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하이엔드에 대한 고찰 - 2

ㅇㅇ(118.235)
2020-03-06 11:05:12
조회 1630
추천 22


앞에서 하이엔드란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봤다면

이제 왜 사람들은 하이엔드를 욕망하게 되는가에 대해서 고찰해보려고 한다.



몇몇 유저들은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기타가 소리만 잘 내주면 됐지 왜 하이엔드를 사느냐고



이건 기타판에 있어서 사실상 쿨찐과 다를 바 없는 태도다

자기가 저가 기타 잘 쓰면 그냥 그대로 쓰면 됐지 굳이 타인의 소비 행태를 지적하는 쿨찐.



이 글은 소위 하이엔드들이 다른 악기보다 우월하다는 걸 주장하는 게 아니다

하이엔드로 묶이는 악기들의 수요가 어째서 제법 높은지. 그리고 왜 돈 있으면 하이엔드 사라는 말이 어찌보면 나름 일리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하는 것일 뿐.



정말 기타는 소리만 잘 내주는 게 전부일까?



사실 어떤 장비든 성능을 따지게 되는 것은 필연적인 이유다

다만 여기서 사치재인지 아닌지로 나뉘게 되는데

사치재는 성능 + 갬성값이 들어간다.



갬성값을 거품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하나의 보증수표라고 볼 수도 있다.

일단 성능 먼저 짚어보자.



기타의 성능이란 무엇인가를 물으면 십중팔구는 두가지를 말할 거다



1. 소리

2. 연주감



연주감은 개인마다 편차가 다르므로 아예 세분화된 카테고리 내에서나 논해볼 수 있을 것이다.

차에 있어서 승차감 등이 럭셔리카인지 슈퍼카인지에 따라 다르듯.

심지어 기타는 자동차에 비하면 만들기가 좆도 쉬운편이라, 나름대로 짬 좀 찬 빌더라면 사람들이 요구하는 편안한 연주감을 맞추기란 요즘 시대에 어렵지 않은 일이다.



즉, 진정한 성능 격차는 소리에서 차이가 난다고 봐야 할 텐데

여기서 소리는 1편에서 살펴본 하이엔드의 조건 2번 인지도와 3번 아이코닉함으로 집약된다.



하지만 소리의 좋고 나쁨은 기준을 세우기 매우 어렵다.

결국 우리는 아티스트들을 통해 정립된 기준을 따라가게 된다.

이 기준이 곧 1편에서 살펴본 하이엔드의 필요조건 2번, 인지도다.

괜히 PRS 초창기 폴리드 스미스가 그리도 유명한 아티스트들을 찾아 좆목질을 한 게 아니고, 산타나를 낚아낸 쾌거를 이룬 덕분에 급성장을 한 게 아니다.

앤더슨과 타일러에게 댄허프가 없었더라면? 걔네는 그냥 미국 괴짜 할배 1, 2로 남았을 거다.

아티스트가 쓰는 기타가 주는 감성적 안정감은 차치하고서라도,

그 아티스트가 쓰는 사운드가 마음에 든다면 그 장비마저도 열망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3번을 풀어쓰면 아이덴티티를 공유하는 집단 내에서의 티어라고 볼 수 있겠다.

기타는 이미 나쁘게 말하면 어중간함, 좋게 말하면 범용성마저도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인정 받고 있다.

얼마나 더 빈티지한가
얼마나 더 범용성이 있는가
얼마나 빈티지와 범용성을 잘 섞었나

이게 전부 나름의 아이덴티티라 볼 수 있겠다.


존써와 앤더슨, 타일러, PRS를 누군가는 무근본기타라 까지만

기존 브랜드의 부족함을 채워주고
저 브랜드들이 노리는 수요층의 입맛에 맞게 뽑아내는 능력은
결국 수요층들이 원하는 저들만의 아이덴티티인 것이고
저들이 새로 만들어낸 아이코닉함인 것이다

자신들의 아이덴티티를 일정부분 포기하면서까지

되도않게 최신 유행이나 따라가려하다 헤게모니를 상실하고 엎어진 80년대 좆탈기타 브랜드들을 떠올려보면


저런 아이덴티티와 헤게모니는 각 기타브랜드의 수요층을 사로잡고
지향하는 영역에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걸 어떻게 만들어나가고 어떻게 지키느냐는 당연히 카테고리마다 다르고, 너무 길어지므로 생략한다.

그냥 단적인 예시 하나만 들자면 esp가 있다.

esp가 하이엔드가 아니라 좆본씹덕의 본산 혹은 뮬저씨들 추억의 브랜드로 격하된 이유는

좆탈기타라는 아이덴티티가 부활한 잭슨샤벨, 최근 치고올라오는 신흥 좆탈공방에게 밀렸기 때문이다. 즉, 아이덴티티는 분명 남아 있다. 하지만 메탈기타라는 카테고리 내의 헤게모니는 상실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앞서 살펴본 인지도+고유한 아이덴티티가 결합하면 이런 결과를 낳는다

락세션이 존써, 타일러와 앤더슨을 버리고 토글 스위치나 더미픽업 옵션을 따라한 듣보 공방 기타를 집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빈티지 기타를 원하는 블루스 아티스트가 펜더와 깁슨을 거를 확률은?

결국 기타회사의 아이코닉함과 인지도는 곧 성능이다.

이게 펜더와 깁슨의 최상위 라인업이 아무리 창렬에 거품이라 욕처먹어도 다른 하이엔드보다도 더 수요가 많은 이유기도 하고.



성능을 살펴봤으니 갬성값으로 넘어가자.

사람이란 모름지기 단순히 성능을 보고 고르는 동물이 아니다

아우디가 백날 스포츠카 성능 좆되게 잘 뽑아내도, 가성비가 그쪽 분야에 있어선 뒤지게 좋은데도

사람들이 페라리를 고르는 이유는 감성값이 있기 때문이다



감성값을 단순한 거품으로 보면 안 된다

그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거품이다.

기타가 정말 자기만족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좆되게 비싼 장비를 두고서 입을 놀리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재용이형의 저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라.

저런 자랑거리야 말로 돈쓰는 보람이 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혼자 성능으로 딸칠거면 뭐하러 지름질을 하겠는가?

이를 노리고 하이엔드를 노리는 브랜드들은 명품업체의 가치경쟁력을 모토로 삼는다

가격이 비쌀수록 더 좋아질거라는 믿음
단순하지만 강력한 믿음을 공략하는 것이다.

이 믿음은 앞서 살펴본 "기타의 성능"과 결합되어 기타리스트에게는 필수적으로 따져볼 수밖에 없는 조건인 현물화로 이어진다.


즉 요약하면
하이엔드를 사는 사람의 내적 논리는 나름대로 타당성을 갖는다.

수요층을 저격하는 성능의 우월함
누군가의 선망
그리고 간단한 현물화.

이 세 가지로 하이엔드를 욕망하는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다음 편엔 여기서 쓴 조건들을 가지고 최근 부상하는 '자칭 하이엔드들'의 거품과 위험성에 대해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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