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썰풀이대회]기타의 시작과 예고 입시
반갑습니다
다들 썰풀이들이 재밌길래 저도 한 번 적어보고 싶어서 이렇게 남깁니다
사실 거의 한풀이고.. 장문이에요
편하게 얘기할게요
2019년도 봄, 초6이라는 나이에 기타를 처음 접했음
당시 같은 반이고 나랑 수학 학원을 같이 다니던 H라는 친구랑 놀기로 했는데
수학 학원 끝나고 나서 바로 기타 학원을 가야 된다면서 혹시 기다려 줄 수 있냐 함
수학 학원 바로 옆에 기타 학원이 있던거라 근처에서 노가리 까려고 했는데
기타 선생님이 들어와서 기다려도 된다고 하시길래 머뭇거리며 들어갔음
들어가자마자 느껴진건 아직도 기억나는 우리 기타학원 특유의 목재향임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폰을 키며 기다리려고 했어
그런데, 수업이 시작하고 나서 갑자기 친구가 황혼을 치니까 폰이 눈에 들어오질 않았음
선생님이 이 곡은 이런 느낌이다, 넌 이렇게 치고있다. 라면서 황혼을 한 번 치셨는데
그때부터, 폰을 끄고 친구의 수업에 집중하게 됐음
친구의 연주, 선생님의 연주 그리고 그 목재향을 맡으면서 지켜본 1시간은 정말 짧게 느껴졌음
기타를 알지도 못하는 나였지만 연주를 하는 나를 상상해보니 어디선가 설렜어
불이 켜졌다 해야하나.. 그냥 탁 트이게 됨
내가 H를 유난히도 쳐다 봤는지 선생님은 나보고 한 번 쳐볼거냐고 물어보셨고
나는 "아 저는.. 기타는 몰라서요"라고 대답했음
선생님은 괜찮다면서 기타를 쥐어주셨고 로망스 1절의 절반을 알려주심
선생님의 학생이 아닌데도 알려주시는 모습을 보고,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을 굳힘
그래서 곧바로, "혹시 언제부터 수업 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 이라 물었고
선생님은 "토요일 12시" 라며 웃으심
난 고개를 끄덕인 채 웃으면서 그때 뵈겠다고 한 채 H와 학원을 나왔음
H와 놀고 나서 나는 집에 와서 엄마에게 대뜸 기타를 배울 거라고 말함
당시 난 아이스하키를 배우고 있었는데 이게 장비며 뭐며 돈이 진짜 많이 깨졌고, 우리 집은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편이 아니였음..
엄마는 당연히 안된다 그러심
그럼 시발 어카노?
이미 기타쌤한테 말했는데 좆된거 아님?
다~ 괜찮다 게이야
우리 아빠는 캐나다 교포심
캐나다에서 27년을 사셨고 아빠의 10대와 청춘은 락,블루스,메탈,랩.. 그냥 음악의 집합 그 자체였음
오죽하면 6살 때부터 나랑 캠핑 가면 AC/DC 노래와 너바나, 지미헨드릭스, 메탈리카, 레드제플린, 이런 밴드 노래와 50센트, 에미넴 이런 노래를 틀고
우쿨렐레 하나 들고 따라 부르시면서 음악적 조기교육을 시키던 분이심 ㅋㅋㅋ
그런데도, 악기 하나 안 배우고 아빠는 너무 시끄러운 노래만 들어요.. 이러던 애가
기타를 배우겠다는 모습을 보고 아빠는 '드디어..' 라며 엄마의 말을 무시한 채 학원비를 내주심
엄마도 아빠한테 결국 졌다면서 나에게 첫 기타를 사주심
근데 이 첫 기타가 380만원, 거의 400만원짜리 클래식기타였는데, 남편이 산 걸 아내가 40만원에 팔아버린 기타임 ㅋㅋㅋ
후에 이 기타는 넥뿌를 당함
그렇게 난 학원에 정말 열심히 다녔음.. 하루에 3시간, 주3회를 다니고
방학에 들어서선 거의 14시간도 친 적 있음.. 기타가 너무 재미있었고 너무 깊이 빠져 있었음.. 특히, 클래식에 흥미를 느꼈음
더 잘치고 싶었고 물집이 잡혀도 그냥 연습했음
오죽하면 나일론 줄을 치는데 피가 날 정도였어..
그마저도 참고 계속쳐서 내 줄은 붉그스럼했음
그 굳은살이 아직도 있음
얼마뒤, H와 나랑 같은 반인 D라는 애도 우리가 꼬셔서 같이 다니게 됐어
그렇게 H와D, 그리고 나 이렇게 기타 트리오가 생겨나게 됨
하지만 이 트리오도 중학교에 올라가선 얼마 유지하지 못했음
D와는 같은 학교지만 H와는 다른 학교로 배정, 중1때 코로나 유행 시작.. 기타 학원도 일시적으로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심
그때부터 진짜 기타를 많이 쳤는데.. 잠을 포기할 정도였음
새벽에 기타 치다가 엄마가 방 와서 불 끄고 자라고 하실 정도로..
계속 치다보니
이 남자를 알게됐고.. 이때부터 무한 핑스의 늪에 빠짐
내 목표는 그렇게
이 사람의 전곡을 마스터 하겠다!!
(...)
못했음 존나 어려움 시발 어케함? 하나도 완곡 못했음 여태
대신 여러가지 편곡버전들을 혼자 연습하고 편곡을 편곡하고,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황혼, 윈드송, 키스더레인, 리버플로우인유, 야상곡, 라 캄파넬라 같은 곡들을 거의
4달만에 다 끝냈음
이때 신기한 기술을 자동으로 배웠는데, 5선지가 타브로 보였음
그래서 그냥 자동연주가 됐음. 지금은 못함 ㅅㅂ
이때, 기타의 대한 흥미는 사실상 클라이맥스를 찍었고
나의 열정을 본 부모님은 정말 좋아하셨으며, 나를 보며 항상 웃는 얼굴을 하셨음
내 중1은 그렇게 마무리 됐음
그리고 '나'라는 이 새낀 중2때 미치기 시작함
'입시'를 할거라 마음 먹음..
예원학교-예고 출신이신 우리 기타쌤 말씀대로
기본기에 더 충실해지려 하고 감정을 연주하는 등 노력을 존나 했음
연습 시간도 진짜 많이 박음.. 가능했던 이유가 중2때까지도 코로나 여파 때문에 학교를 안 가는 날이 많았음
그리고 테크닉곡들을 정말 많이 찾게됐다
그래서 코타로 오시오, 저스틴 킹 아재의 노래를 연습하기 시작했음..
정확히는 'Fight!' 라는 노래에 굉장히 많이 치중을 두었음
어느날, 연습 도중 너무 답답해서 세수를 하러 하러 화장실에 감
메인 리프가 죽어도 마음에 안 들었음. 좆같았음 그냥
세수하고 본 유리에 비친 나는 그냥 병신이였음
그래서 내 인생에 있어서 최악의 실수를 한다
유리를 손으로 부쉈음
그리고 내 손은 부숴짐. 정확히는 내 약지의 너클이 부숴졌어
다음날부터 심한 통증을 느꼈음
그마저도 참아서 계속 연습했음.. 그리고 일주일 뒤에 난 코타시브를 할 수 없게 됐다
병원에 가서 확인하니 부숴진 너클이 내 중지 너클에 잘못 붙었음.
물리적으로 코타시브를 하면 너클이 피부에 걸리면서 심각한 고통을 느낌
난 그래도 곡을 완성하겠다며 3개월을 꼬박 박았고, 결과는 역시 똑같았다
어느날 학원에서는 D가 파이트를 연습하기 시작하더라
그리고 내 인생에 있어서 어쩌면 가장 친했던 애이자, 나랑 같이 기타를 쳐온 걘 단 일주일만에 내가 7개월을 박아도 완성하지 못한 파이트를 완곡했다.
이윽고 연주하는 내가 연습하던 모든 곡과 나보다 수준 높은 곡들의 완성도..
나보다 잘치더라
나보다 6개월 넘게 늦게 시작했던 내 친구가 나보다 잘 치는 모습,
연습할 때 간간히 느꼈던 실력 차이의 좁힘세,
재능의 벽... 느꼈음
너네들은 뭐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확실하게 느꼈음
난 그 이후로 기타를 1년동안 들지 않았다.
학교 수업시간에 흥미를 잃고 맨날 잤고
학원은 한 달에 겨우 6번 갈 정도로 안 갔으며
방에서 나오질 않아서 1년 내내 집에만 있었으면서 게임만 함
D와 외적으로는 친하게 지냈지만, 내적으로는 정말 증오했음
얘기하기도 싫었고 싫은 티를 많이 냈다
아빠와 엄마는 웃음이 사라지셨다
중3때는 한 여자애를 좋아했어
나에게 있어 완벽한 이상형이라고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생각함
1년 동안 집에만 있게 하던 걔 덕에 내가, 나를 스스로 챙기고 관리하고 꾸미고 공부하게 됐어
하지만 결국 이루어지지는 않은 그런 첫사랑이였음
절친에게서 느낀 슬픔 이후에 느낀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서 느낀 슬픔은
다시 나를
절망적으로 느끼게 함
어느날, 학교 끝나고 집에 와 세수를 하는데
고인 물에 비친 나를 보며 다시 그 거울이 생각나더라
다시 나를 바라보게 됐음
'내가 좋아하던 게 뭐였지'
'내가 원하던 게 뭐였지'
'내가 즐거워하던 게 뭐였지'
'내가 왜 이렇게 됐지?'
난 그냥 기타를 치는게 행복했음
나보다 잘친다고 해서,
친구에게서 증오감을 느낄 필요도 화를 내며 경멸할 필요도 없었음
내 스스로 만족하면서 행복했으면 됐다는 걸 뒤늦게야 알았음
절망에서 느낀 나의 첫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걔와의 시간이 행복했다면 충분하고,
앞으로도 행복하다면 그걸로 됐다는 걸 알았어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다시 나를 위한 기타 연주가 하고 싶어졌어
난 다시 유리를 때려서 너클을 부숨
병원에 가서,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치료를 통해서 부서진 뼈를 제자리로 일부 이식함
집으로 돌아와서는
다시 기타의 넥을 잡았고,
퇴근하신 부모님의 입가엔 웃음이 돌아오셨어
고등학교 올라와선 일렉이 치고 싶어졌어
아까 말한 D에게 전화해서 솔직하게 얘기하기도 했고 걔도 일렉 친다 그래서 기타 빌려서
연습했어
(일마갤 하는진 모르겠음.. 할듯)
지금은 사이도 매우 좋고 증오하지도 않음
밴드부도 같이 하자 먼저 말해서
서로 리듬/리드 맡고 게임도 웃으면서 해
일렉 더 잘 치고싶고 일렉이 주가 될 거 같아서 정보들을 찾다보니
일마갤 시작했는데 좋은 사람들 많은거 같아서 너무 좋아
가끔씩(아주 많이) 한탄글을 싸긴 하지만.. 나도 답답한 구석이 아직 있나봐
너무 장문이라 많이들 읽을지는 모르겠다
나도 얼른 멋진 펜커 기추해서 올게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