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우리 이제 그만 만나자, 일펜 짱”

ㅇㅇ
2024-07-15 19:29:09
조회 1887
추천 75

움찔한 그녀는 평소 보다 조금 더 바보 같은 얼굴로 돌아봤다.



”응..?“



평소처럼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 해 한 말이 아니다. 아마 잘못 들었다 생각해 되묻는 걸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지금 내 얼굴은 딱히 앞선 말을 부정해 주지 않나 보다.



“거짓말이지..? 응? 장난인 거지?”



어떠한 실수도 잘못도 봐주게 만드는 일펜 짱의 애절한 표정도 지금은 내 두꺼운 낯짝을 뚫진 못 했다.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그녀의 말에 대답하는 걸 피했다. 

풀린 적 없던 그녀의 튜닝을 풀고, 스트랩을 뺐다. 항상 깨끗하게 닦아주어 오일을 또 칠할 필요는 없었다.


긱백을 열었다. 펑펑 울던 그녀는 이제 얼굴을 푹 숙여 어떤 표정인지 조차 볼 수 없었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얼굴을 꼿꼿이 들었더라면 나도 울음을 참기 어려웠을 거다.



“역시 미펜 언니지..?”



그녀를 밀어넣던 손이 멈췄다. 

멈추는 반동에 넘어질 뻔한 그녀는 잠깐 카랑카랑한 비명을 냈지만 내가 그녀에게 시선을 옮기는 사이 이미 자세를 바로잡은 채였다. 


그녀는 눈물 가득찬 눈으로 내 표정을 잠깐 들여다보고는 이내 피식하고 웃었다. 



”푸핫, 대답도 안하다가 갑자기 그런 표정 지으면 쉽게 들킨다고. 바보 바보.“



내 볼을 콕콕 찌르며 웃어대는 그녀를 보니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렸다. 

생각할 여유가 생겼는지 ‘이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다니 아무래도 너야말로 바보잖아’ 같은 생각이 불쑥 튀어나와 웃고 말았다.




처음에는 이럴 생각이 없었다. 합주 때 한 번 연주한 미펜이 이렇게 사람을 뒤집어 놓을 줄은 절대 알지 못 했다.

손에 감기는 느낌 부터 다르다고 하는 표현하는 게 적당하겠다. 실제로 소리까지 매우 만족스러웠으니.


그 연주 이후로 일펜 짱과 함께하는 연주에선 무언가 항상 불만이 딸려왔다. 넥감, 사운드, 세밀한 디자인 요소 등등.

처음부터 함께한 그녀였지만 어째서인지 점점 내 기타 실력에 있어 걸림돌로 느껴져갔다.




“나,”


정신을 차려 그녀를 바라보니 그녀는 다시 펑펑 울고 있었다.


“나, 전부 좋았어.“


갑작스레 호흡이 떨린다.


”뮤트가 마구잡이로 일어나는 코드도, 느리고 타이밍이 맞지 않는 피킹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애써 그녀의 시선을 피한다.


”금세 그만둘까 불안해 하던 시간도, 그러지 않고 코드도 피킹도 능숙해지는 너를 보는 것도.“


귀도 막고 싶었지만 오히려 그녀가 내 얼굴을 돌려 눈을 마주쳐왔다.


“내가 일붕 군의 첫 기타이고, 일붕 군이 나의 첫 기타리스트인 것 까지.”


얼굴을 돌릴 수 없어 눈을 돌린 나지만 그녀는 이런 나에게도 계속 말을 했다.


”일붕 군은 내가 아는 유일이자 최고의 기타리스트니까.. 꼭.. 꼭.. 미펜 언니랑 만나도 계속 멋있어야 해?“


눈을 돌리자 이제는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이고 훌쩍 거리고 있었고, 조용히 긱백에 몸을 기대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년 쯤 지났을까.


한참 전에 미펜 양과도 헤어지고 여러가지 기타를 만났다. 그들은 모두 저마다의 아쉬운 점이 있었다. 

어떤 기타는 넥감이, 세밀한 사운드가, 또는 잘 보이지도 않는 디자인이.

브랜드가 바뀌면 나아질까, 가격이 올라가면 괜찮아질까 싶었지만 그와중에도 나는 항상 불만이 있었다.



그렇게 내게 기타라는 취미가 항상 아쉬움이 남는 취미가 된 후, 합주에 새로 들어온 세션의 기타가 눈에 띄었다.

그녀와 몹시도 비슷하게 생긴 기타였다. 


나는 쉬는 시간에 그에게 부탁해 그 기타를 빌려 연주했고, 첫 스트로크는 그 때 미처 흘리지 못한 눈물이 흐르게 했다.



“넥감.. 좋네요..”
An error has occurred. This application may no longer respond until reloaded. Reloa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