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장문) 씹덕 버퍼 페달 제작기
보드에 페달이 10개를 넘겼음
집에서 쓸때는 큰 이상이 없는데, 교회 반주 나가서 긴 케이블로 연주를 해보니까 잡음도 좀 나는거같고
결정적으로 뭔가 소리가 먹먹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이제 슬슬 버퍼가 필요해진 타이밍인가 싶었음
개인적으로 보스 버퍼에 좀 심하게 데인 감이 있어서
그냥 외장 버퍼를 하나 장만하기로 했다.
근데 요새는 쪼그만한 버퍼 페달 하나가 10만원을 훌쩍 넘기던데
이거 배송비까지 하면 버퍼 하나에 15만원을 태우게 생겼음
부띠크 페달이면 또 모를까 버퍼 하나에 15만원을 태우기엔 내 지갑 사정상 용납이 안됐기에
이번에도 페달파츠에서 부품 사다가 직접 만들기로 결정함.
페달파츠에서 제공하는 버퍼 키트 네 종류 중 피트 버퍼를 고름.
설명을 보아하니 피트 코니시 페달에 들어가던 버퍼를 복각해놓은 물건인듯 함.
사실 피트 코니시 페달이 프리앰프가 좋다 이런 얘기만 들어봤지 버퍼에 대해선 잘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데이비드 길모어가 이 아저씨가 버퍼 넣고 개조한 빅머프를 썼다 해서
갑자기 신뢰도가 급상승함.
레이아웃을 어떻게 짜면 괜찮을까 고민해보다가 JHS 리틀 블랙 버퍼에서 영감을 받아 케이스 한쪽 면에 단자를 전부 몰아넣기로 결정함.
커스텀 홀가공 9000원을 결제하고 동시에 페달파츠 사장님께 메세지를 보냈음.
나중에 전화가 오길래 받아보니 LED 홀은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시길래 그냥 무시하고 인풋 아웃풋 잭이랑 DC단자 구멍만 뚫어달라 부탁드림.
듣기로는 며칠전에 독감을 앓으셨다는데 건강하게 성업하셨으면 좋겠음
아무튼 이렇게 잘 도착함
요청해드린대로 홀도 한쪽 면으로 몰아서 잘 뚫어주셨다.
표면을 깨끗하게 털어준 뒤 락카를 뿌려봄.
원래는 아래에 프라이머나 흰색 락카를 먼저 뿌리고 뿌려야 하는데 그냥 귀찮아서 바로 아이보리색 락카를 얹어봤음.
일신락카 아이보리색을 썼는데, 동서락카 미색이랑 거의 98% 같은 색이 나오더라
내가 생각했던것보단 약간 더 밝고 쨍한 색이었는데 아무렴 어때
역시 회색 알루미늄 위에 바로 연노란색을 얹어버리니 아래 회색 빛깔이 살짝 비치더라
저걸 다 벗겨내고 다시 칠하긴 좀 에바니까 아예 두껍게 올려버리기로 결정
대충 5차로 뿌린 직후 모습임.
저 사진 찍었을 때가 완전 대낮이라 태양광 아래에서 촬영한건데, 위쪽 사진들보다 저게 훨씬 실제 색깔에 가까움.
누나가 저거보고 푸딩같다고 하더라
락카 도색이 마를 동안에 기판 납땜 세팅을 끝냄.
메인 페이지에서부터 알긴 했는데 막상 꺼내보니 기판이 엄청 작더라. 내 엄지손가락 한뼘만함
확대하면 대충 이런 모습임
부품 자리들이 서로 되게 조밀조밀한데 그래서인지 나중에 이거 땜에 와이어링 도중에 참사가 좀 난다.
낮은 부품부터 먼저, 저항 - 다이오드 - 박스캡 - 트랜지스터 슬롯 - 전해 캐패시터 순으로 납땜해줌.
페달파츠 사장님이 판매 페이지에서부터 10M 저항이랑 150R 저항이 똑같이 생겼으니 주의하라 하셔서 납땜하면서 좀 쫄렸다.
아무튼 그래서 저항 하나하나 전부 멀티미터로 찍어보고 납땜함.
마지막으로 슬롯에 트랜지스터 본체까지 꽂아주면 기판 작업은 일단 완료.
이제 아트워크 차례.
아는 그림쟁이 친구를 돈으로 매수해서 페달에 들어갈 일러스트 작업을 해준다.
뭔가 일본 만화의 한 컷같은 느낌을 내달라고 요청해줬는데 의도를 잘 파악해서 그려줌. 매우 땡큐함.
그림을 받아오고서 내 입맛대로 텍스트랑 윤곽선을 적당히 넣어줬음. 너무 화려하거나 가독성 떨어지는 텍스트를 넣으면 뒤쪽 일러랑 매칭이 안될걸 우려해서 가독성 좋은 모던한 폰트로다가 작업함.
수전사 시트지에 뽑아보면 대략 이렇게 나옴.
우리집 프린터는 잉크젯 프린터라 표면에 코팅작업을 한번 더 해줘야 함. 잉크가 수성이라 그냥 물에 담그면 다 번져버려서
크기에 맞게 잘라서 케이스 위에 얹어봤는데, 이번에는 크기가 괜찮게 잡혔다.
수전사를 완료하면 대략 이렇게 됨.
수전사 필름 쓰는 법 되게 간단함. 그냥 워터슬라이드 데칼? 그거랑 똑같이 물에 담궜다 꺼내서 아래 필름을 분리하거나
아님 나처럼 표면 위에 얹어놓고 위에다 물을 뿌려서 적시고 필름을 분리하거나
전자는 물에 넣는 순간 바로 안쪽으로 말려버려서 난 후자가 더 편하더라
겉면에 수전사 필름이 그대로 노출되면 어디 긁히거나 부딪혔을때 뜯겨져나갈 수 있기에 위에 투명 락카를 두세겹 더 얹어줌
결과물
이때쯤 보니 프린터로 뽑으면서 자연스럽게 만화같은 텍스쳐가 생겼더라
아주 마음에 들었음
이제 안쪽에 와이어링 작업을 해야하는데
기판이 알루미늄 케이싱과 직접 맞닿으면 뭔가 쇼트가 나거나 할 우려가 있어서
기판이 위치할 자리에 글루건으로 마스킹을 살짝 해줬음
와이어링까지 마무리하면 대략 이렇게 됨.
솔직히 기판 납땜은 아무것도 아니고 와이어링이 제일 어렵고 힘들다.
인두기 잘못 놀리다가 부품 겉에 살짝 녹아내리고 말도 아님.
이번에도 아웃풋 와이어 연결하다가 전해 캐패시터 하나 해먹을뻔했음
노란색 케이블은 인풋 단자랑 연결은 해놓았는데 납이 이상하게 굳으니까 도저히 기판에 연결을 할수가 없어서
그냥 케이블 두개를 각각 단자에 연결해놓고 둘을 하나로 꼬아서 납땜해버림
집에 절연테이프가 있나 찾아봤는데 없어서 여기도 그냥 글루건으로 감싸줌
사족인데 초등학생때 학교 만들기 시간에 글루건에 데여서 한동안 글루건만 보면 PTSD가 도졌었는데 400도짜리 인두기 다루다가 오니까 어느 날부터 그냥 아무런 생각이 안듬
완성한 모습
딱 내가 계획한대로 만들어져서 기분이 아주 좋음
보드에 올리면 대충 이런 비주얼임
다 연결해놓고 소리를 들어봤는데 잘 들리는거 보니 저항 이상하게 꽂았다거나 한건 없었던거같음.
근데 버퍼이다보니 소리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지거나 하는건 없더라
지금은 영향이 적거나 없더라도 나중에 교회 반주 나가서 케이블 길이만 십몇미터씩 이어지면 그때는 영향이 바로 체감될거라 봄
이제 공간계 튜너 DI박스만 올리면 페달보드 대충 완성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