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갤백일장)(패러디) 밴드의 부장들

ㅇㅇ
2023-12-12 13:42:59
조회 897
추천 29





그날 밤, 시모키타자와.



단 한음의 불협화음.



그것이 도쿄를 주름잡던 인디 밴드의 결말을 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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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실제 사건에 모티브를 따왔으나 작품 자체는 픽션이며 실제 사건과 등장하는 인물들이 실제와 같을 수 있으나 현실과는 다른 허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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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르르륵 - 



 불쾌함이 가득한 믹서 소리가 무언가를 갈아내며 울려퍼지는 소음. 꼬꾸륵거리는 기분 나쁜 닭들의 울음소리와 스태리 점장실에서 날법한 코를 찌르는 닭장냄새. 두 남자가 잔뜩 진동을 울려대며 무언가를 갈아내고 있는 닭모이기 앞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남김없이 다 넣었지? "



" 네. 빠짐 없습니다. "



" 신발은? "



"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맨발이던데요. "



 왼쪽 한켠에 서 있는 남자가 바닥 아래를 내려다보더니 이내 다리와 허리를 굽혀 엄지와 검지로 무언가를 집어냈다. 긴 빨간 머리카락 한올. 약간의 웨이브가 들어간듯한 구부러짐이 느껴지는 머리카락이었다. 

 


" 야 이 새끼야. 이런거 하나도 남기지 말라고 했잖아. "



 그 남자는 그 머리카락 한올 마저도, 닭모이기 안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그들의 뒷편,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이내 등을 돌리던 한 여자. 저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본채 품 안에서 꺼내는 구부러진 담배 한개비, 참담함인지, 씁쓸함인지 모를 공허한 표정과 함께 담뱃불을 붙여내던 분홍 머리의 여자.




' 밴드의 부장들 '




 도쿄, 스테리. 동영상이 틀어진 태블릿 PC를 가운데에 두고 모여있던 결속밴드의 멤버들. 태블릿 PC 안에 틀어진 영상에선 스테리의 밴드 공연 독점을 반대하던 인디 밴드 팬들의 거센 불매 운동들이 정리된 영상이었다.



 영상을 보고 상당히 불쾌한 표정을 자아내며 피우다 만 담뱃불만 애처롭게 타들어가는 꽁초를 들고 있던 밴드의 리더이자 드러머인 니지카는 깊게 내쉬는 한숨과 함께 왼쪽에 자리하던 분홍머리의 여자에게 물었다.



" 봇치쨩. 저 시위대를 어떻게 해야할까? "



 고토 히토리, 통칭 '봇치.' 밴드의 리드 기타이자, 인터넷에서 기타 히어로라는 유명 셀럽으로 활동 중인 인물이었다. 인터넷 시대에서 활동하는 유명인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리더인 니지카에게 총애를 받아오던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현재의 불매 운동 또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 강경하게 나가선 안됩니다. 시데로스때를 기억하십시오. "



 봇치의 판단은 너무나도 이성적이었다. 팬들의 거센 반응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대응하려던 시데로스가 역풍을 맞고 일본에서의 활동을 접었던 선례가 있었던 만큼, 결속밴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것이, 리더의 강경함만 담은 판단 하나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대답은 니지카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보는 눈이 있는 자리인만큼 니지카는 그저 쏘아붙이는 눈빛으로 봇치를 째려봤을뿐이었다. 그때,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던 파란 머리의 여자가 니지카에게 말을 걸었다.



" 옆 나라에선 마약을 하고 음주운전을 해도 자숙하고 복귀하면 다시 활동하더라. 지들이 날고 기어봤자, 우리한테 뭐 어쩔건데? 백만 이백만 정도야 밀어버려도 그만이야. "



 야마다 료. 니지카를 오랫동안 보좌했던 인물. 봇치만큼의 실력을 가진 것은 아니나, 신념을 잃어가는 니지카에겐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인물이기에 눈이 멀더라도 택할 인물이었다. 그 사실을 증명하듯, 저런 터무니 없는 폭언에도 니지카는 옳다구나 한듯 미소를 자아냈다.



" 그래, 내가 최고 인기 밴드의 리더인데. 누가 나한테 뭐라하겠나? 때가 되면, 트위터에 대응을 밝히겠다. "



 차마 그것만을 두고볼 수 없었던 봇치는 다시 말을 꺼냈다.



" 니지카쨩. 밴드 활동을 대국적으로 좀 하십시오. "



 봇치의 말에 료는 물론이고, 동석하고 있던 점장인 세이카와 음향담당인 PA씨 마저도 경악했다. 이 상황에서 표정을 굳힌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던건 오로지 봇치와 니지카뿐이었다.



" 스트리밍, 조회수는 단순 수치가 아닙니다. 음반 판매량까지 추락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



 봇치는 진지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누구라도 처음 볼만한, 단호할 정도로 니지카에게 반박하던 모습이었다. 오죽하면, 봇치를 견제하던 료 마저 말문이 턱 하고 막혀 대화에 끼어들지를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니지카는 분노에 찬듯한 한 없이 낮고 깊은 목소리를 꺼내보이며 읊조렸다.



" 그걸 막으라고 봇치쨩이 있는거야. "



" 산불을 어떻게 막습니까! 불은 산을 다 태워야 끝납니다. "



 봇치가 그렇게 말하자, 니지카는 그제서야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저 표정과, 손가락 사이까지 닿을 정도로 타들어간 담배꽁초가 니지카의 감정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숨이 막힐듯한 분위기에 료는 테이블위를 탕 - ! 하고 쳐내며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 기타 히어로라는 새끼가 그거하나 못막고.. 그걸 말이라고 해!? 니지카, 불매 운동 더 번지기 전에, 강력하게 대응해야해! "



 니지카의 귀엔 료의 말만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눈은 여전히 봇치를 향해, 사그라들지 않는 분노로 점철되어있었다. 밴드 초기 시절, 테루테루보즈 이후론 자신에게 단 한번도 말대꾸를 하지 않던 봇치가, 말대꾸를 했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니지카는 - 자신이 틀렸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10월 26일 - 


시모키타자와의 어느 이자카야.


밴드로써 처음으로 공연하고, 처음으로 회식을 했던 그 이자카야. 하지만 한 사람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저번 일이 무색하게도, 이번 자리는 니지카가 봇치를 달래주려 만든 자리였다. 직접 술을 따라주기도 하며, 봇치를 격려해주었다. 하지만 봇치의 표정은 여전히 밝지 않았다. 니지카는 그런 봇치의 표정을 보며 미심쩍어하지만, 무르익어가는 술자리에 취해가며 밴드의 초창기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봇치는 제 옆자리에 자리한 양주병 하나를 들어올려 무릎을 꿇고 몸을 다시 세웠다.



" 니지카쨩, 제가 한잔 올리겠습니다. "



" 어? 그래.. "



 봇치의 갑작스런 말에 니지카는 조금 당황한듯 두 눈이 동그랗게 변했지만 크게 내색하진 않았다. 자연스레 자신의 빈 잔을 들어올려 봇치 앞에 가져가자, 봇치가 잡은 양주병이 과하게 기울어져 니지카의 잔을 가득 채웠다. 40도를 족히 넘는 양주를 그렇게 가득 채운 모습은, 여러 사람 당혹해하긴 충분했다. 봇치는 그렇게 술병을 거두고, 제 자리에 다시 앉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 니지카쨩, 기억하십니까. 그날 회식날 밤, 잠시 바깥에 나가있던 니지카쨩을 찾으러 제가 나왔을때.. "



" 봇치쨩이 기타 히어로냐고.. 내가 물었지. "



 그날을 회상하던 니지카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번져나갔다. 최근까지 분노에 찬 불쾌감 가득한 표정만을 지어내던 그녀의 표정에서 달작지근한 감정이 느껴지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 그때 니지카쨩이 제게 말해주셨죠.. "



" 봇치가 있다면 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그러니까 앞으로도 많이 보여달라고, 봇치 더 록을. "



 둘의 무르익어가는 대화 사이에 위기감을 느낀 것일까,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료.



" 그땐 배포가 있었어. 지금은 영~ 쪼그라들어가지고.. "



 그리고, 반대로 료의 말을 끊듯이 말을 이어가는 봇치.



" 그때 만약, 제가 기타 히어로라는것을 부정했다면.. "



 그 말과 함께 니지카의 표정에 지어졌던 달달한 미소가 사그라들고, 다시 봇치를 노려봤다. 료 또한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고 봇치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봇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빈 술잔을 하나 들어, 양주를 가득 채우며, 테이블 옆쪽 빈 자리에 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술잔을 가득 채우더니 몸을 일으켜 잔을 들어올렸다.



" 자, 이 자리에 없는.. 키타쨩을 위하여. "



 봇치는 그리 말하고, 자신의 잔을 원샷으로 비워냈다. 그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시 앉더니 주위 인물들의 표정을 바라봤다. 니지카와 료는 금방이라도 열불이 터질듯이 이마에 핏대를 세워가며 봇치를 노려봤다. 봇치의 옆에 앉은 PA씨는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과 함께 시선을 피할 뿐이었다.



" 다들 음복 모르십니까? 이렇게 마시면서.. 귀신과 한 몸이 되는겁니다. 키타쨩이 원래, 저희와 한 몸 아니었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니지카쨩? "



" 야, 죽고싶냐? "



 보다못한 료의 일갈이 냉랭하게 읊어졌다. 하지만 봇치는 그런 료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손가락질과 함께 니지카를 바라보며 고함쳤다.



" 이딴 버러지같은 새끼를 옆에 두고 록을 하시니까! 밴드가 이모양 이꼴 아닙니까. "



 봇치의 고함에 말문이 막힌 료는 반박하지 못했고, 니지카는 말 없이 노려보았다. 그나마 옆에 앉은 PA씨가 봇치를 말리려 두 손으로 팔을 붙잡았지만, 봇치의 시선은 여전히 니지카에게 고정되어있었다.



" 봇치쨩.. 왜그래.. "


 

" 지금 뭐하는거야. "



 니지카가 싸늘하게 읊었다.



" 니지카쨩! 이제 그만하시고 하야 하십시오. "



 봇치의 고함에 겁을 먹은 PA씨는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봇치를 잡은 손을 놓아주었다. 이에 보다 못한 료가 봇치를 향해 고함쳤지만 봇치는 여전히 듣지 않았다. 그리고 쐐기를 박듯 다시 같은 말을 반복했다.



" 하야 하십시오! "



" 이 새끼가.. "



 결국 료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봇치의 멱살을 잡아채며 주먹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니지카는 오히려 료에게 호통쳤다.



" 가만히 있어! "



 료는 당황한채로 니지카를 바라보다, 다시 봇치를 바라보더니 멱살을 잡은 손을 풀고, 한걸음 물러났다. 이후 니지카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담뱃갑에서 담배 한개비를 꺼내들었다.



" 야 봇치. 내가 왜 너를 계속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아? "



 니지카는 담배 한개비를 분노에 차 덜덜 떨리는 손으로 붙잡고 입으로 가져가다가,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파르르 떨고있는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이 봇치에게 찔러들어왔다.



" 지 친구도 죽인 년이... 어디서 고고한 척하고 있어.. "



 봇치의 어금니가 꽉 물렸다. 니지카 또한 떨리는 입술 안쪽으로 어금니를 깨물고 있었다. 그리고 담배를 물려고 함과 동시에 봇치가 다시 말을 꺼냈다.



" 니지카쨩, 왜 밴드 하셨습니까. "



 니지카의 입으로 향하던 담배가 다시 멈추었다. 그리고 눈을 천천히 들어올려, 봇치를 바라봤다. 봇치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 왜 우리가 목숨을 걸고! 밴드를 했습니까. "



 니지카의 핏대가 솟아오르다 못해 터지기 직전이었다. 코를 잔뜩 찡그리며, 이마의 주름은 계속해서 깊어졌다. 손에 쥔 담배가 구부러질 정도로, 힘조절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봇치는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 백만 이백만.. 안티로 밀어버리시겠다구요..? 니지카쨩.. 제발 정신 좀 차리십시오! "



" 이, 이 새끼가 미쳤나! "



 결국 다시 손이 올라간건 료였다. 료는 그대로 봇치의 멱살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하지만 봇치는 허리 뒤에서 총을 꺼내들었다. 슬라이드가 장전되는 날카로운 금속음, 그리고 들이밀어지는 총구에 료는 식겁한채로 벌러덩 넘어져가며 뒤로 물러났다.



" 넌.. 너무 건방져 이새끼야! "



" 왜, 왜이래! "



 탕 - ! 한발의 총성, 료의 팔에 붉은 구멍이 생겨나며 바닥에 피가 흩뿌려졌다. PA씨의 비명과, 료의 고통어린 신음소리, 그리고 봇치를 향한 니지카의 호통이 울려퍼졌다.



" 뭐하는 짓이야! "



" 너도 죽어봐. "







 탕 - !







 

 정전이 끝나고, 피로 흥건해진 조명과 방바닥. 눈조차 감지 못한채 쓰러져 죽어있는 료의 시체와, 회식상에 흩뿌려져있는 핏방울들, 그리고 쿵쿵거리는 테이블 아래에 누군가. 하지만 테이블 안에 누가 숨어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가슴에 총알 구멍이 생긴채 대책없이 뿜어져 나오는 피와 자신은 괜찮다며 횡설수설하고 있는 니지카의 축 늘어진 머리 위로 총구가 다시 들이밀어졌다.



" 니지카쨩을.. 결속의 배신자로 처단합니다. "








 스테리로 향하던 차 안. 피투성이의 몸으로 뒷좌석에 앉은 봇치를 미심쩍게 바라보던 히로이.



" 도대체.. 무슨 일인데..? "



 히로이의 물음에도 봇치는 대답도 제대로 없이, 불안한듯 차창 바깥을 바라보다가 히로이를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 니지카쨩이.. 암살당하셨습니다. "



" 어, 어쩌다가..? "



 봇치는 그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차 안의 주머니를 이리저리 뒤지다가 사탕 한무더기를 쥐어들어올렸다. 한 알을 집어 입 안에 우겨넣고 으적으적 씹어대더니, 히로이에게도 한 알을 건넸다. 히로이는 미심쩍게 받긴 했지만, 먹진 않고 몰래 버려버렸다. 봇치는 바스락거리며 쥐어지고 있는 사탕 껍질을 차 바닥에 버려버리더니, 신발조차 없이 뛰쳐나온 자신의 발을 내려다보았다.



" .... "



 그렇게 사색에 잠긴 봇치를 향해, 히로이는 봇치를 종용하듯 말했다.



" 이럴게 아니라.. 폴트로 가세. 스테리로 가서 뭐해.. 일단 폴트로 가서, 신고부터 하고.. 팬들 동향도 파악하고.. "



 히로이의 말에, 피가 묻은 자신의 손과, 신발도 없던 자신의 상태를 바라보던 봇치는 운전석 쪽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아무도 없던 밤거리를 주행하던 차는, 반대쪽으로 차를 돌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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