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갤문학] 도쿄 좀비 (5)

낙타성애자
2023-12-07 02:10:25
조회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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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친한 친구였던 야마다 료에게부터 '결속 밴드로 앨범을 만들고 싶다' 들은 고토 히토리. 그녀는 자신의 기타가 마약에 쩔어있었음을 알고 있음에도 료의 제안을 수락했다. 과거 커다란 무대에 설 때면 항상 스스로의 팔에 주사를 놓았다.


유명한 락커가 된 고토 히토리에게 있어서 마약이란 가장 큰 약점이던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었고, 입건되기 직전까지도 그녀에게 있어서 마약은 기타를 연주할 때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만큼이나 지금까지 고토 히토리의 음악인생은 마약이 항상 지겨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래서일까, 마약중독 치료를 받으면서 헤메고 있는 고토 히토리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였다. 음향 장비 앞에 앉아있는 야마다 료에게서 좀처럼 콜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그 증거였다.

"앗.. 아우.. 다시 할게요..."
"봇치, 너무 기교를 부리려 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
"그, 그치만.. 료 씨가 기껏 불러주셨으니까 힘내고 싶어서요.."
"봇치 짱~. 그렇게 힘내지 않아도 된다니까. 료가 괴짜라는 건 알았지만, 설마 스튜디오에서 이 정도로 독재자 느낌이었을줄이야..."
"니지카, 드럼은 칠 수 있겠어?"

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니지카는 마치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손바닥을 펼쳐보였다.

"칠수 있겠냐고? 이 독재자 베이시스트 녀석아! 너 때문에 생긴 이  손바닥의 물집이 보이지 않는거냐!!"
"..."
"무시하지 마!!!

고토 히토리는 생각했다. 자신은 오래 전 홀로 메이저 데뷔를 하고 방황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니지카와 료는 언제 그랬냐는듯, 옛날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째서 니지카와 료는 이렇게 즐거울 수 있는걸까. 어째서 이렇게 웃을 수 있는걸까. 이미 자신이 아는 최고의 쾌락은 마약에 의한 것임을 깨달아버린 그녀로서는 그것이 정말로 궁금스러웠다. 그래서 고토 히토리는 입을 연 것이다. 서로 농담을 하며 웃고있는 그 둘의 모습을 향해.

"저..."
"응?"
"그... 즐거우신가요... 어떻게..."

아차, 말이 헛나왔다고 생각하고 수습하려던 그 때, 니지카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글쎄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료랑 있으면 어쩐지 안심되더라구. 게다가 이번에는 봇치짱도 있잖아!"
"나도 동감. 설마 유명인이 된지 오래인 봇치가 내 제안을 수락해줄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유, 유명인이라니 그런..."

고토 히토리는 이 둘의 순진한 대답을 듣고, 자신이 오랫동안 마음 속 깊은곳에 간직해왔던 말을 술술 풀어냈다.

"....저한테 있어서.. 여러분과의 추억은... 결속밴드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추진력이었어요... 겨, 결속 밴드가 없었다면 설령 그런 거 있었어도 무대 올라가는 건 무리였을거에요.."
"...봇치 짱.."

니지카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듣던 료 역시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음향 장비에서 일어나고는 봇치에게 나오라는 손짓을 한다.

"조금 휴식시간. 괜찮아?"
"아, 네..."

무언가 말실수를 한건가, 살짝 떨면서 료 쪽으로 다가가 건네주는 차를 마시며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토 히토리의 그러한 걱정과는 다르게, 료와 니지카는 자신들도 차를 마시며 편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봇치, 그거 안 하네."
"그, 그거라뇨..?"
"아아!! 나도 그 생각 했어!! 봇치 짱, 되게 인기있는 퍼포먼스 있잖아. 가끔 공연중에 목을 좌우로 까딱까딱하는 그거. 그거 봇치 짱이 기타치는 중에 하는 버릇이라던가, 큰 공연에서는 무조건 하잖아!"
"응. 난 분명 기타 치는 중에 봇치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오늘 보면 그것도 아니었나봐?"
"그, 그건 사실 마약하고 공연했을 때 나타나는 버릇 같은거라서요... 그게..."
"아, 아... 그렇구나..."
"뭐, 그런거라면 굳이 보고싶진 않아. 봇치는 지금 이대로가 제일 좋고."
"아, 으응!! 당연하지! 굳이 마약같은 거 없어도, 봇치 짱은 최고의 기타리스트인걸!"
"아, 가, 감사합니다..."

그런 식으로 차를 마시면서 실없는 소리들을 하고난 뒤, 시간이 늦어진 걸 확인하자 료가 봇치에게 이야길 꺼낸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봇치. 내일 또 와줄거지?"
"아, 그,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봇치 짱, 오랜만에 같이 데이트라도..."
"아, 됐습니다. 그럼."

쾅.
고토 히토리가 빠른 속도로 나가기 무섭게 스튜디오의 문이 닫혔다.

"정말~. 데이트 정도는 해줘도 괜찮잖냐고~.. 그치, 료?"
"아, 나도 전화가 와서. 니지카, 오늘은 수고했어."
"에, 에엑?! 료까지 가버리는거냐구~!!! 치이. 흥이다, 뿡."

야마다 료의 핸드폰에 전화가 왔다는 것은 거짓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발신자가 니지카에게 보이지 않도록 숨긴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이 전화를 건 인물이 니지카의 언니와 가까운 인물이자 료가 존경하는 뮤지션 중 한명인, 히로이 키쿠리였기 때문이다.

"...히로이 씨."
"여어~. 야마다 군. 잘 지내?"
"네, 덕분에요. 히로이 씨는 요즘 어때요?"
"말도 마~. 시마 녀석이 여기저기 데려가려고 한단 말이야. 짜증나 죽겠어."
"어쩔 수 없죠. 저도 마음같아서는 앞으로 해줄 것들, 못 해줄 것들, 닥치고 하려고 할텐데요."
"...봇치 짱 관련도 그래서 들어주는거야?"

야마다 료는 잠시 뜸을 들이고, 전화를 이어갔다.

"...봇치와 함께 앨범을 다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한건 아니에요. 다만 히로이 씨가 저한테 직접 이런 부탁을 한건 아무래도 의외였죠. 이번 앨범에 봇치가 기타를 치게 해달라니."
"음.. 그렇네. 있잖아, 난 곧 있으면 죽을 몸이잖아. 내가 주는 마지막 선물 같은거라고나 생각해 줘."
"또 그런소릴.."
"에이~. 시마 녀석도 너도 왜 그렇게 심각하게들 생각하는거야. 난 내 인생에 후회는 없다니까?! 술과 함께하고 술과 가는 인생! 이게 록이 아니면 뭐겠냐고~!!"

히로이 키쿠리의 가슴을 찢는 듯한 말에도, 야마다 료는 익숙한 듯 잠시 울컥거리기만 하고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보다 그녀는 히로이의 말투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전화기 너머로도 술냄새가 난다는 표현이 가장 옳으리라.

"...하아. 히로이 씨, 또 술 드셨네요."
"응응, 그렇지. 그치만, 후회하는 건 없지만... 아니, 후회하는 걸 잊었는지도 몰라. 봇치나, 너희에 관한 거. 너희들이 다시 한 번 공연을 함께하는 모습을 본다면 난 그걸로 족했는지도."
"...너희들이라 함은, 키타도 포함인가요?"
"어레..? 키타는 지금 없는거야?"
"....더 할말 없으면 끊을게요. "
"나 참~. 얼버무리기나 하고. 다 티난다고. 아무쪼록 뭐, 봇치짱 일은 잘 부탁할게~. 그 아이, 너희랑 있으면 마약에는 손을 댈 거 같지 않으니까."
"...네."

료는 전화를 끊고,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뒤 하늘을 바라보았다. 키타 이쿠요. 그 이름을 곱씹으며.

"...키타. 봇치도 왔는데. 너가 없으면 어떡해."

키타 이쿠요.
20XX년 현재. 그녀는 아이돌 연습생으로 데뷔를 앞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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