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사생대회 소설) 하늘색 기타

으억아(220.117)
2020-05-10 16:31:47
조회 799
추천 30

"딸깍"...


공중전화 부스에 정적만이 흘렀다.


군대에 입대한지 16개월 째 되던 날


그녀와 헤어졌다.


-----------------------------------------------


일상이 무료했다.


선임이 갈궈도 후임이 애교를 부려도 아무 감정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도수체조를 하고 좆같은 미역국을 먹어도


삽질을 존나 하고 꿀같은 담배를 태워도


체력단련이랍시고 간부랑 개같은 내기 탁구를 쳐도


그냥 아무 감정이 없었다.


웃어도 웃는게 아니고


그렇다고 슬퍼서 울상짓고 있지도 않았다.


나의 일상에는 아무 색이 없었다.


어떤 감정도 일으키지 않는 무채색의 세상.


가끔씩 꾸는 꿈에서 그녀는 아직 나에게 고운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럴때마다 좆같은 기상나팔을 듣고 일어나면


눈가에 눈물이 고여있었다.


-----------------------------------------------


그녀와 헤어지고 약 한달 후,


취침소등이 꺼진 후 TV를 보자는 후임들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


무료영화를 뒤적거리다 평점이 높은 영화를 골랐다.


밴드를 하고 싶지만 현실은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있는 남자친구와,


사회에서 만든 기준과 틀에 얽매여서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태우면서


회사를 다니는 여자친구.


서로를 갉아먹고 있던 권태감을


남자는 마지막 밴드곡에 담아 작곡하고,


교통사고로 죽는다.


이후 고통스러워 하던 여자는


죽은 남자친구의 기타를 메고, 남자친구의 노래를


그의 밴드원들과 연주하고 부른다.


그리고 안녕이라고 외치면서 그를 마음에서 떠나보낸다.


그 때 무채색의 나의 세상에 색이 나타났다.


하늘색


하늘색의 기타


------------------------------------------------


'기타를 사야겠다' 고 생각한뒤


쥐꼬리 만했던 군인월급으로 중고기타를 샀다.


영화속 그녀의 기타와 같은 하늘색 기타를...


기타로 할 수 있는건 별로 없었지만,


코드 하나 잡고 긁는 것 만으로도


뭔가 나의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


앰프 연결 없이 장작기타에서 나는 그냥


철사줄의 소리였겠지만,


신기하게도


그 소리는 꿈에서 나를 행복하면서도 괴롭게 했던,


자고 일어나면 베게에 눈물자국이 고여있게 하던,


헤어진 그녀의 목소리를 더이상 듣지 않게 해주었다.



----------------------------------------------



An error has occurred. This application may no longer respond until reloaded. Reloa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