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장문) 어느 타브충의 슬픈 이야기
ㅇㅇ(211.36)
2019-09-22 18:53:41
조회 1811
추천 28
전에 난.. 존나 극성 타브충이었다
타브 몇십장 뽑아서 그걸 클리어 파일에 넣고
다니며 ,그래도 타브보면 왠만한 것들은
그럴듯하게 치는것 처럼 보이는 호구였음ㅠㅠ
군대에 있을때 우연히 (군악대x )말고 사단밴드를
구한다고 했었음... 이 때 나란 병신새끼는
당연히 실음애들 잔뜩 몰려올거란 생각도 안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포상 받을 생각에 바로 신청했음
어떻게 사단에서 6개 밴드가 만들어졌고
그 중에서 오디션을 봐서 하나가 합격하는
시스템이었는데...결과는 너희들이 생각하는대로다
취미밴드로 결성된 우리팀은 키보드를 제외하고
오선보를 제대로 볼줄 아는 놈이 없었어.
애초에 사단 대표곡이 될 새로운 자작곡이어서
음원도 없고 남겨진건 오선보 댕그러니가 끝
거기에 막( impro) 이런게 적혀있었는데 숫자로만
음악하던 우리팀이 뭘할 수 있었겠냐ㅠㅠ
나중에 우승팀이 사단 행사 때 그 곡을 했는데
꽤 좋은 노래더라 ㅅㅂ...
이 때까지 내가 뭐해왔나 싶기도 하고 무력감과
분함에 휴가나오자마자 악기 팔아버렸다
그 이후로 악기와는 연을 끊고 살다가
최근에 갑자기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밴드가 나왔음.. 그리고 다시 베이스를 샀으나
그 곡들은악보가 없었어
그래서 천천히 속도를 낮추고 악기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안들리면 어쩔수 없이 다른 사람의
커버영상을 보며 억지로라도 라인을 땃다
갈 수록 점점들리기 시작해서 다른 사람에의 의존이
줄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성학을 배우기 시작했다
단지 0부터 24까지의 숫자로만 생각했던 연주가
"5도를 사용했다, 원래는 저음이지만 옥타브를
사용해 다른 느낌을 냈다, 여기서 2-5를 썻다
코드톤이 아니지만 다음 코드로 어프로치
노트를 써줬다, 복잡해보이는 라인이지만 얼터드 스케일을 썼네 " 라고 변하게 됬다
만약 현재의 지식으로 그 때로 돌아가게 된다면...
멋드러지지는 않아도 어느정도 라인을 짤 수
있었을 지도 모르겠네...
그 때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까지
타브를 찾아가며 이거저거 쳤을지도 모르겠음..
이미 악보에 의존하는 연주자가 많지만 그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들 중에도 분명히 연주잘하는
사람들도 많을거고 , 나 또한 그랬고 그들의 방식을
나같은 좃밥이 뭐라고 할 권리는 없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의 무모한 나에게 감사한다
분명 아직 나는 좃밥이긴 하지만
타브악보의 숫자만 딱딱 연주하던 수준에서
악보가 없어도 곡을 칠 수 있게 되었다
내 입맛대로 살짝살짝 바꿔칠 수 있게 되었다
모르는 곡은 코드만 봐도 라인을 짤 수 있게 되었다
남들은 가장 군대에서 제일 힘들었을 때가 언제냐
물어보면 선임갈굼, 유격이라 하는데
나는 저때의 무력감을 느꼈을 때였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메트로놈을 틀고
80에서 점점 올라가며 연습을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