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일하시는데 죄송합니다, 기타 좀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3-2

GUITAYASU
2024-01-04 18: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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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고칠 수가 없다니..'


큰 충격을 받았는지 말을 잇지 못하는 호시노를 뒤로 하고 나는 하드 케이스 속 기타를 확인했다.

아이바네즈 사의 기타.

하지만 본 적 없는 쉐입이었다.

그리고 보자마자 사장님의 '고칠 수 없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


부러져 버린 넥, 닳을대로 닳아버린 프렛과 고장난 채로 방치된 듯 노출되어 있는 배선, 새들도 파손되어 있었다. 

추측하건데 기타자체가 큰 충격을 받거나 높은 높이에서 떨어지지 않고선 이 상태이기 힘들다.


'오래된 기타인 것은 둘째치더라도 이건 더 이상 기타라고 부르기조차 어려운 상태네. 그 상태로 방치까지 된 모양이고. 정크샵에서조차 받아주지 않을걸세.'


사장님이 하시는 말은 옳았다.

치명적인 손상이 하나여도 고치는데 상당한 수고가 들어가는데 이정도로 많은 손상이면 고치기 힘들 뿐더러 새 기타를 사는게 나을 정도의 수리비가 들 것이다.


'방법이... 고칠 방법이 없는걸까요?'


떨리는 목소리로 호소하는 호시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손상이라 고치는데 오래 걸릴 뿐더러 비용도 학생이 감당하기엔 상당할거야. 새 기타를 사는게 훨씬 나은 선택일거네.'


사장님의 말에 고개를 떨군 호시노는 지금껏 본 적 없는 절망에 빠진 표정이었다.

문뜩 역 앞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분명 호시노의 어머니의 기타라고 했다.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없었지만 호시노에게 있어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물건이라는 것은 세심하지 않은 나조차 알 수 있었다.


'사장님,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기타를 고쳐주시지 않겠습니까?'


내 말에 호시노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호시노양에게 이 기타는 중요한 물건입니다.. 돈이라면 수리기간 내에 마련하도록 할테니 수리를 해주시면 안될까요? 부탁 드리겠습니다.'


정중히 고개 숙여 사장님께 부탁 드리자 호시노도 따라서 고개를 숙였다.

사장님은 복잡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계셨다.


'일단 고쳐 보는게 어때? 아빠.'


침묵을 깬 것은 다름 아닌 레이였다.


'모모세군이 이렇게까지 말하는거 보면 정말 소중한 거 같은데. 기타도 호시노짱도.'


'네, 소중한 밴드 멤버입니다!'


내 말에 호시노는 어째선지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다시 기타를 세심히 보시더니 케이스를 닫고 입을 여셨다.


'그래. 고쳐보도록 하지. 단골인 모모세의 부탁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완벽하게 고쳐낼거라고 장담할 순 없네. 얼마나 걸릴지도.'


'그거면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나와 호시노는 한번 더 고개숙여 사장님께 감사를 전했다.

레이는 '잘 됐네!'라고 말하며 울먹이는 호시노를 다독여줬다.

사장님은 하드케이스를 들고 작업실로 들어가시던 중 뒤돌아 내게 말하셨다.


'밴드 멤버 생긴 거 축하하네. 열심히 해보게나.'


난 감사하다는 말대신 사장님께 허리숙여 인사드렸다.

사장님은 옅게 미소를 띄우시곤 마저 작업실로 들어가셨다.


'그런데 지금 당장 쓸 기타는 어떻게 할거야?'


레이의 질문에 난 즉답했다.


'그건 지금부터 생각해봐야지.'


+ + +


리페어샵을 나온 우리는 기타가 고쳐지는 동안 사용할 임시 기타를 찾으러 중고 악기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이것저것 물어볼 호시노였겠지만 지금은 어째서인지 얼굴을 숙이고 나와 눈을 마주쳐주지 않았다.


'저기...'


'네?!'


내 한 마디에 크게 동요하는 호시노.

나를 올려다보는 호시노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 말을 이어나갔다.


'혹시 내가 잘못한 일 있어? 네 일에 너무 멋대로 관여했으려나?'


'아니요..'


호시노는 고개를 저으며 우물주물되며 말했다.






'기뻣어요.. 제가 해결해야 할 일에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신거에 너무나 고마웠고... 그리고...'


'그리고?'


'그... 소중하다고 말해준게 기쁘기도 하고... 뭐랄까 부끄러워서..'


'소중? 아...'


아까 너무 열중한 나머지 그런 말을 해버렸던게 문뜩 떠올랐다.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는것 같았다.

분명 나도 호시노처럼 새빨개진 얼굴이겠지.


'그.. 소중하다는건 어디까지나 같은 밴드 멤버로서니까!'


'네..네!!'


무슨 초등학생 같은 변명을 하는 나와 거기에 맞장구쳐주는 호시노.

오히려 더 어색해진 분위기를 안고 우리는 말없이 악기점으로 향했다.


우리가 향한 곳은 오차노미즈 악기거리에 있는 중고를 주로 취급하는 악기점으로 오차노미즈 외곽에 위치한 오니야마 공방에선 조금 거리가 있었다.


'와아ㅡ!!'


오는 내내 조용했던 호시노도 양쪽으로 쭉 늘어선 악기점을 보자 다시 눈을 반짝이며 신나 있었다.

3년간 꽤 자주오며 익숙해진 나조차도 올때마다 기대되는건 다름 없었다.

막 출시된 신상부터 반세기 이상 된 빈티지. 기타부터 이펙터, 앰프까지 악기와 관련된 것이 모든 것이 있는 이 곳은 뮤지션들에겐 성지와 다름 없었다.


'여기 보세요, 모모세씨! 기타가 한가득이에요!!'


쇼윈도우에 얼굴을 붙이고 말하는 호시노.

한참 기타를 구경하더니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다.


'왜 그래?'


'그... 가격이...'


쇼윈도우 속 기타들은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중에 10만엔~20만엔 전후의 기타가 위주로 전시되어 있었다.


'저 이런 큰 돈은...'


'걱정 하지마. 우리가 찾는 기타는 저 정도 가격대가 아니니까.'


물론 임시 기타일지언정 수리를 맡긴 기타가 고쳐질지 불확실한 지금 10만엔 대의 신품 기타를 구비해두면 안심이지만 여고생에게는 확실히 부담되는 가격이다.


'호시노,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지금 쓸 수 있는 돈 얼마나 있어.'


'언젠가 기타를 수리하려고 모아둔 2만엔이 전부에요...'


그렇다면 내가 보태줄 수 있는 금액을 포함하면 2만 5천엔 전후인가.

신품 입문 기타부터 잘하면 중고 중급 기타를 구할 수 있는 금액이다.


'충분해. 일단 들어가서 구경할까?'


'네!'


악기점에 들어가자 직원이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평범한 악기점 직원치고 화려한 머리색에 피어싱, 검은 마스크까지 한 걸 보면 분명 현직 밴드맨일 것이다.

상당수의 인디 밴드는 밴드 활동만으론 생활비조차 충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나처럼 라이브하우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악기점 등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밴드를 할 정도로 악기를 다룰 줄 안다면 기본적인 세팅이나 시연, 악기에 대한 설명도 구체적으로 할 수 있기에 악기점 입장에서도 뮤지션을 채용하는 것이 당연하고 할 수 있다.


'찾으시는 물건 있으신가요?'


'2만 5천엔 내에서 초심자가 사용할 만한 일렉기타 찾고 있습니다.'


'이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호시노 이쪽으로..'


호시노는 이미 다른 기타들을 구경하느라 깊숙히 들어가버렸다.

일단 내가 보기로 하고 호시노는 자유롭게 구경하도록 나두기로 했다.

소개받은 기타는 바커스 사의 유니버스 시리즈와 플레이텍 사의 기타들이었다.

둘 다 입문용 기타로 유명한 라인업으로 가장 많이 추천되는 기타들이다.

1만엔대 플레이텍 기타에 액세서리류를 사는게 지금 상황에선 가장 합당해보인다.

슬슬 호시노를 데려올까.


'호시노. 여기서 고르면..'


호시노는 중고 기타 코너에서 한 기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Ibanez GRG121SP] 


아이바네즈의  저가 라인업 GIO시리즈의 기타로 쨍한 하늘색 바디와 헤드매칭된 헤드, 넥과 리어에 각각 험버커가 달린 깔끔한 느낌의 기타였다.


'그 모델 이제 안 나오는거에요.'


어느샌가 우리 옆에 직원이 와있었다.


'정확히는 같은 이름으로 바디에 펄이 들어가고 목재가 바뀐 모델로 리뉴얼 됐어요. 사실 저와 같이 밴드하던 놈이 팔고 간 기타거든요. 이제 그만뒀지만.'


직원은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마저 말했다.

밴드 구성원이 그만두거나 바뀌는 건 이 판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 밴드 내 다툼이나 갈등, 흥미를 잃는 등의 각각의 이유로 꿈과 광기만이 아지랑이처럼 흐르는 이 곳을 떠난다.

언젠가 내게 닥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녀석, 보컬은 악기가 없으니까 허전하다고 거의 장식처럼 쓰던 기타라 상태는 좋습니다. 프렛도 별로 안 닳았고 스크래치만 조금 난 정도니까요.'


'이게 맘에 들어?'


호시노는 기타에 시선을 유지한 채 끄덕였다.


가격은 2만엔인가.


'그럼 이걸로 하자. 액세서리류는 내가 사줄게.'


'아뇨.. 그럼 죄송해서..'


'됐어. 밴드를 위한 투자니까 뭐.'


호시노는 나와 기타를 번갈아 몇 번 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저 이 기타로 할래요!'


'네. 그럼 세팅 진행하고 있을테니 추가로 구매하실 물건들 있으면 가지고 와주세요.'


직원이 기타를 가지고 셋업 테이블로 향하자 우린 나머지 액세서리들을 쇼핑했다.

여고생다운 고양이가 잔뜩 그려진 스트랩에 예쁜 피크 몇 개, 카포와 튜너 등을 집으니 생각했던 것보다 비쌌지만 이 또한 투자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컵라면으로 버티는 날이 몇 일 더 늘어날 뿐이었다.


'세팅 끝났습니다. 한 번 연주해보시겠어요?'


호시노는 의자에 앉아 직원이 가져다준 기타를 어설프게 허벅지에 올려 놓았다.

안절부절하면서도 신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그... 모모세씨! 어떻게 해야 하죠?'


'그냥 쳐봐. 가르쳐주는 건 차근차근할테니까.'


호시노가 맨 손으로 줄을 튕기자 어설픈 개방현 소리가 앰프를 타고 흘러 나왔다.

호시노는 처음 기타를 받았을 때 안절부절함은 온데간데 없고 신나게 개방현을 계속 치기 시작했다.


'재밌어?'


'네!'


대답하는 호시노의 표정은 그 어떤 때보다 밝게 웃고 있었다.








부록-


호시노 어머니의 기타


ibanez roadstar ii (80년대 아이바네즈 기타)

1983~1991년까지 생산했던 모델로 단종됐다가 아이바네즈 usa커스텀으로 2022년에 한정 모델으로 나옴


호시노가 새로 산 기타


구형 grg121sp






현재는 이렇게 나오는 모델



더 안쓸거임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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