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응냨,학대,고봉밥]무엇 때문에
(작가피셜 어미는 풋살공 사이즈. 새끼는 문방구 구슬~야구공 정도 크기라고 함)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926003#4
옅은 순백색이 번진 달걀 속에서 하늘거리는 작은 생명. 태어날 그 때를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리면서, 새끼응냨이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소심한 성격 깊은 곳에 잠든 희미한 승인 욕구가 점점 피어날 때마다 응냨이의 이상을 구현한 환상들이 눈부신 별처럼 줄줄이 빛난다.
기타를 손에 들고 모두에게 치아호야를 받는 나.
수북이 쌓인 가라아게과 겹겹이 쌓인 햄버그, 갓 튀긴 감자튀김과 깡깡 언 콜라를 입에 부어 넣는 나.
킹사이즈 침대에서 푹신한 깃털 이불에 싸여 잠이 드는 나.
안락하게 좋아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즐기는 나.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서
따뜻함을 주던 사랑하는 존재를 만나기 위해
빨리 태어나고 싶어!
한시라도 빨리 밖에 나가고 싶어!
본능에 새겨진 행복의 형태를 상상하다 보면 의식이 몸의 윤곽을 따라간다.
쫀득쫀득하고 통통한 귀여운 몸통.
섬세함과 힘을 겸비한 두 팔.
삐죽삐죽 돋아난 깜찍한 더듬이.
초원을 자유롭게 뛰어다닐 수 있는 씩씩한 여러개의 발들.
머지않아 함께 세상을 사로잡을 소중한 짝꿍.
---지금은 아직 봉오리조차 되지 않은 작은 기타 씨앗.
미삐삐…피이♪
밖에 나갈 수 있어. 염원하던 그 때가 바로 코앞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누가 말하지 않아도 새끼는 이해하고 있다.
질끈 찡그린 눈꼬리가 내려앉았고, 그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피어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몸의 중심에서 서서히 얼음이 녹아가는 듯한 감각이 퍼져 나간다. 새끼는 온몸으로 생명의 뜨거움을 느끼게 하는 고동을 받아들이면서 경직돼있던 몸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굴 움직일 수 있어! 염원하던 팔도! 더듬이도!
응냨이의 눈가에 물방울이 반짝반짝 빛난다. 더듬이를 실룩거리며 팔 끝을 기쁜 듯이 몇 번이나 굽혔다 폈다.
・
・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온몸의 경직이 무사히 풀리면 응냨이는 몸을 구부려 자세를 낮춘다. 천천히… 천천히, 몰캉한 배에 여러 개의 주름을 만들면서 쭈그리고 앉는다.
……좋았어! 그럼 슬슬...!
짧은 두 손을 치켜올린다. 머리와 손이 딱 같은 높이가 되도록 몸을 굽히면서 비장한 표정을 지은 후,
몸을 쭉 뻗고 단숨에 뛰어올랐다!
응미~‼+
꿍!
두 손과 둥근 머리가 머리 위의 껍질에 꾹 닿았지만 알에서는 둔탁한 소리만 들었을 뿐 금이 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힘이 약했나?
새끼는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다시 쭈그리고 앉는다. 머리와 팔로 퍼져가는 둔탁한 통증조차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바깥 세상이라는 미지에 대한 동경이 새끼의 정신을 흥분 상태에 빠뜨리고 있었다.
응냨~‼+
꽁!!
역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조금 전처럼 금이 갈 기미도 없었고, 알 밖에서 자신을 맞이해야 할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설렘 가득했던 응냨이의 마음에 희미한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한다. 자라나는 환경에 따라 응냨이의 성격은 다양하게 변해 간다고는 하지만, 이 아기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소심한 개체다. 당연히 외부 세계에 대한 동경만으로는 폐소공포증을 이길 수 없는 노릇이다.
히이잉이...!! 응냐….앜!! 파들파들
어떡하지어떡하빠져나갈수없어어떡하지!
한꺼번에 쏟아져 오는 폐쇄공포. 그것은 여기서 나가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생각을 짜내는 새끼의 정신을 가차없이 갉아먹고 삼켜간다.
작은 머리를 작은 팔로 누르면서 몇 번이나 타개책을 요구하지만 흥분 상태가 끝나면서 머리와 팔로 뛰는 둔통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도 맞물려 생각이 전혀 정리되지 않는다.
응먓… 응먀먓…!!
번져오는 불안감을 떨치며 새끼는 다시 쭈그리고 앉았다. 이 상황에서 찾아낸 하나의 결론, 그것은...
어쨌든 계속 해봐야 해!!!
초조함으로 폭발하기 직전의 사고회로에서 도출된, 이미 자포자기라고 할 수 있는 결론이었다.
응미잇~!!!!!
철퍽!!!!!
미이!!!!!
찰팍!!!!
삐기잇!!!!
콩!!!!
우웃‼+…쿨쩍…히끅…히이이잉…‼+‼+
탱글탱글한 머리와 부드러운 손 살갗은 주르르 벗겨지고 검붉은 피가 서서히 번지기 시작했다.
머리를 누르며 울음을 터뜨리는 응냨이가 격통과 맞바꾸어 얻을 수 있었던 성과는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 주위를 둘러싼 어둠에서는 한 조각의 빛조차 비추지 않고, 마음마저 집어삼켜 버릴 것 같은 어둠이 어디까지나 무겁게 자리잡고 있다.
왜… 왜… 왜 안 깨져...?
....혹시......
깨는 방향이 안 좋아서...?
갑자기 떠오른 어떤 가설.
슬픔에 잠기며 울고 있는 새끼의 고개를 들어올리기 충분할 정도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
"힘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방향이 틀렸다"
응냨이과의 안좋은 습성인 강한 근자감이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만다. 그 얼굴을 조금 전까지 덮고 있던 슬픔의 비구름에 순식간에 한줄기 햇빛이 비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정면!
파직!!
미히잉!!!!
그럼 왼쪽 오른쪽 동시에!
쁘지직!!
응미이익‼
혹시 아래쪽은!!
꽁!!!
삐기이 잇 이익‼‼ーー !!
두 번째 분투도 허망하고, 역시 얻은 것은 몸 곳곳에서 서서히 퍼져나가는 통증뿐.
정신을 끓이던 흥분 상태도 완전히 식으면서 잊고 있었던 통증이 일제히 다가온다.
삐에이엥… 하고 한심하게 소리를 지르며 오열을 토하지만, 그 목소리는 공허하게 알껍질 속에서 메아리칠 뿐.
사방팔방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벽에 둘러싸여 있다는 부조리한 폐쇄감에서 비롯된 두려움은 갓 태어난 새끼의 마음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만약에... 이대로 나갈 수 없다면...
최악의 미래를 상상하며 숨을 삼킨다. 몸은 덜덜 떨고 있는데도 온몸을 타고 내려오는 식은땀은 전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태어날 때까지 마음에 그리던 이상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바깥 공기도 마시지 못한다!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했다!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이미지 트레이닝한 기타 레벨에 이르긴 커녕 현 하나조차 만져보지 못했다!!!
이대로 아무것도 못하고 죽을거면……
나는 도대체 왜...
태어난---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허무하게 거무스름해지면서 시들어가는 누군가의 모습이 뇌리에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미간에 뚜렷하게 인상을 쓰고 있다. 괴로운 표정을 짓고 눈물 자국이 갈라진 몸 틈을 누비듯 흘러있었고, 선명한 분홍색 몸은 검고 더러운 색으로 변해 있었다.
……삐……
응냨이의 온몸에 얼어붙는 듯한 오한이 감돈다. 자신이 앞으로 도달할 "참담한 말로". 그에 따라 자신에게 닥칠, 피할 수 없는 영원한 어둠을 의식하는 순간, 새끼의 얼굴이 흐지부지 일그러진다. 그리고 뇌 속을 누비던 최악의 미래를 산산조각 낼 것 기세로 반쯤 광란상태로 울부짖으며 사방팔방 알껍질 벽을 두드렸다.
끼기기그갸가아아아악 !!!!!
미갸아아아아!!!
히기이이응!!
손 살가죽이 벗겨져 피가 뿜어져도
머리를 세게 부딪쳐 뇌진탕이 와도
온몸에 멍이 들어도
등에 기타 씨앗이 푹! 하고 찌그러져도
미이이이‼‼익‼ !!
끼이이이‼ !!!
이이익 ‼아아‼! !!!!!
그곳에는 생명체로서의 존엄성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추하게 일그러진 얼굴의 주름 하나하나를 꿰매듯 달리는 슬픔의 눈물방울.
듣는 사람이 있었다면 마음이 부서져 버릴 것 같았을, 응냨이가 냈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암울한 탄식.
삐기기긱!! 미규아악!!!
땀과 눈물과 침과 분뇨가 난무하는 와중에 오직 자유를 찾는 가엾은 갈망이 어둠 속으로 빠져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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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로변 점포에 낀 좁은 뒷골목. 그곳을 빠져나간 끝에는 중간 정도 넓이의 공터가 존재하고 있었다.
잡초가 무성하고 폐자재 등도 놓여 있어 자주 들르는 사람은 없지만 탐험 목적으로 발을 들이거나 몰래 공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은 끊이지 않는다.
그런 폐자재 보관소 그늘에 숨겨져 놓여 있는 커다란 골판지 상자가 하나 있다.
그 안에는 웃는 얼굴로 알을 껴안고 있는 응냨이의 모습이 있었다.
미~♪ 문질문질
침구 대용의 누더기 천으로 알을 부드럽게 닦아주면 기뻐하는 듯한 움직임으로 좌우로 천천히 흔들린다. 오른쪽으로 한 번, 왼쪽으로 한 번. 리듬을 타고, 템포를 올린다. 응냨이의 쓰담쓰담과 연동하여 흔들리는 그 알은 얼마 전에야 얻을 수 있었던 응냨이의 소중한 보물이었던 것이다.
쟈가쟝쟝…
이웃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음량을 줄이고 기타를 연주해 주면 또다시 좌우로 흔들리는 알.
조금 전보다 더 세게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어, 마치 “이 소리 진짜 좋아! 기타~! 좋아!” 라고 기뻐해 주고 있는 것 같다.
미~~♪♪
그 모습이 참을 수 없이 사랑스러워 뺨을 문지르며 알이 가진 부드러운 온기를 만끽한다.
그리고 한동안 꽉 껴안고 보물이 부화한 후의 즐거운 미래에 대해 망상에 잠기는 것이다.
이 아이는 무엇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걸까?
같이 어떤 걸 하고 놀까?
빨리 얘를 만나고 싶구나...
・
・
・
행복한 시간을 마치면, 응냨이는 식량을 모으기 위해 골판지 상자에서 꿈지럭대며 기어나온다.
부화 직후의 응냨이에게는 남김없는 사랑과 영양 만점의 밥이 필수다.
사랑하는 아이는 최고의 스타트 대시를 끊고 그 후의 일생을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그런 소원을 이루기 위해 어미 응냨이는 오늘도 쓰레기를 뒤지며 귀한 물건들을 찾는 여행을 떠난다.
오늘은 뭐 찾을까… 그동안 모아온게 뭐가 있었지…
언뜻 집안을 보면 푸석푸석한 가라아게와 감자 조각, 시든 야채와 식빵 테두리 같은 것들이 집안 깊숙이 밀려들어 있다. 그것들은 모두 지난 며칠간 모아진 응냨이의 노력의 결정체들이었다.
밤마다 냄새때문에 침을 한없이 쏟아내던 응냨이가 좋아하는 식량들. 만일 그것들을 뺨에 채워 넣고, 배부르게 행복을 누렸다고 했을 때, 그 후에 갖고 싶어지는 것이라고 하면……
‘프슛! 응쿳응쿳응쿳… 응먀~~~! 께푸르르르…’
그렇지! 콜라가 있으면 완벽하겠어!
건강한 트림을 들려줬으면 좋겠다...! 배도 톡톡 두들겨줘야지!
오늘의 목표도 정해진 김에 막상 출발! 이라고 했으면서도 겨우겨우 골판지 집을 외면한다. 그리고 그대로 첫발을 내딛으려는 순간 눈앞의 풀숲에서 땅을 짓밟는 듯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응밋!!? 히끄으윽!!
"왁! …뭐야 응냨인가?"
약간 높은 소리를 내며 풀을 짓밟고 이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두 가지의 무례한 발자국 소리.
겁에 질리면서도 골판지를 감싸듯 뒤로 물러서는 응냨이의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두 목소리.
그 목소리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진짜네. 역시 길응냨이라 드럽구나."
삽과 자루, 그리고 짧은 막대기를 든 두 소년이 나란히 응냨이를 보고 있는 모습이 펼쳐졌다.
품평을 하는 듯한 불쾌한 시선은 뱀의 시선을 받은 개구리처럼 응냨이의 다리를 경직시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한다.
겁에 질려 떨리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응냨이와는 대조적으로 점점 걸음을 옮기는 소년. 그리고 순식간에 도망칠 수도 없는 거리까지 좁혀들고 말았다.
응미…… 히잉……
소년이 손에 든 흉기가 흐릿하게 빛난다. 선택지에 따라서는 한순간에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을 응냨이는 알고 있었다… 물론, ‘두 마리 한꺼번에’ 말이다.
응냨이는 눈앞이 뿌얘져 감에도 최대한의 기운을 다해 "무, 무슨 일이십니까…?"라고 불청객에게 물어보았다.
소년들은 눈앞의 추잡한 생물이 설마 인간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지 눈을 깜박이며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뭐야, 얘 되게 굽실거리는 구나."
"동료들 눈앞에서 쳐죽는거 보기라도 했나?"
히이이잇! ……힝…………응냐……… 쿨쩍
한 사람이 가벼운 마음으로 내뱉은 말은 의도치 않게 응냨이의 트라우마를 꿰뚫고 있었다.
그렇다, 이 응냨이는 과거에 두 번씩이나 친구나 가족을 인간들에 의해 학살당했다.
눈앞에서 동료가 죽을 때의 단말마, 기타가 부서지지 않으려고 인간에게 매달린 동료가 몸을 세로로 찢겼을 때의 광경, 보금자리마다 불에 타버린 검붉은 동료의 시신.
그것들은 아픈 기억이 되어 지금도 여전히 응냨이의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다.
눈물때문에 눈이 퉁퉁 부으며 겁에 질려 살던 날들 속에서 인간에 대한 원망과 증오는 계속 증폭되는 반면, 그만큼 같이 비대해진 것은 그 인간들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인간에게는 이길 수 없다.]
그렇게 깨닫고 나서는 신기하게도 기타로 출세하자는 어울리지 않는 꿈을 품는 일은 없어졌다.
목숨이 붙어있는 한 희망은 있다. 맞서싸워도 이길 수 없다면 처음부터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행복하게 살자.
그렇게 결심한 응냨이는 앞으로 조심스럽게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인적이 붐비는 곳은 당연히 눈에 띄기 쉽고 숲 속에서는 '응냨이 학살'만을 목적으로 한 인간이 자주 드나든다는 것을 과거 경험에서 배운 응냨이.
인간과의 조우 확률과 식량 입수 난이도의 균형이 딱 좋은 이곳을 찾은 뒤로는 기타 연주도 삼가고 쓰레기를 뒤질 때도 결코 어지럽히지 않도록 신경쓰며 살아왔다.
그 보람이 있어서인지 얼마 전 겨우 염원하던 알을 얻을 수 있었던 어미 응냨이. 자신의 존재를 눈치채는 일이 없도록. 그리고 이 행복을 깨뜨리는 일이 없도록 조심스럽게 살아왔을 텐데…
“네 알빠노? 예전에 여기서 캐치볼 하다가 유리를 깨버려서.
용서받는 대신 변상이나 공터 청소 중 하나를 명령받았기 때문에 돈이 들지 않는 공터 청소를 고른거야.”
응미~... 미이미이...
소년의 입에서 나온 너무나 제멋대로인 침략의 이유. 응냨이는 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려 했지만 적대감으로 인해 생겨날 위험을 의식해 순간 끓어오르던 생각이 급속히 식어간다. 모든 것은 일단 목숨이 붙어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마음속 깊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고 응냨이는 어디까지나 우호적인 태도를 잃지 않고 "그렇습니까…"라고 나약하게 대답한다. 응냨이에게 최우선 순위는 귀여운 알을 무사히 부화시켜 두 마리끼리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그 이외에는 뭐든지 감내---
"그래서 이 골판지도 버려야 돼."
응먀!?
한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온 귀를 의심하는 말에 응냨이는 무심코 엉뚱한 소리를 질렀다.
(이 집을 버린다고!? 마, 말도 안 돼! 쾌적한 생활을 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찾은 마이하우스인데...
버려지다니… 그렇게 쉽게 납득할 수 없어...!
게다가, 집 없이는 알을 무사히 부화시킬 수 없어...!!)
미이~~......히이이~~~잉……
그, 그건 곤란해요!! 조금 있으면 아이가 알에서 부화할 거예요… 적어도 그때까지는… 하고 손바닥을 마주비비면서 아부하며 매달리는 듯한 눈으로 소년들의 얼굴을 올려다본다. 무난하게 끝났으면 좋겠다는 타산은 이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거짓없는 진심을 담아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필사적으로 호소했다.
“아, 아이가 있옸꾸나~ 구랬쪼요~?"
"근데 우리기 공터에 쓰레기를 남기면 또 혼나고 유리값을 물어줘야 되는데? 그 돈 낼 수 있냐?"
가냘프면서도 용기를 내어 내뱉은 말들은 무자비한 폭론에 의해 싹둑 잘라진다.
아무리 호소해도, 아무리 눈물을 흘려도. 그 끝에 있는 것은 호기심 가득한 눈과 냉랭한 비웃음뿐이다.
소년들의 눈에 비치는 눈앞에서 떨리는 작은 장난감은 미물의 범주를 넘을 수 없다.
응냨이가 무슨 말을 해도 소년들한텐 여전히 장난감 수준일 뿐이었던 것이다.
응미......미이이......
응냨이는 끝내 머리를 싸매며 고개를 숙이고 만다.
돈은 1엔도 가지고 있을 리가 없고, 그렇다고 이곳을 떠나 비슷한 안전지대에 다다를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하물며 지금 자신은 알을 품고 있다. 길에서 적을 만난다고 짐과 알을 안은 상태로는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다.
발각된 시점에서 이미 막다른 길이었던 것이다.
이제, 지금까지와 같은 생활로 돌아갈 수는 없어.
....왜… 어쨰서… 이런...
“아 맞다. 그럼 그거 팔고 와.
그 등에 업고 있는 놈."
“큰길 나오자마자 재활용샵 있어.”
응냐
응먀!? 무무무무무무!! 붕붕
소년이 던진 제안을 듣고 실의의 구렁텅이에 빠졌던 응냨이가 단번에 현실로 되돌아온다.
등에 짊어지고 있는 것──그것은 분신이기도 하고 보물이기도 한 검은 기타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어릴 적 봉오리가 열리고 기타가 떨어진 뒤 이 날까지 줄곧 함께했다. 한시도 떠나지 않고 힘든 날도 기쁜 날도. 감정을 짜내어 연주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낸 둘도 없는 짝꿍이다.
기타로 출세하는 꿈은 포기했지만, 그것으로 기타에 대한 애정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하물며 그것을 팔아넘기는 것은...
그래, 그런건 무리야!! 받아들일 수 없어!!!
소년의 제안에서 연상되는 최악의 미래를 떨쳐버리듯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든다. 눈물이 튀는데도 불구하고 얼굴을 붉히며 계속 거절했다.
"하... 시끄러..."
해도 결국은 미물의 울음소리.
소년들의 마음에 그 호소는 결코 닿지 않는다.
짧은 한숨을 내쉬고 난 소년은 여전히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흔드는 응냨이를 그냥 지나쳐 뒤에 놓인 골판지에 손을 넣었다.
"이거구나~? 으, 뭔가 끈적끈적한... 어! 이건가?"
응냨...?
소년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응냨이가 고개를 든다. 어쩌면 용서해주지도… 하고 희미한 희망에 기대면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올려다본다.
우리 집에 손을 넣고... 뭘...?
멍하니 그 손의 행방을 눈으로 쫓고 있는데, 골판지에서 뽑힌 소년의 손끝-- 엄지와 검지에 끼워진 흰색의 작은 알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밋
미이!?!!?!? 응냐미이--!!!
집, 기타로 이어지는 부조리한 약탈의 손아귀는, 예상하지 못했던 사랑스러운 알에까지 닿고 말았다.
응냨이는 서둘러 소년의 발밑에 매달리며 아까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통한 외침을 지르며 "그 손을 놔! 돌려줘! 부탁이야!"라고 간청한다.
“시끄러워! 너같은 놈들이 있으면 소음공해가 얼마나 심한데 항상!
게다가 쓰레기도 줏어먹고 뒤질때도 드럽게 체액 뿌리면서 죽고 그런 놈들을 근처에 놔둘 수 있겠냐고!"
자신의 안위가 아닌 다른 생명을 위하는 무구한 애정조차도 소년들에게 함부로 묵살당하고 사라진다.
살아있는데, 이렇게 사랑하는데.
둘이서 행복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
살아가면서 살아가는 것의 대부분이 당연하게 품고 있는 "가족에 대한 고귀한 애정"조차도, 응냨이가 주장하는 순간 하찮은 것으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울며 매달린 간청조차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소년은 알을 쥐어 응냨이의 눈앞에서 천천히 보여준다.
미-이-!! 미-미-미-미-!!
사랑하는 우리 아이가 손가락 끝으로 희롱당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부모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행복을 전하기 위해 태어나준, 드디어 만난 소중한 아이.
그것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 아이를 지킬 수 있다면!! 과거의 트라우마따위!!
응냨이는 눈물과 땀과 침을 흘리며 소년의 발로 달려들었다.
신발에 얼굴을 들이밀며 ‘겨우 생긴 아이라구요! 제발! 돌려줘!'라고 몇 번이고 계속 외친다.
"아씨발! 그럼 얼른 그 기타 팔아치워오던가!!!"
삐끼!!
다른 발로 머리를 짓밟혀 혼신의 외침이 멎고 마는 응냨이.
짓눌린 땅과 얼굴 사이로 폭포수 같은 눈물을 흘리며 삐앙 하고 나약하게 목소리를 냈다.
이대로 두 마리 사이좋게 죽임당하거나 기타를 영영 잃어버린다, 단지 그것뿐이다.
그 이외의 선택지는 이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며, 하물며 선택할 여지조차 응냨이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기타... 이 기타를... 팔아...?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 기타를……
머릿속에 뛰어다니는 것은 기타와 보낸 일상의 기억.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처음 현을 뜯어본 그날.
부모님과 함께 연주하고 테크닉을 배운 그날.
숲속에서 동료들과 라이브를 즐겼던 그날.
뺨을 비벼가며 정성껏 닦았던 그날.
모두들... 모두들... 이제 없어. 동료들과 보낸 그 날들도, 슬픔으로 지새웠던 그 날들도, 언제나 내 곁에는 이 기타가 있어 주었다.
게다가… 이젠 태어나는 아이와 연주할수도 없는거야...?
…하지만……
마음이 꺾일 뻔한 고뇌 끝에 작은 누군가가 얼굴을 보여준다.
사랑스럽고, 무엇보다도 소중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주고 싶어지는 고귀한 존재.
"먀-먀!"
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듣고 싶다고 그렇게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그 아이는 친한 친구들 전부를 살해당한 나에게 있어서… 겨우 생긴 가족!
게다가… 여기서 기타를 골라버리면… 아마 둘다 죽임을 당할거야...
그렇다면 이 기타를 내려놓고 살 길을 택해서…
지금까지의 자랑과 앞으로의 보물
보물을 지킬 수 있다면...
나의 자랑을...!!
・
・
“야, 빨리 좀 대답해. 해 다 지겠--”
”응미… 미잇……!”
알겠습니다… 팔게요. 소년들의 재촉을 가로막듯이 그런 말이 발밑에서 뚝 떨어졌다.
"좋아! 훌륭해! 너네들한테도 가족은 소중한가 보구나! 그럼 잘 팔고와!!"
"큰길로 나가서 오른쪽 가면 바로 있으니까~"
느긋한 목소리를 등에 업으며 꿈지럭거리며 그 자리를 나서는 응냨이. 이젠 돌이킬 수 없어. 파트너와 함께 걷는 마지막 길이다.
흐으으으으으으으으이익 ...! 미이잇...!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과 거무스름한 등이 한층 애수를 풍긴다.
등에 업힌 검은색 기타도 어쩔 수 없이 어둡고 덧없이 빛나는 것이었다.
"됐다! 그럼 방해꾼도 없어진 거고.”
“이 손에 있는 쓰레기, 땅에 묻어버리자."
"아, 역시 안 봐주노 ㅋㅋㅋ"
“당연하지. 배운듯이 굴어도 어차피 응냨이고. 골판지도 버리고 알도 묻으면 더 이상 이 공터에서 둥지를 틀진 않을거 아냐!"
"뭐 조금 불쌍하기도 하지만… 응냨이니까 괜찮겠어! 어차피 또 금방 낳겠지?"
"아하하, 당연하지! 푹 파묻고 골판지도 버리고 돌아갈까!"
"삑삑 시끄러운 게 돌아오기 전에 말이야."
소년들은 즐거운 목소리로 웃으며 그 자리에 있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자루에 던져 넣는다. 곰팡이가 핀 몇몇 음식, 서투른 글씨체로 ‘친구의 유품’이라고 새겨져 있는 기타 헤드, 지저분하고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너덜너덜한 천. 그 중에서도 훨씬 큰 골판지는 잘게 쪼개져 똑같이 자루 속에 정리되어 있었다.
아직 손바닥 위에서 떼굴 구르는 달걀을 제외하고는 5분여 만에 응냨이가 살았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자, 이제 이것뿐인가.”
“구멍 깊이 어떻게 할래?”
"그래도 불쌍하니까 얉게 팔까?"
"좋아좋아.”
검지가 쑥 들어갈 정도의 깊이까지 삽으로 흙을 파고 구멍의 중심에 또로롱 달걀을 굴려넣고 위에서 흙을 뿌려 나간다. 흙을 몇 번 덮어 보니 작은 알의 옅은 흰색은 완전히 보이지 않았고, 그 뒤로는 아무것도 없는 평평한 땅만 펼쳐져 있었다.
"좋아 청소 끝!"
"돌아가자고!"
두 사람의 목소리가 멀어진다.
한때 한 마리가 조용히 지내온 추억의 장소에는 그것을 느낄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고, 큰길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란이 유난히 구슬프게 화초를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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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얼마 후에
재활용 가게에서 돌아온 응냨이는 팔에 100엔짜리 동전을 안고 터벅터벅 돌아오며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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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100엔이네. 때도 꼈고.”
응미잇!?
"취소하려면 감정료로 1000엔이 드는데 낼 수 있어?"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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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냨이는 인간 이외에 유일하게 돈의 가치를 알 수 있는 생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빈 깡통을 옆에 두고 자랑스럽게 버스킹을 펼치는 모습을 거리에서 볼 수 있는데, 저것도 돈 쓰는 법을 알기 때문에 그런 습성이다.
돈이 모일지는 차치하고 거리에 사는 응냨이는 그곳에서 모은 돈으로 음식을 사거나 기타 유지보수 비용을 번다.
교육만 잘하면 가게의 카운터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지만, 특별히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대부분의 개체는 돈의 가치를 이해하는 지능이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응냨이에게도 그 지능은 확실히 갖추어져 있었고...
100엔… 100엔...
나의 지금까지의 자랑스러움이… 어...?
이 흐리게 빛나는 은색 동전이 갖는 가치를 당연히 응냨이는 이해하고 있었다. 기타 유지보수 비용에는 도저히 도달하지 않는다. 자판기에서는 콜라 한 병조차 살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도달한 지금까지의 궤적이 모두 부정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나의 지금까지라니… 뭐였던 거야?
공허한 눈으로 공터 입구에 다다르는 응냨이였지만, 인질로 잡혀 있던 사랑하는 우리 아이의 존재를 떠올리며 고개를 들었다.
맞다...! 아직 걔가... 쟤만 있어주면...
하지만 마음을 돌려 주위를 둘러봐도 그 자리에 소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사라진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도, 무엇 하나도 거기에 없는 것이다.
2인조 소년도, 집도, 애타게 기다렸던 알조차도.
응미잇!? 미!! 미익!!
왜 아무도 없는 걸까. 기타를 팔았으니 용서해주지 않았을까? 아무것도 모르고 울부짖는 응냨이의 목소리가 공허하게 건물들 사이에서 반향하며 하늘로 빨려 들어갔다.
히이이이이---잉 미이이---!!!!!!!!!!!!!!!!!!!
여전히 빈터에 있는 것은 무거운 정적뿐. 도저히 이해력이 따라가지 못해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 믿고 저 소년 둘을 찾지만 역시 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집은요? 우리 아이는? 그 인간들은?
어째서...?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휘청거리면서 예전에 집이 있던 곳으로 힘없이 다가오는 응냨이. 여러 번 드나든 덕분에 집이 있었다고 생각되는 위치에 도착할 수 있었지만, 몇 번을 보아도 그 곳에는 골판지 조각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고, 짓눌린 잡초들만 파랗게 무성할 뿐이었다.
(모든 것을 버림받았다. 집도, 기타도, 식량도. 그리고…)
그럼… 나는 무엇 때문에 기타를 내려놓은거야...?
쉬이------...
받아들일 수 없는 충격은 응냨이의 몸에 실금을 동반한 불쾌한 탈진감을 불러일으켰다.
땅에 땀과 눈물과 소변이 섞인 물기가 빨려 들어가는 그 중심에서 응냨이는 그저 멍하니 서 있다.
이젠 아무것도 생각할 엄두조차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대로 10분 정도 땅을 바라보던 응냨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물끄러미 한 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응먀...?
고개를 숙이는 시선이 비치는 순간, 조금 전의 오줌에 의해 젖은 지면의 한 곳이 부자연스럽게 움푹 패여 있는 것을 깨달았다.
자세히 살펴보면 흙과 물이 섞이면서 여러 개의 움푹 패인 것 같다
그것을 본 응냨이는 아무 생각 없이 그 곳을 파헤치듯 팔을 찔러 보았다.
미, 미, 미...
무엇에 매달려보는 것도 아니고 희망을 찾은 것도 아니다. 그저 무심코 땅을 파고 있었다.
이러고 있으면 딴생각이 안나니까. 직시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멀리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에.
손으로 땅을 파고 흙을 던지고, 파고 던지고를 반복한다. 그저 한마음으로.
그리고 몇 번 부드러운 땅을 파헤치다 보면
꽁!
손 끝에 뭔가가 닿았다.
....................응냑
멘다코는 특별히 놀라지도 않고 팔에 닿은 것을 무심코 파내어 들어보았다.
응미⁉+⁉+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응냨이.
이럴수가, 땅에서 파낸 것은 재개되기를 바라는 사랑의 알 그 자체였다.
순간 응냨이의 눈에 빛이 돌아와 환희의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부짖었다.
미이이이잇 ‼!응미이잇!!!
만세!! 깨지지 않았구나!!!
이 아이가 있어준다면 아직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아직 부화도 안 한 것 같고...
응냨이는 순간 정신이 나간 듯 멈칫하고 자신의 알에 소리를 들려주던 기억이 난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반응하여 흔들린다… 저것은 부화가 임박한 알이 보여주는 귀여운 반응 중 하나.
원래대로라면 지금쯤이면 벌써 출생의례를 마치고 함께 밥을 먹고 있을 시간이다.
부화……도 하지 않았……안 한거 같다……?
이제 곧 태어났어야 했는데...?
만약, 만약에...땅속에 묻혀있었다면… 갓난아기의 힘으로는 나올 수가………
삐이이익! 미이이이익!!!
급히 알을 땅에 놓고 떨어져 있는 돌멩이를 알에 내리치는 응냨이. 망설임은 없었다. 안의 상태가 무엇보다 궁금했으니까. 알은 바삭! 하고 경쾌한 소리를 내며 큰 금을 낸다. 그 기세 그대로 돌로 계속 두드리자 껍질 전면에 펼쳐진 금과 함께 알 윗부분이 튕겨 나갔다.
피싯!! 파싯!!! 파킨!!
파샥!!! 툭!!
알이 깨진 후 가장 먼저 튀어나온 것은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많은 양의 탁한 물과 거무스름한 덩어리였다.
…밋...
나도 모르게 숨을 삼키는 응냨이. 원래대로라면 가장 건강한 산성이 귀에 들려올 것이다.
하지만 눈앞의 그것에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생명의 기척조차 없는 것이다.
철푸덕
그러자 무엇인가가 밀려나오듯이 기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머리는 비틀리고 팔은 보통 개체들의 절반 정도 길이까지 뭉개져 있다. 예쁜 분홍색이어야 할 쫀득쫀득한 몸에는 푸른 멍이 가득 들어 있었고 등에는 찌그러진 기타 모양으로 보이는 얇은 껍질이 한꺼풀 매달려 있었다.
눈물과 배설물, 체액을 계속 흘렸기 때문에 퉁퉁 불어 온몸이 주름살에 앙상하다.
모든것을 희생해서라도 만나고싶었던 그것은
피이…… 미………………ㅇ
틀림없이 사랑하는 우리 아이의, 달라져버린 모습이었던 것이다.
삐기끼기기기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순간 공간을 찢는 듯한 쇳소리가 울려 퍼진다.
달려가, 껴안으며 탄식했다.
응냨이는 하염없이 쏟아져 나오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뻘건 아이를 꼭 껴안고 계속 울고 있었다.
페챠
그러자 응냨이의 뺨에 무언가가 닿는다.
…피…밋…미…
"울...지...마..." 틀림없이 그렇게 들렸다.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연약하면서도 확실한 자애의 마음을 가진 그 목소리의 주인은 뭉개진 팔을 억지로 들어올려 슬픔에 빠진 자기 부모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었던 것이다.
밋……미잇!!
아파서… 힘들텐데...! 내 눈물을 닦아줬어! 이 아이는 정말 착한 아이구나.....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사랑하는 우리 아이의 첫 선물, "헌신".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아파도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결코 잊지 않는 맑은 애정.
작은 응냨이가 보여준 찬란하게 빛나는 친애하는 행동이 어미의 눈을 다시 빛나게 했다.
맞다...아직 숨이 붙어있다...!
이 아이는 절대 죽지않아!! 빨리 뭔가를 먹여줘야 겠어요!!!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지만 필사적으로 쌓아온 식량은 이미 소년들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여전히 응냨이 소지품은 100엔짜리 동전 한 개뿐이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것은 100엔... 기타도 없어...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맞다! 저기면...
응냨이는 아기를 머리 위에 올려놓고 100엔을 입안에 넣으며 달리기 시작했다.
진행 방향은 큰길이 있는 쪽과는 반대쪽, 언뜻 보면 블록 담장이 높이 솟아 있을 뿐이지만 실은 작은 동물들만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틈새가 존재하고 있었다.
응냨이는 그 틈을 조심스럽게 빠져나가 좁아진 길을 성큼성큼 달려간다.
밋… 피……
아이의 연약한 숨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린다. 불행 중 다행이긴 하지만 부상은 외상이 주를 이뤘고 내장 손상도는 그리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도 아기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연약한 아기. 아무리 작은 상처라도 거기서 여러 감염에 걸릴 위험이 충분히 높을 것이다.
그런 일각을 다투는 사태에 응냨이가 목적지로 선택한 곳은 인근에 있는 중간규모 공원.
그래서 조금 전 입수한 100엔짜리 동전을 이용하여 공원 이용자가 먹고 있는 도시락 반찬을 구입할 생각이다.
어쨌든 지금은 몸에 좋은 것을 먹여줘야 해... 그 후에는 조용한 장소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으면 분명...!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 간신히 공원에 도착한 응냨이 가족.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며 서둘러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한다.
미잇…… 히이잉. . . . . . . . 두리번두리번
…하지만 점심시간대가 지나서인지 벤치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공원에는 축구를 즐기는 아이들이 있을 뿐, 역시 어느 벤치에서도 도시락을 펼치고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저쪽도 안돼... 이쪽도... 어떡하지...!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조금 안쪽으로 나아가다.
풀숲을 빠져나간 끝에 인기가 없는 작은 광장에는 벤치가 3개 늘어서 있는 작은 휴게소가 마련되어 있었고, 그 중 하나에는 편의점 봉지를 든 남자가 걸터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있다!!! 도시락을 열려고 한다!!
게다가 콜라까지...!
그런데 이 100엔으로 어디까지 협상할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작전을 세우는 중인 응냨이. 업무 스트레스로 짜증을 내고 있을 경우 화풀이를 당해서 즉각 게임 오버다. 최대한 정중하게...라고 인사 문구를 고민하다 보면
미~!!
갑자기 다른 응냨이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황급히 그 목소리의 행방을 눈으로 쫓자 남자가 앉는 벤치 주위를 어슬렁어슬렁 뛰어다니는 두 마리의 응냨이의 모습이
"응? 뭐니? 너희들.”
남자가 두 마리의 움직임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그 틈을 타 등 뒤에 숨어 있던 또 다른 응냨이가 벤치 위에 놓여 있는 도시락에 몸을 부딪쳐 땅으로 떨어뜨렸다.
"아! 잠깐, 하아!?"
응미~♪ 밋밋♪
작전 성공♪ 해냈네♪ 라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땅에 흩어진 가라아게와 햄버그, 새우튀김을 3마리 각각 잡고 달리기 시작한다.
“야!!! 기다려!!! 까불지 마, 이 새끼들이!!!"
3마리는 능숙한 몸놀림과 유례없는 빠른 발을 살려 각각 다른 방향으로 달려간다. 한 마리는 자판기 아래로 달아났고 한 마리는 울타리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리는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서 있는 어미 응냨이 옆을 지나쳐 달려갔다.
“씨발... 뭐야 저새끼들은…”
다른 방향으로 도망친 응냨이를 쫓는 것을 포기한 남자가, 이번에는 이쪽으로 달려온다.
"하아…하아…어디 갔지…? 음…?
야, 너 입에 쳐넣고 다 끝난 줄 알고 여기 서있냐?”
음무!?
갑자기 소리지르는 사내의 기세에 눌려 움찔 몸을 솟구치는 응냨이. 아무래도 입속에 넣고 있는 100엔을 우물우물 움직이는 바람에 반찬 도둑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응냨이는 자신의 결백을 풀기 위해 황급히 100엔을 입 밖으로 내뱉으며 변명하기 시작했다.
응미~! 미이미이…
저는 우연히 지나갔을 뿐입니다...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입안에 들어있던 것은 보다시피 100엔 동전입니다... 부탁드립니다! 믿어주세요!!
"지금 피해입은 내가 네 들 중 한 마리가 하는 변명에 귀를 기울일 리가 없잖아!!"
먹을 것뿐만 아니라 돈까지 훔쳐갔구만 이제 보니!"
쐐애애액
삐기이이이이~!!!
필사적인 변명도 허망하게 구두 발끝이 응냨이의 부드러운 배를 찌르듯 파고든다.
‘뵤지직’하고 내장 찌그러지는 소리와 비명 섞인 목소리를 입으로 내뱉으며 공중으로 차오른 응냨이.
두 팔을 쭉 뻗으며 허공을 날다가 이대로 땅까지 일직선으로 떨어질 것만 같았던 그 순간
척!
사내가 응냨이의 더듬이를 억지로 잡고 그대로 땅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팡!!!!!! 보츗!!!!!!!!!!!!!
응미잇!! 힣기읽익!!!
비먀아악!!! 앗야악악!!
내장이 파열되는 감각을 인식하자마자 응냨이의 몸속에 타오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자꾸만 터져 나온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몰려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다. "삐……………갸아…" 끊어지는 비명이 더러워진 입가에서 공허하게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래도 지금은 새끼를 구해주고 싶다. 그런 생각에 어떻게든 용서해달란 말을 쥐어짜려 하지만 입은 피해는 응냨이가 버틸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었다.
의식을 유지하려고 눈을 꼭 감고 “후웃후웃”하고 호흡을 잇고 있었지만, 마침내 시야가 흑백이 되기 시작해, 이윽고 모든 것이 어둠 속으로 떨어져 간다.
……힛......밋..... 비큭……. 비큭...
거품을 물며 경련하고 있는 응냨이를 보고 남자는 더욱 고통을 주기 위해 다가간다. 가죽구두를 쿵쿵 울리며 땅을 디딘 다음 한쪽 발을 뿌리려고 할 때
갑자기 눈앞에 작은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삐이이이있!! 하앗... 하앗... 미이이잇 ‼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상처투성이의 몸을 떨며 남자를 가로막은 것은 생후 얼마 되지 않은 새끼였다.
응냨이가 차이기 직전 인근 덤불에 숨어있었던 새끼.
숨이 턱턱 막히고 아픈 상처에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흘리던 중 눈앞에 닥쳐온 것은 사랑하는 엄마가 일방적으로 고통받는 참상이었다.
저렇게 울고 있는데... 왜 괴롭혀?
우리가 뭘 했다고!
이런 거... 너무해!
"사랑하는 엄마를 돕고 싶다."
아기응냨이의 마음속에 반짝반짝 빛나는 순진한 소망.
그것은 상처투성이의 새끼를 덤불 속에서 뛰쳐나오게 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엄먀를 개로피지 마! 이재 그마내!!
새끼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은 아직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서투른 혀에서 나왔다.
하지만 상처받고 엎드려 있는 부모를 감싸듯 가로막는 그 몸짓과 각오를 다지는 듯한 그 표정이 나온 말의 의미를 충분히 말해주고 있었다. 얼굴을 찡그리는 남자뿐만 아니라 의식을 잃고 있던 어미응냨이의 귀에까지 그 호소가 와닿은 것이다.
......미이이잇..........미이이이!!!!
몸속에서 소란을 피우는 격통을 필사적으로 참고 일어나는 어미 응냨이.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자신을 도와준, 정말 사랑하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쳐!! 안돼!!”라고 외쳤다.
"비켜."
하지만, 팔을 벌리고 울부짖는 것 이외의 저항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은 어린아이는 깔끔하게 남자에게 붙잡혀 버린다.
피피이이‼ 히이이응‼ 꾸불꾸불
“뭐야, 너 자세히 보니 살가죽이 이미 너덜너덜하잖아. 그럼 이번엔 안쪽이다.”
그렇게 중얼거리며 사내는 주머니에서 이쑤시개를 꺼내어 꾸불거리며 기분나쁜 모양새로 저항을 계속하는 새끼의 상흔을 도려내듯 찔러갔다.
끼기기기긱기기기긱‼+ 히잇‼ + 히잇‼ +히이이!!!!!!!!!!!
삐기이잉!!!!!!!!!!!!!!!!!!! 응미이이이!!!
날카롭고 뾰족한 나무 끝은, 새끼의 검붉은 흉터를 사정없이 찔러 핑크색과의 경계를 없애 간다. 집요하게, 섬세하게. 천천히 빙글빙글 돌리면서 안면 부근을 중점적으로 파고들어갔다. 이쑤시개 끝이 흉터에 닿으면 실금하고, 살갗을 찢으며 비틀어 갈 때마다 비명을 지른다.
부드럽게 그어주고 한번에 꽂아 들어가고.
힘조절에 맞추어 눈물 섞인 비통한 외침이 허망하게 울렸다.
삐갸아아으아으아으아아앗!!!
알 속에서 자포자기하며 자해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 통증은 어차피 새끼가 가진 힘의 범주를 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어미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진 남자가 휘두르는 끝없는 폭력을 갓 태어난 응냨이가 견뎌낼 리 만무한 것이다.
결사의 각오를 품었으나 가로막힌 새끼가 품은 용기의 결말. 상상을 초월하는 악의가 퍼붓는 고통에 이젠 그저 눈물을 흘리며 꿈틀꿈틀 움찔거리며 몸을 비트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삐먀먓!! 히이이---응!!!
눈물이 흐르는 눈을 필사적으로 질끈 감으면서 미간에 뚜렷한 주름이 잡힌 우리 아이의 모습을 응냨이는 그 눈으로 똑똑히 보고 만다.
눈이 마주쳤다.
도움을 필요로하는 괴로움에 찬 얼굴을 하고 있다.
그리고 곧 뒤틀린 얼굴에 남자의 엄지손가락이 파고들었다.
앗끼기야아아아아아아아아악!!!!!!!!!!!!!!!!!!! 먀먀! 먓!미야아으아삐갸아아 아아아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
울려 퍼지는 절규와 흩날리는 검붉은 액체.
남자의 손에 쥐어진 보물이 피를 토하며 "엄마"라고 외쳤다.
크이이이이익!!!!!
통증이 멈춘 것은 아니다. 지금도 통증은 온몸을 계속 뜯어먹고 있다.
그래도!!!!!!
입에서 피 섞인 거품을 닦으며 사내의 발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려들었다.
"아씨, 드러워!"
그러나 타이밍이 맞춰져 발끝으로 안면을 차여서 찌그러진다. 응냨이는 그대로 배설물을 허공에 뿌리고 깨끗한 호를 그리며 십여 미터 앞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히 깃 미……
거기서 응냨이의 의식은 끊어진다.
"---야, 일어나, 야!"
미...끼약~!!
의식의 각성과 함께 격통이 엄습한다.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찡그리고 있는데 눈앞에서 조금 전의 남자가 한쪽 무릎을 굽혀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겁에 질려 있으면서도 남자 쪽을 살펴보니 오른손에서 분홍색의 귀여운 더듬이가 삐져나와 있었다.
다행이다…아직 살아있어줬구나…!
어미는 일단 우리 아이의 무사함에 진심으로 안도하고 나서 곧 오해를 풀기 위해 잇달아 말하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고 범인은 이미 옆을 지나갔다는 것과 100엔은 그 아이를 돕기 위해 기타를 울며 겨자 먹기로 팔아서 얻은 것.
그리고 말끝에 "우리 둘이서 행복하게 살고 싶을 뿐이에요…"라고 덧붙이자 잠시 침묵하던 남자가 겨우 입을 열었다.
“정말 필사적인걸.
...뭐...지금와서 생각하면 기타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말한다는 건...
알았어, 믿어줄겡."
미밋!!
응냨이는 겨우 믿어준 것에 기뻐하며 더듬이를 씰룩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바로 쭈뼛쭈뼛 아이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라고 묻자...
"아… 그래, 그래. 네 애 말이야.
…자, 이거.”
츨퍽
땅에 던져지는 것과 동시에 썩은 열매가 으스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꿈쩍도 하지 않고 섬뜩하게 누워 있는 그것은 다름 아닌 "새끼를 쥐고 있던 손"에서 던져진 물건이다.
식은땀이 폭포처럼 흐르는 것을 느끼면서도 눈을 뗄 수 없다.
"그것"은 왼쪽 상단에 팽팽한 더듬이를 늘어뜨리고 있다.
"그것"은 검붉은 색을 하고 있다. 뭉개지거나, 칼에 깎인 것 같다.
"그것"에는 시커먼 구멍이 뚫려 있다. 검붉은 고기를 썰어낸 거 같은 울퉁불퉁하고 깊은 구멍이.
뭐야...? 이거...?
순간 응냨이의 후각이 익숙한 냄새를 포착했다.
‘집마다 불에 탄 동료의--’
그 냄새의 발생원은 눈앞에 누워 있는 섬뜩한 물체.
그리고, 과거의 그 냄새의 발생원은, 통째로 탄 소중한 동료, -- 소중한 동료의 "응냨이"
우웨에에…… 주륵주륵주륵
복받치는 불쾌감을 위속 내용물과 함께 토해낸다.
말도 안 돼, 그런 거… 그렇게 부정하면서 흐릿한 시야가 눈앞의 그것을 포착할 때마다 계속 게워냈다.
타서 문들어진 몸뚱아리. 다리 몇 개 찢긴 자국. 내장이 흘러나온 흔적이 남은 부자연스럽게 움푹 패인 배.
더듬의 위치로 보아 얼굴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장소는 전체적으로 씨꺼멓고 구덩이처럼 중심에 움푹 패인 형태로 깊이 도려내 져 있었다.
그리고 온몸은 모두 칼에 깎인 듯한 흔적이 빼곡히 남아 있으며 더듬이를 빼고 분홍색을 판별할 수 있는 부분은 남아 있지 않다.
"아니… 힝힝거리면서 울어재끼니까 빡쳐서 그만… 어.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내장 짜내고. 얼굴을 구워서 문드러진 거 벤치 모서리에 한번 내동댕이쳐봤어. 도려내버려서 표정이 어땠을지는 이제 모르겠지만...
뭐 어차피 너넨 또 미친듯이 싸지를테니까 한 마리쯤이야 괜찮징?”
그 생색에는 생명을 앗아갔다는 등의 무게감은 추호도 담겨 있지 않다. 마치 이름 모를 잡초를 조금 밟아 버려서 무심코 "미안해!"라고 소리를 지른 듯한, 그런 죄책감을 눈꼽만큼도 느끼지 못하는 듯한 어조였다.
멍하니 서 있는 응냨이를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 설명하는 사내.
“마지막엔 고장난 라디오마냥 “왜 낳았어?”라고 중얼거리더라… 그러고 보니.
시끄러워서 입안을 라이터로 구웠더니 움직이지 않게 됐고 아마 그때 죽었을 거야.
그럼 점심 다시 사러 가야돼서 이만 갈게.
갑자기 의심해서 쏴리~
안뇽, 잘 지내!"
남자는 태연하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한 후 가벼운 걸음으로 공원을 떠난다. 한편 홀로 남겨진 응냨이는, 새끼였던 것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왜 낳았어?"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누구나 똑같이 품고 있는 미래에 대한 희망. 그것을 이루기 위해 태어났다. 상처받기 위해서가 아니야, 살기 위해 태어났어.
먹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분명 많이 있었을 거야.
이루고 싶은 꿈이라고 꼭 있었을 거야.
행복하길 바랬어.
언제까지나 웃어주길 바랬어.
힘이 되고 싶었다.
계속… 같이 있고 싶었어.
그런데.
그런데.
이 아이의 생애는
알 속에서 나오려고 필사적으로 몸의 여기저기를 상처입히고, 겨우 나올 수 있었더니 공원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지도 못하고
마음먹은 대로 기타를 쳐보지도 못하고
그저 한낱 상처만 받고… 끝났다.
…내가…낳았으니까…
만나고 싶다고… 생각해버렸으니까...
이미 죽은 응냨이를 끌어안은 어미는, 적어도 매장을 해 주려고 허망한 눈으로 땅을 바라보며 공원 출구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까악
파앗!!!
응미!?
현실은 비정했다.
조금 전 남자가 땅에 떨어뜨린 도시락에 몰려 있던 까마귀 중 한 마리가 이번에는 새끼를 겨냥하고 있었던 것이다.
응냨이가 방심 상태가 되어 있는 틈에 팔에 안은 새끼를 까마귀가 빼앗아 간다.
밋----------------‼!미이잇!!!!
울부짖으며 공중의 까마귀를 향해 팔을 치켜들고 "돌려줘!! 돌려줘!!"라고 울부짖는 응냨이. "더 이상 내게서 그 아이를 빼앗지 마!"라고 피 섞인 비명을 지르며 간청하지만 까마귀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요상한 간식을 즐기듯 까마귀는 찰싹찰싹 잡은 먹이를 발로 잡고 마구 찢었다.
-미...미...
삐갸악악!!!!!!!!!!!!!!!!!!!
히~~~~~~~~~~~~~~~~응!!!!!!!!!!!!!!!!!!!
가까이 날던 까마귀들이 앞다퉈 허공에 흩날린 응냨이였던 것을 쪼아간다.
남은 다리는 찢어지고 새어나온 장액은 한 모금. 유일하게 남아 있던 더듬이는 찢어진 얼굴과 함께 물어뜯기면서 부리 속으로 사라졌다.
결국 수십 초 만에 까마귀들은 식사를 마치고 만족스럽게 날아간다.
거기에 새끼 응냨이는 남아 있지 않다.
쪼매난 몸뚱아리 조각조차도 남김없이 빼앗겨 갔다.
집에 기타에 아이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것을 빼앗긴 응냨이는 허망한 눈으로 연못가에 서 있다.
몸을 던져 모든 것을 끝내려고 했던 것이다.
이젠 이런 세계와는 작별하자.
더이상 고통받기 전에 빨리...
몸을 기울여 당장이라도 뛰어들려 했던 그때
첨벙!!
연못 안쪽에서 물보라가 일었다.
"아, 저렇게 멀리 가면 못 잡는데, 공."
더러워져서 들어가기 싫은데. 남는 공 아무도 없지?"
응……………….
“아, 거기 있네. 공."
………………냨?
・
・
・
“야, 날뛰지 말라고. 저런 데 있던 네 잘못이야."
미이!! 히잇!! 응미이이!!!
소년들에게 둘러싸여 머리를 짓밟힌 응냨이는 정신나간듯이 “제발 죽여줘!”라고 울부짖는다.
아픈 것도 잃는 것도 이젠 싫었던 것이다.
"시끄러! 어차피 죽을 거면 인간님한테 도움이 되고 나서 죽어!"
뿌칙!!!!
삐기-----------------!!!!!
부부붉!!! 보뷰븃………
팔딱팔딱 힘차게 휘두르던 더듬이가 무자비하게 뽑혀나가면서 의식이 일순간 튕겨나간다. 응냨이의 온몸이 삐극! 하고 길고 뻣뻣하게 뻗은 후 곧바로 축 늘어져 나가고 배설강에서 한심한 소리를 내며 오물이 흘러나왔다.
“으억, 더러워. 차다가 또 줄줄 세면 좆같으니까 미리 짜내놓을까.”
거품을 물고 기절하고 있는 응냨이의 배를 노려 힘껏 발이 헛디뎌진다. "찌약!" 하고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의식이 회복된 것도 잠시, 여러 발로 집요하게 온몸이 짓밟혀 갔다.
미귯귯 규귝 긹 삐긹
오물의 나머지와 찌그러진 내장, 희미하게 남아 있던 수분이 입과 배설강에서 차례차례 쏟아져 나온다. 옅은 갈색에서 시작하여 검붉은 색이 섞이기 시작했고, 결국 투명한 액체가 졸졸 흐르기만 했다.
칽........가그갉앍갉으구으으...........................피기이……….
기절해서 경련하고 있는 응냨이의 입에 모래가 가득 채워져, 토해내지 말라고 바로 본드로 봉합된다.
고개를 흔들려 했지만 단단히 몸을 붙잡혀 꼼짝도 할 수 없다.
입쪽 본드가 굳어 괴로워하다 이번에는 눈꺼풀과 배설강과 더듬이 자국이 똑같이 본드로 막혔다.
이 무렵이면 이미 응냨이의 의식은 끊어져 가고 있고, 히죽히죽 웃는 소년의 목소리가 끝없이 머릿 속에 반향하고 있다.
몸 끝 감각으로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느끼며 응냨이가 마지막으로 들은 목소리는 '좋아, 축구공 완성!'이라는 지옥의 개막을 선포하는 신호였다.
"이정도면 되겠지? 그럼 축구 다시 하자!!"
울퉁불퉁한 공을 땅에 놓고 도움닫기를 하는 소년.
그리고 곧바로 공을 쏘아올리려 했던 그 때 "피...미..." 하고 산들바람에 휩쓸려 버릴 것 같은 희미한 헛소리가 본드속에서 흘러나왔다.
피...피♪
밋♪
그 자리의 누구에게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이다.
일방통행으로 하늘 저편으로 사라져가는 애정심.
확실한 애정을 확인시켜줘야되는 작은 보물을 부드럽게 감싸는 포옹.
여기 있는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이 말은--
“언젠가 또,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