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나의 베이스 인생 썰
ㅇㅇ(223.33)
2019-10-03 02:02:02
조회 1159
추천 44
고1 베이스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고
3달 학원 다니면서 앵간하게 치게되서
학교 밴드부 들어갔다.
딱 처음 학원 다니면서 치는법이랑 코드 배울때
그냥 처음 시작해서 금방 곡치는 상상하면서
기분이 좋았다.
하고 싶었던 곡 치려니까 흥분되는데
막상 쳐보니 잘 안되고 하니까 점점 재미없어지고
연습 하다보니까 되네? 하면서 완곡하니
실력이 늘은걸 느끼고 다른 곡도 치다보니까
왠만한건 치게되니 그냥 저냥 내 실력에 자만하면서
그때그때 치고 싶은거 대충 귀카피해서
띵띵거리다 말았다.
3개월째 마지막 주에 슬랩을 처음 배우니 쫄깃한 소리에
심장이 쫄깃해졌지만 존나 어려워서 하는둥 마는둥하니까
이 이후로는 학원은 그만뒀다.
그 후로 잘 안치다가 고2에 밴드부 들어가서 합주해보니
방에서 앰프 게인을 최저로 하고 치다가
여기와서 연주 해보니 진짜 너무 재밌더라
전율이 말로 설명이 안된다. 그 후로
집만가면 연습 하고 처음 밴드부 들어가고
축제가 6개월이나 남았는데 한 3개월동안은
게임도 안하고 밥먹고 자고 베이스만 친거 같다.
고등학교 2학년은 진짜 축제만 생각하면서 보낸거 같다.
대망의 축제날이 왔고
리허설 하는데 앰프소리 짱짱하고
진짜 공연하는건가 하면서 실감이 났다.
다른 동아리나 학생들이 공연하는거 구경하면서
기다리는데 심장은 뛰다못해 터질거 같고
목은 불을 삼킨듯 타들어가고 드디어 우리 차례가 오고
무대에 올라서니까 다리는 후들후들 거리고
머리에서 악보는 이미 하얘져서 백지가 되어버렸고
드럼은 카운트를 주기 시작하고
손은 굳었고 머리는 코드를 알려주지 않아서
좆됬다 좆됬다 하면서 그래 내가 뭐 그렇지하면서
단념 했을때 내가 들어갈 파트가 오니 연습했던게
몸에 배었는지 머리가 생각하기도 전에
손가락이 코드를 잡고 연주하니까 영화나 게임에서나
연출하듯이 머리속에서 하얘졌던 백지 악보가
한마디 두마디씩 빼곡하게 채워지더라
거짓말 같겠지만 실화라서 나 조차도 소름 돋았었다.
막상 공연 마치고 무대에서 내려오니까 시원섭섭하다는게
뭔지 알겠더라 내 인생에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더라
더 완벽했으면 좋겠거나 어떤 부분은 내 맘대로 바꿔볼껄 하면서
아쉬웠고 더 열심히 즐길껄 생각하며 부원들이랑
얘기 나눴다. 너무 좋았다. 진짜 정말로
이 이후 1개월 뒤에 다른 학교 3곳에서
초청받아서 공연했다 두번째 공연 역시 정말 즐거웠고
긴장된다거나 떨리진 않았다. 정말 재밌게 즐겼다.
그리고 난 고3이 되었다.
물론 공부는 하지 않았다.
자랑도 아니고 자랑 할 정도도 아니지만
아버지가 작게 사업을 하신다.
그래서 아버지 밑에서 일을 하기로 어렸을때부터
약속해왔고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었기에
고3이 되고 아버지와 다시 한번 약속했다.
이런 건 굳이 깊게 생각 하지 않았고
난 내 인생 내 고3의 마지막 공연을 준비했다.
축제 준비를 하며 연습을 했고 또 했다
정말 내 마지막 공연이다 생각하며
진짜 열심히 했다.
결국 축제날이 왔고
공연 전 예전 처럼 심장이 뛰기 보다는
아쉽고 서글픈 마음만 가득했고
목이 타기보다는 예전 기억들이 타들어가
재가되어 흩날리며 내 머리를 맴돌았다.
우리의 차례가 오고 무대에 올라서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구나 하면서 서글펐다.
그렇다고 공연을 즐기지 않은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뿜어냈다.
연주또한 아쉬움 하나없이 완벽했는데도
공연이 끝나니 너무 아쉬웠다.
부원들과 회식을 끝내고
밤10시 정도에 침대에 누워서
이것저것 생각 하면서 즐거웠구나 하면서 기분이 좋다가도
마지막이구나 생각이 들면 조금 눈물이 났다.
난 더 느끼고 싶었고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아버지에게 약속을 안지킨다는건 아니지만
예대에 가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는 흔쾌히 허락하셨지만
단 떨어지면 미련없이 끝낼것을 강요하셨다.
내가 힘들어 할까봐 그런다고 하셨었다.
축제가 끝나고 수시까지 약 한달정도 뿐이였다.
입시하는 사람들을 보면 공부도 공부지만
정말 클라스가 달랐지만 비벼볼만 하다 생각했다.
서초구에 있는 나름 이름있는 대학에 수시를 접수했고
수시를 봤지만 역시 부족했다.
노력은 했으니 미련은 없다 생각했고 체념했다.
졸업 하자마자 해군에 지원했고 입대 날짜는 3달뒤로 잡혔다.
가지고 있는 베이스와 앰프를 팔았고
난 군대를 갔다. 전역하니 22살 이였고
곧 바로 아버지에게 배우며 회사를 다녔다.
살아가다보니 25살이 되고 아버지에게 선을 받았고
선을 본 여자와 눈이 맞아 사귀며 이곳 저곳 돌아다녔다.
그러다 홍대에 한 건물 지하에서 공연을 한다고 하더라
가슴 속에서 희미하게 예전 기억이 타오르더라
여자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같이 티켓끊고 들어가서
공연을 즐겼다. 정말 재밌었고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였다.
난 그날 집에 돌아와서 내내 그날 봤던 공연을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뮬에서 예전 사용했던
모델은 검색하고 있었다. 세달 전 게시글이 였지만
정말 우연찮게 내가 쓰던 베이스를 찾았다.
내가 쓰던 베이스는 바디 뒷판에 칼로
고등학교 밴드부 이니셜을 남겼었다.
그래서 엄청 싸게 팔았었지만 그 덕분에 다시 찾게되었다.
지역은 울산 내가 팔았던 사람이 이사간게 아니라면
팔았던 사람은 아니다. 그래도 꼭 이게 사고 싶었다.
연락해보니 팔려고 올렸지만 팔리지않아
세달 전 부터 게시글을 올리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날 서울에서 울산까지 차타고 달려가서 사왔다.
감회가 새롭더라 학창시절을 같이 보낸 물건이라곤
교복말고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비록 앰프는 없었지만 집에 돌아와서
연주해보니 좀 버벅이지만 기억을 더듬으며
감성에 빠졌다. 이젠 시대가 지나버린
그때 공연했던 곡을 치며 하루 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한 카페에서 취미밴드를 모집하길래
바로 연락했다. 지역은 안산 꽤 멀었지만
난 상관쓰지 않았다. 처음엔 리더인 보컬뿐이였지만
기타 드럼 키보드도 들어오며 점차 밴드 실루엣을 갖춰갔다.
퇴근 후 같이 놀고 술도 마시고
연습실에서 연주도 하고 홍대에서 버스킹도 자주 했다.
지금은 선을 봤던 여자와는 헤어졌고
같이 밴드를 하고 있는 키보드 담당하는 여자와
사귀고 있다. 벌써 27살 30대를 달려가고 있는중이다.
이렇게 적어보니 그때 기억 하나하나 기분이 생각난다.
긴글 읽어줘서 감사합니다.
가방끈이 짧아 맞춤법 띄어쓰기 틀린부분 죄송합니다.
아저씨라 그런지 이 시간되니 졸려 죽겠네요......
즐거운 밤 되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