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학대) 봇제비들이 자기손으로 이루어가는 세계평화
“… 그리하여 심각한 사회적 대립과 갈등을 일으키는 봇제비를
본인들이 원하는 세계평화의 실행 및 민간인에 대한 인도적 구호지원의 형태로 보내기로 결정하였으며
ㅇㅇㅇ명의 의원 중 ㅇㅇㅇ명이 찬성, ㅇㅇ명이 반대, ㅇㅇ명이 기권 및 무효표 투표를 했음에 따라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최근 국회에서 나온 소식에 전국이 들썩였다.
이들이 투표를 통해 가결한것.
그것은 세계평화를 울부짖지만 정작 다양한 부분에서 사회적 대립을 일으키는 봇제비라는 생물을
구호물품의 형태로 전쟁터로 보내 정찰 또는 공격유도를 통한 기만전술 등을 시행하도록 해서 최대한 인명피해를 줄이는 방법이었다.
어차피 요즘들어 지나치게 개체수가 급증했던 생물인지라 다수의 애호파가 반대를 외침에도 국회에서는 강행을 택했고,
정치이념을 가리지 않고 의원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졌다.
사실 그동안 여야는 봇제비들의 처리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살처분이나 구제를 하자니 애호파가 반발하고,
그대로 두기엔 개체수가 너무 많은데다 재래종인 응냨이와 봇치노코를 멸종 직전까지 몰고 갔기 때문에
반드시 처리할 명분은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구호물품을 명분삼아 봇제비들을 최전선에 보내버리는 방법을 쓴 뒤,
국민들에게는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세계평화의 수호를 위해 전쟁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구호하러 떠난다”라고 위장하는 방식을 썼다.
그리고 그날부터 봇제비들이 수호하는 세계평화는 시작되었다.
며칠 뒤, 봇갤공항.
군용 수송기에 수천마리의 봇제비들이 실렸다.
세계평화를 울부짖으며 가기 싫다고 애원하는 녀석,
타지 않으려고 버티다 군인들에게 이끌려 강제로 던져지는 녀석,
심지어는 어떻게든 굴러서 도망치려다 주변에서 시동중이던 민간항공기 엔진에 빨려들어가는 녀석까지…
봇제비들은 아무도 떠나고 싶지 않아하는 눈치였다.
“아니 X발, 세계평화 세계평화 노래를 부른건 네놈들이잖아! 세계평화를 지키러 가는 놈들이 뭔 불만이 많아, 닥치고 타지 못해?!”
군인들은 봇제비들에게 무자비하게 폭력을 가하며 수송기 화물칸에 실어넣었다.
이미 이 시점부터 봇제비들에게는 선택권도 희망도 존재하지 않았다.
문이 닫히고 컵에 담아준 돼지국밥우동과 가라아게를 먹은 봇제비들이 눈을 떴을때,
폐허가 된 건물 주변에서는 온통 총소리와 폭탄 터지는 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세, 세계평화?!”
갑작스러운 폭발음과 천지가 뒤흔들리는 진동에 당황한 봇제비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잠이 든 뒤 다시 눈을 뜨자마자 벌어진 일이었다.
우왕좌왕 마구 뛰쳐나가지만 그들을 반겨주는건 저격수와 소총을 든 군인들의 총탄세례 뿐.
군데군데 최루탄과 수류탄까지 날아오는 상황에서 이들이 할 수 있는건 당연히 아무것도 없다.
나름 수를 써서 양팔을 번쩍 들어보지만 당연히 그런다고 봐줄 이들도 아니다. 동물이라고 봐주는 그런 착해빠진 세상이 아니니까.
어떻게든 살려달라고 세계평화를 외쳐보는 녀석들이지만 오히려 상대의 공격은 거세져갔고, 결국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한편, 다른 전선에서는 봇제비들에게 무게추를 단 뒤 지뢰제거작업에 투입시키는 중이었다.
분명 자신들은 한가롭고 평화로운 숲에서 한량처럼 놀고먹으며
세계평화를 읊조려야 하는데 어째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가…
봇제비들은 속으로 한탄했다.
당연히 이 녀석들도 동물이고 자기의지가 있으니 항명하는 녀석도 있었지만 그 녀석들이 무사했던 적은 한번도 없다.
오히려 지뢰제거, 정찰, 공격유도 등 임무는 임무대로 부려먹으면서도 정작 사람이 다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한명의 병력이라도 필요한 나라에서는 이들이 상당히 중요했고,
한마리라도 반역이나 도주를 시도하면 거침없이 즉결처형을 시행했다.
이들에게 인간 수준의 존엄성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세계평화…”
자신들이 그토록 외치던 세계평화의 진정한 의미가 이런것이었나 하는 자괴감 속에 지뢰밭을 돌아다니는 봇제비들,
중간중간 폭발음이 들리면서 땅이 뒤흔들리고 뭔가가 튀어오르다 바닥으로 떨어져 진정한 세계평화를 실현한다.
물론 모든 봇제비들이 이렇게 전선에서만 세계평화를 실현하는것은 아니었다.
피란민들에게 진짜 구호물품으로 전해지는 봇제비들도 있었는데 주로 새끼들이 “식량 겸 아이들 장난감”이라는 목적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아이들의 장난감으로서 한동안 쓰이다가 상태가 안좋아지면 피란민들의 소중한 식량으로서 배를 채워주었고,
식육을 하지 않는 문화권의 경우에는 대신 가죽을 벗겨 간단한 의복을 만들어 입는 등 대체재로서도 활용되었다.
보통이면 동물권을 이유로 반발했어야 할 다른 국가들도
봇제비의 비정상적인 급증문제가 심각함을 직접 경험하여 알고 있었기에 이 방식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으며,
오히려 하루에 수만마리의 다양한 봇제비들이 구호물품 수송기에 실려 전장으로 향한다.
봇제비들이 그토록 외치던 “세계평화”는 결국 자신들이 직접 희생함으로서 완성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