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응냨, 봇제비, 학대) 어느 돼지국밥우동집의 비법
미~! 미이이~! 응냐아앜!
살기 위한 마지막 힘을 다해 도망치는 한마리의 작은 문어.
이미 촉각도, 팔 한쪽과 다리 몇개도 뜯겨나간 끔찍한 꼴을 당했지만 일단은 목숨을 겨우 부지하고 있었다.
녀석이 목숨걸고 도망치고 있는곳은 식당 구석에 있는 주방.
함께 이곳으로 온 새끼와 동료들은 펄펄 끓는 솥에 빠져 비명을 지르다 어느 순간 조용해졌고, 녀석은 끝까지 들어가지 않기 위해 저항했다가 이 험한 꼴을 당하고 말았다.
미… 히이잉…
다리가 거의 없어 걷기조차 힘든 상황이지만 탈출이 눈앞이다.
이제 창밖으로 탈출만 하면 녀석에게는 자유가…
“세계평화! 세계평화~!”
하지만 탈출을 코앞에 두고 주인에게 붙잡히면서 작은 문어의 간절한 소원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탈출에 실패한 문어를 그 자리에서 가차없이 찢어버리고 있는 이 녀석은 봇제비.
관할기관인 봇갤지방환경청에 의하면 최근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유해성 외래종으로
한마리만 있어도 순식간에 불어나는 특성상 반드시 구제해야 하는 유해조수지만,
초반에 구제시기를 놓친데다 애호파가 지나치게 많아 현재로서는 사실상 구제를 포기한 녀석이다.
봇제비는 그동안 애호파들이 불법으로 몰래 주는 돼지국밥우동을 먹고 성장해 몇달 전 돼지국밥우동집을 차렸다.
보통은 식품위생상 이들이 음식점을 차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애호파들의 편법과 지원으로 해결한듯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메뉴는 분명 “돼지국밥우동”인데
왜 한편에선 작은 문어들을 끓는 솥에 넣고, 패대기치고,
찢어버리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는 봇제비가 식당 문을 열었을 때로 돌아간다.
애호파들의 지원 덕분에 가게를 열수 있게 된 봇제비.
바로 자신감 넘치게 영업을 개시했지만 자신이 그동안 먹어온 돼지국밥우동의 맛으로는 왠지 영 매출이 신통치 않았다.
고기에서 잡내가 나는건가? 싶어서 고기와 채소들을 바꿔보기도 하고,
반찬이 별로인가? 싶어서 거래처를 바꾸거나 직접 반찬을 조리해보기도 했지만 그럴 수록 손님은 점점 줄어갔다.
애호파들도 처음에는 맛있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 자신감 있게 영업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는 둥 칭찬일색이었지만…
그 뒤로 가게를 찾아오는 일이 없어졌다.
결국에는 한달도 안되어서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진 봇제비네 식당.
한탄하며 모든것을 내려놓은 봇제비는 삐뚤빼뚤한 어눌한 글씨체로 “건강사정으로 당분간 영업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적은 뒤 가게를 닫고 방랑을 시작했다.
맛있다고 소문난 돼지국밥우동집을 찾아나서봤지만,
당연히 모든 사람이 친절하지는 않기에 “더럽고 불결한 유해조수”취급을 받으며 문전박대와 학대를 당했고…
아무도 나서서 먹이를 주거나 재워주지도 않았기 때문에
나날이 여위어가며 자괴감과 괴로움에 시달렸다.
그렇게 전국을 한참 떠돌아다니던 어느날,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봇제비가 우연히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찾아간 곳에서 사건은 전환점을 맞는다.
당장 뭐라도 먹어야 했던 봇제비가
새끼들 앞에서 기타를 치고 있던 엄마응냨이를 산채로 잡아먹고 마는데…
“세, 세계… 평화?! (뭐야, 마… 맛있잖아?!)”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응냨이에서 감칠맛을 느낀 봇제비,
그 자리에서 새끼들을 모조리 잡아들여 가게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응냨이들을 생으로 먹을 때와 삶았을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하면서 실험을 했고,
다시 가게를 열어 손님들에게 설문을 해본 결과 “응냨이를 육수에 넣으면 손님들이 만족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응냨이들을 넣기 시작하면서 봇제비의 식당은 발 디딜 틈이 없어졌고 봇제비는 계속 더 많은 응냨이들을 잡아와 육수로 활용했다.
손님들 사이에서도 “그 집은 아예 육수에 특별한 비법이 있대“라는 소문이 퍼졌고, 이 여파로 나중엔 유명 TV프로그램에도 출연하게 되었다.
”세계, 세계… 세계평화~(손질된 이 녀석들을… 이렇게 집어넣습니다)“
”미이이~! 미이이~! 삐이이이이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거나 서로를 껴안는 응냨이들은 아랑곳 않고 즐거운듯 육수를 젓는 봇제비.
이 모습을 보고 방송사와 식당에 항의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봇제비는 “알빠노?”로 나섰다.
이제는 아예 식재료 이상도 이하도 아닌 취급인지라 조금이라도 반항하거나 도망치려 하면 그 자리에서 가차없이 패대기치거나 찢어버리는 수준까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런 봇제비에게도 비보가 내려왔는데,
응냨이들이 동족들로 인해 집을 잃고 도시로 내려왔다가 죽는 케이스가 워낙 많고,
자신 또한 무분별하게 응냨이들을 식재료로서 사용하는 바람에 응냨이들의 씨가 말라버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동물학대혐의와 식품위생법 위반 등으로 관할 지자체의 보건국과 환경청에서 식당의 위생점검을 왔는데
음식물에 털이 떠다니거나 죽은 응냨이들의 처리 미흡으로 인해 영업장 폐쇄명령이 내려오기까지 했다.
그나마 애호파들이 어떻게든 영업장 폐쇄나 영업정지는 막아주겠거니 생각하는 봇제비는 오늘도 응냨이 육수를 이용해 배짱영업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