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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P 앰프, 이펙터에 대해 알아보자

Rane
2026-01-12 03:26:15
조회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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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보면 PTP 방식으로 만든 이펙터나 앰프를 한정판으로 만들어다 팔아먹는 회사들이 간간히 보이고 있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이나 제품은 잼페달이나 피스힐 같은 곳들이고, 여기서 만든 PTP 모델들은 그냥 PCB를 사용한 모델보다 비싸기도 함


사실 기술쪽에 관심이 없으면 이 PTP라는 이름만 들어서는 뭔지가 잘 와닿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 글에서는 대체 이 PTP가 뭐고,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일반적인 PCB 방식과 비교했을 때의 장단점이 뭔지에 대해 적어볼거임



PTP가 뭐임?


PTP는 포인트-투-포인트(Point-to-Point)의 줄임말이고


전기전자 분야에서는 PCB(인쇄회로기판)를 사용하지 않고 부품을 직접 접점을 공유하여 연결하는 방식으로 제작한 전자회로를 뜻함


근래에는 훨씬 간편한 PCB가 나오면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정말 옛날에 생산된 오디오 기기들에서나 볼 수 있는 제작 방식이 되었음


조금 더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PTP라는 정형화된 한가지 방식만이 있는건 아니고, 얘도 몇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1951년식 펜더 챔피언 600 앰프)


(피스힐 FX 오버드라이브 스페셜)


우선 이렇게 아무런 기판이나 공통 접점부 없이 부품들을 하나하나 리드, 철사, 전선만 가지고 연결한 가장 간단한 형태의 PTP가 있고



(마샬 JTM45 앰프 레플리카)


(잼페달 와코 PTP)


이렇게 기판에 터렛 러그를 박아 접점을 만들어준 뒤 사이사이에 소자들을 배치하여 납땜한 터렛 보드 방식도 있고,



(1967년식 펜더 블랙페이스 디럭스 리버브 앰프)


기판에 금속 아일렛을 박아 접점 겸 스루홀을 만들고 거기에 납과 소자의 리드를 채워넣어 실장하는 아일렛 보드 방식도 있고,



(1964년식 복스 AC-30 앰프)


(아이바네즈 TS-808HW)


마지막으로 가장 마이너하지만 빈티지 복스 앰프들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태그 보드 방식도 있음



보다시피 이펙터보다는 앰프를 예시로 많이 들고왔는데, 이 이유는 뒤에서 설명드림




PTP? 핸드와이어드?


유독 제조사들에서는 PTP 방식이 적용된 제품들을 말할때 핸드와이어드라는 단어를 많이들 사용하는데,


이 단어 자첸 말 그대로 "사람 손으로 배선을 하였다"라는 의미임


그래서 단어 뜻대로만 해석한다면 PCB를 썼어도 손납땜으로만 만들었으면 그건 전부 핸드와이어드임


심지어 일붕이들이 페달파츠에서 파츠팩 사다 만드는것도 인두기로 직접 땜질해서 만들었을테니 그것도 핸드와이어드임ㅋㅋㅋㅋㅋㅋ


근데 마샬이나 복스처럼 일찍이 PTP 방식으로 본인들의 빈티지 앰프들을 복각해 팔던 제조사들이 저 핸드와이어드라는 단어로 마케팅을 오래도록 해댔던 탓에


아마 대부분의 기타 플레이어들은 핸드와이어드 = PTP류의 빈티지 방식으로 배선한 앰프 라고 생각하는게 일반적일거


깁슨에서는 그래서 저번에 나온 팔콘 시리즈에 PCB를 써놓고 뒤에는 HAND-WIRED IN PETALUMA, CA, USA라는 문구를 적어놨다가 레딧에서 말이 엄청 나오기도 했음


뭐... 저게 진짜 손으로 하나하나 납땜을 했다면 사전적 의미에서 핸드와이어드는 맞고, 깁슨에서도 (아마도) 그런 의미로 썼었겠지만


실상 유저들은 저 문구를 보고 위에 나온 PTP를 생각하고 앰프를 뜯어봤다가 시발 PCB잖아 하고 경악하지 않았을까 함


물론 저게 200만원이 넘는 앰프 치고는 진공관 소켓 쪽 설계가 무슨 몇십만원대 앰프보다도 못한 수준이었던지라 그거 땜에 안먹었을 욕을 더 먹었을 수도 있을거고


일붕이들한테 좀 더 친숙한 페달중엔 스윗허니 오버드라이브가 PCB를 썼음에도 핸드와이어드라는 이름을 달고 팔리고 있음


여기선 또 말이 별로 안나오는걸 보면 그냥 깁슨이 욕을 먹은건 기타 팔면서 호감작을 너무 심하게 해놓은 탓도 있지 않았나 싶다



PTP 방식 회로의 장점


1. 뛰어난 내구성


PTP 방식 회로들은 그 특성상 PCB와 비교하면 엄청난 내구성을 자랑함


부품의 배치 밀도가 PCB에 비해 적은 편인데다, 부품끼리의 접점도 PCB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임


뭐 녹이 슬거나 냉납이 터져서 부품 간의 전기적 연결이 끊긴다던가 하는 문제도 당연히 PCB 방식에 비해 적게 발생함


그래서 PTP로 만들어진 회로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기판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거의 없고, 십중팔구가 소자가 수명이 다 돼서 터졌다던가 하는 식임


심지어 그 마샬에서도 1970년대쯤 자사 앰프의 기판을 전부 PCB로 바꿨다가 거의 2000년대까지도 고질적인 내구성 하락을 경험했을 정도임



한 일붕이가 올린 글에서 발췌한 내용인데, 실제로도 이렇게 PCB를 쓴 앰프보다 PTP나 터렛보드를 쓴 앰프들이 더욱 고장이 드물다는 말까지 나오는 판임


PTP의 이 내구도는 아래의 유지보수와 수리성과 플러스 시너지를 일으켜서 만들어진지 70년 80년 된 빈티지 PTP 회로들도


기본적인 유지보수만 해주고는 아직도 현역으로 쌩쌩 굴리는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 쉬운 유지 보수 및 수리성


위의 뛰어난 내구성과 비슷한 결이긴 한데,


소자들이 공통 접점 여럿을 공유하여 연결된 형태라 회로 전반이 매우 직관적으로 보이기에 눈으로 봐도 문제가 발생한 구간을 찾아내기가 꽤 쉬운 편이고,


정 안된다면 접점을 멀티미터로 하나하나 찍어보면서 문제가 발생한 곳을 찾아보는 방법을 쓰기도 편하게 되어있음


요새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역설계)을 방지한다고 PCB의 구리선을 안보이게 가려서 생산하는 브랜드들도 있고, (대표적인게 베뮤람)


이런 물건들은 부품이 어떻게 연결돼있는지가 바로바로 안보이니 수리하기도 엄청 까다로우므로 꽤 큰 장점이라 할 수 있음


정훈좌 피셜에 따르면 성남 쪽 앰프 수리 장인은 JCM2000처럼 기판이 복잡한 앰프의 수리는 받지 않는다는데


앰프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조차 PCB를 사용한 복잡한 회로에는 학을 뗀다는 걸 알 수 있는 일화임




3. 개조 용이성


간단한 구조가 주는 또 하나의 장점인데, 개조(모디)를 하기가 아주 편하다는 점임


PCB는 기성품으로 만들어졌기에 이미 첫 설계 당시부터 필요한 부품들과 전선들의 자리만이 마련되어 있는데


PTP 방식 회로는 아예 물리적으로 내부에 부품이 자리할 공간이 부족한게 아니라면 극단적으로는 기판에 접점을 아예 새로 뚫어서 장착하는 것도 가능함


비유하자면 조립 컴퓨터의 부품을 바꾸거나 추가하는게 베어본 컴퓨터의 부품을 바꾸거나 추가하는 것보다 훨씬 쉬운 것과 같은 이치라는거


특히 플렉시류 앰프들은 이렇게 기판의 페이즈 인버터 구간에 마스터 볼륨 노브를 다는 개조(PPIMV 모드)를 많이들 하는데,


저런 개조를 PTP 회로가 아니라 PCB로 된 회로에다가 한다고 생각하면 여러모로 쉽지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음



4. 감성적인 아름다움

PTP 방식 와이어링은 그 자체로 앤틱한 감성을 줌


PCB를 사용한 대량 생산 전자기기들과 달리 자동화가 거의 불가능해서 사람의 섬세한 손길을 거쳐야만 완성이 된다는 것이 지금 기준에서는 유니크하기도 하고


부품이 하나하나 각을 맞춰 땜질된 모습이 효율성만을 모토로 설계된 PCB에 비해 아름다워 보이는 점도 있을거임


(보드 단계부터 만들고 하나하나 땜질하는 과정도 은근 재밌음)


이게 마케팅 쪽으로도 고급진 느낌을 주기도 쉽다보니


부띠크 앰프나 페달 파는 회사들에서도 한정판이나 하이엔드 모델로 저렇게 PTP 방식으로 제작한 모델들을 파는거




PTP 방식 회로의 단점 


물론 장점만 있었다면 지구상의 모든 전자기기 메이커에서 PTP 방식으로만 제품을 만들었겠지만


PTP 방식에도 무시하기 힘든 여러 단점들이 산재해있음



1. 대량생산이 어렵고 불량률이 높음


사실상 PTP 방식이 현재는 PCB에게 밀려 도태되어버린 결정적인 이유임


PCB는 프로그래밍된 자동화 로봇이 부품 배치에 땜질까지 자동으로 끝내줄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는데,


PTP 방식은 그 특성상 무조건 사람의 노동이 투입되어야 완성이 가능하다보니 빠르게 생산하기는 어렵고 불량률도 높아짐


사실 장점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제조사 입장에서는 빠르고 높은 품질로 뽑을 수 있다는 PCB의 특징이 너무도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지라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PCB로 가버리는게 자연스러웠을거임


(펜더 블랙페이스 디럭스 리버브, 위가 65년도 오리지널, 아래는 일반 리이슈)


그래서 위에 나온 펜더, 마샬 복스도 지금은 최상위 라인에서 나오는 핸드와이어드 모델들을 제외하면 이미 몇십년도 더 전부터 PCB를 쓰기 시작한지 오래임


그래서 서양쪽 몇몇 아저씨들은 아예 기판 열어볼때마다 짜친다면서 오리지널마냥 PCB를 통으로 아일렛 보드로 갈아버리는 개조를 하기도 함



2. 설계적으로 매우 비효율적임


위에서 예시로 가져온 것들 중 앰프가 좀 더 많은 이유가 바로 이거임


좆만한 이펙터용 알루미늄 케이스에 그 많은 부품들을 PTP 방식으로 욱여넣으면 공간이 안나오기 때문


퍼즈나 간단한 드라이브 페달류는 들어가는 부품의 수가 적으니 어찌저찌 그 크기에서 PTP 방식으로 만들 수가 있는데


딜레이나 모듈레이션처럼 들어가는 소자의 수가 많아지면 케이스 크기가 어지간히 커지지 않는 이상은 작업이 아주 어려워질거임


이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이바네즈 TS808과 TS808HW인데


일반 버전 인클로저에선 핸드와이어드 방식으로 마감하기가 쉽지 않았는지 우측처럼 약간 더 큰 인클로저를 새로 디자인해서 나왔을 정도임


(재작년인가 나왔던 TS808HW2는 뭔가 저런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한건지 일반 TS808과 색깔만 다른 인클로저로 나오긴 함)




3. 가격이 비쌈


1에서 다룬 노동력과 생산 시간을 많이 요구하는 특성과 높은 불량률 탓에 PCB로 생산되는 제품들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임


이미 위에도 나오듯 시장논리에 의해 많은 제조사들은 PCB로 이전한지 오래이고 PTP는 어느 순간부터 감성의 영역으로 가버림


비유를 들자면 쿼츠 무브먼트를 사용한 값싼 손목시계와 스마트폰 시계가 나오면서


기계식 무브먼트가 들어간 고급 손목시계가 감성과 사치의 영역으로 들어간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음


(잼페달 옥타우루스, 왼쪽이 일반 버전, 오른쪽이 리미티드 에디션 PTP 버전임)


일례로 잼페달의 옥타우루스 퍼즈는 일반 버전의 정가가 259달러인데,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나온 PTP 버전은 신품가 449달러로 거의 2배에 가까운 가격이 책정되기도 했음


물론 PTP 버전은 지금은 단종된 NOS 소자들을 여럿 사용하였으므로, 저 두 버전의 가격 차이가 온전히 PTP 여부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잼페달 (을 포함한 많은 페달 제조사)에서 PTP 방식으로 제작된 모델에는 지금은 구하기 힘든 희귀한 소자들을 사용할 정도로


기성 모델보다는 훨씬 고급스럽게 취급한다는 것은 알 수 있음




결론


그럼, PTP로 만든 앰프 페달은 그렇지 않은 것들과 사운드적인 차이가 있느냐? 라고 묻는다면 그거엔 확답하기가 힘들거같음


어차피 전기적으로는 PTP나 PCB나 전혀 다를게 없는 완전히 똑같은 회로일 것이기 때문임


솔직하게는 유지보수나 모드 편의성이라는 실용적 부분을 제하고 본다면 단순 감성의 영역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함


그래도 미학적으로 예쁘기도 하고 배터리 교체나 유지보수를 위해 뒷판을 뜯었을때 느껴지는 만족감도 분명 있을테니


여유가 된다면 하나 정도는 사보는게 어떤가 하는 생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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