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일마갤 문학

위협
2026-03-11 08:59:45
조회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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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신입생이던 시절, 전야제 축제에서 우연히 만나 친해지게 된 3학년 선배.

씩씩하면서도 작은 체구에 놀라운 목소리를 가졌던,
정말 순식간에 좋아하게 되어버린 밴드부 보컬 선배였다.

그녀를 좋아했고, 동경했기에
기타도, 드럼도, 베이스도 제대로 치지 못했지만

홀린 듯 낙원상가에 들러 2만 엔짜리 기타를 샀고
싸구려 케이블과 겉멋 가득하게 한쪽 어깨에 멘 기타 케이스를 들고

나는 호기롭게 밴드부 동아리에 입부했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며 함께 연습하다 보니
그녀와는 제법 코드가 잘 맞아 꽤 친해지게 되었다.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고 느끼던 그 타이밍에
운이 좋게도 공연 때마다 기타를 치던 선배가
입시 문제로 활동을 쉬게 되었고

그녀와 나는 1년에 몇 번 되지 않는 축제였지만
같은 공간에서 제대로 연습하고
같이 공연하며 꿈같은 시간을 보냈다.

선배가 졸업한 이후에도
나는 홀로 남아 동아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3학년이 되었을 때는
밴드부 동아리의 부장이 되었고

평생 꿈이 없던 나에게
졸업을 하게 된다면 아마추어 밴드를 하며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꿈도 생기게 되었다.

그녀는 내게 동경이었고
사랑이었으며
꿈을 주었다.

그렇게 내가 졸업한 이후
마음이 맞는 밴드 동료들과
이런저런 펍에서 푼돈을 받아가며 공연하던 나는

우연히 선배와 다시 연락이 닿아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노래도, 얼굴도, 매력도 넘치던 선배는
졸업 이후 어쩌면 당연하게도
인기 있는 인디 밴드의 보컬로 활동하며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내가 알던 그 씩씩하고 당돌한 선배와는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이전에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던
어딘가 퇴폐적인 분위기.

담배라면 질색하며
“아저씨 같아서 싫다”고 말하던 선배는
이제는 움찔할 정도로 짙게
옆에 안긴 남자와 똑같은 담배 냄새를 머금고 있었고

누군가에게 지기 싫어하던
당차고 막무가내였던 모습 대신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분위기와
옅게 내려온 다크서클,
그리고 화가 날 정도로 능청스러운 표정.

내가 알던 그녀와는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사실 선배가 졸업하기 직전
나는 그녀에게 고백했다.

며칠을 망설이며
진심을 담아 꺼낸 고백이었지만

“잘생긴 사람은 재수 없어서 싫다.”

라는 말과 함께
허무하게 거절당했다.

그래도 선배는
분명히 이렇게 말해 주었다.

“만약 ㅇㅇ군이 졸업한 이후에도
나를 좋아한다면
그때는 OK 해 줄게.”

하지만 나는
3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겨우 알게 되었다.

내가 정말 좋아했던 선배는 이제

답도 없어 보이는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기타리스트의 "여자"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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