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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제비, 학대) 한 청년과 봇제비

ㅇㅇ(211.117)
2023-12-13 03:07:57
조회 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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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평화…”


쓸쓸한 표정으로 거리를 거닐고 있는 분홍색 생물 한마리.


털은 윤기도 없이 푸석푸석하고, 온몸이 얼룩투성이에 체형도 말라빠져서는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그저 정처없이 길을 떠돌며 누군가를 찾는듯한 녀석, 과연 누구를 찾는 것일까…


때는 몇달 전으로 돌아간다.


언제나처럼 먹을것을 구하기 위해 주택가에서 쓰레기를 뒤지다 분노한 주민에게 된통 얻어맞고 쓰러져 있던 녀석.


그런 녀석을 주워준 한 젊은 청년이 있었다.


그는 동물을 사랑하는 애호가로서 심하게 다친 녀석을 치료해주고 먹여주고 재워주고, 폭력을 가하는 다른 이들과 대신 싸워주기도 했다.


당연히 그럴 수록 그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져갔지만 자신이 구해준 동물이 다시금 건강해지고 따르는 모습이 기특할 뿐이었다.


청년은 녀석에게 “봇제비”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가라아게와 돼지국밥우동을 먹이는 등 자신의 아이 마냥 지극정성으로 키워갔다.


그러던 어느날,

청년이 왠지 모를 몸의 이상을 느끼고는 병원을 찾았는데…


“흠… 죄송합니다만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것 같습니다”


“네…? 그게 무슨…”


의사의 설명으로는 불치성 암세포가 청년의 몸을 좀먹어가며 크게 전이되고 있었고, 너무 늦은 타이밍에 발견되는 바람에 수술이라도 해 볼 수 있는 시기마저 지나버렸다고 했다.


“그럼… 저, 얼마나 살 수 있을것 같습니까?”


“죄송하지만, 이번달을 버티기 힘들것 같습니다. 의사로서 이런 말씀 드리기에는 너무나 가혹하고 송구스럽습니다만…”


“아…”


청년은 그 시점에 완전히 체념한듯 병원을 나왔다.


“절대 말 못해, 내가 없으면… 아니지, 반대로 내가 빨리 없어져야 제비가 조금이라도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어떤 의미로 마음을 다잡은 청년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두팔을 번쩍 들고 반기는 봇제비를 무시하고 바로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세계평화…?“


청년의 반응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봇제비, 어째서 반갑게 대해주지 않는거냐는듯 몸을 부비고 어리광도 부려보지만 청년은 그런 봇제비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고 그저 조용히 짐을 쌌다.


다음날 봇제비가 눈을 떠서 청년을 깨우러 갔을 때, 청년의 방은 비어있었고 대충 휘갈겨 쓴것 같은 쪽지 한장만이 놓여있었다.


이상함을 느끼고 쪽지를 읽어보는 봇제비.


거기에는 청년이 그동안 자신에게 한번도 하지 않았던 폭언과 욕설이 가득했고, 그 아래에는 ”그동안 나같은 놈 따위와 사느라 고생 많았다, 이젠 거기서 꺼져. 다신 날 볼 생각따위 하지 말고“라는 비수 꽂히는 말까지 적혀있었다.


난데없이 주인이 폭언과 욕설만 가득한 쪽지를 두고 사라져버린 상황에 봇제비는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곧 돌아오겠지,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 라고 생각하며 얌전히 집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며칠이 지나도 청년은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


그동안 청년이 차려주는 밥만 먹어왔던 봇제비는 결국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냉장고와 찬장을 열어 마음대로 먹어치우며 청년에 대한 분노를 풀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밥도 안주고, 아예 집에 돌아올 생각도 없으니 이제는 기다려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든 봇제비.


며칠동안 마음을 다잡은 봇제비는 청년의 집을 나와 다시 새 주인을 찾기 위한 여정을 나섰다.


그 사이 청년은 마지막까지 좀먹혀가던 몸이 버티지 못하고 결국 고향 집에서 가족들이 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홀로 살아남을 봇제비 녀석을 생각하며 괴로워했다고 청년의 부모는 전하고 있다.


“나 같은 녀석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내가 녀석을 주워서 키우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집을 나온 봇제비는 다시 처음부터 먹이를 찾고 야생에 적응해야 했지만 한번 집에 적응되어버린 이상 다시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먹이도 주고, 씻겨주고, 몸 상태까지 챙겨주는 완벽한 케어를 받아버렸으니 야생에 재적응하는게 쉬울리가.


그래서인지 동족에게도 “저 자식은 인간에게 키워진 배신자다”라는 이유로 폭력을 당하고, 인간들도 “어휴 쓰레기나 뒤지는 저 더러운 놈들을 아주 그냥…” 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당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어찌나 심하게 당했는지 아예 한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몸에는 얼룩과 상처가 가득한데다 가까스로 구하는 먹이마저도 죄다 빼앗겨 한끼도 못먹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심지어는 최약체로 불리는 응냨이에게까지 조롱을 당할 정도.


그나마 나중에 다시 청년의 집에 들어가서 훔친 기타를 치며 노상라이브도 해봤지만…


대부분은 경찰이 나타나 “노상라이브는 절대 안돼”라며 경고를 주거나 기타를 몰수해가기도 하고, 돈을 주는 사람은 거의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오히려 쓰레기나 안던지면 다행이었다.


이대로 있으면 살 수 있을리가 없다보니 다시 청년을 찾아서 가족으로 함께 살고 싶지만 그가 어디 있는지를 모르는 봇제비.


결국 그를 찾아 무작정 전국을 배회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러는 사이 몸은 죄다 말라서 앙상해져버렸고, 몸은 상처가 곪은데다 얼룩투성이…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녀석에게 자신을 늘 상냥하게 대해주던 청년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늘 자신보다 봇제비를 먼저 챙기고, 남들이 항의하고 욕을 해도 아랑곳않고 자신의 아이처럼 챙겨주던 그의 모습.


봇제비는 문득 보인 그의 모습을 무작정 따라걷기 시작했다.


“어어… 뭐야, 저 X발 것이 진짜 미쳤나?!”


갑자기 도로로 들어오는 봇제비를 보고 에어혼을 울리며 급제동하는 25톤 대형 트럭, 하지만 봇제비는 피할 생각도 그럴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녀석에게는 자신을 안아주러 오는 청년의 따스한 모습만이 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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