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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갤문학] 도쿄 좀비 (6)

낙타성애자
2023-12-13 22:04:06
조회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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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타 이쿠요가 고토 히토리를 떠난것은, 그리고 기타를 놓게 된 것은 그녀의 입장에서 보면 마냥 애석하지만도 않으리라. 밴드 활동을 했었다는 과거가 있지만, 지금의 그녀는 엄연히 지극히 널리고 널린 아이돌 지망생 중 한 명이다. 오늘처럼 부지런히 소속사에 지원은 하고 있지만, 항상 잘 풀리지 않는것이 그녀의 현 주소다.

키타 이쿠요는 오디션 직전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 보았던 수많은 오디션은 모두 하나같이 자신에게 교훈을 주었다. 어디가 부족하고 어디를 고쳐야하는지를 조목조목 알게 되었고, 그럴때마다 그 점을 완벽하게 고쳐갈 수 있는것이 키타 이쿠요라는 인간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오디션은, 모두 한 오디션에서 붙기위한 일종의 과정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결실의 끝을 맻는 날이라고. 키타 이쿠요는 생각했다.

"..다음 참가자 분, 들어오세요."
"....아, 안녕하세요! 참가번호 3748번 키타 이쿠요 입니다!"
"네.. 키타 이쿠요 씨. 일단 서류 전형 합격 축하드리고요. 자기소개 좀 간단하게 부탁드릴게요."
"네, 네! 저는 키타 이쿠요! 보컬도, 춤도, 어느쪽도 자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네. 그건 당연한거고요. 일단 이력서에는 문제가 없긴 한데. 혹시 학교폭력에 직접 가담하거나 그와 연루된 적이 있나요?"
"당연히 없습니다!"
"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이력서에 적힌 '결속밴드'라는 건. 뭔가요?"
"아, 그건 학창시절 때 친구들과 했던 밴드입니다. 저는 보컬과 기타를 맡았습니다. 공연 횟수도 꽤나 많았어서, 그때의 경험이 무대에 대한 내성과 어떻게 하면 팬들이 좋아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렇군요. ...네? 뭐라구요?"

오디션 도중. 한 심사위원의 귓속말을 시작으로 심사위원들이 그녀의 이력서를 보고는 쑥덕대는 것이 느껴진다. 아아. 이거 무슨 패턴인지 알고 있어. 오늘도 합격하기는 글렀구나. 라는 생각에 김이 확 빠진 키타 이쿠요였다.

"키타 씨. 시모키타자와에서 활동했었나요?"
"아, 네. 그렇습니다."
"그, 그렇다면 정말로.."
"크흠. 키타 씨. 혹시 밴드 동료로 '고토 히토리'가 있으셨나요?"

어떻게 할까. 키타 이쿠요는 찰나의 시간에, 생각에 빠졌다. 그녀는 지금 고토 히토리의 이름을 언급하고 싶지 않아한다. 아니, 싫어한다고 해도 무방할것이다. 그녀와의 관계는 그 정도로 지금의 키타 이쿠요에게 있어, 커다란 트라우마로 남았던 것이다.

"..네. 있었죠."
"오, 오오.. 정말이었군요. 네."
"왜 이력서에 쓰지 않은건지 궁금할 정도네요."

그 유명한 록스타인 '고토 히토리'와 함께 음악을 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마자 심사위원들의 눈이 변했다. 이미 이것은 자신을 둘러싸고 하는 오디션이 아니었다. 그들은 현재 마약사건으로 인해 무소속이 된 고토 히토리를 자신의 소속사로 끌어들이려는, 그리고 자신을 그러한 초석으로 이용하려는 속셈으로 가득찬것 즈음 지금의 키타 이쿠요라면 단박에 눈치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딱 잘라 말해야했다.

"...결속 밴드는 마냥 좋게 해체된 게 아니었어요."
"..네?"
"고토 히토리는 저희를 버리고 메이저로 홀로 데뷔했어요. 저희는 어파피 그 뿐인 관계였던겁니다. 지금은 연락도 하지 않아요."
"크, 크흠. 이거 실례를 범했군요. 방금 그 말은 잊어주세요."

말은 잊으라고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눈이 단숨에 실망감으로 바뀐것이 보일 정도로 실례를 범하고 있는 것을 그들은 몰랐다. 키타 이쿠요는 이 지옥같은 시간이 끝나기만을 바라며, 돌아오는 시간 떼우기 용 대답들에 형식적인 답만을 했을 뿐이다.

결국 오늘도 오디션에서 거지같은 결과를 보고 투덜투덜 걸어가게 되었다. 키타 이쿠요는 또 실패했다는 사실에 눈물이 앞을 가릴것만 같이 슬펐다.

"하아... 결속 밴드를 이력서에서 빼야하나. 그래도 밴드를 했다는 사실은 어필해야 유리할 것 같은데 말이야. 진짜..."

키타 이쿠요는 홀로 울었다. 누가 안아주는 일도 없이. 누군가 그녀를 위로해주는 일도 없이. 그저 그렇게 홀로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야, 기분이 울적할때마다, 혼자라고 느낄때마다, 고토 히토리가 떠올려지는 것은 너무나도 괴로웠으니까.

한 편, 고토 히토리와 야마다 료는 음반 작업을 위해 의견 교환이 한창이었다.

"...그러니까. 이 부분은 이렇게 하는 편이.."
"봇치 말은 알겠는데. 난 이 부분은 좀 더 과격하게 가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어차피 노래 전체가 팝펑크 스러운 분위기인데. 여, 여기서 더 과격하게 할 필요가..."

이때, 이치지 니지카가 음료수가 담긴 컵을 양손에 들고 문을 열었다. 니지카의 뒤에는 고토 히토리의 연인, 1호도 있었다.

"둘 다 그만그만! 좀 쉬었다가 해. 자, 후배 짱도 여기 앉아."
"그 호칭 그만둬주시라니까요, 니지카 선배. 그리고 전 둘의 음악작업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아요. 어디까지나 팬 1호니까요."
"뭐, 그래도 연인이잖아? 그걸 떠나서 나한테는 귀여운 후배니까."
"정말. 장난치지 말래두요.."

의견 교환이 과격해질 기미가 보일때마다 니지카는 둘의 사이에서 중재를 했다. 그것이 그녀가 결속 밴드에 필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료, 이제 슬슬 음반 작업도 다 되가지 않아?"
"응. 마지막 한 곡만 남았어. 그런데 편곡이 마음에 걸려서 말이야."
"그, 그래도... 료 씨의 앨범이고. 더 완벽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에..."
"봇치 말은 잘 알았어. 뭐, 슈퍼 록스타 씨가 그렇게 해야 팔릴 것 같으시다는데."
"료 너 정말!!"
"에이, 니지카 선배. 료 선배도 기분 나쁘라고 한 말은 아닌거 같은데요. 고토 씨도, 기분 나쁘진 않았지?"
"그, 그건 그렇지만... 랄까, 료 씨도 같은 대학이었나요..?"
"응. 과는 달랐지만. 저 친구가 니지카랑 자주 붙어다니길래 몇 번 만났더니 맘대로 선배라고 부르더라고. 난 심지어 학비 때문에 두 학년정도 꿇었는데."
"헤, 헤에..."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니지카가 싱글벙글 웃으며 고토 히토리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그래서? 봇치짱, 이 마지막 노래는 어떤 노래야? 이거는 옛날처럼 봇치짱이 가사 썼지?"
"아, 네... 이 노래는... 히로이 언니를 위한 가사에요."
"...히로이 언니? 갑자기 왠..."
"일단 둘 다 이 가사 좀 읽어봐봐. '설령 두 팔이 잘려나가도. 장밋빛에 현혹되어 날개가 부러지더라도. 나는 이 두 발로 일어서리라. 저 하늘에서 빛나는 별빛들의 손을 잡고.' 이거, 뭐라고 생각해?"
"....이건. 확실히 히로이 언니를 위한 가사기도 하지만. 이건.."
"..고토 씨, 자신을 위한 가사 같기도 하네요."

고토 히토리는 심호흡을 하고. 말을 이었다.

"히로이 언니는 말씀하셨어요. 자기가 죽기 전에 제가 기타를 치는 모습을 보고 싶대요.."
"고토 씨..."
"그.. 솔직히 지금도 금단현상은 힘들어요. 몇번이고 억눌러도 좀비처럼 다시 생겨나니까.... 그래도 제가 확실히 일어날거라는 의지를 보여주면서, 히로이 언니도 포기하지 말아달라는 그런 가사를... 쓰고... 싶었달까..."

약간의 침묵이 흐르고, 가사가 써진 종이를 들고 있던 니지카가 입을 열었다.

"...응. 분명 이 가사라면 히로이 언니한테도 전해질거라고 생각해. 솔직히 요즘 우리 언니가 히로이 언니 걱정 때문에 술을 몇번이고 퍼마시는 걸 떠나서, 나도 히로이 언니가 지금이라도 술을 끊고 제대로 살아줬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라니까."
"네. 분명 전해질거에요. 고토 씨의 이런 마음이라면..."
"모두... 고마워요..."
"좋아. 한 모금만 마시고 다시 작업 들어가자, 봇치, 니지카."
"...아, 난 전화가 왔으니까. 봇치짱이랑 료 먼저 하고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료는 음료 한잔을 원샷하고 당장 오라는 듯 봇치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봇치는 그대로 대기실로 들어갔고, 1호는 그런 봇치를 음향실에서 지켜보았다.

기타를 비비는 봇치와 베이스를 현란히 두드리는 료. 둘이 역할을 바꿔가면서 작업을 하는 광경을 보자면 아까까지 의견 교환이 오갔던게 신기할 정도로 죽이 잘 맞아보여 화목한 광경이 이어졌다.

니지카가 눈이 퉁퉁 부은 채 스튜디오로 들어오기전 까지는 말이다.

"..아, 니지카 씨. 어서 오세요. 지금 료 씨가 베이스 파트를.."
"...예들아... 히로이 언니가... 죽었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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