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학대) 봇제비들의 겨울밤
함박눈이 쏟아지는 어느 추운 겨울밤,
정처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봇제비 몇마리가 있었다.
이들이 굶주린지는 이미 며칠이 지났다.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자니 “쓰레기 뒤지지 말고 빨리 가라”는 경고방송이나 동네 주민들의 야유가 쏟아지고, 심지어 몇번은 도망치지 못하게 붙들고는 마구잡이로 걷어차거나 폭행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모습을 참다못한 일부 애호파들이 몰래 먹을것을 내주거나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기도 했지만 봇제비들 입장에서는 입에 풀칠 정도만 해줄뿐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재롱도 떨어보며 한두푼 모아서 뭐라도 사먹을까 해본적도 있지만 그걸 가만둘 리 없는 취객이나 노숙자들에게 전부 빼앗기고 쫒겨나는 신세.
도시로 밀려온 야생응냨이라도 잡아먹으며 근근이 버텼지만 이제는 응냨이들도 추위를 못이기고 동사했거나 죄다 잡아먹혀서 이들의 배를 채워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세계평화…”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을 보며 넋두리를 푸는 봇제비.
세계평화라는 삶의 신조를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정작 자신들은 아무것도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오히려 인간들에게는 평화를 파괴하는 사회악 취급을 받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서러웠다.
자신들 입장에서는 기타를 치거나 재롱을 떨 수도 있고, 귀엽고 사람 말을 잘 듣는 착한 동물처럼 보였겠지만 실제로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은 “언제 어디를 가든 보기 싫어도 막 나타나서 허구헌날 세계평화를 외쳐대는 분홍색 털투성이의 불결한 생물”일 뿐이었다.
덕분에 녀석들을 세상에서 완전히 뿌리뽑아야 한다는 파와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는 파가 치열하고 첨예하게 싸우는건 일상이었고, 삶의 신조대로 세계평화를 주장해온 봇제비들이 누구보다도 세계평화에 금을 가게 하고 수많은 전쟁을 촉발시킨 유해조수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인간은 사회적 합의라는것을 할 수 있는 생물이기에 “전부 죽이지는 말고 특정 조건에 따라 살 수는 있게 해주자” 수준에서 끝나서 지금 이 녀석들도 살아는 있었지만 녀석들에게도 당시의 전쟁은 상당히 아찔했다.
겨우 살아남았지만 지금 상황을 생각해보면 차라리 그때 멸종되는게 나았을지도…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너무나 춥고 바람은 세고 배는 고프다.
맨 뒤에서 걷던 봇제비 한마리가 결국 참지 못하고 눈밭 위에 그대로 쓰러졌다.
하지만 다들 너무나 지치고 멍해진 상태였기에 쓰러진 동료를 챙길 생각도 않고 그저 방황할 뿐이었다.
한참을 걸어 겨우 다리 밑의 공터로 내려온 봇제비들,
당연히 먹을것은 없고 매서운 바람이 몰아친다.
그저 서로를 끌어안고 “세계평화…”하고 울어대며 어떻게든 이 기나긴 밤을 무사히 보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점점 눈이 감긴다, 버텨야 하는데…
어떻게든 서로를 격려하고 쓰다듬으며 버텨봤지만 결국 졸음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다시 눈을 뜬 봇제비들.
그곳에는 먼저 떠난 동료 봇제비들이 두팔을 벌려 환영하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던 세계평화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봇제비들이 있던 자리에는 그들의 분홍색 털만이 남아있었고, “좋은 보양식을 찾았군”이라 중얼거린 중년남자의 트럭에는 그들의 벗겨진 가죽과 고깃덩이가 실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