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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이야기-악기의 제왕, 브라질리언 로즈우드의 탄생 배경

ABNORMAL(150.228)
2026-08-12 23: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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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목재사 1]. 나라 이름을 먹어치운 나무

브라질리언 로즈우드 이야기를 하겠다고 해놓고 뜬금없이 다른 나무부터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브라질리언 로즈우드부터 시작하면 남미 목재 이야기는 이미 절반쯤 잘못 시작하는 거다.

그 나무가 왜 그렇게까지 비싸졌는지, 왜 지금은 목재보다 서류가 먼저 따라다니는 나무가 되었는지, 왜 한때 평범하게 기타를 만들던 재료가 이제는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세계를 갈라놓는 물건이 되었는지를 이해하려면 먼저 알아야 할 게 있다.

유럽인들은 도대체 언제부터 남미의 숲을 보고

'저 나무는 돈이다.''저정도 되면 집 한채는 사겠네ㅋㅋ.'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을까?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바로 파우브라질(Paubrasilia echinata)이다.


1.나라보다 먼저 상품이 된 나무

1500년 포르투갈 함대가 지금의 브라질 해안에 도착했다.

처음 붙인 이름은 브라질이 아니었다.

Ilha de Vera Cruz, 이후 Terra de Santa Cruz.

대충 ‘참된 십자가의 섬’, ‘성십자가의 땅’ 같은 아주 기독교적인 이름이었다.


그런데 오래 못 갔다.

16세기 중반쯤 가면 지도와 기록에서 Brasil이라는 이름이 결국 Santa Cruz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그 배경에 유럽에서 이미 상품명으로 사용되던 붉은 염료목, 즉 pau-brasil의 압도적인 상업적 존재가 있었다. 오늘날 브라질 국명의 어원에는 더 오래된 brasil/brésil이라는 말과 전설의 섬 Hy-Brasil까지 얽힌 논쟁이 있지만, 적어도 포르투갈령 남미가 ‘브라질’로 불리게 되는 과정에서 이 목재 교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역사자료에서 반복해서 확인된다.


생각해보면 꽤 미친 일이다.

나라에서 나무가 나온 게 아니라,

나무가 너무 유명해져서 나라가 나무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나무가 무슨 황금보다 단단해서?

아니다.

무늬가 지금의 시암로즈우드처럼 미쳐 날뛰어서?

그것도 아니다.


유럽인들이 처음 탐낸 것은 나무 자체가 아니라 그 안의 붉은색이었다.

파우브라질의 심재에서는 적색계 염료를 얻을 수 있었다. 당시 유럽 직물시장에서는 안정적인 빨간색과 자주색 계열 염료가 비싸고 중요한 상품이었다. 이 나무가 발견되면서 남미 대서양 연안의 숲이 유럽 직물산업의 원료창고로 연결되기 시작한다.

여기서 남미 목재사의 첫 번째 규칙이 생긴다.


나무의 가격은 나무가 자라는 숲에서 결정되지 않는다.

그 나무를 원하는 도시에서 결정된다.


브라질 숲의 원주민에게 파우브라질은 원래부터 존재하던 나무였다.

하지만 리스본, 플랑드르, 카스티야, 이탈리아의 상인과 염색업자가 그 붉은색에 가격표를 붙이는 순간부터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1500년대 초 기록에는 이미 파우브라질이 리스본으로 운반된 뒤 플랑드르와 카스티야, 이탈리아 등으로 흘러가는 국제상품으로 묘사된다. 포르투갈 왕실은 이 거래를 사실상 왕실 독점사업으로 만들었고, 1502년 무렵 페르낭 지 노로냐(Fernão de Loronha/Noronha)와 그 상인 집단에게 채취와 교역권을 계약했다는 동시대 기록도 남아 있다. 초기 계약기간 등 세부사항에는 사료 해석 차이가 있지만, 유럽인이 브라질에 도착한 지 불과 몇 년 만에 숲의 나무 한 종이 왕실 독점상품으로 편입됐다는 큰 그림에는 이견이 없다.


2.처음부터 ‘현지에서 캐서 유럽에서 가격을 만드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나무가 숲속에 있다->존나 무겁다->직접 찾아야 한다->베어야 한다->해안까지 끌고 와야 한다->배에 실어야 한다

그래서 초기 파우브라질 무역에서 원주민 노동과 지식은 필수적이었다.

유럽인들은 현지 Tupi 계열 주민과 교역해 노동력을 확보했고, 수요와 식민지 지배가 확대되면서 강제와 노예화 역시 뒤따랐다.


이 구조를 잘 봐야 한다.


수요는 유럽에 있다.

나무는 남미에 있다.


그 사이를 연결하는 사람에게 돈이 생긴다.

벌목하는 사람, 운반하는 사람, 현지 상인,항구, 배를 가진 사람, 독점권을 가진 사람, 리스본 상인

그리고 마지막으로 염료를 사는 유럽 직물업자.

즉 16세기 초에 이미 목재 하나를 중심으로


숲->현지 노동->해안->항구->대서양->리스본->북유럽 시장


이라는 공급망이 만들어졌다.

……어디서 많이 본 구조 같지 않은가?

그렇다.

내가 전에 썼던 홍목 신디케이트와 기본 원리는 놀랄 정도로 똑같다.


단지 500년 전이고,

중국 대신 유럽이었으며,

시암로즈우드, 황화리,  대신 파우브라질이 있었을 뿐이다.


3.파우브라질은 ‘초기에 좀 캐다가 끝난 나무’가 아니다

여기서 흔히 배우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브라질 초기에는 파우브라질 좀 캐다가, 이후 사탕수수 경제가 시작되면서 파우브라질 시대는 끝났다는 식이다.

...어느정도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 경제사 연구를 보면 이 목재 교역은 생각보다 훨씬 질겼다.

16세기 중반 이후에도 계속됐고, 17세기를 지나 18세기에도 유럽 염료시장에 연결된 거대한 계약상품으로 살아 있었다. 18세기 기록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브라질 북부 지역의 숲에서 벌목한 목재가 Recife로 모이고, 다시 Lisboa를 거쳐 북유럽 염료시장으로 재수출되는 구조가 확인된다.

1750년대 계약을 보면 규모가 더 노골적이다.

왕실과 계약한 업자는 연간 최소 2만 quintal의 파우브라질을 Recife에서 보내야 했고, 별도의 영국계 상인조합 역시 Casa da Índia에 들어온 파우브라질을 연간 2만 quintal 규모로 소비하는 계약을 맺었다.


1500년대 초 시작한 나무 장사가

250년 뒤에도 계약서에 연간 최소물량을 박아놓고 돌아가고 있었다.

이건 ‘브라질 개척 초기에 잠깐 있었던 나무장사’ 수준이 아니다.

이미 하나의 대서양 산업이었다.


4.나무 한 그루를 베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이 대목은 앞으로 남미편 전체를 이해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

1756년 Pernambuco의 토지주와 제당업자들이 왕에게 항의한 기록이 있다.

파우브라질을 베는 사람들이 숲에 들어가면서 다른 나무까지 훼손하고, 목재를 꺼내기 위한 길과 공터를 만들며 숲을 파괴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문서에서는 이를 거의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의 파괴’로 표현한다.

이게 무슨 뜻인가.

귀목 한 그루를 빼내는 것은 귀목 한 그루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들어간다->길이 생긴다->운송망이 생긴다->항구와 시장이 연결된다->숲이 처음으로 경제적 공간으로 바뀐다->이후 다른 나무를 빼내는 비용도 낮아진다.


그래서 목재사는 단순히


'어떤 나무를 몇 그루 베었다.'

로 보면 안 된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나무를 빼내기 위해 사람들이 무엇을 만들어놓았는가


이다.


길을 만들고, 유통망을 만들고, 상인을 만들고, 시장을 만들고, 무엇보다도 ‘남미의 숲에서 무엇인가를 찾아 유럽으로 가져오면 돈이 된다’는 경험을 만들었다.

파우브라질이 남긴 가장 무서운 유산은 어쩌면 여기였을지도 모른다.


5.첫 번째 왕은 사실 나무조차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파우브라질이 그렇게 중요한 나무였다면서 오늘날 세계 최고급 가구재 이야기를 할 때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사실 바이올린 활에서 최고급 목재는 파우브라질이다. 근데 왜 스네이크우드가 더 비싼건데???왜?)

브라질리언 로즈우드처럼 기타 한 대 가격을 바꿔버리는 나무도 아니다.

왜냐하면 파우브라질의 첫 번째 전성기에 사람들이 원했던 것은 목재의 얼굴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나무를 갈고 삶아서 색깔을 꺼내갔다.

다시 말해 최초의 남미 귀목시장은 사실 귀목시장조차 아니었다.


원료시장이었다.

나무는 염료를 담고 있는 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럽인들은 남미 숲에서 전혀 다른 종류의 가치를 발견하기 시작한다.

이번에는 나무를 갈아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좋은 부분을 골라,

켜고, 말리고, 갈고, 광을 낸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판재를 왕실과 귀족의 가구에 붙인다.

더 시간이 지나면 피아노를 만들고,

기타를 만든다. 마침내 어떤 악기회사들은 그 나무를 쓰는 것 자체가 자기 제품의 격을 증명하는 것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부터 나무의 가격을 만드는 것은 염료의 양이 아니게 된다.

무늬와 색, 이름, 제작자, 역사,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사치가 나무의 가격을 만들기 시작한다.


파우브라질이 유럽인에게 가르쳐준 것이


'남미의 숲에는 돈이 있다.'


였다면, 그 다음 나무가 가르쳐준 것은 전혀 달랐다.


'어떤 나무는 나무라는 이유만으로 돈이 된다.'


그 어떤 나무의 브라질 이름은 Jacarandá-da-Bahia.


학명은 Dalbergia nigra.


우리가 알고 있는 이름으로는...


드.


그리고 이 나무부터 현대 귀목시장은 조금씩 미쳐가기 시작한다.


[남미 목재사 2] 아마존이 아니다


1.아름다움에 가격표를 붙이다 — 자카란다 다 바이아

앞에서 파우브라질 이야기를 했다.

유럽인은 남미 숲에서 나무를 발견했고, 그 나무 안에 들어 있던 붉은 색소에 가격표를 붙였다.


그런데 몇백 년 뒤 남미의 다른 나무 하나가 훨씬 기묘한 일을 벌인다.

이번에는 나무에서 무언가를 추출하지 않았다.

태우지도 않았고, 갈아버리지도 않았고, 염료를 뽑지도 않았다.

그냥 나무 그 자체가 비싸졌다.

색깔이 아름답다는 이유로.

무늬가 아름답다는 이유로.

그리고 나중에는 그 나무의 이름 자체가 아름답고 비싼 물건을 뜻하게 되었기 때문에.

그 나무가 바로 Jacarandá-da-Bahia.

학명 Dalbergia nigra.

우리가 흔히 말하는 Brazilian rosewood, 브라질리언 로즈우드다.


여기서 먼저 하나 바로잡아야 한다.

브라질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자동으로 아마존을 떠올린다.


그런데 브라질리언 로즈우드의 고향은 아마존이 아니다.

주 무대는 브라질 동부 해안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대서양림, Mata Atlântica다. 브라질 국립식물원 계열 자료는 분포 중심을 대체로 남부 바이아에서 북부 상파울루 사이로 잡는다. 지금은 서식지 파괴와 오랜 선택적 벌목 때문에 자연상태의 큰 개체가 대단히 희귀해졌다.


브라질리언 로즈우드의 이야기는 먼저 대서양림과 대서양 무역에서 시작해야 한다.


처음 유럽인들이 이 나무를 봤을 때부터 반응은 좋았다.

목재학 연구에서는 Dalbergia nigra가 300년 이상 거래되어 왔으며, 짙은 갈색부터 자주빛을 띤 거의 검은색까지 이어지는 심재와 불규칙한 암색 스트릭, 높은 내구성 때문에 일찍부터 가구와 캐비닛용 고급재가 되었다고 설명한다.


근데 여기서 재미있는 게 하나 있다.

우리는 지금 브라질리언 로즈우드를 기타 목재로 먼저 떠올린다.

18세기 유럽인은 아니었다. 그 사람들에게 자카란다는 우선 가구재였다.

실제로 포르투의 18세기 Clérigos 교회 가구를 현대에 목재식별해보니 Dalbergia nigra가 확인됐다. 연구자들은 당시 검은 가구 위에 황금빛 금속장식을 얹는 양식이 유행했고, 자카란다의 짙은 색 때문에 사람 눈에 보이는 상판과 서랍 전면 같은 곳에 이 목재가 선택됐다고 분석했다. 재미있게도 내부의 안 보이는 부분에는 값싸거나 흔한 다른 목재가 쓰였다.


이게 존나 중요하다.

벌써 18세기에 목재가 기능만으로 분류되고 있지 않았다.


보이는 데는 비싼 나무.
안 보이는 데는 다른 나무.


그러니까 자카란다는 단순히 튼튼해서 선택된 게 아니다.

이미 그 시절부터 '보여주기 위한 목재'였다.


그리고 유럽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에는 브라질의 목재 자체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한다.

1805년 포르투갈 섭정왕은 브라질 목재 1,213개 표본을 포함한 네 개의 대형 목재 컬렉션 제작을 지시했다. 이미 그 이전부터 브라질 목재 표본이 리스본의 왕립 군수시설로 보내져 시험되고 있었다.


이 장면을 좀 다르게 생각해보자.


1500년대에는


'저 빨간 나무에서 염료 나온다더라.'


하면서 시작했다.


300년 뒤에는


'브라질에 무슨 나무가 있고, 각각 무슨 성질을 가졌고, 어디에 쓸 수 있는지 표본 1,200개 가져와.'


가 되어 있다.


즉 남미의 숲은 더 이상 미지의 숲이 아니다.

카탈로그가 붙은 자원창고가 됐다.

이름이 붙고, 용도가 붙고, 등급이 붙고, 시장가격이 붙는다.

그리고 수많은 브라질 목재 중에서 유난히 오래 살아남은 이름 하나가 자카란다였다.


2.그런데 자카란다는 색이 한 가지가 아니다

여기서 내가 며칠 동안 개같이 찾아다녔던 생목 절단면 이야기를 잠깐 하고 가자.

오래된 브라질리언 로즈우드 가구나 기타를 보면 대개 초콜릿 갈색에서 거의 검은 갈색이다.

그래서


'아, 브라질리언은 갈색 나무구나.'


하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목재식별 문헌에서 D. nigra 심재의 색 범위는 단순 갈색이 아니다.

brown에서 purplish-black까지. 거기에 불규칙한 어두운 줄이 끼어든다.

그리고 판목으로 켜면 직선적인 줄뿐 아니라 대단히 큰 대성당무늬, 소용돌이, 지형 같은 패턴까지 튀어나온다.

Fylde Guitars의 Roger Bucknall은 실제로 1960년경 영국에 들어온 브라질리언 로즈우드 원목을 확보해 CITES 서류를 만들고, 종 확인을 위해 Kew Gardens의 LC-MS 검사까지 거친 뒤 통째로 through-and-through, 즉 원목을 평행하게 연속 제재해 공개한 적이 있다.


원래는 숲에 서 있던 이상하게 생긴 한 덩어리의 나무였다.

사람이 거기에 선을 긋고,

어느 방향으로 켤지 결정하고,

좋은 판을 골라내고,

그중 다시 두 장을 짝 맞추고,

마침내 그 일부가 기타 한 대가 된다.

즉 목재가 사치품이 되는 과정이 눈으로 보인다.


[남미 목재사 3] 왕관은 누가 씌웠는가

1.가구의 왕에서 악기의 왕으로

자카란다는 이미 유럽에서 귀한 가구목이었다.

그런데 가구만으로 끝났다면 오늘날 브라질리언 로즈우드의 위치는 지금과 조금 달랐을지도 모른다.

이 나무의 전설을 완성한 업계가 하나 더 있었다.


악기 산업.


특히 기타였다.

브라질리언 로즈우드는 오랫동안 클래식·스틸스트링 기타의 측후판용 최고급 선택지로 취급됐다. 현대의 전 세계 기타시장 연구에서도 D. nigra는 역사적으로 backs and sides의 대표적인 최고급재로 설명된다.


여기서부터 재미있는 순환논리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좋은 나무니까 좋은 제작자가 쓴다.


그런데 유명 제작자가 수십 년 동안 사용하면 어느 순간부터 반대로 된다.


좋은 제작자가 쓰니까 좋은 나무가 된다.


그리고 유명 제작자의 옛 악기가 전설이 되면 한 번 더 변한다.


전설적인 악기에 쓰였으니까 전설적인 나무가 된다.


이렇게 재료와 브랜드가 서로의 가치를 계속 올려준다.


그 대표적인 회사가 Martin이다.

Martin은 공식 자료에서 1969년 이전 자사의 rosewood 모델들이 Brazilian rosewood를 사용했고, 이런 오랜 사용경력이 회사의 음향적 명성과 브라질리언 로즈우드의 이미지를 강하게 결합시켰다고 직접 설명한다.

이쯤 되면 우리는 조심해야 한다.

“그러면 브라질리언은 과학적으로 다른 나무를 다 쳐바르는 절대음향재인가?”

그건 아니다.


2.여기서 전설과 물리학을 한번 갈라보자

2018년 Journal of the Acoustical Society of America에 꽤 재미있는 실험이 실렸다.

Brazilian rosewood, Indian rosewood, mahogany, maple, sapele, walnut.

측후판 목재만 다르게 하고 최대한 동일하게 만든 스틸스트링 기타 여섯 대를 준비했다.

52명의 기타리스트에게 어두운 방에서 용접용 고글까지 씌워서 어떤 나무인지 못 보게 한 뒤 소리를 평가하게 했다.

별도 31명은 블라인드 ABX 구별시험도 했다.


결과는 꽤 잔인했다.

측후판 수종에 따른 전체 음질평가는 매우 비슷했고, 연주자들은 기타들을 소리와 감각만으로 쉽게 구별하지 못했다. 측후판 수종이 이 실험조건에서 음향모드와 지각된 음질에 미치는 영향은 작았다는 결론이었다.


물론 이것 하나로 '톤우드는 전부 개소리.' 라고 하면 또 병신이다.

한 명의 제작자가 만든 특정 설계의 스틸스트링 기타 여섯 대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고, 상판·브레이싱·개별 목재물성·제작법 등 기타 소리를 결정하는 변수가 존나 많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 하나는 말할 수 있다.


브라질리언 로즈우드의 현재 가격을 순수한 음향성능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게 오히려 이 나무를 더 재미있게 만든다.

왜냐하면 이제 목재가격을 결정하는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외관, 전통, 브랜드, 희소성, 역사, 소유욕


이건 이미 목재가 아니다.

악기라는 시장의 문화를 대표하는 상품이다.


[남미 목재사 4] 왕이 너무 사랑받아서 죽기 시작했다

1.1960년대, 공급이 먼저 비명을 질렀다

역사상 인간이 어떤 천연자원을 정말 좋아했을 때 대개 벌어지는 일이 있다.

존나 많이 쓴다.


브라질리언 로즈우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브라질 국립식물원 자료와 유전학 연구 모두 오랜 선택적 벌목, 대서양림 파괴, 재생·조림 부족을 이 종의 희귀화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런데 대중은 보통 1992년 CITES를 이 나무의 운명이 바뀐 순간으로 기억한다.

실제 산업은 훨씬 전에 알고 있었다.


1960년대에 이미 물건이 없어지고 있었다.


Martin의 설명이 굉장히 솔직하다.

1960년대 브라질은 자국 내 목재산업 육성을 위해 Brazilian rosewood 원목 수출을 제한했고, 그와 동시에 Dreadnought 기타의 2피스 뒷판을 만들 수 있을 만큼 큰 원목 자체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이 문장은 그냥 읽으면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근데 목재쟁이 시점으로 보면 존나 무섭다.

나무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니다.


먼저 ‘좋은 규격’이 사라졌다.


큰 판재부터 사라지고, 정목으로 예쁘게 켤 수 있는 원목이 사라지고, 긴 무결점재가 사라지고, 그다음에 더 작은 것까지 귀해진다.

목재 고갈은 어느 날 갑자기

0->없음

이렇게 진행되지 않는다.


품질이 먼저 무너진다.


우리가 제재소에서 보고 있는 그 현상이 국가 단위로 일어난 거다.


2.그리고 나무가 기타의 디자인을 바꿨다

1960년대 중반 Martin은 D-35를 내놓는다.

이 기타의 가장 유명한 특징 중 하나가 세 조각으로 된 뒷판이다.


그냥 예뻐서?

Martin의 C.F. Martin IV가 직접 설명한 이유는 다르다.

D-35는 2피스 back으로 쓰기 적합하지 않은 Brazilian rosewood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발됐다.\


한 나무의 희소화가 기타의 디자인을 바꿨다.


씨발 이 정도면 나무 한 종의 역사를 한 편으로 끝낼 수가 없다.

산림학의 문제가 악기설계로 튀어나와 버린다.

큰 판 두 장이 안 나오니까 세 장을 이어 붙인다.

그리고 그 “부족해서 만든 디자인”이 시간이 지나 Martin D-35의 상징이 된다. 오늘날 Martin도 여전히 D-35를 signature three-piece back 모델로 판매한다.

그러니까 희소성이 단순히 가격만 바꾼 것도 아니다.

제품의 형태까지 바꿨다.


3.1969년, 아주 예쁜 선이 하나 생긴다

그리고 마침내 Martin은 표준생산에서 Brazilian rosewood 측후판을 포기한다.

1969년에 완전한 Brazilian rosewood back-and-side 세트의 표준 사용을 중단하고 East Indian rosewood로 넘어갔다.


여기서 역사가 기가 막히게 잘린다.


1969 이전.

1970 이후.


같은 Martin. 같은 D-28 계열.


그런데 나무가 다르다.


그래서 후대 시장은 아주 재미있는 자연실험 하나를 만들어냈다.

2016년 Economic Botany에 실린 Bradley Bennett의 연구에서는 조사 당시 Brazilian rosewood 기타용 blank의 평균가격이 약 1,000달러, East Indian rosewood는 약 115달러로 8배 이상 차이가 났다. 같은 논문이 당시 Martin D-28 중고시장 자료를 분석했을 때 1969년 평균 약 7,012달러, 1970년 약 1,804달러라는 급격한 차이도 나타났다. 물론 연식·상태·수집가 프리미엄 등 여러 변수가 섞여 있으므로 그 차액 전체를 나무값이라고 하면 안 된다. 그러나 소재 전환선과 시장가치가 강하게 맞물려 있다는 것은 분명히 보인다.

여기서 브라질리언 로즈우드는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넘어간다.


좋아서 비싼 나무에서,


과거에 쓰였기 때문에 비싼 나무로.


시간이 가격에 붙기 시작했다.


[남미 목재사 5] 1992년

1.목재에 여권이 생겼다

그리고 1992년.

브라질리언 로즈우드는 CITES Appendix I에 들어간다.

브라질 국립식물원 CNCFlora는 이 종을 CITES 목록에 오른 최초의 수목종으로 설명한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아주 단순하게 이해한다.


'CITES I? 거래금지.'


큰 틀에서는 맞지만 실제 시장을 이해하기엔 부족하다.

Appendix I의 야생산 표본은 상업적 국제거래가 원칙적으로 극도로 제한된다.

하지만 CITES에는 pre-Convention specimen, 즉 해당 표본에 협약 규정이 적용되기 전에 취득된 물건을 위한 제도가 있다.

CITES에서 이 소스코드는 아예 O다.

관리당국이 요건을 확인해 pre-Convention certificate를 발/급하는 구조다.

이 순간부터 아주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예전 목재상은 이렇게 물었다.

얼마나 크냐? 결이 좋냐? 갈라졌냐? 색이 좋냐?


이제 질문이 하나 더 생긴다.


언제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ㅋㅋㅋㅋㅋ그리고 그걸 입으로만 말하면 안 된다ㅋㅋㅋㅋㅋ


증명해야 한다.


2.서류도 목재의 일부가 됐다

Fylde의 사례가 이걸 기가 막히게 보여준다.(Fylde=영국의 오래된 하이엔드 수제 기타 메이커)

Roger Bucknall은 1960년경 영국에 들어온 Brazilian rosewood 원목을 확보했다.(Roger Bucknall=그 창립자 겸 핵심 루시어)

본인은 수십 년 목재를 다뤘으니 Brazilian이라고 확신했지만 CITES 당국 입장에서

'나 이거 딱 보면 알아요.' 는 증거가 아니다.


그래서 Kew Gardens(영국 왕립식물원. kew)에서 LC-MS,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으로 화학성분을 검사해 수종을 확인했고, 다시 목재의 연령과 소유이력을 입증해 적법한 서류를 만들었다.

나무를 사는데 화학분석을 하고, 50~60년 전 유통기록을 뒤지고, 정부기관에 provenance를 증명한다.

아니 뭔놈의 나무를 '이거 브라질리언 맞음' 이라고 증명하기 위해서 영국 왕립식물원의 증명까지 받아야한단 말인가? 이쯤 되면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나무의 상품가치가 이제 세 층이다.


물성, 미감, 그리고 법적 역사.


목재를 반으로 갈랐을 때 안에서는 검은 줄과 붉은 줄이 나오지만,

시장에서 더 중요한 건 때로는 그 나무 옆에 붙어 있는 종이 한 장이 된다.


그리고 이건 과거형도 아니다.

CITES 무역 데이터에는 최근에도 Dalbergia nigra의 wood product가 Appendix I이면서 source O, 즉 pre-Convention으로 신고된 국제거래 기록이 나타난다.

즉 왕은 죽지 않았다.


새 왕을 잡아다가 국제시장에 올리는 길은 막혔는데, 옛 왕의 유물은 계속 돌아다닌다.


이 구조가 현대 브라질리언 로즈우드 시장을 만든다.


[남미 목재사 6] 죽은 왕이 더 비싸졌다

1.Pre-CITES라는 네 글자가 만든 시장

보통 어떤 상품의 공급이 끊기면 시장에서 사라진다.

근데 사치재는 꼭 그렇지 않다.

공급이 끊기면 오히려 '이제 더 못 구한다.' 라는 문장이 상품설명에 추가된다.


Brazilian rosewood도 그렇게 됐다.

과거에 수입된 원목, 옛 가구에서 회수한 목재, 오래된 목공소 창고에서 발견된 판재, CITES 적용 이전에 취득됐음을 입증할 수 있는 stock.

이런 물건들이 갑자기 단순한 오래된 나무가 아니라 법적으로 살아남은 과거의 자원이 된다.

Fylde가 old joiner's workshop에 아직 Brazilian rosewood가 남아 있지만 그것을 합법시장으로 끌어내는 서류작업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적은 이유가 이거다.


여기서 아주 기묘한 역전이 일어난다.

일반 목재에서는 오래 묵었다고 무조건 좋아지는 게 아니다.

보관 잘못하면 갈라지고, 휘고, 썩고, 벌레 먹는다.

그런데 Brazilian rosewood에서는 정상적으로 보존되고 provenance까지 살아 있다면


오래됐다는 사실 자체가 가치의 일부가 될 수 있다.


시간이 목재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목재의 희소성을 증명한다.


2.있는 자들의 천국

이 구조에서는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이 유리하다.

1960년에 사놓은 사람.

1970년에 창고 구석에 밀어놓은 사람.

CITES가 뭔지도 모르던 시절 기타를 산 사람.

그 사람들의 물건은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 공급되는 경쟁재와 싸울 필요가 없어진다.


새 공급 자체가 사라졌으니까.


Martin이 최근까지도 Brazilian rosewood를 아주 제한적인 special 모델에만 사용한다고 설명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자사 남은 재고가 극히 희귀하기 때문이다.


더 웃긴 사례가 있다.

Martin의 D-35 Brazilian 50th Anniversary 모델은 이름은 Brazilian인데, 전체 측후판을 Brazilian으로 만들지 않았다.

측판과 뒷판의 대부분은 Madagascar rosewood이고, 뒷판 가운데 wedge와 headplate에 Brazilian rosewood가 들어갔다.

Brazilian은 이제 몸 전체가 아니라 훈장처럼 조금 들어가도 모델명이 되는 목재가 된 거다.


이건 문화적 희소성의 끝판왕에 가깝다.

예전에는 기타를 만들려고 나무를 썼다.

이제는


'이 기타에 Brazilian rosewood가 들어갔다.'


라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쓰기도 한다.


3.없는 자들의 하늘의 별

반대로 지금 처음 원하는 사람은 불리하다.

돈이 있어도 나무가 있어야 한다.

나무가 있어도 진짜여야 한다.

진짜여도 합법적으로 취득됐어야 한다.

취득됐다고 주장한다고 끝이 아니다.

필요하면 증명해야 한다.

국경을 넘기려면 또 서류가 필요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통과하는 좋은 규격의 목재는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든다.

이게 바로 내가 Brazilian rosewood를 현대 귀목시장 금융화의 대표적 원형으로 보는 이유다.


물론 주식은 아니다.

똑같이 취급하면 안 된다.

하지만 가격을 결정하는 논리가 재료의 물리적 유용성에서 멀어져


희소성 + 역사 + provenance + 규제 + 문화적 명성


으로 이동한다는 점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사례다.


[남미 목재사 7] 왕이 죽어도 왕관은 죽지 않는다

1.인디안, 코코볼로, 마다가스카르

여기에서 보통 이야기는 끝난다. Brazilian rosewood가 보호종이 되었다. 잘 됐다.


근데 시장은 그렇게 착하게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Brazilian rosewood를 못 쓰게 됐다고 해서

'그럼 이제 로즈우드 안 써야지.' 하지 않았다.

질문을 바꿨다.

'그러면 Brazilian과 가장 비슷한 건 뭐지?'


Martin은 East Indian rosewood로 이동했다.

다른 제작자들은 cocobolo, Honduran rosewood, Guatemalan rosewood, Madagascar rosewood 등 여러 Dalbergia를 시험했다.

현대 기타시장 연구에서도 Brazilian rosewood의 공급제약 이후 East Indian rosewood가 가장 중요한 대체재가 되었고, 여러 중남미·마다가스카르 Dalbergia가 그 뒤를 따랐다는 흐름이 확인된다.


이거 홍목편에서 봤던 거랑 존나 닮지 않았나?

왕이 사라진다고 수요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


수요는 새로운 왕을 찾는다.


중국 시장에서 특정 수종이 희귀해지고 규제가 들어오면 비슷한 색·명성·용도를 가진 다음 수종에 자본이 이동한다.

서구 악기시장에서도 Brazilian rosewood가 사라지자 다른 rosewood가 “Brazilian substitute”라는 이름 아래 올라온다.


중요한 건 이 다음이다.

새 수종이 처음에는 대체재다.


'Brazilian 대신 이걸 씁니다.'


그런데 20년, 30년 지나면 그 대체재도 자기 팬과 자기 역사를 만든다.

수요가 늘어난다->가격이 오른다->공급지에 압력이 걸린다->또 규제가 생긴다->그리고 시장은 다시 묻는다

'그럼 다음은?'


Bennett는 이걸 악기제작자들이 대체 tonewood를 계속 찾아야 하는 Sisyphean task, 거의 시시포스의 일처럼 표현했다. 하나가 희소해지면 다른 나무를 찾는데, 새로 찾은 나무까지 다시 희소해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게 바로 내가 남미편에서 홍목신디케이트를 다시 불러오는 이유다.

신디케이트가 꼭 검은 양복 입은 몇 놈이 한 방에 모여 '오늘부터 이 나무 털자.' 회의해야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수요가 방향을 만들고, 돈이 길을 만들고, 공급자들이 그 길을 따라 움직이면 거대한 시스템은 조직도 없이도 생긴다.


2.그래서 ‘대체재’라는 말은 때로 무섭다

대체재는 원래 환경적으로 좋은 개념처럼 들린다.

희귀한 A 대신 흔한 B를 쓴다. 당연히? 좋다.

실제로 기타업계가 maple, walnut, sapele 같은 비교적 다른 계통의 목재까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특정 희귀 열대목에 대한 압력을 낮출 수 있다. 블라인드 연구에서 측후판 수종에 따른 지각 음질차가 작았다는 결과도 이런 대체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문제는


희귀한 A 대신 아직 덜 희귀한 A의 사촌을 찾아다닐 때다.


Brazilian이 없으니까 다른 Dalbergia, 그게 부족해지니까 또 다른 Dalbergia, 그러면 왕관만 이동한다.

목재 이름은 바뀌었지만 소비 패턴은 안 바뀐다.

이 지점에서 남미의 Brazilian rosewood와 중국의 홍목 시장이 만나기 시작한다.


둘은 같은 시장이 아니다.

문화도 다르고, 주요 제품도 다르고, 자본의 규모와 소비층도 다르다.

그런데 아주 깊은 곳에 있는 논리는 묘하게 닮았다.


사라져가는 것일수록 더 갖고 싶어진다.


[남미 목재사 최종] 나무의 가격은 누가 만드는가

자,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브라질에는 나라 이름을 만드는 데 관여한 나무가 있었다. 파우브라질. 유럽인은 그 나무 안의 붉은 색에 가격을 붙였다.


그 가격은 브라질 숲에서 결정되지 않았다. 대서양 건너편 유럽의 염료시장이 결정했다.

그리고 다른 나무가 나타났다. 자카란다 다 바이아.


이번에는 나무 안에 든 성분이 아니라 나무의 얼굴 자체에 가격을 붙였다.

유럽의 가구제작자들은 사람 눈에 보이는 곳에 자카란다를 사용했고, 브라질의 수많은 목재를 분류하고 시험하고 카탈로그화했다.


그다음 악기제작자가 왕관을 씌웠다.

좋은 기타에 Brazilian rosewood가 쓰이고, 좋은 기타의 역사가 길어지고, 그 악기들이 전설이 되자, 나무와 악기의 전설이 서로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너무 많이 사랑했다.


큰 원목이 사라졌다.


Martin은 두 장으로 못 만들던 Brazilian rosewood를 살려 쓰려고 D-35의 3피스 뒷판을 만들었다.

마침내 1969년 표준 생산에서 다른 로즈우드로 넘어갔다.


1992년에는 CITES Appendix I.

그 순간 나무에 여권이 생겼다.

이제 좋은 무늬만으로는 부족하다. 과거를 증명해야 하는 나무가 됐다.


그리고 가장 기묘한 단계가 시작됐다.

새 공급이 끊기자 과거의 나무가 더 중요해졌다.

예전에 잘라놓은 판재. 오래된 창고. 옛날 가구. 옛날 기타.

이 나무들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이제 단순한 세제곱미터가 아니었다.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Brazilian rosewood는 '비싼 나무'라는 말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

이 나무의 역사를 따라가면 목재의 가격이라는 게 얼마나 인간적인 것인지 보인다.

밀도만으로 안 된다. 탄성률만으로 안 된다. 무늬만으로 안 된다. 소리만으로도 안 된다.


오히려 과학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면, 우리가 믿었던 절대적인 음향 우월성이 생각보다 쉽게 증명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가격은 올라간다.


왜?


사람은 물건의 성능만 사는 동물이 아니니까.

이야기를 산다.


Martin이 썼다는 이야기.

옛 장인이 썼다는 이야기.

이제 못 구한다는 이야기.

이 나무가 대서양림에 서 있었다는 이야기.

CITES 이전부터 창고에 있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내가 가진 것은 다른 사람이 새로 살 수 없는 것이다.'


라는 이야기.


이게 사치재의 본질이다.


Brazilian rosewood는 현대 귀목시장에서 희소성, 역사, 규제와 provenance가 목재 자체의 물성을 넘어 가격을 만드는 현상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 선구적인 사례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성공(?)을 세계가 봤다.

저 나무 저렇게 됐네, 예전엔 흔했는데 지금은 못 구하네, 옛날 재고는 가격이 저렇게 되네.


이때부터 희귀 목재는 현재의 목재인 동시에


미래의 Brazilian rosewood 후보가 된다.


이게 시장 심리를 바꾼다.

그리고 결국, 브라질리언 로즈우드가 열어버린 귀목시장의 고급화는 세상 모든 귀목의 가격이 올라가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수십 년 뒤,

지구 반대편에서 전혀 다른 문화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비슷한 짓을 한다.

명·청 가구의 기억과 중국의 거대한 자본시장이 만나면서 붉고 무겁고 희귀한 나무에 차례차례 왕관을 씌운다.

황화리, 자단, 홍산지, 그리고 수많은 홍목들.

한 왕이 희귀해지면 다음 왕을 찾고,

국경이 막히면 다른 국경을 찾고,

이름이 막히면 다른 이름을 찾는다.

내가 전에 그걸


홍목 신디케이트


라고 불렀다.


그런데 남미 목재사를 끝까지 따라와 보니 하나가 보인다.

홍목 신디케이트는 완전히 새로운 괴물이 아니었다.


인간은 수백 년 전부터 희귀한 나무를 발견하고, 이름을 붙이고, 계급을 만들고, 너무 많이 소비하고, 마지막 남은 조각에 다시 더 높은 가격을 붙이는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


달라진 건 규모이고, 속도이고, 돈의 출처다.


파우브라질 시대에는 색을 원했다.

자카란다 시대에는 아름다움을 원했다.

악기 시대에는 소리와 전통을 원했다.

CITES 이후에는 희소성과 과거를 원했다.

그리고 현대 귀목시장은 마침내


'남들이 가질 수 없는 것'


자체를 원하기 시작했다.


결국 숲에 서 있는 나무는 자기 가격을 모른다.

Brazilian rosewood는 '나는 세계 최고급 tonewood니까 비싸게 팔아주세요.' 라고 한 적 없다.

파우브라질도 '내 이름으로 나라 하나 만들어주세요.' 라고 한 적 없다.


가격을 만든 것은 항상 사람이었다.


상인이 만들고, 왕실이 만들고, 가구장이가 만들고, 악기제작자가 만들고, 연주자가 만들고, 수집가가 만들고, 규제가 만들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희소성 그 자체가 가격을 만들었다.


그래서 남미 목재사의 마지막 문장은 이것으로 끝내고 싶다.


중국의 홍목 시장은 전혀 새로운 괴물이 아니었다.
서구는 수백년 전 남미의 숲에서 이미 같은 욕망을 연습하고 있었다.
단지, 그때는 그것을 홍목이라고 부르지 않았을 뿐이다.




다음은 마호가니편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글을 마치며

씨발 괜히 퇴근하고 쓴다고 입털었다가 이걸 진짜 아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ㅋㅋ

글을 다 쓰고나니,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의 미친짓을 눈앞에서 계속 보는지라 '중국 이새끼들 니네가 존나 미친새끼들이잖앜ㅋㅋ' 라고 시전했지만

이미 유럽에선 중국과는 다른 수종이지만 거의 같은 방식으로 브라질을 초토화 시키고있었다.

다른점이 있다면 중국은 가까운 인도차이나+인도에서 나오는 시뻘건 나무들에게 악몽의 존재였다면

유럽은 저 멀리 배타고 건너간 브라질에서 시뻘건나무들에게 재앙의 존재였을거다. 

뭐 따지면 그게 그거인가?ㅋㅋ


이 글을 다 쓰고난뒤 나한테 한번 질문해봤다. '그래서 브라질리언 로즈우드 살 기회 생기면 안살거야?'

아니. 진짜 모든걸 다 써서라도 반드시 사고 말거다. 

나도 욕망의 인간이고, 남들이 가질수 없는것을 소유하고싶은 소유욕이 있으니까.

난 소유욕이 존나 강하기 때문에 목재 수집이 취미인거니까.


내가 브라질리언 로즈우드의 생목 절단면을 찾겠다고 생 난리를 쳤는데 결국 찾지는 못했다.

대신 황화리 생목 절단하여 가공한뒤 도착한걸 공유해본다. 

시간이 지나면 붉은색이 더 짙게 올라오는데, 이게 언제까지 색이 변할지 지켜보는것도 요즘 재미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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