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내가 기추에만 빠진 이유(스압)

존푸맨(124.59)
2022-01-13 20:57:24
조회 874
추천 39
어릴때 밴드부를 했었다. 고딩이었는데 특이하게 우린 레드핫 카피밴드였다. 카피밴드라 해봐야 그나이에 톤이니 나발이니 뭘 알겠어. 돈이없는데. 13만원짜리 스윙 기타에 이펙터라고는 ds-1 그게 전부였다.

정말 좋았던 시절이었다. 기타 잘치는 친구가 늘 솔로를 도맡고, 나는 배킹이나 치는 배킹머신이었지만 정말 좋았다. 친구끼리 서로 합맞추고 같은 목적을 향해 달려나가는 그 느낌이, 그 느낌이 너무너무 좋았다.

고등학교 시절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고3은 금새 다가왔고, 나를 제외한 베이스, 리드기타, 보컬은 실용음악과에 진학했다. 나는 패션디자이너가 되려고 그림을 공부했고 그렇게 다들 멀어져갔다.


나이가 들었다. 밴드를 하던 친구들은 멤버 그대로 밴드를 만들어 음반도 내고 이름있는 페스티벌에 라이너로 활동도 자주하며 작곡,  비메이킹까지 하며 음악으로 밥을 벌어먹고 잘 살고있다.

나는 중도에 낙방했다. 패션은 일찌감치 포기한지 오래고, 대학도 졸업하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치않게 다른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게 내재능이었나 싶었다. 음악에 미쳤던 삶이었는데, 나는 음악엔 재능이 하나도 없었다. 그 대신 그 '다른일' 이 내 밥벌이가 되었고, 재화적으로 여유를 주었다. 많이는 아니지만 말이야.

올해 9월 내 생일이었다. 나도 모르게 펜더를 샀다. 얼떨떨했다. 13만원짜리 스윙기타가 다였는데 펜더라니. 그저 좋았다. 뚜껑이 열리는 차를 샀을때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그 펜더가 뭐라고 너무 좋아 집에 오는 내내 차에서 미친놈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이후로 쭈욱 모으게 시작한게 벌써 9대다. 참 웃기지. 처음 펜더를 가졌을땐 세상을 얻은 기분이었는데, 몇대씩 사모으다보니 이젠 아무런 감흥이없다.

난 그저, 고등학교 시절 내가 가장 사랑해마지않던 친구들과의 그. 화합이 좋았던것이었는데. 아무리 무엇을 사모은다 한들 그 시절의 땀과 웃음소리는 되돌릴수가 없었다.

이번 설엔 꼭 용기내서 연락해봐야지. 얘들아 우리가 벌써 서른 다섯이래. 웃기지? 많이 보고싶다. 이번 설엔 꼭 다같이 술한잔 하자. 지하실에서 합주도 하고.. 그게 내 유일한 바램이야.

어린시절 추억의 절반을 차지해줘서 고맙다.

이젠 59 레스폴이나 커샵이다.  매물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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