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장문) 타브악보 만드는 일 하면서 느낀 점, 썰 좀 풀어봄
(사진은 개인용도로 만든 악보임)
숨고 비슷한 곳에서 사람들한테 의뢰받고 타브악보 만드는 일을 2년 좀 안되게 하고 있는데 (제대로 밝히면 광고니까 정확히 어딘지는 따로 말 않겠음)
이 일 하면서 느낀 점들,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할만한 정보들 이것저것 풀어봄
1. 한달에 버는 돈
오는 의뢰 다 수주하고 전업으로 하루종일하면 쿠팡 일 서너시간짜리 알바 매일마다 나가는거보다는 많이 벌거같은데 지금이야 방학이라 거의 전업에 가깝게 일을 하더라도 학기중에는 과제나 강의 출석때문에 그정도까지 시간을 쓸 수가 없으니 가끔씩 휴가 걸어놓고 딱 내가 감당할 수준으로만 의뢰를 받았음. 이렇게 해서 학기중에는 한달에 20만원 ~ 25만원정도 벌었는데, 이것도 지금 좀 안정되고 검증된 리뷰들도 많이 쌓여서 이렇게 나오는거지, 이거 처음 시작했을땐 의뢰하러 오는 사람들이 너무 적어서 한달에 10만원도 못버는 때도 있었음.
이걸로 밥 벌어먹기는 당연히 무리고, 딱 용돈 벌이 레벨이라 생각하는중임. 내가 이 일 처음 시작한것도 부모님한테 받는 용돈만으로는 음악을 하기가 부족한데, 그렇다고 용돈 올려달라고 하기도 뭣해서 정해진 액수 이상으로 필요한 분은 내가 직접 일해서 벌어다 쓰겠다는 마인드였음.
2. 주로 의뢰하러 오는 사람들
생각보다 연령대나 성별은 다양함. 글에서부터 춘추가 느껴지는 분들도 있고, 나랑 비슷한 나잇대 사람들도 꽤 오고
다만 연령대나 성별에 따라 주로 맡기는 곡들은 또 갈리더라.
아래 빌런들 썰이랑 다르게 의뢰하러 오는 사람들 한 95퍼는 진짜 친절하고 이해심도 좋으심. 평점도 낭낭하게 챙겨주시고 해서 참 좋음. 그래서 나도 최선을 다해 악보를 만드는거고.
3. 연령대, 성별 별 특징
난 처음에 이 일 시작하고 젊은 남자 or 뮬저씨들만 올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와서 깜짝 놀랐음.
3-1. 2030 남자
여기 의뢰하러 제일 많이 오는 층인데, 거기에 더해 제일 곡의 스펙트럼이 다양했음. 락 메탈 이런건 당연하고, 가요, 해외 팝 음악, 가끔 씹덕게임 OST같은거 의뢰했던 사람들도 기억이 난다. 취향이 너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어서 이렇다 저렇다 할 수준으로 일원화하기가 힘들듯.
대부분은 결과물 보내주면 불만이나 이런거 없이 바로 컨펌 때리고 평점도 제일 후하게 줬던거같음. 가끔 특별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경우도 내가 이런방향은 어떨까요, 저런 방향은 어떨까요 하는 식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만족도도 컸음. 아무튼 제일 응대하기가 편했던 계층으로 기억함.
3-2. 2030 여자
생각보다 많이 옴. 이 일 시작하기 전에는 기타 = 남자들 취미라는 편견이 있어서 여자들은 거의 안올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오더라.
근데 남자들보다는 의뢰하는 곡의 종류들에서 특징이 많이 보였던게, 남자 아이돌 곡 세션 연주, 여성향 게임 OST를 악보로 만들어달라는 비중이 되게 높았었음. 거기에 여자들이 적재 진짜 좋아하는지 적재 라이브 연주 타브로 만들어달라는 의뢰도 꽤 많이 받았던거같다.
마찬가지로 같은 연령대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거의 대부분은 평점도 후하게 주고, 특별한 요구사항도 잘 말씀하셨고, 응대하기에 괜찮았음.
3-3. 50대 이상 중년/노년층
위 두 부류만큼은 아니지만 어느정도는 오심. 이분들한테는 오래전에 나온 영화 OST나 누군가가 유튜브에 올린 7080 가요 어레인지를 타브 악보로 따달라거나 이런 의뢰가 좀 많이 왔던거같음.
기억을 되짚어보면 제일 응대하기가 난감했던 분들인데, 늦깎이로 어디 단체 교습소나 이런데서 야매로 음악을 배우신건지, 음악 용어들을 잘못 알고있는 경우도 많은데다, 대부분 글을 명확하고 조리있게 쓰는 능력이 부족해서 분명 같은 한국어로 쓴 메세지인데 내 쪽에서 머리 싸매고 해독을 해야되는 상황이 많았음. 심지어 내가 어떻게 잘 이해하고 제작해드려도 이분들이 원하시는게 그게 아닌 경우도 많아서 시간만 버리는 경우도 있었음.
위에 상황도 난감한데, 주로 저렇게 소통 장애로 뭔가 문제가 생기거나 하면 십중팔구는 별점도 꽤 낮게 주신다. 가능하면 최대한 응대를 피하고싶음.
4. 주로 의뢰 들어오는 것들, 내용
유튜브나 네이버에 무슨무슨 곡 타브악보 <- 이렇게 쳐서 바로 나오는 그런 곡들은 절대 안옴.
한국에서는 아는 사람도 거의 없을법한 되게 마이너한 밴드의 곡이나, 어떤 유튜버의 커버 버전, 영화, 애니메이션 OST같은게 주로 옴.
진짜 나같은 일 하는 사람들 아니면 도무지 만들 일이 없는 그런 곡들.
5. 여기서 번 돈의 사용처
한달에 20만원 25만원씩 벌어서 대부분이 장비나 가상악기 같은거 사는데 쓰임.
내 페달보드 절반이 여기서 번 돈으로 충당됨. 덕분에 부모님한테 받는 용돈만으로는 약간 부족했던 내 음악생활이 대단히 풍요로워짐.
6. 빌런들
아마도 오늘의 메인 주제. (퀄리티를 떠나서) 나도 일단 의뢰를 받으면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꼼꼼하게 만드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받는 리뷰들도 거의 5점만점인데, 정말 잊을만하면 한번씩 별점테러나 진상부리는 사람들이 오긴 한다.
그 얼마 안되는 빌런들 중 특별히 기억나는 사람 두명 썰만 좀 풀어봄.
6-1. 질문빌런
처음에는 평범하게 타브악보를 만들어달라는 의뢰가 오길래 빨리 완성해서 보내줬음.
근데 결과물 보내고 한 몇분 지나니 보내주신 악보에 이 기호는 뭔가요 저건 무슨 뜻인가요 하는 질문을 거의 10개 넘게 보내더라고. 내가 특수하게 표시해놓아서 부가 설명이 없으면 알 수도 조차 없는 그런 기호들이면 모르겠는데, 뮤트 기호(x)나 슬라이드 기호(/)처럼 그냥 딱봐도 아는 그런 기호들이 뭐냐고 물어봐서 살짝 어이가 없었다. 거기다 질문의 수가 너무 많아서 그것도 좀 압박이 컸었고.
처음엔 다 설명해줬는데 이 사람 질문이 도무지 끝나질 않으니까 "인터넷에서 타브악보 기호라고 쳐서 찾아보시면 저보다 더 설명 잘 해놓은 글들 있어요~" 하고 대충 보냈음. 근데 그 이후로 여러 번 와서 '악보제작 의뢰 -> 결과물 수령 후 질문폭탄 -> 답변 거절하면 별점테러' 이 프로세스를 한 두어번 반복하더라.
나중에는 내가 "별점 1점을 주셨던데 혹시 서비스의 어떤어떤 부분이 불만이셨나요?" 하고 그냥 대놓고 물어보니까 본인은 그냥 마우스 아무렇게나 쭉 그어서 별점을 남긴 기억밖에 없다. 내가 1점 준 줄도 모르고 있었다. 라고 변명하길래 여기서 2차로 어이가 털림. 그 이후로는 안오는 중.
6-2. (자칭) 핑거스타일 초고수
프로필 사진으로 미뤄보아 나이는 좀 많았던거같음. 한 50대쯤 되는 아저씨로 기억함.
근데 대화 좀 해보니 갑자기 본인이 오시오 코타로 핑스곡(황혼, 윈드송, 파이트 등등)을 전부 마스터했다. 기존에 악보제작 맡겼던 사람 결과물은 너무 시원찮아서 내가 아득바득 따져서 결국 환불받았다. 내 니즈 전부 맞출 수 있는거 아니면 그냥 못하겠다고 해라 <- 이런식으로 으름장을 미친듯이 놓길래 여기서부터 좀 쎄했음.
근데 막상 나한테 편곡해달라고 의뢰하는 곡은 엄청 간단한 코드만 나오는 곡이더라. 그 정도로 핑거스타일을 마스터하신 분이 어째서 저런 곡 하나를 편곡을 못하나 싶긴 했는데, 일단 내가 여태 만들었던 핑스 악보들 다 꺼내다가 "제가 이정도 퀄리티까진 편곡이 가능한데, 의뢰하신 분께서 직접 판단하고 결제해주시면 작업해보겠습니다." 라고 하니까 그 이후로는 답장이 없었음.
나중에 본인 프로필 들어가보니 "내가 이런이런 특허들을 받아놨다~" 하면서 무슨 유사과학 관련 자료들을 잔뜩 전시해놓았더라고. 과시욕이나 나르시시즘이 병적으로 심한 사람이구나 싶었음.
두서없이 쓰긴 했는데 대충 이런 느낌으로 일하고 있음. 관련해서 댓글로 질문하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답변도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