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갤백일장) 우울한 미래, 그리고
오늘, 히로이 씨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인가? 잘 모르겠다.
세이카 씨에게서 메일을 받았다. '봇치쨩, 힘들겠지만, 와줄 수 있어?' 라는 아무런 뜻도 파악이 되지 않는 라인. 그래.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목숨이었다. 술이란 것은 언제나 오묘한 것이라, 짧은 하루살이의 생을 느낄 수 있게하는 매혹적인 환상이었다. 그러나 그에 홀린 사람들의 말로는 대부분 정해져 있는 수순이었다.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찰나의 환상에 홀린 부나방과 같은 삶. 만취하여 짧은 생을 떠난 그녀야말로 진정한 베이시스트의 삶이었고, 예술가의 삶이었다.
무릇 그렇다. 모든 것은 그랬다. 지미 헨드릭스, 론 맥커난, 에이미 와인하우스. 등등. 27세에 요절해버린 예술가들의 명예로운 직. 그녀도 이 명예로운 클럽에 드디어 입성한 축하스러운 일이 아니더냐. 그러니 축하해야할 일에 장례식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고토 히토리는 당연 세이카 씨의 메일을 읽지 않았다.
실은, 남아버린 것이라곤 오로지 지독한 흉터뿐이라서, 스스로가 새긴 형벌이라서, 고토 히토리는 메일에 답을 하지 못했던 것이었지만.
거기다가, 이젠 고토 히토리는 예술가도, 기타리스트도 뭣도 아니지 않은가. 나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참석할 의향조차 내비칠 수 없다. 그리고 비천해진 자신은 참가할 수도 없다. 결속밴드의 멤버들은 이름도 흐릿하고, 얼굴도 흐릿하다.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다.
사람은 각자 어울리는 옷과 장소가 있다. 하지만 고토 히토리는 그곳과 어울리는 인간이 아니었다. 장례식보단, 공동묘지가 어울리는 고토 히토리는, 그저 나지막하게 '히로이씨의 묘는, 가봐야겠지.' 하며 되도 않는 변명을 읊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고토 히토리는 세이카 씨의 메일을 묵묵히 휴지통으로 집어넣을 뿐이었다.
비록 결속밴드는 좋은 멤버였지만,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고토 히토리는 비단 좋은 사람이지 못했다. 그녀의 끝에는 항상 도피만이 남아있었고, 도망친 곳에는 환상적인 낙원도, 미래도, 행복도 그 어느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남아버린 것은 기껏해봐야 낡아 너덜거리는 아티스트 사진 뿐이었다. 죄악감과 추억과 향수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숨을 들이마쉬면 코에는 언제나 알싸한 레몬향의 츄하이 향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 고토 히토리, 그 멍청한 나는 한심한 종자이며, 한심하게 계류된 멍청이다.
"..."
목이 타들어갔다. 그 무엇보다 갈증이 심한 날이었다. 알코올의 향이 입안을 강타하지만, 고작해봐야 츄하이인 술에서 그 미약한 향을 느낄래야 느낄 수 없었다. 그러자 괜스레 히로이 씨가 생각이나며, 그녀가 마시던 팩 사케가 그녀의 삶을 대변해준 것이 아닐까. 하는 조막만한 생각도 떠올려봤다.
주위의 시선과 스스로의 삶을 버리고, 베이스를 쥐게 된 그녀는 정말로 본받을 인물이었는데. 이제야 뒤늦게 깨달아보아도 이미 늦은 후지만.
"......아"
적어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그게 그녀를 대하는 최소한의 배려이니까. 아니, 뭐가 최소한의 배려라는 건가. 사자에게 말을 건네도 돌아오는 것은 없다.
눈을 감으면,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건 나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한 것 뿐이겠지. 그럼에도 성인이 된 내게 술을 건네는 그녀의 모습은 기억할만한 것이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이다.
결국엔.
거부하면서도 나라는 사람은 종국엔, 그녀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좋아하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속밴드의 그녀들과 나는 이해할 수 없으며, 고작해야 위선에 가까운 편의를 배려해주는 것에 불과했었다.
키타 씨도, 니지카 씨도, 료 씨도. 모두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듯이 굴었지만, 그럼에도 제일 나와 비슷한 인물은, 나와 제일 먼 것 같은 엉망진창인 삶을 살아가는 히로이 씨였다.
"히토리짱? 혹시 방에 있어? 엄마랑 같이 저녁먹을까?"
방문 너머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울렸다. 이젠 늙어버린 어머니도 이 반복적인 삶이 지친듯이 기운이라곤 눈꼽만큼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성인이 되고 몇해나 지났을 때. 지미헨이 죽었다. 그 노견도 오래 살았으니까. 하지만 이젠 지미헨도 없는 집안이 영 어색하기만 할 뿐이다.
그 조그마한 녀석의 활발함이 집안을 밝히고 있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응? 히토리... 오늘은 정말로 같이 먹으면 좋을 것 같은데. 맛있는 것도 사왔단 말이지?"
나의 말이 이어지지 않자, 불안하게 일렁이는 어머니가 말했다. 내가 방 안에서 목이라도 매달 것만 같았나보다. 물론 나는 그럴 용기도 없다.
"그런가요... 저 때문에 그런 큰 돈, 쓰지 않으셔도 괜찮은데요. 어머니랑 아버지 드세요. 되도록이면, 후타리도 불러주세요."
"히토리... 그래도 말이지... 오늘은, 꼭 같이 먹어줬으면 좋겠구나. 엄마의 부탁이야. 들어주면 안될까?"
부탁. 부탁인가. 어머니의 말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어머니는 지친듯이 말을 꺼내지 않았다. 어쩌면 말할 생각을 갈무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는 부탁이라는 것이 정말로 껄끄러웠다. 그 부탁이라는 것때문에, 내가 이렇게 되었으니까. 니지카 선배의 부탁 때문에, 결국엔 꿈도 꾸지 못했던 희망이라는 것을 보았고, 다시 떨어졌다.
애초에, 그런 부탁이라는 강요만 없었더라면...
"히토리..."
"알겠어요. 나갈게요."
다만. 그렇게 살아와도 부탁을 종용하는 사람에게 이기지 못하는 나였다. 한심하기라도 하지. 길게 한숨을 내뱉고 벽장을 열고, 방문을 열었다. 이제는 눈가에 주름살이 더 많아진 어머니의 여린 눈동자가 들어왔다. 그 눈동자에 비치는 나는 너무나 탁한 차림이었다.
"가죠."
"응..."
딱히 별 다른 반응은 없었다. 내 담담한 말에, 어머니는 슬픈 표정으로 거실로 내려갈 따름이었다. 그 모습은 이골이 날 대로 난 모습이라 별 다른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계단 한단 한단을 밟을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을 멍하니 죽이며 시간을 때웠다. 그렇게 걸어가던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화려하게 장식된 음식들과 축제를 벌이듯이 화사한 만찬들이었다.
뷔페식이라도 하려는 건지. 각종 접시와, 집게, 그리고 한눈에 봐도 퍽 비싸보이는 음식들이 나련되어있었다. 이런 돈이 어디서 났는지는 몰라도, 무언가 대단한 일이라도 있었나보다. 후타리가 결혼이라도 했나보지. 나는 결국 그런 식으로 생각을 끝마쳤다.
"여어, 히토리... 딸이구나... 못알아볼 뻔 했네"
조용히 음식을 살펴보며 나름대로의 감상을 토해내고 있을때, 불쑥 아버지의 목소리가 끼어들어왔다. 유들거리듯이 말한 아버지는 그 시절의 장난기가 넘치는 인물은 아니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비좁은 집안에 억지로 집어넣은 의자에 앉고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불러서 왔지만, 눈치를 보다가 돌아가고 싶었다. 이 융숭하게 대접한 파티의 주역의 인물은 누구일지. 그것도 궁금하지 않았다. 그저 주역이고 뭐고, 도망치고 싶었다. 식욕도 돋지 않았다. 음식들의 향이 코를 찔렀지만, 그다지 맛있는 냄새는 아니었다.
그렇게 조용히 눈치를 보며 있을 때였다. 고즈넉하며 조용하던 부모님들이 웅성거렸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면면따위 궁금하지 않았다.
"시끄럽네..."
작게 중얼거린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냈다. 파티는 원래 시끄러운 것이니까.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를 납득시키곤, 조용히 몸을 돌려 방으로 가기 위해 조용히 복도로 걸어나갔다. 부모님과 웅성거림의 목소리는 집 내부에서 울리는 것이 아니라는 게 유일하게 안심이 되었다. 한번, 그 바깥쪽에 대충 시선을 한번 던지고는 곧장 걸음을 옮겨 내 방으로 돌아갔다.
우중충한 방문. 쓰레기로 가득한 방안. 정리되지 않은 기재들. 어지러움 그 자체인 방안이 언제나 유일한 휴식처였다.
"안심된다..."
작게 웅얼거린 나는 방안에 대자로 뻗어 누웠다. 그야말로 쓰레기에 파뭍힌 모양새였다. 그제야 안심되는 모양새에 눈을 붙였다. 그럴 참이었다.
"히토리쨩. 있어?"
순간적으로 몸이 움찔거렸다. 언제나 들어도 가련한 목소리였다.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잘못들은 건가 싶어, 조용히 있자니, 그 목소리의 주인은 쓰게 웃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미안해, 히토리쨩, 괜히 내가 왔을까나?"
문 너머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잊을 수 없는 목소리였다. 결속밴드의 보컬, 주야장천 들을 수밖에 없는 목소리이며, 언제나 밴드의 주축을 이루는 기둥이기도 했다.
키타 이쿠요. 목소리의 주인은 그녀였다. 장미와 같은 붉은 머리가 아름다운 여인. 그리고 자신과는 어울리지 못하는 물과 기름. 절대 유착할 수 없는 사이이기도 하고.
"그, 아, 아, 아니요?"
나는 기다리는 그녀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말을 내뱉었다. 세워두기엔 미안하였고, 그녀의 시간을 쓰고 싶게 만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빠른 대답으로, 그녀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럴때마다, 결속밴드의 기억이 떠올라, 벗어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이 일어났으니까.
"아하하. 히토리쨩은 여전히 변함이 없구나."
대뜸 말을 걸어와 하는 말이라고는 저런 말인가. 당연, 별 의도는 없는 말이겠지만.
"미안해. 말 없이 찾아와서."
"그, 그렇군요."
적당한 맞장구를 맞춰주었다. 키타 씨는 부드러운 말투로 답했다. 문 너머의 표정이 어떨지는 예상이 되었다. 결국에는 찾아온 사람이, 키타 씨인건가. 그렇다면 저런 융숭한 대접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 생각했다. 키타 씨의 말이 이어지기 전까진.
"그렇지만 말이야, 오늘은 히토리쨩이 주연이니까."
"...네?"
당연하다시피 말하는 키타 씨의 말. 허황되고 모순된 말이다. 내가 주연이라니.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결속밴드의 결속을 무너트린 인간이다.
모든 라이브에서는 당황하며 실수를 했고, 전혀 성장하지 못했다. 나날이 늘어나는 실수와, 엉망. 팬들의 유입조차 만들어내지 못하는, 밴드의 주축인 내가 항상 모든 것을 망쳤다.
결국 태풍이라는 상황에서도 억지로 진행했던 라이브를 망쳤고, 학교에서도 라이브를 망쳤다. 모두의 반응은 좋았지만, 그런 대다수의 반응들은 음악을 모르는 학생들일 뿐이었다.
포이즌 야미. 그녀도 결국 그렇게 칭했다. 결속밴드는 단순히 학생들의 친목질이 끝인 밴드라고. 상업적으로 성공하려는 니지카 씨와, 꿈을 이루려는 료 씨, 그리고 그 모든것을 열심히 다하는 키타 씨와는 다르게,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진정한 결속밴드의 걸림돌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이기적인 생각, 그리고 실패의 반복. 사회의 냉정한 평가. 그리고 죄악감과 죄책감.
혼자서 기타를 잘 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것이 있는가? 모두의 실력은 늘어나지만, 나는 가면 갈수록 퇴화하였다.
그걸 실시간으로 느끼는 나의 기분은.
나의 감정은, 처참하게 찢겨나갈 뿐이었다.
결국 꿈을 이루기위해 인생의 그 모든 것을 바쳤던 나는, 갈망하던 현실을 마주하고, 내 생각과 현실의 괴리감에, 그저 도망친 머저리였다.
다시 문자를 보내는 것도, 무리였고, 사회를 통한 유일한 길인 인터넷은, 시데로스의 이야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원래의 나는, 결속밴드라는 이물이 아닌 히토리의 삶을 그대로 살아가기로 하였다.
성적은 낮고, 인맥은 없다.
그저 이건 당연하게 정해진 수순을 밟기로. 그렇게 나 자신이 회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지니고.
"거짓말도 그만해주세요. 이쯤하면 충분한 일 아닐까요. 키타 씨."
화가 났다. 저 사람은 나에 대해서 무얼 안다고 저런 망발을 내뱉는 건지.
내가 화를 낼 시점이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자각하고 있었지만, 감정이란 이성을 이길 수 없는 것이었다.
"히토리쨩. 밖에 니지카 선배와, 료 선배가 모였어. 모두, 다 너를 기다리고 있어."
"그래서요. 제가 뭔가를 하길 바라는 건가요. 저보다 뛰어난 기타리스트들은 많아요."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계속해서 부정하는 말을 꺼냈다.
"히토리쨩..."
"거기다가... 전 이미 한번 도망쳤다고요... 저는, 저, 저는, 이 상황이 너무 두려웠어요. 키타쨩은 그걸 알기나 해...?"
목소리가 떨렸다. 내뱉는 와중에도 나 자신이 너무나 바보같아서, 울분이 솟아올랐다.
"응? 무력하게 쓰러져가는 스스로의 가치를 바라보는 상황이 말이야. 어떤지는 알고나 말하는 거야...?"
"응."
옅은 한숨이 절로 튀어나왔다. 누워있던 상체를 들어올리며, 문 사이 새어들어오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한 사람의 형태의 그림자가 빛을 가리고 서있었다.
"알고있고말고. 히토리쨩, 그때 기억해? 그때의 나, 지금의 히토리쨩과 다를게 없을거야. 아하하, 이젠 상황이 반대지만."
"하지만 말이에요, 전 이미 늦었어요. 이미 모두가 나이를 먹을대로 먹었고, 성장할대로 성장해서, 더 이상 새로운 진출은 할 수 없어요. 알아요? 그거? 혼자 너무 이상적이신거. 학생때처럼 노력론으론 돌아가지 않아요."
"하지만 히토리쨩, 그런 걸 잘 알고있었으면서 이렇게 살고 있는거야? 부끄럽지 않아? 적어도 말이야, 나라면 이렇게 살아갈 빠에, 다시 기타라도 잡겠어."
"아니요. 이미 늦었다고요. 기타를 잡아도, 이 사회는 절 내버려두지 않아요. 하릴없이 레드오션인 사회에, 범재가 뛰어든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어요. 거기다가, 결속밴드를 다시 하기에는 절 너무 늦게 찾아오셨어요."
"하아아..."
키타 씨의 깊은 한숨이 울렸다.
"모두가, 어떻게 있었는지 알아? 히토리쨩은 모르지. 모를거야. 도망쳤으니까. 하지만 말이지, 믿었다고. 기다렸어. 내가 도망친 것 처럼. 니지카 선배도 집에서 드럼연습을 하면서, 일을 하면서. 료... 선배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도 말이야. 이번이 겨우 잡은 기회라고. 알아?"
문이 벌컥 열렸다. 화난 표정의 키타 씨가 눈에 들어왔다. 다만 그 표정속에 들어있는 이면은 지극히 오묘했다.
"그래. 어떻게 될 진 모르겠지. 너무 늦은 걸 수도 있어. 그렇지만 히토리쨩은 기타히어로잖아? 혼자서 잘 치고, 합주를 못해? 걱정마, 우리도 그 시간동안 멍하니 살아온 게 아니니까."
팔이 들어올려졌다. 똘망거리는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기타 히어로. 폭주해. 혼자서 달려나가. 그때는 혼자였겠지만, 그때는 우리가 뒤쳐져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젠 아니라고. 너의 기타 히어로를, 언제까지 숨겨두고 있을 셈이야?"
"아..."
"그 표정 보기 좋네! 얼른 결속밴드, 다시 결속하러 가자! 어때 괜찮지?"
기타 히어로.
인터넷의 올린 나의 영상. 키타 씨의 말에 나는 멍하니 키타 씨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팔이 들리며, 거실로 내려가는 와중에도, 나는 멍한 눈빛으로 기타 히어로라는 말을 되새겼다.
나는, 나의 자만인 줄 알았다.
인터넷의 망령. 그렇게만 끝이 날 줄 알았다. 히어로라는 이름이 명목없을 정도로.
하지만, 기타 히어로라는 말은 정말로 좋은 울림을 지니고 있었다.
누군가가 나를 부르고 있는데, 그때 등장하지 않으면 그게 무슨 히어로인가. 좌절하고 있으면 그게 무슨 히어로인가.
"봇치쨩! 오랜만이네!"
"봇치, 나, 음식 싸가도 돼?"
그래, 히어로는 이럴때야 말로, 진정으로 빛나는 법이라고.
히어로는 여전히 동경하게 되는 것이라고.
"아..."
변함없이 그때의 인원들이 모여있었다.
화목한 웃음과, 미묘하게 들떠있는 기류. 아버지와, 어머니의 시선, 그리고 그 말에, 나는 기어코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 목숨은 할복으로...!"
"아핫, 봇치쨩, 돌아왔네?"
"결속밴드의 귀환.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할복쇼를 대대적으로 기타 히어로의 유튜브 계정으로..."
"료도 기쁘지?"
바뀐 것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어갈 차례가 되었다.
기타 히어로의 이름을 들고, 주먹을 쥐고, 고개를 치켜세운다. 꼿꼿히 들어올린 고개로, 입을 열었다.
"저... 열심히 할게요!"
"응! 우리도 이제 기타 히어로를 따라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
그러고는 지어본 적 없는 미소를 지었다.
헤픈 미소가 아니라, 진정으로 움직여진 미소였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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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 쓰다보니 존나게 오글거리네 걍 급전개로 때려침 ㅁㄴㅇㄻㄴㅇ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