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결속밴드의 해체후, 해외여행

봇붕이(175.125)
2023-09-08 23:23:19
조회 1190
추천 21

, 좋은 아침입니다…”

, 봇치짱, 왔구나.”

밴드 해체한 이후로는 처음으로 다 같이 모이네요!”


결속 밴드가 해체한지도 벌써 일주일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해체의 이유가 멤버들간의 불화 때문은 아니다. 이십 대 후반이 되고나서 우린 에이징 커브가 오기 시작했고, 직감적으로 슬슬 새 밴드에게 자리를 넘겨야 될 시간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 후, 우린 마지막 앨범을 내고 라이브를 통해 지금까지의 감사인사를 한 다음 밴드 해체 소식을 발표했다.

그럼, 밴드 해체 기념 멤버 미팅을 개최합니다! 박수!”

밴드를 해체했지만 그래도 다 같이 뭘 하면 좋을 것 같은데, 하고 싶은거 있어?”

역시 밴드 해체후엔 자아를 찾는 여행이지, 유명한 밴드 연주자들은 대부분 밴드 해체후에 자아를 찾는다고 해외로 놀러 가서 술담배 하면서 여자끼고 놀잖아

"해외 여행 좋다! 그래도 건전하게 여행하자."

해외에 놀러간다니,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해외로 놀러갔다가 갑자기 외국인이 말 걸면 어떡하지, 말이 안 통하니까 오해받아서 감옥에 수감되고, 험상궂은 범죄자들이랑 같은 방쓰고, 간수들이 날 감시하고

으앗!”

봇치짱, 외국어가 걱정이면 한국 어때? 내가 어느정도 한국어를 할 줄 알거든, 가깝기도 하고

아무래도 니지카 선배는 나랑 꽤 오랜 시간 지내며 에스퍼 능력을 마스터한 것 같다.

, 한국 좋아요, 제가 기타 히어로에서 커버한 곡 중에 한국 곡이 많아서…”

저도 한국 가보고 싶어요! 이소스타에 한국 화장품 엄청 올라오더라고요, 그리고 저도 한국어 조금은 할 줄 알아요!”

나도 좋아, 지금 인디밴드는 개성을 좀 잃었지만 옛날 그 알몸 퍼포먼스는 정말 rock했지

그렇게 장소가 정해지자, 나머지 계획을 세우는 것은 금방이였다. 밴드가 유명해진 뒤론 바빠져서 다들 한동안 여행을 못 갔으니까, 오랜만의 여행을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다들 들떠있었다.

다들 오늘 7시까지 공항 오는거 알지? 늦으면 버리고 간다~ 일본 공항에선 알아보는 사람 좀 있을 테니까 마스크 꼭 쓰고

! 이따가 공항에서 봐요!”

, 공황에서 뵈요"

그렇게 아침에 공항에서 만나서 별탈없이 한국으로 출발할 줄 알았으나 료 선배가 늦는 바람에 비행기를 놓칠 위기에 처한 우리는 게이트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 제때 오라니까!”

하지만 어제 읽은 만화가 너무 재밌어서흐암…”

내가 못살아!”

정말이지, 료 선배는 항상 똑같은거 같다. 그게 단점으로 부각될때가 많다는게 문제지만, 그래도 료 선배의 그런 면을 한 10년 정도 보고 나니 이젠 좀 적응이 된다. 그렇게 이륙 거의 직전에 가까스로 비행기를 타는데 성공하고, 우린 한국으로 출발했다.

! 한국에 온 걸 환영해!”

그렇게 말하는 니지카도 처음이잖아

그래도 많이 찾아봤거든!”

그래그래~”

자꾸 그러면 나중에 음반 안 사준다!”

내가 잘못했어 니지카, 한 번만 봐줘

, , 해외에서 싸우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일단 숙소에 가서 짐부터 풀고 근처를 돌아다녀보죠!”

다 같이 오랜만에 여행을 오니 옛날에 다 같이 바다에 갔을 때 생각이 났다. 모두들, 그때처럼 여전히 변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 근처 홍대입구역에 도착했다.

, 유튜브에서 보던 거랑 똑같다!”

그러게요, 화장품 판매점도 엄청 많이 보이네요

, 저기 버스킹 하시는 분도 보이네요

우리 처음 버스킹 했었을 때가 생각나네~, 그때 엄청 떨렸었는데

, 그땐 너무 떨려서 캐리어 속에 들어가기도 했었죠

맞아, 그랬는데 말이지~”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니였는데도, 얘기하며 걸으니 숙소까진 금방이였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나서, 우린 가까운 홍대에 갔다. 한낮이라 사람이 그렇게 많을 시간대가 아니였는데도 홍대엔 사람이 꽤 많았고, 특유의 분위기와 인파가 어우러져 시모키타자와를 연상시켰다.

어디부터 갈까요? 이소스타 카페? 인생네컷?”

일단 진정하고 좀 걸어보자. , ! 혼자 음반가게로 가지마!”

사람이 많아 니지카 선배의 어깨에 기대고 싶었지만, 아웃도어파 키타와 흥분한 료 선배를 말리는 것 만으로도 선배가 벅차보였기에, 마음을 다 잡으며 당당히 걸으려는 결심을 했다. 분명 단단히 결심을 했다.

하지만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나자,그 각오는 산산이 깨져 난 니지카 선배의 뒤에 숨을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해요, 니지카 선배. 하지만 외국에서 팬분들에게 잘 반응할 자신이 없어요.

다행히 니지카 선배와 키타가 팬 서비스를 잘 해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팬분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 이대로는 팬분들에게 둘러싸일 것 같다고 생각한 우린 급한대로 근처 카페에 숨었다.

우리 이야기를 애니화한게 한국에서 성공했다는 얘기가 잘 와닿진 않았는데, 확실히 애니가 뜨긴 했구나

그러게요! 해외에서 거의 알아보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제 우리도 세계적 밴드라고 말할 수 있는건가, 해체했지.”

, 확실히 이렇게 다 같이 모여있으니까 밴드 해체가 실감이 안 나긴 하네요

일단 팬분들이 전부 따라오시면 구경하기 힘드니까, 잠깐 낮동안은 둘씩 찢어 다니자. 키타랑 내가 한국어를 할 줄 아니까, 키타랑 봇치, 료랑 내가 같이 다니는게 좋을 것 같아.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 하고.”

알겠어요! 봇치는 제가 잘 챙길게요!”

잘 부탁해, 니지카

그렇게 30분 정도 있다가 나와 키타는 다시 구경을 시작했다. 확실히 둘이서 다니니까 알아보는 사람도 조금 줄어서 좋은 아이디어 같긴 했지만키타의 인싸력이 야외&해외라는 콤보로 극도로 밝아져서 나는 구마당하는 듯한 기분으로 키타와 같이 이소스타 카페 같은 커뮤증에 걸린 사람들을 위한 징벌장소들을 가야만 했다.

너무 이쁘다, 그치!”

- 그렇네요..”

난 형체를 유지하는 것 만으로도 온 에너지를 다 써야만 했다.

그렇게 날이 조금 어두워지면서, 드디어 키타가 진정을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사람이 없는 골목 쪽으로 들어가 잠깐 숨을 돌리기로 했다.

나 혼자만 신나서 돌아다녀서 미안해, 많이 힘들었어?”

, 아뇨, 그렇게 힘들진 않았어요.”

그래도 밤에는 봇치짱이 가고 싶은 곳 위주로 가자. 가고 싶은 곳 있어?”

전 저기 음반 매장이-“

그때, 갑자기 뒤에서 한 분이 말을 걸어왔다.

혹시 결속밴드의 히토리 고토와 키타 이쿠요 맞으신가요?”

팬분이 말을 걸어오시는 것은 꽤 흔한 일이였지만, 팬분이 일본어를 하시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나는 이례적으로 키타의 뒤에 숨지 않고 당당히 인사를 하며 가까이 다가갔다.

, 봇치에요!”

나는 그렇게 가까이 다가갔고, 불운하게도 팬분의 손에 있는게 일반적인 물건이 아닌 칼이였다는 사실을 깨달았을때는 이미 거리가 너무 가까워진 뒤였다.

팬이에요

날카로운 물체가 내 몸 안으로 들어왔다. , 아프다. 순간적으로 온 몸의 신경이 곤두서며 배가 인두로 누르는것처럼 뜨거워졌다.

고토!”

정신이 없다. 왜 칼에 찔렸지?

, , 도대체 왜 해체한거야? , 우리 팬들은 너에게 차고 넘치는 관심을 줬잖아? 앨범내면 수십장 사고, 라이브할때마다 방문하고! 그걸 보답하진 못할 망정 팬들의 뒤통수를 쳐? 돈 뽑아 먹을만큼 뽑아 먹었다 이거야? 이 빌어먹을 년이!”

, 해체한거에 화가 나신건가. 아끼던 밴드가 없어진다는 허망감은 깊이 공감한다. 생존 본능 인지, 키타는 찔리지 않게 하고 싶었던 건지, 그것도 아니면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이였는지, 나도 모르게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신 관심은 너무 감사하고, 인생의 가장 큰 축복으로 여기고 있어요. 히키코모리에 가까웠던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밴드 동료와 여러분 덕분이니까. 하지만, 저희도 슬슬 자리를 새 밴드한테 넘겨야 돼요. 그래야 새 밴드들이 계속 생길테니까요, 아무리 좋은것도 영원히 할 순 없잖아요. 단지 기억할 뿐이죠

닥쳐! 내가 너희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걸 했는데! 그건 기억하지도 못 할거잖아!”

저희 마지막 스테리 라이브때 한국에서 오셨다고 하셨던 분이신가요? 그때 솔직히 좀 감동했었어요, 저희를 위해 일본어도 배우셔서 직접 스테리로 와주시다니. 이렇게 다시 보니까 영광이네요

절대 잊지 않을 거에요, 제가 죽는 그 때까지. 아마 다른 멤버들도 기억하고 있을거예요.”

, 닥쳐!”

머릿속에 혼란이 온 듯 날 찌른 팬은 그대로 도망쳤다. 그리고 다리에 힘이 풀린 나는 그대로

주저 앉아 버렸다.

고토! 괜찮아? , 구급차 부를테니깐!”

키타는 패닉이 온 듯 나보다도 몸을 떨고 있었다.

키타짱

말하지 말고!’

직감적으로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임이 느껴졌다.

아쉽게도 시간이 많이 없는 것 같은데, 그때까지 말동무 좀 해주세요

, 고토…”

이렇게 않아 있으니까 서로 마주 앉아서 기타 가르쳐 드릴때가 생각나네요, 그때 정말 좋았는데.

그러고 보니 그때 생각하면 기타 실력 엄청 느셨네요.”

전부…. 고토 덕분이야…”

키타가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는게 보였다. 다들 나 때문에 여행을 즐기지 못하게 됐네.

즐거운 여행 도중에 이렇게 문제를 일으켜서 죄송해요, 나중에 니지카와 료 선배 만나시면 죄송하다고 전해주세요

날 떠나지 말아줘, 부탁이니까 제발….”

떠나는게 아니에요. 키타가 부른 가사 중에 이런 가사가 있었잖아요, 달이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나는건 언젠가 이별이 오기 때문이라고, 저도 키타와 같이 한 시간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때가 오잖아요,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가 만난건 운명이니까, 몇 번이고 다시 만날거예요. 머나먼 내세 저편에서라도, 반드시 만날테니깐…”

점점 심장 박동이 느려지고 몸에 힘이 빠져가는게 느껴진다. 이제 정말 곧 끝나겠네.

죽을때가 되면 지금까지의 삶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한다. 나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밴드를 했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니지카 선배를 만나서 밴드 제의를 받고, 첫 라이브를 망치고, 키타를 만나고, 첫 앨범을 만들고나 정도면 축복받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어머니, 아버지 사이에서 잘 자라 원하던 밴드도 하고, 운 좋게 그게 잘돼서 많은 인기도 누려보고, 좋은 사람들도 만났다. 심지어 운이 좋아서 밴드도 멤버들 간의 불화가 아닌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라는 극히 희소한 경우로 해체했다. 더 이상 욕심을 낼 것도 없는 축복받은 삶이였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정말 마지막으로 하나의 소원을 바란다면, 니지카와 료 선배가 보고싶다.

그 생각을 하자마자, 건너편에서 선배들이 뛰어오는게 보였다. 환각인가?

봇치짱!”

고토!”

선배들? 여긴 어떻게…”

히토리, 긴장 풀어. 여긴 우리 밖에 없어

아무래도 내가 운은 타고난 모양이다, 난 마지막 기력을 짜내서 말했다.

니지카 선배, 밴드 권유해주셔서, 제 인생을 바꿔주셔서 감사합니다. 료 선배, 지금까지 저를 저만의 음악이라는 길로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점점 의식이 희미해지는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정말 행복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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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세이카 시점으로 라이브 보는거 쓴 봇붕이다.

우선 저번글에 열심히 반응해줘서 정말 고맙다.

별자리가 되고 싶어 듣고 난 뒤로 후반부 장면이 생각나서 급하게 써서 글이 전개가 잘 안 맞을수도 있다.

후반부가 최애의 아이랑 너무 비슷하게 됐는데, 의도한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제목 스포를 싫어해서 제목 보고 들어왔다가 뒤통수 개 쎄게맞은 봇갤러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단점 있으면 욕갈겨도 되니까 최대한 아프게 적어줘라

봐줘서 반갑고 기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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