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백일장) 강가에 떠다니는 현악기들
Grundrisse
2023-12-11 15:20:16
조회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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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의 음악에서, 표면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보컬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중핵이요, 기반이 되는 것은, 박자를 담당하는 드럼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둘이 사라지고, 기타와 베이스, 이 두 현악기만이 남는다면, 그것은 위도 아래도, 하늘도 땅도, 표면도 기반도 없기에 그 방향을 정위(定位)할 수 없는, 그야말로 광상곡으로 될 것이다. 위대한 예술이 그러하듯이, 음악이 삶이라면, 드럼이 없는 음악은 삶의 리듬을, 생활을 상실할 것이며, 보컬이 없는 음악은 목소리를 잃어 의사소통에서 단절될 것이다.
그러한 음악=삶은 마치 공해에서 표류하는 선박과도 같지 않을까. 강가에 떠다니는 익사체와 같지 않을까.
그것이 지금 봇치와 료의 상태였다. 이중적 의미에서.
키타가 대학에 들어간 해에, 키타와 니지카는 교통사고로 요절했다. 그럼에도 봇치와 료는 밴드를 지속해나갔다. 살아있을 때 더 잘해줄 걸,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걸이라며 스스로를 탓하면서 말이다. 둘에게 음악은 하나의 장송곡이 되었다. 베이스와 리드 기타만이 존재하는 장송곡. 드럼과 보컬을 새로 구하지는 않았다. 료는 드럼과 보컬이 존재하지 않음으로서 존재하는 것인 마냥 작곡을 해나갔다. 장송곡이라면 응당 슬픔과 고통을 노래해야 할 것이니, 드럼이 없음으로서 일어나는 혼란도, 일종의 고통을 노래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그런 의미보다는, 영구결번으로서의 의미가 강했지만.
니지카가 죽자 세이카는 라이브하우스를 폐업했다. 그래도 결속 밴드는 본의 아니게 발생한 전위성으로 – 보컬도 드럼도 없는 상황에서, 사이키델릭 장르의 팬인 작곡가가, 우울감을 담아 작곡할 법한 곡의 형태를 생각해보라 – 나름의 팬층을 매니악한 형태로 가질 수 있었고, 주로 FOLT에서 공연하고는 했다.
그러던 도중 키타와 니지카의 기일이 되었고, 둘은 술을 마시다가 담배를 피러 잠시 나와 있었다. 료는 술집 앞의 시냇가에 세워진 난간에 기대 담배에 불을 붙였고, 봇치는 입구에서 걸어나오면서 불을 붙이고는 난간에 등을 기댔다.
“...봇치, 오래전부터 생각하던 게 하나 있어.” 료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앗, 네?” 니지카와 키타가 죽고, 술과 담배를 시작했어도 말을 더듬는 습관은 고쳐질 수 없는 것이었다.
“사람은 죽기 직전에, 이제까지의 일생을 다시 처음부터 상기하잖아?”
“...주마등이요?” 봇치가 뜬금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료는, 봇치가 자신의 속뜻을 이해할 것이라고 기대하고서는 더 이상의 설명을 하지 않았다.
정적과 함께, 두 병든 연기가 강가에서 피어올라 하나로 합쳐져서는, 저 하늘 위의 구름을 향했다.
“료 씨…” 봇치가 혼란스럽게 말했다.
“...함께 안 해줘도 상관 없어. 나 혼자라도 뛰어내릴 거니까.” 료는, 하늘로 떠올라가는 연기를 따라, 구름 너머의 존재하지 않는 어느 지점을 흐리게 바라보았다.
“아니… 그건… 이건 아니에요, 이건 아니라고요… 그건, 그건…”
“...봇치, 이런 생활에 의미가 있어?”
“니, 니지카짱도 그런건 바라지 않을 거에요…”
“우리 둘의 꼴을 봐. 이게 뭐야. 매일매일이 그저 짓눌린 생활인데. …그럴 바에야 그 둘을 다시 보고 죽는게 차라리 나은 거잖아!” 봇치의 입에서 니지카의 이름이 나오자 료의 표정이 바뀌었다.
“하지만…” 봇치는 뒤이을 말을 찾지 못했다. 확실히, 이런 생활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매일매일을 옷장에 틀어박혀서, 히로이도 걱정할 정도로 술과 담배에 찌들어 사는 나날들. 네 명의 사진을 바라보며, 그저 흐느끼는 시간들. 공허할 정도로 균질적인 시간들.
“...됐어. 나 혼자라도, 갈거야.” 료는 담배를 난간에 지져서 껐다. 하늘로 오르던 연기가 어지러이 흐려져갔다.
“...”
“...” 료는 마지막으로 봇치를 바라보고는, 난간에 두 손을 올렸다.
“...같이 가요.”
“응, 그러자, 봇치.” 료가 익숙치 않은 듯이, 수줍게 손을 내밀었고, 봇치도 서투르게 손을 잡았다. 서로를 바라보는 둘의 표정에, 옅은 웃음이 지어졌다.
둘은 그렇게 뛰어내렸다.
주마등 속에서, 봇치와 료는 행복했고, 그것을 보는 지금의 둘도 행복했다. 주마등 속에서, 넷은 함께였다. 주마등 속에서, 결속 밴드는 하나였다.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그런 풍경 속에서, 둘은 물에 숨이 막혀갔다.
그렇게 보컬도 드럼도, 표면도 땅도 잃은 두 현악기는, 강가에 그대로 떠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