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밑에 작곡이 더 재밌다는 기타 치는 입시생에게 조언
난 기타 전공이고 입시생들이 많이들 가고 싶어하는 대학 재학중임. 전에 인증 했더니 글삭돼서 사진은 못 올림 ㅈㅅ
일단 작곡전공 시험 보는데 악기 제한이 있는건 아니다. 그리고 서울예대, 동아방송대, 호원대 입시요강을 보면 작곡전공은 자작곡을 연주하도록 되어 있다. 꼭 피아노 아니어도 되기는 해
근데 악기가 문제가 아니라 작곡전공은 연주를 조오오오오오온나게 잘해야 된다. 작곡전공이면 자작곡 잘 들고 가면 될텐데 연주실력이 뭔 상관일까?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 수많은 작곡전공 입시생들이 열심히 준비해온 '자작곡'이 진짜 자작곡이 맞을까? 정말 순수하게 본인 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든게 맞을까?
당연히 아니다. 존나 순수하게 "자작곡이니까 내가 직접 다 작곡해야지 ㅎㅎ" 하고 준비한 입시생이 어딨냐. 죄다 선생이 만져주고 다른 작곡가가 만들어준거 사오고 이런 식이지. 실제로 매 학년마다 "저새끼 입시곡 누구누구한테 사온거라드라." , "쟤 입시곡 선생이 죄다 만들어준거라드라" 하는 말들이 은근 돌아다닌다.
꼬라지가 이 모양인데 과연 입시장에서 채점하는 교수들이 자작곡을 직접 작곡했다는걸 믿어줄까? 믿어줄리가 만무하다. 곡이 너무 좋아서 뽑아놨더니 막상 수업 들어가니까 곡을 좆도 못 쓰는 애들이 한 트럭인데 왜 믿음? 나라도 안 믿음.
그러면 수백명의 학생들의 변별력을 대체 뭘로 봐야 되나? 창의력은 도무지 믿을 수 있는 지표가 못 되는데? 그래서 연주 실력을 존나게 본다. 연주실력은 거짓이 아니니까. 이게 피아노 전공 시험인지 작곡전공 시험인지 애매할 정도로. 오죽하면 작곡전공은 피아노전공 하위호환 이라는 말도 돌아다닌다. 실제로 입시판에선 피아노 실력이 애매하다 싶으면 작곡 전공으로 바꾸는 경우도 많다. 일단 학교는 가야되니까.
즉, 너가 어마어마한 창의력으로 멋진 곡을 만들어서 시험장에 들고가도 점수에 큰 영향을 못 준다는 소리다. 비록 연주실력은 좀 모자라지만 작곡능력은 정말 좋은 학생? 이런 학생은 뽑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거임
그래서 내가 하고싶은 말은 뭐냐? 전공을 하고싶으면 그냥 기타 열심히 쳐서 기타전공으로 들어가는걸 권한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기악전공한테도 작곡실력이 요구되는 시대이니 학교 가면 기악도 작곡을 배우게 된다. 나같은 경우에도 학교에서 DAW 쓰는법 배워서 지금도 잘 써먹고 있다. 어차피 음악을 전공으로 시작한 이상 작곡을 떼놓을래야 떼놓을 수 없다.
"내가 비록 다른 애들보다 연주는 못하지만 교수님들이 창의력에 높은 점수를 주시지 않을까?" 하는 환상은 그냥 버렸으면 한다. 나도 이 꼬라지가 존나 븅신같고 너무 안타깝지만 입시판이 이지랄인걸 어뜨카냐?
진지하게 기타전공으로 대학 들어가거나 아니면 그냥 공부 병행하면서 수능 봐서 대학 들가고 밴드동아리 활동 하는걸 추천한다. 이 바닥이 전공 따지는 곳은 아니니까.
정말 미안한데 이런거 말고 조언해줄게 없다. 존나 븅신같다고 생각되지만 상황이 이러니 별 수 있나. 아무튼 작곡전공에 환상 갖지 말고 믿지도 마라. 나도 안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