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심심해서 써보는 진공관 앰프 자작 과정

Rane
2026-08-23 18:28:17
조회 91
추천 10


대충 60년대에 만들어진 마샬 JTM45 플렉시 앰프를 써보고 싶은데

오리지널은 물론이고 요즘 마샬에서 나오는 복각도 가격이 너무 비싸길래 직접 부품을 하나하나 모아 레플리카를 만들어보는 과정

작년 11월쯤 시작해서 이번해 7월 하순쯤 소리까지 내는 단계까지 갔으니 대충 9개월 정도 걸린 프로젝트란거

(100퍼센트 완성은 아니고 아직 노브나 헤드 캐비넷 장착처럼 외장 마감 단계가 남긴 했음)


사실 제일 쉬운건 이렇게 모든 부품이 다 들어있는 키트를 모조톤, 스튜맥 같은데서 사서 만드는거긴 한데

기왕 오래오래 쓸 앰프 만드는 김에 내 입맛대로 빈티지 소자랑 파츠들을 개별로 수급해서 만들기로 함


제일 처음으로 세운상가 근처 명판집에서 3mm 두께의 베이클라이트 보드를 하나 재단 받아왔음

이 받아온 베이클라이트 보드에


레이아웃을 그려놓은 종이를 잘 고정시킨 뒤 센터펀치로 타공을 할 위치를 잘 표시해준 다음


전동 드릴로 구멍 뚫기 + 터렛을 박아서 접점을 하나하나 만들어 기판을 완성해줌

(베이클라이트 저게 또 발암물질이라 가루 안날리게 엄청 조심조심 작업해야 함)


그리고 시간 날때마다 이베이를 모니터링하며 아까 이야기한 60년대 ~ 80년대에 생산된 NOS 부품, 소자들을 최대한 많이 수급해줬음

트랜스포머처럼 아예 부르는게 값인 급으로 남아있는 매물이 없거나, 전해 콘덴서처럼 사용 중 회로에 안정성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파트들 제외하고는

힘이 되는 한도 내에서는 전부 저 시기쯤 빈티지 부품들만 수급해서 만들었다


도착한 부품들은 오는 족족 기판에 납땜을 해줌

아무래도 여유 자금이 생길때마다 개별로 주문한지라 시간은 좀 오래 걸렸지만 저렇게 빈 공간들을 하나하나 채워가는게 뭔가 진척도가 보이는 기분이라 참 좋았다


얼추 완성된 기판은 섀시에 넣어서 나사 + 볼트로 잘 고정해주고

바깥쪽으로 노출될 팟 + 스위치 + 소켓들을 하나하나 장착해줌

몇몇 스위치랑 소켓은 섀시랑 아주 미세하게 크기가 안맞아서 장착이 안되길래

커터칼이랑 야스리로 살살 돌려 깎아서 구멍을 넓혀 장착해줬음

정말 힘들었다...


소켓과 스위치가 모두 장착된 뒤에는 기판 사이를 연결해주는 와이어링을 진행해줌

(제일 오래 걸리고, 제일 신경써줘야 할 부분)

원래 오리지널 JTM45는 20게이지 내외의 전선을 쓴 걸로 알고있는데 내 빌드에선 안정성 문제를 고려해서 한치수 만큼 더 굵은 18게이지 전선으로 작업해줬음


대충 와이어링이 중간쯤 진행됐을 때의 모습

오리지널 JTM45는 저 기판-팟 사이 전선이 분홍색인데 국내외 부품 수급처를 아무리 찾아봐도 18게이지 두께의 분홍색 전선은 없길래 내 빌드에선 주황색 전선으로 퉁쳤음

하나하나 꼼꼼하게 작업한다고 몇시간씩 투자했던걸로 기억함

작업 중간에 알아챘긴 했는데, 내가 처음 제작할때 보던 모조톤에서 배포한 회로도랑 와이어링 다이어그램이 60년대 오리지널이랑은 약간 다르게 되어있더라고?

.. 그래서 60년대 오리지널 앰프 내부를 찍어놓은 사진을 기반으로 와이어링 다이어그램을 새로 그린 다음 그걸 보면서 작업을 함

(정상 작동을 확인한 와이어링 다이어그램이니 부품만 있다면 저거 그대로 제작해도 소리 잘 날거임)


파워트랜스랑 쵸크트랜스는 소리전자에서 커스텀으로 주문해서 도착이 되게 빨랐음

파워트랜스는 어째서인지 한 치수 큰게 도착했는데 일단 장착은 가능하길래 그냥 군말없이 달기로 함

근데 파워 트랜스 쟤가 진짜 뒤지게 무겁다... 안쪽이 쇳덩이랑 구리선으로 꽉꽉 차있는 구조라서 대충 주먹보다 약간 더 큰게 한 4키로 5키로쯤 하는듯


출력트랜스는 영국 모듈러스 앰프의 복각 트랜스를 주문했는데 얘들이 배송 중에 찐빠를 내버려 받는게 일주일 정도가 늦어져서 제일 마지막으로 겨우 장착할 수 있었음

원래 앰프 만들때 정석 순서는 섀시 먼저 준비하고 여기에 소켓, 스위치, 트랜스들 먼저 달아놓고 시작하는건데

난 구하기 어려운 빈티지 부품들부터 우선 수급을 하느라 막상 제일 먼저 달아야 하는 트랜스포머를 가장 늦게 달아버렸단거


진공관은 초단관으로 EI ECC83 3개, 출력관으로 골드라이온 KT66 2개 + 정류관으로 텅솔 5AR4(GZ34)를 사용함

ECC83은 유고슬라비아산 80년대 빈티지 관이 이베이에 저렴한 가격에 올라온걸 발견해서 냉큼 3개를 주문해서 달았는데 (주문하고 다음날 들어가보니 열몇개 남아있던게 싹 품절돼있었음)

60년대에 생산된 KT66 관은 개당 가격이 100만원이 넘길래 얌전히 오디오파트에서 파는 골드라이온 복각을 사서 씀


여튼 앰프를 다 완성하고 진공관까지 꽂아서 전원을 인가해봄


진공관에 불도 잘 들어오고 인디케이터 램프도 잘 켜지는데

...역시 어딘가 배선 오류가 생긴건지 소리가 안남

켜자마자 빠지직 하거나 두꺼비집이 내려가는 것 보다야 낫겠다만 이러면 이제 안쪽을 다 뜯어보면서 어디가 잘못된건가 디버깅을 해줘야 함

(디버깅 하다가 콘덴서 방전시키는걸 까먹어서 두번정도 감전되긴 함)


쭉 찾아보니 동그라미 친 저 접점에 전선을 하나 연결해서 그라운드로 빼줬어야 하는데 누락된거 + 출력트랜스 배선 하나가 엉뚱한 위치에 연결된걸 확인했고

저 두 부분을 고쳐주니 드디어 소리가 남

(소리 잘 나는거 확인한 직후에 폰으로 녹음했던 보플)


오리지널 와이어링대로 만들어서 정상 작동하는걸 확인했으니

가정에서의 조용한 사용을 위한 마스터 볼륨 노브 개조도 추가로 해줬음

(30와트대 진공관 앰프라 순정 상태에선 볼륨 2, 3정도로만 올려도 위아래옆집에서 칼 들고 찾아올 음압이 나옴)

내가 참고한 버전은 트레인랙 앰프에서 배포한 타입 2 마스터 볼륨 모디였는데


저거 하다가 진공관으로 들어가는 바이어스 배선(파란 전선)을 빼먹어서 레드 플레이팅으로 출력관을 세트로 날려먹을 뻔함

여튼 문제점도 다 잡았으니 드디어 완성


진공관에서 불빛 나오는건 언제 봐도 정말 예쁨

소리도 소리인데 저 은은한 불빛만 봐도 와이어링 하느라 개고생한거, 디버깅하느라 개고생한게 싹 날아감

앞에 TS808 하나 물려서 연주해본 마이너 블루스 즉흥연주


외관으로나 소리로나 요즘 디지털 장비나 플러그인에선 볼 수 없는 아날로그 장비만의 투박함이 참 매력적인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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