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밴드관두고
리얼리
2022-11-19 05: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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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릇처럼 기타로 차력트레이닝 오지게 하는데 갑자기 현타가 오더라고?
이제 음악 안할건데 이걸 왜 하고있나 싶은거임
밴드를 12년동안 했는데 남은건 내 이름으로 낸 디지털 싱글 6개랑 기타 두대, 프렉탈, 각종 프리앰프
막상 팔생각 하니까 20대를 부정하는거 같아서
차마 팔지는 못하겠고 조용히 기타 줄 다 풀어버리고 하케에 넣은 뒤 침대 밑으로 치웠다.
그리고 항상 내 컴퓨터 옆에 자리하던 프렉탈이랑 프리앰프도 눈앞에서 다 치워버림
일주일에 공연 4번 뛰면서 바쁘게 살던때도 있었고
신곡 쓰고 합주하러갈때의 설렘, 공연할때의 긴장감, 부산락페나갔을때 사람들 환호에 여기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추억, 우리 많이 찾아주던 고마운 팬분들, 단공때 관중들로 홀을 꽉 채웠던 기억
다 두눈에 담아두고 이만 내려 놓는다.
이젠 합주도 재미없고 하기 싫었다.
공연도 그저 힘들기만하다.
미련도 없다.
지금은 메탈이 유행하던 1980년대가 아니다.
그저 락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
난 아직도 락 음악이 좋다.
운전할때는 볼륨을 크게 올리고 익룡 창법을 쓸지언정 샤우팅을 즐긴다.
하지만 밴드는 좋았던 추억도 있었지만 힘들었던 기억이 더 선명하다.
20대 중반무렵 합주실을 마련했고, 악기 빛을 갚기위해 야간 알바를 하면서 알바가 끝난 이후에는 대학교를 다니며 학점을 채웠다.
잠을 줄여야했기에 수업시간, 알바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필사적으로 잠을 자야만했다.
20대 후반에는 작은 회사에 취직하여 업무와 밴드를 병행했다.
야근이 확정된 상황에서도 공연이 있는 날은 필사적으로 너무 늦지 않는선에서 공연시간에 맞춰갔다.
물론 리허설은 못했다. 하지만 상관없지.
그렇게 일과 밴드를 병행하던 그때 어느순간 손목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수부전문의를 찾아갔다.
무리한 연습과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서였을까?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한다.
하지만 관절에 주사 한방이면 깨끗하게 낫는다고 한다.
주사를 맞았다.
그날밤 알러지반응으로 손목에 엄청난 염증으로 손목이 퉁퉁 부어올랐고 너무 고통스러워서 잠을이룰수가 없었다.
그때만해도 기타를 너무 좋아해서 이젠 기타를 못치는건가 하고 덜컥 겁이나서였는지 아파서였는지 그냥 눈물만 줄줄 흐르더라.
다음날 다른 병원으로 가니 의사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너무 심각한 상태라며 바로 수술을 했다.
수술 후에는 언제 아팠냐는듯이 깨끗하게 나았다.
너무 기뻤다.
수술 상처만 아물면 다시 기타 잡을수있는거잖아?
하지만 3일후 다시 염증이 차올랐다.
수술 전만큼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충분히 아팟다.
병원에 가니 류마티스일지도 모른다고 경구 항암제랑 소염제를
처방해줬다.
항암제라니...
의사가 말하길 기타는 절대로 안된다며 강조를했고
그날 저녁 라면먹고 약을 먹었는데
만성피로 때문인지 너무 피곤해서 바로 누워서 잠을 잤다.
다음날 메스꺼움에 눈을 떳다.
그리고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야만 했다.
독한 약을 먹자마자 누워서 잤으니
약이 위에 너무 오래 남아있었나보다.
위에 빵꾸가 났고 나는 물만 먹어도 게워내는 지경까지 왔다.
손목은 염증으로 가득 차있고 위는 빵꾸나고
참 고단했던 인생이다.
그렇게 염증과 싸우며 3주정도 지났을까?
손목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으나 밴드는 그냥 둘수없었다.
맴버놈이 위로하겠다고 일단 합주 잡았으니 오라길래
기타는 들고갔다.
그토록 듣고싶던 드럼, 베이스 소리를 듣고있자니
내 상황이 너무나도 화가 났다.
어짜피 앞으로 기타 못칠거 앞으로 한쪽손 못 써도 좋으니 저 드럼과 베이스에 내 기타의 소리를 묻히고 싶었다.
이땐 아마 분노와 상실감에 반쯤 미쳐있었던거 같다.
손목 어찌되든 상관안하고 코드를 짚었다.
아마 A9 코드였던거 같다.
손목을 최대한 틀고 손가락을 스트레치 했다.
엄청난 고통이 몰려왔다.
몰라 씨팔 작살이 나든 뒤지든 기타 칠거니까.
홧김에 억지로 손목을 좀더 비틀었다.
그 순간 손목에서 우두두둑 소리가 나듯이
손목이 풀리는 느낌이 들며 고통이 단숨에 사라졌다?
어안이 벙벙해서 이 코드 저 코드 잡다가 머릿속에 한가지 확신이 들었다.
'다 나았다'
그 순간 그대로 주저앉고 볼썽사납게 엉엉 울어재꼈다.
정말 다행이야
근데 맴버중에 한놈이 그거 영상 찍어서 아직도 나 놀릴때 쓴다
개새끼가..
손목은 아직 멀쩡하다.
정말 다 나았다.
그 후로 전성기를 맞은것 마냥 불러주는곳도 많고
여러 행사도 많이 다녔다.
TV에서나 보던 가수랑 같이 무대 서보기도 하고
잊지못할 경험을 많이 했다.
그러나 이젠 충분히다
이제 30대 중반이고 밴드로 유명세를 타기에는 나이도 있고
무엇보다 메이저로 나가는 큰 벽을 만났다.
내 능력으로는 벽을 허물기에 부족하다는걸 실감했다.
나는 벽을 허무는 대신 순응하는걸 택했다.
내 밴드인생 10여년 다른분들이 보기에는 아직 응애일지도 모르지만 결국에는 실패했다.
침대 밑에 넣어둔 기타를 다시 꺼낼지 팔아버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밴드나 음악을 다신 진지하게 생각할거같진 않다.
그래도 난 아직도 락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