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일갤문학) 콜트가 펜더 바르는 상상해봄

ㅇㅇ(122.252)
2021-01-22 18:46:29
조회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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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내가 기타를 처음 잡았을 때가


기억의 시작되는 가장 오래된 때부터 나는 이미 기타를 치고 있었다.


인생의 대부분을 기타와 함께 했고


내 정체성의 한 자리에는 항상 기타가 차지하고 있었다.


기타 신동, 천재 기타리스트, 신이 내린 손가락


어린 시절 꼬리표처럼 나를 따라붙던 수식어들...


20대 후반이 된 지금, 그 말들은 여전히 유효했고


나의 음악성을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오직 단 한 사람만 빼고...


바로 나 자신 말이다.


언제부턴가 나의 깊은 심연에는 의심이라는 싹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나는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기타리스트인가?


이 물음은 이내 깊은 뿌리를 내리며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넝쿨처럼 나의 내면을 옭아맸다.


소설가가 절필을 하듯 나는 절연을 하였다.


나는 여지껏 애지중지 여기던 펜더 커스텀을 창고 한 귀퉁이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내가 창고를 나설 땐 소중한 친구와 절교하는 죄책감을 느꼈다.


펜더가 등 뒤에서 나를 향해 "배신자!"라고 외치는 듯 했다.


괴로웠다. 하지만 다른 도리가 없었다.


기타를 바라보는 것은 더욱 괴로운 일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홀로 홍대거리를 걷던 그 날은 무언가 특별했다.


모자를 쓰지 않아도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않았다.


스타라는 구속에서 벗어난 자연인으로써의 삶.


자유로웠다.


그리고 저 멀리 익숙하면서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기타소리였다.


하지만 분명 이건 내가 지금껏 듣지 못한 연주였다.


나는 홀린듯이 음악이 들리는 곳으로 걸었다.


그곳에는 기타치는 백발의 노인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기타 소리에 조금 시선을 가지다 이내 각자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직 나만이 그의 연주를 주의깊게 들었다.


그러던 도중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노인의 시선은 연주 내내 앞쪽을 향해 있었다.


설마...?!


연주가 끝나자 나는 노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선생님, 연주 잘 들었습니다. 허나 한 가지 여쭙고 싶은게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째서 기타를 한 번도 바라보지 않고 연주하실 수 있는 겁니까?"


"허허, 이거 목소리가 듣자니 젊은 친구구만. 사실 나는 앞을 보지 못한다네.


그래서 오직 감각에 의존해 연주를 하지..."


"하지만... 어떻게 거의 모든 테크닉을 이렇게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는 거죠?


아니 그보다 이런 실력으로 왜 한낯 콜트 기타를 연주하시는 거죠?"


나는 마치 귀신들린 듯이 질문들을 마구 쏟아내었다.


"콜트라니 그 무슨..."


노인이 당황하며 말했다.


"지금 내 손에 들린 기타가 콜트란 말이오?"


노인이 물었다.


"분명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콜트 g250 일겁니다. 저도 아주 오래전 사용한 적이 있기에 압니다."


"아아...그렇단 말이지..."


노인은 혼란스러운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사실말일세... 나는 눈이 멀기전 잘 나가는 기타리스트였다네.


내로라하는 밴드마다 서로 나를 영입하려고 안달이 났었지.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앞이 잘 안보이더군


서울의 유명 병원을 전부 돌아다녀도 원인불명이라는 대답만 돌아올뿐.


결국 나는 실명을 하고 말았네.


그렇게 내 인생은 끝나나 싶었지. 희망도 의욕도 없는 말 그대로 밑바닥 인생이었지.


그동안 나를 찾던 동료들, 나에게 잘 보이려던 친구들 모두 하나둘 떠나더군.


하지만 내가 자식처럼 간직하던 기타들은 묵묵히 나를 기다려줬지.


그리고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아끼던 펜더 기타...


방 안 수많은 기타 더미 속에서 오직 소리에만 의존해 그 기타를 찾아낼 수 있었지.


왜냐하면 나의 보물같은 펜더는 어느 기타보다도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냈기 때문이지.


그리고 여지껏 지금 내 손에 쥔 이 기타가 펜더라고 생각하고 있었네.


그런데 그게 가장 싸구려 기타인 콜트였다니..."


그 얘기를 듣고 나는 깨달았다.


노인이 가진 기타 실력의 비밀을...


모든 편견과 집착에서 벗어나 오로지 소리에만 집중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음악의 본질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신의 경지일 것이다.


나는 노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집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숨을 헐떡이며 곧장 창고로 들어가 구석구석을 헤집었다.


이제는 기억에서 흐릿해져 버린 나의 오랜 옛 친구 콜트 g250을 꺼내들었다.


"기다렸어"


콜트가 나에게 말을 건낸다.


나는 절친의 어깨를 가볍게 다독이듯 콜트 위에 쌓인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말했다.


"우리... 아직 친구 맞지?"


"물론이지! 언제까지나..."


나의 기타 소리가 가장 아름다웠던 때가 언제였을까.


코드가 뭔지 스케일이 뭔지도 모르던 시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일렉기타를 사기위해 허름한 기타 대리점에 들르던 시절


그 기타를 들고 동네 교회로 가서 앰프를 연결하던 시절


나의 어설픈 연주가 케이블을 타고 들어가 앰프로 나오던 그 소리.


지이잉 하는 묵직한 소리를 처음 듣고 환호하던 그 시절


나의 연주가 가장 아름다웠던 때 아닌던가


콜트g250은 친구이며 추억 그 자체였다.


나는 곧장 작업실로 향했다.


나와 콜트 단 둘이서 말이다.


다른 무엇도 필요치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13개월의 고생 끝에 새 앨범을 발매했다.


평단의 호평과 함께 대중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것은 소리의 혁명이었다.


그렇다.


이 앨범은 지금은 너무나도 유명한 세계 10대 명반 중 하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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