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릭기타 마이너 갤러리

[일갤문학] 휀더에... 뤠드롹스

ㅇㅇ(121.167)
2022-06-15 12:06:02
조회 1122
추천 71

그것은 어느 맑은 날이었다. 기분좋은 햇살이 창가에 비치던날.

그날따라 유독 기어타임스 촬영을 가기 싫었는데

필시 새로운 게스트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


어쨋든 오늘도 촬영을 가야지 어서 리뷰를 마치고

집에와서 시원하게 맥주나 까야겠다고 다짐한 나는 재빨리 

버x비 촬영장으로 갔다.


이누가 먼저 와있길래 한걸음에 달려가 인사했다.

"여~ 이누! 오늘 한줄평으로 쓸것좀 만들어 줘."

"아 예 오늘 기타는 어디보자.. 스커베센이니까..."

"매번 고생시켜서 미안하다"

요즘 나이를 먹은 탓인지 리뷰를 마칠때 쓸 한줄평이 그렇게 어렵다.

아마 저놈은 나를 한심하다 생각하겠지. 언젠가 이누는 촬영하다 인터넷에서 나보고 

블루스만 주구장창 친다고 사람좀 바꾸라던 댓글을 읽으면서 내 자존심을 구겼다...


뭐 이것도 비즈니스니까 그런거에 굴하면 안되겠지 라며 다시 프로의 마음으로

돌아가려던 즈음에 오늘의 새로운 게스트가 왔다.

"안녕하세요, 증마토입니다."

증마토?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앳되 보이는 소년이 오늘의 게스트라고?

나는 저나이때 애들의 기타 실력을 알기에 왜 저런 소년이 오늘의 게스트인건지 

의아해했지만 그건 나의 오만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촬영시작 5분도 안되어서였다.


"우와 오늘 기타 스커베센이네요?" 라며 스커베센을 맘대로 주무르는 저 현란한 손,

그것은 펜타토닉만 돌리는 나와는 차원이 다른 플레이 였다. 한껏 게인에 흥이 취한 마샬앰프에서 

쏟아져나오는 자극적인 리프들은 나의 묵은 귀지들을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병오 선생님도 한번 쳐주세요" 

이 증마토의 한마디에 나는 오늘 촬영장에 가기 싫었다는 기분이 되살아 났다.

얼떨결에 기타를 받아들은 나는 별로 내키지도 않는 스윗홈알리바마 리프를 

건성건성 치며 그저 좋다는 한마디를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아, 그옛날... 이누와 단둘이 도란도란 꾸려가던 기어타임즈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리고 나의 블루스 정신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순간 나는 내 안의 작은악마가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래 아닌건 아닌거야! 나는 블루스의 남자 김병오란 말이다.


스커베센인지 뭔지를 바닥에 내동냉이 치고

나는 뒤에 허큘레스 스탠드에 걸려있던 펜더 프로페셔널을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휀더에... 뤠드락스!" 익숙한 Am펜타토닉 노트들과 찌릿찌릿한 디스토션내음이 내 온몸을 휘감는다.

"그래 이게 기타지 키야 푸들푸들 하다~~!!"


오늘 촬영은 망했다. 내동댕이쳐진 스커베센은 내가 배상해야했다. 그래도..

나는 그저 블루스를 치는 한명의 남자로 남아도 행복하다고 다짐하며 촬영장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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