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단편 소설)몇 년 후의 미래에는
조금 맛도리 소재가 있길래
심심해서 한 번 끄적였어
조언도 언제든 받아요~
그럼 즐감~
코 끝에서 부터 매연향이 조금 풍기는 도시의 도로변을 걷고 있었다. 바로 옆으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차량들, 도로변을 채우며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빠르게 변화하는 배경을 바라봐도, 이젠 무감각해진 감정들.
라이브 하우스로 옮기던 발걸음을 조금 멈추고, 마침 상가 안에서 포스터를 붙이고 있는 한 직원이 눈빛을 빛내며 나를 바라보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쓰이지도 않는다. 나의 온 신경은 새로 나온 포스터에 있었으니까. 새로운 라이브 하우스의 정보가 나왔나 싶어 바라보았지만 금세 무의미한 짓이라는 걸 다 읽고 깨달아버린다. 마치 개미가 갉아 먹고 지나간 흔적처럼 남겨진 검은 글귀를 속으로 읽었다.
‘20XX년, 11월 14일 xxx 밴드 라이브, xx 라이트 하우스에서 개최..’
과장된 광고지,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4인조 그룹을 고스란히 담은 포스터. 그 중 자신이 중심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 장면. 자신이 다니고 있는 밴드에 대한 정보가 크게 적혀 있었음에도 느껴지는 건 없었다. 자신이 다니는 밴드에 관심은 없었기에.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보는, 그런 세계는 관심 없었기에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기타 케이스를 고쳐매고 다시금 도심지로 발걸음을 옮긴다.
새파랗게 세상을 바라보았던 푸른 눈은 그렇게 죽어갔다.
결속밴드의 해체 이후 몇 년이 지났다.
어떤 계기가 있던 건 아니었다. 센터 시험에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니지카, 공부를 제대로 시작한 키타, 밴드를 하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료 선배. 학업과, 장래, 현실등이 점점 멤버들과의 사이를 갈라 놓았다. 밴드 멤버와 만나는 일이 횟수가 적어지고, 멤버들과 만나는 시간들도 적어졌고, 하나 둘 씩 자연스레 잊혀졌다. 학년이 올라가며 키타와는 반이 찢어지며 만나면 인사만 하는 정도로 끝나는, 그런 관계가 되고.
결속밴드는 그렇게 시모키타자와에서 자연스레 사라졌다. 가끔씩 키타와 니지카에게 연락이 오기도 한다. 아쉬웠다고. 그래도 재밌었다고. 정말 포기해버린 것만 같은 메시지를 바라보자 가슴 속 깊이 괴로워졌다.
어째서.. 이렇게 간단하게 포기해버릴 수 있는 거지?
나는, 아직 잊지 못했는데.
가슴 한 켠을 움켜쥐어도, 홀로 방 안에 틀어박혀 울어도 돌아오는 건 없었다. 그저 이기적인 마음이었으니까. 밴드 멤버의 인생을 책임져줄 것도 아니었기에.
홀로 그렇게 마음을 썩히며, 홀로 기타를 치며 바라던 꿈을 향해 다가간다. 아직 보이지는 않지만, 기다려주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도로변을 지나고 약속 장소였던 라이브 하우스 주차장 앞에 도착했다. 늘 그렇듯 검은 밴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앞 좌석에 창문이 열리고 운전기사겸 매니저가 말을 건네왔다.
“왜 이렇게 늦었어. 고토. 다들 기다렸다고?”
“걸어와서 늦었어요.”
“걸어와? 걸어온다고 늦어?”
“도중 만난 팬들이 싸인해달라길래요.”
“아니 그래도 다음 일정이 있는데..”
“워워! 진정하세요 매니저~ 팬들이면 어쩔 수 없잖아요. 저흰 팬 장사로 하는 건데.”
뒷 자석에서부터 들려오는 밝은 어투에 매니저는 한숨을 쉬며 타라고 턱으로 뒷자석을 가리켰다.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 밴 뒷자리에 기타 케이스를 넣고 밴에 탔다. 좌석에 앉아 해맑은 웃음을 짓는 리더에게 고맙다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의미를 담긴 작은 목례를 건넸다. 늦은 나를 언짢게 바라보는 다른 멤버들의 시선들이 느껴졌지만 신경 쓰지 않고 좌석에 앉자 밴은 다음 일정이 있는 장소로 향했다.
밴이 이번에 라이브를 할 운동장 도로변에 도착하자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태프들과 인파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대략적으로만 봐도 몇 천명이 움직이는 큰 장소. 라이브를 마치고 팬 싸인회가 열릴 예정도 있었기에 넒은 장소를 선택한 모양이었다. 앞선 가수들과 밴드의 노래가 끝나고, 마지막 차례로 입장해도 좋다는 사인이 들어왔다. 무대에 들어서자 울리는 함성. 기타의 현을 울리는 나를 바라보며 응원하는 사람들.
그렇게 과거를 조금씩 잊어가며, 응원해주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의 소리를 울렸다.
“구독자 200만...! 정말 축하해요! 기타 히어로~!”
라이브가 끝나고 커다란 팻 말을 끌어 안은 채 눈빛을 빛내며 다가오는 팬. 싸인회가 한창이었기에 작게 미소 지으며 고맙다 인사하고 받았던 싸인지에 싸인을 하고 건네자 정말 좋다는 듯 토끼처럼 뛰어가는 뒷 모습에 작게 미소 지어졌다. 히토리는 역시 어린 여성 팬이 많네. 옆에서 밝게 웃는 리더의 모습에 나 또한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전 여잔데 말이죠. 나의 대답에 리더는 놀리는 듯한 말투로 말을 건네왔다. 구독자 200만이라 그런가아~? 우리랑은 실력이랑 규모가 다르니깐~ 비아냥거리는 리더에 조금은 곤란해져버려 무슨 말이라도 하려다가 또 다른 팬이 싸인지를 건넸다.
밝은 성격을 지닌 리더지만 장난 칠 때는 마치 고양이처럼 앙칼진 성격을 가진 그녀. 배려심도 많이 있던 그녀에게 맞아서 그런가, 이번 밴드는 제법 오래 다닐 수 있었다.
오해, 라고 해야 될까.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사는 나에게 맞춰줄 사람은 결속밴드를 제외하고는 잘 없었다. 그렇기에 다니던 밴드들마다 오해를 사고는 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답답해 죽겠다. 어떻게 지금까지 사회 생활을 했냐는 등 많은 비난들을 들으며, 밴드를 가입하고 탈퇴한 게 몇 번이었기에, 결국엔 기타 히어로 계정을 밝히고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한 밴드에 그나마 정착할 수 있었다. 이름 때문에 떴다라는 악평이 돌기도 했었으나 실력의 기복이 점점 없어지고 무대에서도 리허설과 다름없게 깔끔하게 기타를 쳐내는 것을 계기로 팬이 생겨나며 어찌저찌 지금의 내가 되었다.
‘아직도 잘 모르겠단 말이지. 내가 성공한 이유를..’
싸인을 하면서 품고 있던 의문 너머로 한 편에서도 죄책감을 느끼곤 했다. 결속 밴드를 남기고 홀로 성공해버린 자신. 이젠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멤버들을 생각해서 뭐하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젠 잊어야 해. 이젠.
그리고, 다음 차례에 팬의 싸인지를 건네 받자, 익숙하고도,
조금은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토리..”
몇 년 후의 미래가 이렇게 허접하게 표현되다니..
그러니 빨리 2기를 내놔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