 동물들에게 여압차는 그저 지끈거리는 머리와 싸우는 고통일 뿐이다.
인간이면 코를 막고 숨을 불어넣는 이퀄라이징을 해서 나름 대응을 할 수 있지만
녀석들은 그런 방법조차 모르는데다, ㅇㅇ국도 이런 상황에는 무지해서였는지 담당수의사도 붙여주지 않고 동물들을 발송했다.
결국 머리가 너무 아픈 동물들은 숨만 겨우 쉬며 하나 둘 컨테이너 벽과 바닥에 쓰러져 기절해버렸다.
기내에서 먹을것을 줄 수는 없기 때문에 미리 먹여두었던 가라아게를 토해내는 녀석들도 있었다.
녀석들은 점점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하강까지 1시간을 앞둔 상황에서 조종실에 화재경고가 울렸다.
객실 내 화재감지기의 오작동으로 울린것이었지만 방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에
조종사들은 체크리스트에 적힌대로 화재진압을 위해 소화기를 뿌리고 여압장치 팬을 차단했다.
그나마 숨만 겨우 쉬던 동물들은 갑자기 뿌려지는 소화분말에, 숨도 쉬어지지 않자 당황해서 컨테이너를 벅벅 긁어댔다.
이미 울음소리조차 내기 힘들었다.
“메이데이, 메이데이, 메이데이! 여기는 결속익스프레스 835,
현재 기내 화재 발생으로 기본 진화작업 진행하며 10000까지 하강중,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은 어딥니까?!”
“결속익스프레스 835, 어… 어디 원하시는 곳 있습니까?”
“가장 가까운 공항에 비상착륙을 원합니다, 현재 승무원 2명, 연료는 1X톤. 위험물은 없으나 동물 실려있습니다,
현재 소화기 뿌려서 어느정도 진화는 된것 같지만 지상에서 확인해야 할것 같습니다”
조종사들은 관제와 교신하며 비상착륙할 장소를 찾고 있었다.
신입관제사가 어리버리하고 있으니 상관이 와서 상황을 묻고 자리를 대신 넘겨받았다.
”비상선언한 항공기,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센트레어입니다. 지금 하강중이신 것으로 보이는데 119.170Mhz를 이용해 접근관제소와 교신하십시오“
”센트레어… 주파수가 뭐라고 하셨죠?“
”119.170, 119.170입니다. HEAVY급 대형 화물도 자주 랜딩하는 곳이니 괜찮을겁니다“
“결속익스프레스 835, 감사합니다”
산소마스크 없이도 숨을 쉴 수 있는 고도인 10000 아래로 내려와 조종사들은 산소마스크를 벗는다.
화재경고는 이미 소화기를 터뜨린 뒤부터 꺼지긴 했지만 이들은 아직 방심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바로 비상착륙을 위한 접근조율에 들어가고,
화물실에서는 파렛트와 컨테이너들이 소화분말에 하얗게 뒤덮여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내려온 덕분에 그나마 꿈틀대는 녀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동물들은 의식을 잃은건지 죽은건지 알 수없을 정도로 누워있었다.
“현재 활주로 주변에 소방대 대기중, 착륙 후 활주로에 그대로 정지해서 비상탈출 하셔도 됩니다”
“화재경고는 꺼졌습니다만 오류인건지 실제로 진화가 완료된건지 지상에서 확인하고 싶습니다.
활주로를 막기는 좀 그렇고 A8 나가서… 109번 가능합니까?“
”109번 들어가서 확인하고 싶으시다는거죠?“
”Affirm (그렇다는 뜻)“
“835편 알겠습니다. 그럼 A8 나오셔서 109로 이동하십시오”
조종사들이 지상과 착륙 후 이동 및 탈출 과정에 대한 조율을 하는 와중,
동물들 중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녀석들이 쓰러져있는 녀석들을 흔들며 생사여부를 확인해본다.
다들 움직이지 못하며 완전히 축 늘어져있고,
숨을 쉬지 않는 녀석들도 몇마리 있었다.
하얀 가루가 쏟아지고 숨이 막히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히 함께 지내던 녀석들이었기에 이들의 상실감은 매우 컸다.
그나마 숨이라도 쉬는 녀석들을 안아주면서 이들은 우리가 살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속도 최종 접근모드”
“속도 최종 접근모드, 감속합니다”
화재발생 대응에 들어간지 약 20여분, 이제 835편은 센트레어 36번 활주로에 최종접근을 시작한다.
점차적으로 속도를 줄이고 착륙준비에 들어가자 동물들은 밖에서 들리는 소음에 귀를 기울인다.
이륙할때 들었던 소음이 다시 한번 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어 다운, 슬랫 30/플랩 40”
“2500”
맨앞에 놓인 컨테이너에는 조종실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들이 새어나오고 있었기에
동물들은 인간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 분위기로 상황파악을 하고 있었다.
“1500”
“접근실패 대비고도 넣어, 3000”
“접근실패고도 3000”
“1000”
‘뭐라고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점점 가벼워지고 있어, 지상으로 온건가?’
점점 지끈거리던 머리가 풀려가고 몸을 움직이는데도 어려운 부분이 없다.
쓰러져있던 녀석들 중 일부도 아직 소화분말 때문에 숨쉬는것을 힘들어 할 뿐 움직일 수는 있게 되었다.
이제 잠시 후면 이 지옥을 탈출할 수 있겠구나…
“50… 40… 30… 20… Retard! Retard!(출력 줄여!)”
녀석들이 기쁨에 차서 앞발을 들고 세계평화라며 만세를 외치려던 순간, 쿵하는 충격과 함께 화물기는 활주로에 내렸다.
그렇게까지 큰 충격은 아니었지만 순간적으로 일어서있던 녀석들을 패대기치기엔 충분한 수준이었다.
다시 녀석들이 눈을 뜬곳은 이들의 목적지였던 키타박사의 연구소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깁스를 하거나 수액을 꽂는 등 멀쩡해보이진 않았다.
“에휴, 발톱이 완전히… 쯧쯧”
키타박사는 녀석들의 몸 상태를 보며 깁스를 해주거나 망가져버린 발톱을 잘라내는등 치료를 해주었다.
뭔가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어라? 너… 안돼, 넌 소화분말을 너무 마셔서 목과 성대가 완전히 망가져버렸단 말이야. 미안하지만 망가진 성대는 수술을 해서 제거해야 했어”
함께 상태를 살피던 키타박사의 조교 중 한명이 녀석의 상태를 눈치채고는 이야기 해주었다.
‘무슨… 소리야? 내 성대가… 없다고?’
835편에서 살아남은 녀석들의 상당수는 발톱이 완전히 망가져버릴 정도로 컨테이너를 긁어댔는데,
아예 발톱자국을 따라 구멍이 나버린 곳도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소화분말이 뿌려지고 여압장치 팬이 차단된 상태에서 어떻게든 숨을 쉬려다
소화분말이 목, 성대, 기도 등을 망가뜨리는 바람에 생명에 지장이 있는 녀석들도 있었다.
결국 키타박사 연구진이 어떻게든 살려는 냈지만 이미 기내에서 세상을 떠난 녀석들도 있었고,
살아남은 녀석들도 거의대부분이 발톱이나 성대 등을 잃어야 했다.
말을 할 수 없게 된 녀석은 어떤 일이 있었냐고 몸짓으로 물었고,
조교는 “기내 화재감지기 오작동으로 인해 조종사들이 화재대비조치를 했고, 이로 인해 소화분말을 지나치게 많이 마셔서 그렇게 된거다” 라고 답했다.
835편에서 끝까지 살아나온 녀석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조종사들은 화재감지기의 잘못된 신호에서도 실제 화재상황을 고려해 행동한 것에 대해 표창을 받고 근무를 이어가고 있으며,
사고를 낸 40년된 화물기도 문제를 일으켰던 화재감지기에 대한 개수작업만 거쳐 다시 하늘을 날고 있다.
아무도 이 동물들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기에 키타박사와 연구진은 835편의 케이스를 연구해
ㅇㅇ국과 ICAO에 이 분홍색 동물들에 대한 항공운송 금지와,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수의사를 대동시킬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고…
이로 인해 개선된 운송안에는 “응냨이나 봇치노코는 수의사 또는 별도의 보호장비 없이 운송할 수 있다.
단, 봇제비는 반드시 전문수의사를 대동해야만 운송할 수 있으며, 항공사는 해당 동물의 수취를 거부할 수 있다” 라는 내용이 추가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